자존감이 낮을수록 칭찬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024. 10.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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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정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한때 서점가를 휩쓴 후 우리에겐 ‘칭찬은 좋은 것’이고 조직의 리더가 일상적으로 해야 할 활동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직원이 훌륭한 성과를 냈거나 동료를 도왔을 때 “어, 아주 잘했어.” 혹은 “애썼어.”라는 말은 어떤 리더라도 잘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언급’은 올바른 칭찬이 아닙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잘했고 무엇을 얼마나 수고했는지(행동), 직원의 훌륭한 성과나 협력이 조직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영향)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이고, 일 잘하고 동료를 잘 도운 직원이 앞으로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지(기대)를 그 짧은 문장에서 전혀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원의 입장이 돼 보면 이 칭찬의 3총사(구체적 행동, 영향, 기대)가 리더의 입에서 나오길 바란다는 것, 특히 ‘구체적 행동’을 언급해 줄 것을 간절히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 아주 잘했어.”라고 너무나 쿨하고 간단하게 칭찬하는 리더의 얼굴을 보면서 직원은 마음 속으로 이런 말을 외치고 싶지 않을까요?

 



'근데, 제가 이것저것을 특별히 잘했거든요. 과장급이나 할 일을 입사 2년차인 제가 해냈답니다. 혹시 알고 있는 겁니까?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걸 제가 특별히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한 거에요. 그걸 팀장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라고요. 제가 ‘어떤 걸 잘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어보기가 좀 그렇잖습니까! 그냥 잘했다고 한 마디 하고 넘어가시면 제가 섭섭하죠.'

칭찬이 구체적이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일반적으로 자존심 낮은 참가자들은 자존감 높은 참가자들에 비해 칭찬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잘했다고 크게’ 칭찬해도 그것을 ‘그럭저럭 잘했다’ 정도로만 생각할 뿐이죠.

왜냐하면 자존감이 낮을수록 상대방으로부터 구체적인 칭찬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칭찬의 문장 속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잘했는지가 구체적이고 머리 속에 그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표현돼야 자존감 낮은 직원은 냉소를 멈추고 리더의 칭찬을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AI가 우리의 생활상을 바꾸고 있는 지금, 일의 형태와 포트폴리오가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는 많은 이들의 자존감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갖기 마련입니다. 또한 SNS에서 잘나가는 개인이나 기업을 보며 매일 '현타'를 경험하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칭찬이 구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Kille, D. R., Eibach, R. P., Wood, J. V., & Holmes, J. G. (2017). Who can't take a compliment? The role of construal level and self-esteem in accepting positive feedback from close other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68, 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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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합니다   

2024. 10.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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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개의 포뮬러 1(Formula 1) 팀들 중 하나인 윌리엄스 메르세데스(Williams Mercedes)는 3년째 포인트를 1점도 따지 못한 채 근근이 레이싱을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과거에 9번의 팀 우승과 7번의 드라이버 타이틀을 차지한 명문 레이싱팀으로서는 수치스럽기까지 한 성적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이제는 하스 페라리(Haas Ferrari)와 더불어 최약팀으로 분류되어 잘 나가는 팀들(메르세데스, 레드불, 페라리 등)의 들러리로 전락한 윌리엄스는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됐죠.

팀에 돈이나 많으면 모를까, 성적이 9~10위를 맴돌다 보니 짱짱한 스폰서가 붙을 리 없었기에 윌리엄스는 늘 재무적으로도 쪼들렸고 2020년에 결국 팀을 미국의 투자회사인 도릴턴 캐피탈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윌리엄스는 새로운 CEO겸 감독으로 요스트 카피토(아래 사진)를 영입했습니다. 그에게 던져진 임무는 윌리엄스의 재건이었고 3년간 ‘0점 행진’을 막고 어떻게든 포인트를 득점해서 팀을 꼴찌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눈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였죠. 

F1 경기만큼 자본주의적인 것이 또 있을까요? 레이싱에서 는 사실 드라이버의 역량보다는 돈 먹는 하마라고 부를 수 있는 레이싱카의 성능이 더 중요합니다. 랩 타임 0.5초를 줄이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쏟아 붓는 F1 시장에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윌리엄스로서는 차의 성능 향상에 투자할 여력이 항상 없었고 그 때문에 성적이 계속 최하위를 맴도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레이싱계(랠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카피토라 해도 팀을 살릴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였죠.

 



그러나 카피토에겐 나름의 비책이 있었습니다. ‘후진’ 레이싱카를 몰아야 하는 드라이버들을 닦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고 생각한 그는 파격적인 방법을 레이싱에 도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한 피트인(pit-in)을 1번으로 줄인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빠르고 원활한 주행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지만 타이어 교체는 0.1초를 다투는 레이싱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경주차가 피트로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고 다시 트랙 안으로 진입하는 동안 경쟁선수들에게 따라잡히거나 순위가 뒤로 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피트인 시점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도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약체팀 윌리엄스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피트인 회수를 1번으로 줄임으로써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는 것뿐이라고 카피토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리스크는 크죠. 마모가 심한 상태로 레이스를 해야 하기에 펑크의 위험뿐만 아니라 차량 제어가 쉽지 않고 그만큼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F1이 순위에 따라 팀에게 주는 배당금의 차이가 엄청나기에 돈 없는 팀인 윌리엄스에게 꼴찌(10위)에서 8~9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그 무엇보다 절박했습니다.

처음부터 카피토의 전략이 잘 먹힌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순위가 오르기는 해서 희망적이긴 했지만 포인트를 득점할 수 있는 10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던 것이죠. 그러다 ‘원-스톱(One-Stop)’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헝가리 그랑프리에서였습니다. 두 명의 드라이버가 각각 7위와 8위로 골인하면서 총 10점의 포인트를 마침내 획득했던 것이죠. 오래간만의 득점에 감격한 나머지 드라이버 조지 러셀은 인터뷰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직후에 벌어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는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꼴찌를 예약해 두었던 윌리엄스는 2021년 시즌을 8위로 마무리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 중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똑같은 경주차와 똑같은 레이싱 전략으로 성적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임을 카피토는 증명했습니다. 팀에 만연한 무거운 패배감을 말끔히 씻어내는 데 카피토의 파격적 전략은 무엇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파격이란 많은 이들이 “그래야 한다고, 그럴 거라고,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들을 “과연 그래 하는가, 그럴 것인가, 그런가?”라고 의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되지 않을지 몰라, 그렇지 않아”라며 발상을 전환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다른 결과를 기대하려면, 즉 변화를 기하려면 파격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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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매자의 비매너   

2024. 10.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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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씩 중고 사이트를 통해 워크맨을 하나 둘 판매하곤 합니다. 중고 판매는 돈을 벌 목적보다는 중복되거나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워크맨을 방출하고 소장 가치 있는 녀석들로 워크맨 콜렉션을 채우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죠.

이렇게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판매자나 구매자를 종종 접하는데요, 지난 주에는 매너가 없는 어느 구매자 때문에 며칠간 속이 상했답니다. 문제의 구매자는 제가 보낸 물건을 받자마자 기능 이상이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충분히 테스트를 하고 보냈지만 나온 지 30~40년 된 물건인지라 언제 어느 곳에서 이상이 발생할지는 모르는 게 빈티지 워크맨이죠. 제가 보기엔 그 정도면 오래된 기계임을 감안하여 그냥 사용할 만한데, 구매자는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더군요.

저는 바로 반품하라고 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실랑이해 봤자 감정만 상할 뿐이라서 상대방이 반품하고 싶다면 언제든 쿨하게 '그렇게 하셔라'고 말하곤 하죠. 문제는 제가 그 이야기를 건네고 바로 '반품 승인'을 했다는 것입니다. 안전결제 프로세스 상 판매자가 '반품 승인'을 하면 받았던 물건값을 구매자에게 즉시 환불하게 돼 있는데요, 이유야 어떻든 사용에 불편을 주었기에 미안한 마음에 물건을 회수하지 않았는데 바로 반품 승인을 한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구매자가 그 뒤로 제 문자 메시지를 '읽씹'으로 대했다는 겁니다. 택배로 보내 달라는 메시지에도, 그 워크맨을 원하는 이가 있다는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개인 간의 중고 거래인데, 저를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전업 판매자로 간주하는 것 같아 불쾌했습니다.

"알겠다", "언제 보내겠다", "오후에 보냈다" 등의 짧은 답장을 하는 게 그리 어려울까 싶었거든요. 돈을 환불 받았으니 본인은 이제 아쉬울 게 없었던 걸까요? 돈 몇 푼 잃는 것보다 제가 무시 당하는 것 같아 더 속이 상했습니다. 얼굴 안 보인다고 매너 없게 행동해도 되는 것인지. 며칠 더 연락이 없으면 괘씸해서라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드는 것인지.

이렇듯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내가 속한 그룹 외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지라 '어쩜 이럴 수 있지?'라고 매우 의아한 상황을 자주 경험합니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도 예외는 아닌데요, 돈 받고 팔기도 뭣한 물건을 '나눔'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제 입장에서 황당한 사건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쓸일이 없다고 일주일 후에 반품. 그것도 몰래 문앞에 놔두고.
   --> (내마음의 소리) "필요하다고 가져가 놓고서 왜 나한테 버려요? 일주일이나 지나서?"

- 분명 사진상의 물건만 나눔한다고 밝혔는데,  부속품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
   --> (내마음의 소리) "그러면 정품을 구매하시던가요!"

- 나눔했던 물건을 돈 받고 팔겠다며 며칠 후에 매물로 게시
   --> (내마음의 소리) "나눔 매물만 하루종일 지켜보는 겁니까? 참 열심히도 사십니다!" 

상식으로 판단하면 '해서는 안 될' 비매너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시뮬레이션하면 바로 매너 없는 행동임을 바로 알아차림에도 불구하고, 비매너인들은 여러 중고 사이트에 출현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상식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철학자 볼테르의 말이 맞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부디 상식이 중고로 활발히 거래되는 커뮤니티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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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를 망치는 5가지 유형의 직원들   

2024. 10.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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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 감독이 처음 부임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어떤 선수로 팀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부임 후에도 선수 구성이라는 업무는 여전히 가장 높은 순위의 일이어야 하죠. 팀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팀원을 남기고 어떤 팀원을 내보낼지 결정하는 일이 팀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팀워크가 부족한 팀원들로 팀워크를 높이기보다 팀을 구성할 때부터 팀워크를 깨뜨릴 만한 팀원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죠. 여러분 조직에도 팀워크를 앞장서서 깨뜨리는 ‘팀 킬러(team killer)’가 있지 않습니까?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아래의 5가지 유형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보세요. 그리고 그를 어떻게 하면 팀에서 배제해야 하는지 궁리해 보세요.

 



1. 똑똑한 얼간이
지능이 높고 재능이 있지만 만사에 냉소적이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직원은 팀워크 파괴자입니다. 이들의 문제는 아무도 이들을 좋아하지 않고 함께 일할수록 팀성과가 후퇴된다는 것입니다. 리더는 똑똑한 얼간이들이 제기하는 불만을 처리하는 ‘심판’ 역할로 전락하고 말죠.

2. 험담쟁이
정보를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과 가십 즐기기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팀에 험담쟁이가 있으면 팀이 나아가는 방향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뒤에서 ‘드라마’를 쓰며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면 팀워크가 깨지고 불필요한 다툼이 발행합니다. 리더는 전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검증된 정보만 팀내에 유통되도록 해야 합니다. 가십을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3. 느림보
곧 죽어도 자기 페이스(pace)를 고수하는 '느림보'들. 이들을 그대로 두면 다른 팀원들이 피곤해집니다. 그들에게 업무가 몽땅 몰릴 수 있어요. 팀원 각자가 맡은 일의 양이 공평해야 합니다. 만성적으로 성과가 저조하고 속도도 엄청 느린 팀원이 있다면 그들의 잠재력에 맡는 일을 시키거나 아니면 그들을 내보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4. 정보 욕심쟁이
이들은 자기가 중요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정보 공유는 성과가 뛰어난 팀의 기반이죠.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엉망이 되고 업무의 중복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팀원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가질 때 팀이 같은 방향으로 빨리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세요.

5. 방해꾼
이들은 회의 때 밥먹듯이 남의 발언에 끼어듭니다.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기는커녕 깎아내리는 데 열중합니다. 본인의 아이디어를 띄우는 데 엄청 공을 들입니다. 팀의 창의성이 이들 때문에 억제 당하고 맙니다. 목소리 큰 사람의 말보다 아이디어가 좋은 팀원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이런 방해꾼들이 회의를 독점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제지해야 합니다.


*참고기사
https://www.inc.com/bernard-coleman/building-a-team-avoid-these-5-team-kille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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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자가 내 귀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2024. 10.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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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무렵에 있었던 일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경기도 가평에서 중요한 행사를 진행하고 돌아온 탓에 월요일 하루는 푹 쉬고자 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니 벌써 시계는 10시 반을 넘어가고 있더군요. 집에서 밥을 차려 먹자니 귀찮고 성가셔서 집 근처 브런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 브런치 가게는 주문을 먼저하고 음식을 받는 룰로 운영되는 곳이라 카운터에 줄을 서서 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귓가에 누군가의 입김이 느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어떤 중년 여성이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더군요. 그것도 제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는 전화 속 상대방과 무엇을 주문할 거냐, 나는 뭘 먹을 거다, 식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아들을 만한 성량으로.

한번쯤은 실수로 그리 했겠지 싶어 아무렇지 않게 앞을 보고 있는데 또 제 귀에 입김이 느껴지더군요. 이번엔 반대편 귀로 더 뜨겁게! 다시 돌아보니 그 여자가 등 뒤에 바짝 다가와 있었습니다. 전화는 끊은 상태였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게 답답해 내쉰 듯한 한숨이 제 귀에 다이렉트로 불어왔던 것이죠. 

부아가 나더군요. 그렇게 몸이 닿을락 말락 제 뒤에 바짝 붙어있으면 본인의 주문 순서가 빨리 올 거라 믿는 걸까요? 아니면 저를 성가시게 만들어 음식 주문을 포기하게 만들고자 한 걸까요? 뭐가 그리 급해서 낯선 남자의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 에로틱하기는커녕 불쾌지수를 급상승시키는 행위를 하냐는 말입니다. 성격이 급해도 너무 급한 것 아닙니까?

 



정말 성격이 급하구나, 느꼈던 상황이 또 있었습니다.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고 간 코스트코의 계산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카트에 가득 담긴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 놓는데 자꾸 제 겨드랑이 사이로 냉동만두를 쥔 어떤 아주머니의 손이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자기가 쇼핑한 물건을 올려 놓으려는 제스처임이 분명했죠. 

제 손이 카트로 가면 아주머니의 손이 계산대에 올라오고, 제가 물건을 들어 계산대에 올리면 아주머니의 손이 후퇴하고...이렇게 반복되던 아주머니의 '부질없는 행동'은 제가 물건들을 계산대 위에 다 올려놓고 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해봤자 본인의 물건값 계산이 빨리 끝날 리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성격이 급한 겁니까, 아니면 상황 인지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겁니까?

성격 급한 사람들의 무례한 행동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당하다 보니 이제 이력이 날 법도 한데, 매번 불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면 안 될까요? 그렇게 1초, 2초를 아껴서 뭐 하려고요? 그 시간 모아서 뭘 하시려고요? 시간을 전혀 줄이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불쾌감만 주지 않습니까!

급한 성격은 연령의 고하를 따지지 않나 봅니다. 제가 예전에 어떤 건물을 들어설 때 당했던 일인데요, 지금 떠올려도 실소가 터지곤 합니다. 밀어야만 열 수 있는 유리문이었는데 제가 왼손을 써서 문을 미니까 건너편의 키작은 젊은이가 제 겨드랑이 사이로 걸어 들어와 뒤로 쏙 빠져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연 문을 넘겨 받는 것이 에티켓이건만, 마치 본인을 위해 제가 문을 열어준 것마냥 '당당히' 빠져나가다니요! 몇 초도 못 기다리고 저를 문 열어주는 집사 취급해야 속이 후련합니까!

성격이 급한 건 그렇다 칩시다. 그래도 남에게 불쾌감을 줄 만큼 본인의 급함을 충족시키지는 맙시다. 무심결에 나오는 '급한 성격 혹은 습관의 발현'이 남에게 불쾌감을 선사할 수 있음을, 그리고 본인의 평판을 좀먹을 수 있음을 좀 주의하자고요.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 전혀 에로틱하지 않는 행위를 남의 남자에게는 좀 하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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