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자는 '신중한 도박'이다   

2011. 12. 20. 10:16



여러분은 지금 라스베거스에 와 있습니다. 주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다. 알다시피 라스베거스는 도박의 도시. 여러분은 수중에 있는 10만원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떳떳하게(?) 도박을 즐기고자 합니다. 10만원을 몽땅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다만 이왕 도박의 도시에 왔으니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종류의 도박을 하든지 한번에 올인(all-in)하지 말고 10만원의 돈을 쪼개어 배팅을 해야겠죠?

그렇다면 1회에 배팅하는 금액을 얼마로 해야 가능한 한 오래 도박을 즐길 수 있을까요? 이때 등장하는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켈리의 공식(Kelly's formula 혹은 Kelly's Criterion)'입니다. 이 공식은 벨 연구소(Bell Lab)에서 일하던 물리학자인 존 L. 켈리(John L. Kelly)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베팅을 할 때마다 얼마의 판돈을 걸어야, 즉 여러분이 가진 돈 중에서 몇 퍼센트의 돈을 매번 판돈으로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켈리는 최대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려면 매번 판돈을 다음과 같은 퍼센테이지만큼 걸라고 충고합니다.

매 게임 판돈(%) =  { p(b+1) - 1 }  / b



이 공식이 바로 켈리의 공식입니다. 여기에서 p는 게임에서 이길 확률을 말하고, b는 배당률을 말합니다. 배당률은 보통 'b:1'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되는데, 이 말은 1원을 걸고 게임에 이기면 b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분 수중에는 1+b 라는 돈이 남겠죠.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도박(블랙잭이든 룰렛이든)을 할 때 이길 확률이 50%, 질 확률로 50%라고 해보죠. 그리고 배당률을 1:1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배당률이 1:1이라는 말은 여러분이 1원를 판돈으로 걸면, 게임에 이겼을 때 1원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1원이 2원으로 늘어날 겁니다). 켈리의 공식에 대입하면, 여러분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 게임 판돈 =  ( 0.5 * 2 -1 ) / 1 = 0%



즉, 여러분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50%라면 매 게임에 거는 판돈은 여러분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의 0%를 걸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도박을 하지 말라!'라는 뜻이죠. 사실 50%의 이길 확률은 여러분에게 유리하게 잡은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카지노를 상대로 게임을 벌일 때 실제 여러분이 이길 확률은 50%보다 조금 작기 때문입니다. 크랩스라는 게임의 경우, 카지노는 여러분보다 이길 확률이 1.42%P 더 큽니다. 그렇다면, 위의 켈리의 공식에 따라 여러분이 매번 게임에 걸 판돈의 크기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즉, 도박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넘어서 카지노로부터 돈을 오히려 받아내라는 뜻이겠죠(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카지노가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를 마음껏 즐김으로써 벌충해야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돈을 따러 온 것이 아니라 즐기러 라스베거스에 왔으니 여러분이 이길 확률이 50% 밖에 안 되더라도 여기에 3% 정도의 추가 승률을 더해서 이길 확률을 53%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3%는 도박이 주는 재미를 감안해서 더해 준 겁니다. 그렇다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이 결정되겠죠.

매 게임 판돈의 퍼센테이지 =  ( 0.53 * 2 -1 ) / 1 = 6%


여러분의 수중에 10만원이 있다면 첫 배팅을 할 때 6천원을 걸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배팅할 때는 '10만원+(첫 게임에서 딴 금액)'의 6%를 걸면 되겠죠. 이렇게 하면 결국에 가서 10만원을 다 잃겠지만(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글을 쓰다 조금 길어졌는데, 오늘 말할 주제는 도박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입니다. 투자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도박과 비슷합니다. 신사업을 하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든 성공확률에 따라 투자금을 크게 상회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으냐 없느냐가 결정되니 말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성공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켈리의 공식을 쓰면 투자를 집행할지를 결정할 때 하나의 참고 기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보통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 투자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줄여서 NPV)를 계산하여 그 값이 0보다 크거나 원하는 값보다 클 때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 방법은 간단하긴 하지만, NPV값이 양수이든 음수이든 투자의 성공확률을 100%으로 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물론 경우에 따라서 확률을 감안해서 NPV를 계산할 수도 있겠죠). 켈리의 공식은 그 단점을 커버하는 보완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신사업의 성공확률을 사전적으로 가늠하긴 어렵지만 벤치마킹이나 역사적 데이터를 감안하여 얻은 다음,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산정하여 켈리의 공식에 대입할 수 있을 겁니다. 만일 공식을 통해 나온 값이 0이거나 0보다 작다면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죠. 예를 들어, p가 60%이고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장기적으로 1 이라면, 켈리의 공식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습니다.

투자(배팅)할 금액 = { 0.6*(1 + 1) -1 } / 1 = 0.2 = 20%



일단 값이 플러스가 나왔으니 투자를 진행해도 좋지만 투자자금을 몽땅 쏟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 중에 20%만 투자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물론 특정 투자건은 성격상 투자금을 찔끔찔끔 투여하기가 힘들고 한꺼번에 투자해야 하기도 합니다(장치사업의 경우).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법을 찾는 것이 쉽게 많은 돈을 잃지 않게 할 뿐더러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망하다가 사업을 털고 나고는 '손절매' 타이밍을 잘 잡도록 하지 않을까요? 투자비를 100% 투입할 것이 아니라, 파일럿 테스트의 개념으로 20% 규모만 실행한 후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80%의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켈리의 공식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의 투자는 도박입니다. 이 말은 투자를 경원시하거나 반대로 방만하게 진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잃기 쉬우니 그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랜 버핏도 애용하는 투자의사결정 방식이라고 합니다. 불확실성이 클 때 이와 같은 보수적인 방법, 하지만 매우 현명한 방법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참고논문 :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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