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   

2011. 12.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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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 제1 라디오 (FM 97.3 MHz) '성공예감, 김방희 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북한 리스크와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주제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2011년 12월 21일 08:40).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사회자 멘트 : 한 일간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20대 그룹에 긴급설문을 했는데, 절반 가까이가 ‘2012 경영계획’에 북한리스크를 반영하겠다고 답했다죠. 그 만큼 ‘북풍’이 가져올 경영변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일텐데요.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닥칠 수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책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죠. 이것이 바로, 어제, 3분 mba 시간에도 잠시 말씀드린 시나리오 경영인데요. 이 시간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발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죠.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와 말씀 나누죠.

유 대표님, 안녕하세요.


1. 우선, 시나리오 경영의 개념부터 정확하게 설명해주시죠.

개인이나 조직이 뭔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죠.
불확실성은 말 그대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시나리오 경영은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즉 몇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지를 따져 본 다음에, 각 시나리오 별로 별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시나리오 경영은 다리를 여러 개 걸쳐 놓는 ‘양다리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해야만, 특정 시나리오가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경영이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2. 미래에 닥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거기에 맞는 대비책을 세운다는 건데, 시나리오 경영이 어떻게 경영기법이 됐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은 시나리오 플래닝, 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물자를 보급하고 수송할 때 적용하던 방법이었습니다. 허먼 칸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방법인데요, 이 방법을 1960년대에 로열 더치 셸이라는 정유회사가 들여와서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 산유국보다는 정유회사가 더 힘이 셌는데요, 셸은 그런 시나리오가 유지될 수도 있고, 거꾸로 OPEC와 같은 카르텔이 형성되어 산유국의 힘이 강해질 거라는 시나리오를 또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투자전략이나 원유개발전략을 그에 따라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죠. 그 덕에 업계 7위였다가 2위로 급격하게 도약했습니다. 남들보다 시나리오 하나를 더 생각해서 말이죠.



3. 1996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신년사 때, "여러 상황을 가정해,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라“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럼 이후로, 현재, 삼성이나 국내 기업들이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해서 갖추고 있나요?
 

삼성이나 SK와 같은 대기업들은 시나리오 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삼성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서 그에 따라 신수종사업이나 제품개발전략을 조정해 나가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블루레이 전략’입니다. DVD 이후에 과연 어떤 것이 차세대 저장매체가 될지 모르던 상황이었는데요, HD DVD가 있었고 블루레이가 있었습니다. 삼성은 일단 두 개의 기술에 모두 투자했습니다. 쉽게 말해 양다리를 걸친 거죠. 그렇게 하다가 블루레이 쪽으로 힘의 균형이 몰리고 난 다음에, 그쪽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SK그룹은 전 계열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담당하는 임원을 두면서 시나리오 경영을 2008년부터 추진했는데요, 2008년에 유가 급등기 때 SK에너지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밖의 기업에서는 아직까지 시나리오 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알고 보면 , 그냥 긴축경영이나 비상경영인 것을 말로만 시나리오 경영이다, 그런 경우가 많죠.



4. 적어도, 많은 기업들이 당장 북한변수를 내년 경영계획에 포함시킨다는 입장이긴 한데요. 북한과 사업을 하든, 안하든, 글로벌 지정학적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기업은 없을테니까요. 과거, 북핵 실험, 금강산관광객 피살, 연평도 도발도,  재계엔 작지 않은 북한 변수가 됐습니다만, 이번 변수는 급이 달라서요. 이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겠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문 방송을 보니까 북한 전문가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서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의 안정이 걸린 문제라서 그 파급효과도 대단히 크죠. 예전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 사태는 한반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상황이라서 그것은 ‘확실하게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작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안개 속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될 거야’, 이렇게 예측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나리오로 그려야 할 때죠. 기업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이라면, 길면 안 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재고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5.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선, 불완전한 예측보다는 닥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안전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말씀하신 시나리오 경영일텐데. 일단, 북한변수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 어떤 변수들이 불확실성을 크게 만드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과 주변국의 이해관계 등을 면밀히 따지면서, 여러 전문가들이 모호해 하는 변수가 뭔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간의 결속이 얼마나 강한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될 것인가입니다. 그에 따라 북한이 조기에 안정을 취할지가 결정되겠죠.

주변국에서 북한의 조기 안정화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쩌면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 기반을 우려해서 사전에 문제를 봉합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 특히 중국과 미국이 북한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접촉하는지 분석하면 1년 내에 현실로 나타날 시나리오가 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6. 지금 상황에서, 현실 가능한 대표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즉 이너 서클 내의 조화 여부입니다. 순조롭게 과도기를 넘길 수도 있고, 반대로 중간에 뭔가 사단이 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불확실성이 큰 변수는 유럽의 재정 위기가 조기에 안정될 것인가, 아니면 유로존 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느냐의 여부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조기 안정화 여부와 유럽 재정 위기의 해결 여부, 이 두 가지 변수 때문에 모두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한 대표 시나리오가 뭔지 감히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죠. 당분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자세입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체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유럽 재정 위기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는, 그런 상황일 겁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먼저 대비한 다음에,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7. 그런데, 기업의 많은 CEO들은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할 하나의 정답을 원하지만 시나리오가 모든 것을 보여 주는 정답은 아니잖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짚어주시죠.

시나리오는 정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시나리오 하에서 최적의 정답을 찾아가도록 개인과 조직에게 기회를 준다고 봐야 합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더 큰 실패를 하지 않도록 어느 선에서 막아주는 역할도 하죠. 시나리오 경영을 하려면, 기업 경영자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 같냐’, 이렇게 조바심을 내면 안 되겠습니다.

그런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미래는 객관식 문제가 아닙니다. 정답이 수시로 바뀔 뿐만 아니라, 정답의 내용도 모호합니다. ‘나에게 정답을 달라’ 이렇게 말하지 말고,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일단 조망하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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