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쿠폰이 있다면 지금 바로 써라   

2012. 11.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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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거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우리는 보통 마감일까지 최대한 과제 수행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돈, 노력 등)은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과제를 완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멀리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일한 과제에 1주일이 주어지든 1개월이 주어지든 마감일에 다 되어서야 과제를 수행하겠다고 쩔쩔매는 모습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타납니다. 사실 1주일을 줄 때보다 1개월을 줄 때 마감일을 넘기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꺼려지거나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공짜 쿠폰 사용처럼 간단하면서도 '즐거운' 일에 대해서도 '지연 현상'이 일어날까요? 공짜 쿠폰의 유효기간이 3주로 설정될 때와 2개월로 설정될 때, 어떤 경우에 사람들은 쿠폰 사용을 미루다가 쿠폰 만료일을 넘겨버리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할까요? 수잔 슈(Suzanne Shu)와 에일렛 그니지(Ayelet Gneezy)는 쿠폰 유효기간이 길수록 쿠폰을 사용하지 못하고 버릴 가능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슈와 그니지는 근처에 있는 고급 까페에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쿠폰을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사용률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단,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유효기간이 3주인 쿠폰을 주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유효기간이 2개월이나 되는 쿠폰을 나눠주었습니다. 쿠폰을 배포하고 즉시 실시된 설문에서 유효기간이 2개월인 쿠폰을 받은 학생들이 공짜로 받은 기쁨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또한 2개월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만료일이 되기 전에 쿠폰을 사용할 가능성을 68퍼센트로 본 반면, 3주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50퍼센트로 점쳤습니다. 학생들은 유효기간이 길수록 자신들이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리라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만료일이 모두 지난 후에 다시 실시된 설문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2개월짜리 쿠폰 소지자들 중 고작 6퍼센트만이 만료일 이전에 쿠폰을 사용했으니 말입니다. 반면 3주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31퍼센트가 만료일 전에 쿠폰을 사용했습니다. 이로써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인 기회를 충분히 줄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즐길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즐길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즐거운 일에 대해서도 기간을 길게 줄수록 '지연 현상'이 더 크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과 함께 슈와 그니지는 각각 런던, 시카고, 달라스의 공공장소에서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해당 도시의 관광명소를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를 물어보니, 1주일 짜리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1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관광명소를 찾았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사람들이 한강유람선을 타거나 남산타워를 구경한 적이 의외로 적듯이 말입니다.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을 할 시간적인 기회가 충분할수록 실제로 즐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슈와 그니지의 연구는 공짜 쿠폰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확보함으로써 매출을 증대하려는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쿠폰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쿠폰 사용을 '적게' 하도록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쿠폰의 유효기간을 넉넉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쿠폰 만료일을 빠듯하게 설정하면 돈을 쓰면서도 고객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이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어 비용 부담이 클 테니 말입니다.


개인들에게도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즐거운 경험이라 해도 만료일까지 미루지 말라는 것입니다. 기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면 '나중에 즐겨도 되지, 뭐.'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바쁜 일이 생겨서 만료일을 넘겨 버릴 가능성도 더 크기 마련입니다. 어렵고 꺼려지는 과제도 부여 받은 즉시 수행하는 것이 좋듯이 공짜 쿠폰과 같은 선물도 즉각 즐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런 저런 공짜 쿠폰이 여러분 지갑 속에 하나쯤을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걸 바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Suzanne Shu, Ayelet Gneezy(2010), Procrastination of Enjoyable Experience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Vol.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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