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재택근무 금지, 옳은 결정일까?   

2013. 2. 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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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신임 CEO 마리사 마이어(Marissa Mayer)가 직원들의 재택근무 금지를 선언한 것을 놓고 그녀의 방침을 찬성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 사이의 토론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재택근무 금지 방침은 시대를 역행한 것이라고 비판한 반면, 마이클 쉬레이지(Michael Schrage)는 마이어가 바보라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도움이 안 되는 전략을 철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그녀를 옹호합니다. 마이어가 분명 데이터에 기반하여 용단을 내린 것임을 확신하면서 말입니다. 이들과는 다르게 민다 제틀린(Minda Zetlin)과 같은 사람은 재택근무 금지 정책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자고 제안합니다.

 

 

 

 

 

 

 

 

과연 재택금지 방침은 옳은 결정일까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의 E. 글렌 더처(E. Glenn Dutcher)가 최근에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와 사무실 근무자가 섞인 조직과 사무실 근무자로만 이루어진 조직의 생산성을 비교하는 실험을 실시했더니 전자의 경우가 생산성이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마이어의 결정을 지지하는 결과죠. 하지만 연구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조금은 다른 시사점을 얻습니다.

 

더처는 실험실을 찾아오거나 원격에서 접속한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상에서 6개의 문자를 6개의 숫자로 해독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3명으로 이루어진 팀의 일원으로 이 과제를 수행했는데, 팀의 점수에 기반하여 한 문제 당 8센트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다른 두 팀원들이 모두 실험실에 있거나, 두 팀원 중 한 사람 혹은 두 팀원 모두 원격에서 접속하여 이 과제를 같이 수행 중이라는 말을 들으며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는 사무실 근무자와 재택근무자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된 상황을 모사한 것인데, 한 팀에 속한 재택근무자의 수를 다르게 한 셈입니다. 이렇게 가상의 팀을 구성하되 팀원들끼리는 서로 익명이 유지됐으며 대화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다소 복잡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이랬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재택근무자가 없는 팀(즉 사무실 근무자로만 이루어진 팀)에서 팀원 각자의 노력이 최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자가 한 명씩 더해지면 사무실 근무자의 노력은 감소했죠. 이것만 보면 재택근무자들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기 쉽지만, 사실 재택근무자들이 팀원으로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요령을 피운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재택근무자가 더해지면 사무실 근무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진 것일까요? 그것은 사무실 근무자들 대다수가 재택근무자들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처의 추가적인 분석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간의 심리상 다른 팀원이 설렁설렁 일한다고 믿으면 자신도 그렇게 하려는 게 보통입니다. 생산성을 까먹는다고 생각되는 재택근무자가 같은 팀원이 되면 사무실 근무자들이 노력을 덜하게 되는 이유죠.

 

 

 

더처의 실험 결과를 다시 정리하면, 관리자의 감독 바깥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자들이 팀원으로서 업무를 게을리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무실 근무자들이 재택근무자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재택근무자들 역시 재택근무자를 바라보며 '재택근무자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거야'란 고정관념이 문제죠. 따라서 사무실 근무자들과 재택근무자들이 서로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리자들의 임무라고 더처는 말합니다. 재택근무자도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뜻이죠.

 

따지고 보면 더처의 연구는 마이어의 결정을 지지하지도 않고 반대하지도 않는 듯 합니다. 마이어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금지를 명한 것은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이 저조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재택근무자와 사무실 근무자(관리자 포함) 사이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몇몇 야후 근무자들이 마이어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단 재택근무를 폐지한 상태에서 서로의 신뢰를 회복한 후에 차츰 회사가 안정 궤도에 오르면 민다 제틀린의 말처럼 선택적으로 재택근무제를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두고보면 알겠죠.

 

마이어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군기 잡기'가 아니라 위기극복의 방법으로서 '신뢰의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는 신호탄이기를 바랍니다.

 

 

(*참고논문)

E. Glenn Dutcher, Krista Jabs Saral(2012), Does Team Telecommuting Affect Productivity? An Experiment, working papers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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