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생각이 미루는 습관을 없앤다   

2013. 4. 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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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할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신경을 분산시키는 여러 가지 오락거리와 SNS가 많으면 어떤 일을 제때 시작하여 제때 끝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할일 목록(To-Do List)에 쌓인 일들을 바라보며 '언제 저것을 다 하나'란 부담감을 회피하고자 오히려 다른 곳에 신경을 집중하여 할일을 잊고자 하죠. 어제 이러한 미루기 습관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어떤 일을 미루었다가 낭패를 겪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면 효과가 있다는 글을 올렸는데, 오늘은 그 글에 이어 또 하나의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션 맥크리어(Sean M. McCrea)와 동료 연구자들은 구체적인 인상을 갖도록 만들면 미루려는 동기가 감소한다는 점을 실험으로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미루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 일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일의 전체적인 맥락이 어떠한지 등에 관한 상세사항들이 머리 속에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맥크리어는 가정했습니다. 



출처: howto.drprem.com



어떤 일을 추상적으로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말을 써서 표현하는 것이 미루려는 동기를 약화시킬 거란 생각을 가졌던 것이죠. 예를 들어 단순히 '욕실 청소를 하자'라는 생각을 떠올리기보다는 욕실을 청소했을 때 반짝거릴 욕조와 욕실에 느껴질 향기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때 청소를 미루려는 마음을 억제하고 바로 청소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맥크리어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34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일기 쓰기, 은행 계좌 개설하기 등과 같은 10가지 활동 각각이 내재하고 있는 특징을 2개의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는 어떤 사람이 각각의 활동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관하여 2개의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했죠. 그런데 이런 요청은 이메일로 발송되었고 학생들은 작성 후에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야 했죠.


그 결과, 활동의 특징을 표현하라고 요구 받았기에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렸던 첫 번째 그룹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떠올리도록 요청 받은 두 번째 그룹이 마감일을 더 잘 지킬 뿐만 아니라 더 빨리 답장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맥크리어는 좀더 확인을 위해 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후속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첫 번째 그룹에게 "새는 (      )의 일종이다"라는 문장을, 두 번째 그룹에게는 "(        )은 새에 속한다"라는 문장을 완성하도록 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추상적인 대상을, 그리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구체적인 대상을 떠올리도록 만들기 위해서였죠. 


이런 문장 20개를 이메일로 보낸 후에 언제까지 답장이 오는지 관찰하자 역시 구체적인 대상을 떠올리도록 요청 받은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이 마감일을 잘 준수하는 경향을 보였고 더 빨리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흥미롭게도 맥크리어는 세 번째 실험에서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림의 일부를 확대하여 본(세세한 붓 터치를 자세히 본) 참가자들이 그림 전체를 본 참가자들보다 약속을 더 잘 지킨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이 실험 결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어떤 과제를 추상적으로 떠올릴 때보다는 과제를 수행할 때의 세세한 과정과 그때 경험하게 될 미묘한 감정과 끝마치고 나서 느껴질 성취감 등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상상할 때, 과제 수행을 미루려는 경향이 덜 해진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구체적인 이미지를 뚜렷하게 가지는 과정 속에서 '힘든 데 어떻게 하지?'란 막막한 감정이 누그러지기 때문인 듯 합니다.


지금 어떤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 그 과제의 근본적인 취지나 추상적인 효과를 떠올리기보다는 세세한 수행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는 게 좋을 겁니다. 마감일에 임박해서 부랴부랴 과제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치우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McCrea, S. M., Liberman, N., Trope, Y., & Sherman, S. J. (2008). Construal level and procrastination. Psychological Science, 19(12), 1308-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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