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 지저분하면 일 못한다?   

2014. 3. 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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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지저분한 책상이 창의력에 도움 된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책상이 지저분한 분들의 호응(?) 때문이었는지 이 블로그의 인기글 중 하나가 되어 아직까지 블로그 대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지저분한 방에 있던 사람들이 깔끔한 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비해서 창의성 점수가 훨씬 높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 글에서 제가 결론을 내리기를, 규정 준수가 중요시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에는 정리정돈된 책상이 도움이 되고, 창의성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업무에는 어질러진 책상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내 책상은 지저분하니까 난 창의적인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기분 좋은 오해’를 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책상을 깔끔하게 잘 정리하는 분들을 변호하는 논문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gracefullhome.net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인 보연 채(Boyoun Chae, 채보연?)과 중국 쳉콩 경영대학원 교수 루이 쭈(Rui Zhu)는 정리되지 않은 환경에 사람들이 처하면 자기조절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주장합니다. 그들은 150명의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은 아주 지저분한 하게 종이, 물병, 종이컵 등이 선반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환경에서 과제를 수행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같은 양의 물건들이 선반 위에 있었지만 반듯하게 정리된 환경이 주어졌습니다. 마지막 그룹은 대조군으로서 선반에 아무것도 없었죠.


참가자들은 한 명씩 방으로 들어와 진행자가 제시하는 10가지 제품의 그림을 한번에 하나씩 보면서 질문에 답했습니다. 진행자가 보여준 제품은 HDTV, 미니냉장고, 에어컨, 전자렌지 등이었죠.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각 제품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싶은지(최대 금액)를 제시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그 결과,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깔끔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그리고 대조군의 참가자)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환경이 어지럽고 정리가 되지 않으면 ‘충동 구매’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추측하게 합니다.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죠.



출처: www.telegraph.co.uk



이런 효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채와 쭈는 89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지저분한 방에는 신문이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었고 사무용품(펜, 보드펜, 컵 등)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던 반면, 정리된 방에는 같은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대조군을 위한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된 실험조건이 있었는데, 대조군의 조건과 동일했지만 방을 둘로 나누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죠.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각 방에 배정되어 역시 과제를 수행했는데, 이번에는 순발력과 집중력을 평가하는 ‘스트룹 과제(Stroop task)’가 주어졌습니다. 이 과제는 글씨의 의미와 글씨의 색깔이 동일할 때와 그 둘이 다를 때, 사람들이 얼마나 글씨의 색깔을 빨리 이야기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었죠. 만약 느리게 반응한다면 그만큼 자기조절 능력이 저하됨을 의미합니다.


모두 64개의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던지고 시간을 측정하자,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나머지 세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대답을 늦게 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1.72초 : 1.57 : 1.56 : 1.53) 또한 스트룹 과제를 끝내고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하느라 얼마나 지쳤는지’를 물었는데,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다른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지쳤다’, ‘힘들었다’는 반응이 높았습니다. 이는 깨끗하고 단정한 환경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과 통합니다.


지저분한 환경에 있는 것이 창의력 발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지난 번 글에서처럼), 이렇게 자기조절능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방해 조건이 되고 맙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가 창의력과 자기통제력 중 어느 것을 더 요구하는지에 따라 ‘책상의 지저분함 정도’를 조정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책상이 지저분하면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가 둘 다 생기기 때문에 서로 상쇄되어 어쩌면 책상이 지저분하건 잘 정돈돼 있건 업무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업무가 창의력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자기조절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뭐든지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책상은 어떤 상태입니까?



(*참고논문)

Chae, B. G., & Zhu, R. J. (2014). Environmental Disorder Leads to Self-Regulatory Failur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0(6), 120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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