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평가를 어떻게 버렸을까?   

2016. 9. 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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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Harvard Business Review 2015년 4월호에 게재된 Marcus Buckingham, Ashley Goodall의 글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했듯이, 딜로이트(Delloite)라는 컨설팅 회사는 2015년부터 기존의 '등급 매기기'식 평가를 없애고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관리 체계를 확립했습니다. 딜로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임원들의 58%가 성과평가 시스템이 직원들의 몰입과 성과 향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대답했고, 좀더 참신하고 좀더 실시간적이고 좀더 개인화된 성과향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과거 성과를 평가하기보다는 미래의 성과에 '불을 붙이는' 방향으로 성과관리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죠. 이것이 딜로이트가 기존의 성과평가 제도를 없애기로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딜로이트는 기존의 평가를 없애야 하는 첫 번째 이유를 '시간 낭비'에서 찾았습니다. 65,000여명의 직원들은 'Consensus Meeting'이라 불리는 미팅을 통해 평가를 받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이 미팅에 '카운셀러'의 역할로 참여하여 평가에 임했는데(일종의 360도 평가 방식), 비록 직원들은 이 방식이 공정하다고 생각했지만, 1년에 한번 정해진 목표가 급변하는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엄청난 시간이 평가 등급 하나를 정하기 위해 쓰여진다는 점이 문제였죠. 딜로이트가 자체 추산해 보니 무려 200만 시간이 평가등급을 결정하기 위해 사용됐습니다. 높은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의 시급을 10만원씩 치면 2000억원에 해당하는 기회비용이 '과거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 쓰였던 겁니다.


기존의 평가를 없애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평가자별로 피평가자의 ’스킬’을 제각기 평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이클 마운트(Michael Mount)의 2000년도 연구에 따르면, 평가의 편차 중 62퍼센트가 평가자들 개인의 독특한 인식 차이(독특한 평가 경향)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가 편차의 21퍼센트만이 겨우 실제 성과를 반영할 뿐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평가자의 개인 취향이 꼼꼼한 데이터 정리라면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개진하지만 뒷마무리가 서툰 직원에게 '문제해결력'이란 스킬을 낮게 평가하는 반면,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 평가자라면 그 반대겠죠. 마운트는 “평가 점수는 피평가자에 대해 알려주기보다 평가자에 대해 더 잘 알려준다.”라고 말하며 이런 현상을 '평가자 특이 효과(idiosyncratic rater effect)’라고 명명했습니다.


딜로이트에서도 이러한 평가자 특이 효과가 여지없이 발생했고, "평가자들은 어떤 사람의 스킬은 일관적이지 못하게 평가하지만, 그들이 피평가자에게 가진 느낌과 의도(이 직원과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비슷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평가자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는 질문들을 찾아내기로 했습니다. 팀리더들에게 각 팀원들에 대해 ‘그들이 앞으로 취할 행동’을 묻는 방식으로 평가 문항을 바꿨죠,


딜로이트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긴 프로젝트는 분기별로 한번씩) 다음과 같은 4개의 질문을 던져서 평가하도록 단순화했습니다. 


(1) (피평가자의 성과를 염두에 두고) 내가 돈이 있다면 이 직원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연봉 인상과 보너스를 주고 싶다.

“매우 동의한다”부터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까지 5점 척도로 평가


(2) (피평가자의 성과를 염두에 두고) 나는 계속해서 이 직원과 한 팀이 되어 일하고 싶다.(5점 척도 평가)


(3) 이 직원은 저성과의 위험에 처해 있다. (yes or no)


(4) 이 직원은 지금 바로 승진시켜도 될 만큼 준비가 되어 있다. (yes or no)



딜로이트는 직원들의 성과를 관찰(see)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평가에 'Performance Snapshot'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4가지 질문이 여러분의 회사에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핵심은 '평가자들 간의 의견 일치도'가 높은 평가 질문들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원의 성과를 관찰(see)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과 창출에 불을 지피기(fuel) 위해서 딜로이트는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모든 팀장에게 모든 팀원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체크-인’을 하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체크인이란, 매주 만나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업무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직원을 코칭하고, 중요 정보를 공유하고, 차주 계획을 수립하는 일들을 말합니다. 이 체크인은 팀장의 부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팀장의 주요업무로 명확히 했습니다. 피드백은 ’자주 하는 게 생명’이라는 것을 딜로이트는 알기 때문입니다. 자주 피드백을 하지 않으면 팀장과 팀원이 앉아 과거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죠. 오랫만에 만난 사람보다 계속 같이 붙어 다니는 사람과 할 이야기가 더 많은 법이니까요. 


또한 ‘자주 대화해야 팀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다’는 상관관계도 매주 1회의 체크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또한 딜로이트는 이렇게 자주 체크인을 하려면 그 이니셔티브를 팀원들이 쥐어야 한다는 것, 즉 팀원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평가가 공정하냐,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 라고 오랫동안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평가가 지나치게 1차원적으로 직원들을 수치로만 측정하려는 것’이 기존 평가의 문제라고 딜로이트는 말합니다. 평가 등급은 직원 개인과 직원의 성과 전부를 나타내지 못합니다. 더욱이 미래의 성과 창출에 불을 지피지도 못하죠. 딜로이트가 왜 기존의 평가시스템을 버렸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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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팟캐스트 <유정식의 우리도 한번 논문 읽어보세> 7화를 통해 더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1930/?e=22084004






(*참고문헌)

Reinventing Performance Management, Marcus BuckinghamAshley Goodall, Harvard Business Review, April, 2015.(https://hbr.org/2015/04/reinventing-performance-management?referral=00060 )


Scullen, S. E., Mount, M. K., & Goff, M. (2000). Understanding the latent structure of job performance rating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5(6),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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