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리더'는 조직에 얼마나 해로운가?   

2018. 11. 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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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로서 할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높은 연봉만 받아가는 리더를 우리는 당연히 게으른 리더라고 생각한다. 게으른 리더에는 2가지 유형이 있는데, 진짜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서 출근한 건지 퇴근한 건지 알 수 없는 유형이 있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생각이 게으른' 유형이 있다. 쉽게 말해, 신체적으로 게으른 리더와 정신적으로 태만한 리더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유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자리에 있는 듯 없는 듯'한 리더]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만화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마치 KFC 할아버지처럼 생긴 농구팀 감독, 북산의 안 선생. 그는 선수들에게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플레이를 잘하지 못해도 야단치는 법이 없다. 선수가 다가와서 턱을 툭툭치며 '뭐라도 지시를 내리시지요, 영감님'이라고 조롱해도 웃기만 한다. 반면 강백호의 상대편 감독 중 하나인 해남의 남진모 감독은 때론 영리한 전략을 지시하고 때론 선수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선수들을 지휘한다. 상대편 감독과 대비되어 사람 좋은 'KFC 할아버지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든 걸 자율적으로 맡기고 결국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둠으로써 역량을 향상시키는 '명장'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안 선생과 강백호, 출처 : <슬램덩크>)


하지만 나는 안 선생을 게으른 리더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말로 자유방임이지 실은 매우 게으른 사람이다. 이런 리더는 직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으니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위임의 본질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일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리더 본인이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이다. '훌륭한 리더'로 인정 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혹은 일을 덜 하는 것이 책임을 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개인생활의 여유도 있으니, 팀에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지 않은가? 게다가 리더가 되면 금전적 보상이나 복리후생이 일반직원들보다 나으니 자리에 없는 듯 출근했다 퇴근하면 어찌 '꽃길'이 아닐 수 있겠는가? (만화 속에서 안 선생이 과거에는 호랑이 같은 감독이었다는 것은 논외로 하자. '게으른' 현재가 중요하다).


이런 리더들이 누구인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실무를 진행한 직원들에게 문제 발생의 책임을 전가한다. 본인은 직원에게 모든 걸 지지하고 믿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혀를 찬다. 그러고는 '세상 너그러운 리더'인 듯 자신이 리더이니 모든 책임을 지고 직원들이 저지를 잘못을 수습하겠다고 한다. 허나 말 뿐이다. 윗사람에게는 그렇게 말하며 좋은 눈도장을 찍은 다음에는 다시 '자리에 없는 듯', 마치 결근해서 자리를 비운 듯한 역할로 돌아간다. 나중에 윗사람에게 자신이 노력했는데도 이미 발생한 문제를 원복시키는 건 매우 어렵다고 읍소하면 그만이다. 이런 읍소에 윗사람은 감동(?)한다. 부하직원을 아끼는 훌륭한 리더라는 소리를 들으며 더 높은 위치로 승진한다. 특히 회사가 변화가 적은 산업 속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잡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남진모 감독, 출처 : <슬램덩크>)


이렇듯 자리에 없는 듯 행동하는 건 본인의 이익과 영달에는 유리하지만 팀워크를 빠르게 파괴한다. 리더가 아무런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니 팀원들이 한 팀이 되어(as team) 일하지 못하고 따로국밥이다. 직원들끼리 업무 갈등 때문에 반목하거나 서로 헐뜯는 상황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연봉이 걸려 있어서 직원 각자가 어떻게든 성과지표는 달성하겠지만 진정한 '팀 성과'는 산출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가능한 한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무런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유능한 직원들은 이직할 준비를 한다. 자유방임이라고 말하며 자리에 없는 듯 행동하는 리더, 즉 'Absentee Leader'는 무능할 뿐만 아니라 해로운 리더의 전형이다.


차라리 이것저것 간섭하는 마이크로 매니저나 폭군처럼 군림하는 리더가 더 낫다. Interact란 컨설팅사가 100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리더에 대한 불만' 9가지 중 8가지가 모두 리더가 '자리에 없는 듯' 하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다시 말해, 리더가 무엇을 해서 불만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서' 불만이라는 것이다. 


1. 직원의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2.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3.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을 내지 않는다

4. 직원들과의 대화를 피한다

5.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로챈다

6. 건설적인 비판을 하지 않는다

7. 직원들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8. 사람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9. 업무 외적인 직원들의 생활을 묻지 않는다


5번을 제외하고 모두 리더가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임


출처: The Top Complaints from Employees About Their Leaders, Lou Solomon, JUNE 24, 2015, HBR ( https://hbr.org/2015/06/the-top-complaints-from-employees-about-their-leaders )


직원만족도나 업무몰입도에도 자유방임적 리더는 문제를 악화시킨다. 앤더스 스코그슈타트(Anders Skogstad)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폭군적인 리더가 직원만족도에 끼치는 악영향은 6개월이 지나면 옅여지지만, 자유방임적인 리더가 끼치는 악영향은 2년이나 지속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리더가 폭군적인 리더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간주한다. 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리더들을 제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 역시 자유방임적 리더십, Absentee Leadership을 더 강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강백호가 옳다. 안 선생은 그런 취급을 받아도 싸다. 자리에 없는 듯한 리더는 '진짜로 없어지는 게' 낫다. 



(출처 : <슬램덩크> )



(2부에서는 게으른 리더의 두 번째 유형인 '생각이 게으른' 리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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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The Most Common Type of Incompetent Leader, Scott Gregory, MARCH 30, 2018, HBR ( https://hbr.org/2018/03/the-most-common-type-of-incompetent-leader )


The Top Complaints from Employees About Their Leaders, Lou Solomon, JUNE 24, 2015, HBR ( https://hbr.org/2015/06/the-top-complaints-from-employees-about-their-leaders )


Skogstad, A., Aasland, M. S., Nielsen, M. B., Hetland, J., Matthiesen, S. B., & Einarsen, S. (2015). The relative effects of constructive, laissez-faire, and tyrannical leadership on subordinate job satisfaction. Zeitschrift für Psycholo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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