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려워!   

2008. 1. 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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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부가 커다란 원통에 들어가서 너트를 조이는 작업을 맡았는데, 너트가 들어갈 구멍들은 모두 180개나 됐다. 그가 하나의 너트를 조이면 그다음에는 반드시 그것과 정확히 180도 반대쪽에 위치한 너트를 조이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쉽게 말해 12시 방향의 너트를 조이고 나서는 몸을 돌려서 반드시 6시 방향의 너트를 조여야 했다. 장력을 골고루 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구멍의 갯수가 많아서 정확히 180도 반대편에 위치한 구멍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었다. 그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45개 단위로 선을 4개만 그려 놓으면, 구멍 세는 데 시간을 덜 보내고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되면 그는 구멍을 22개 이상 세지 않아도 됐다.)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여긴 그는 상사에게 이와 같은 내용으로 제안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이었다. 상사가 손사레 치며 덧붙여 말하기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가능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인부는 이렇게 항변했다. "아니, 페인트로 선을 4개 긋는 게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듭니까? 이해할 수 없군요."

"페인트가 비싸다는 말이 아니야. 선 4개 그리는 것 때문에 모든 매뉴얼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재도 받아야 하고 기존의 매뉴얼도 다 파기해야 하잖아. 좋은 아이디어지만 어쩔 수 없어!" 

(리처드 파인만 '남이야 뭐라 하건!'에 나온 글을 각색함.
NASA에서 실제 있었던 일임)

이처럼 혁신은 늘 어렵다. 장기적으로 취하게 될 편익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나갈 돈만이 걱정이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잔뜩 찾아낸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갓 태어난 아이디어들이 멍청한 관리자들의 공격에 무참히 죽어가지 않도록 '잘 돌보는 것'이 혁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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