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가 베스트 셀러라니!   

2009. 3. 1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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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면, 교과서들이 당당하게 베스트 셀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요즘이 신학기라서 교과서가 잘 팔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스트 셀러라니! 도서가 워낙 팔리지 않으니까 신학기 특수를 틈타(?) 교과서들이 약진을 한 건데 여간 뒷맛이 씁쓸한 것이 아니다.

정말 요즘 출판계가 지독히도 불황인 모양이다. 유명 작가의 유명 저작만 꾸준히 팔리고 출간된지 오래된 책들이 '반값 할인' 이벤트 덕에 베스트 셀러에 오른다. 그러니 신작과 신인들이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책 팔아 돈 벌기는 하늘의 별 따기(별을 딴 소수의 사람이 있긴 하다)라고 한다지만, 그래도 좀 팔려줘야 작가들이 신이 나서 다음 책을 쓸 힘을 얻을 텐데 말이다.

출판시장의 과열을 막는다고 신간도서의 할인율을 제한하고 '원 플러스 원'도 금지하는 제도가 시행 중인데, 과연 이런 제도가 부메랑이 되어 출판시장의 성장을 옥죄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일이기도 하다.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을 부양시키기 위해 이 블로그를 통해 몇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허나 그런다고 쪼그라든 시장이 팽창할지 나 스스로도 의심스럽다. 워낙 책을 안 읽으니 말이다.

외국(특히 미국)에 거액의 선인세를 줘야 하는 번역서에 치중하지 말고 국내작가를 양성하라는 이야기가 출판 불황을 말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지만, 대체 무슨 복안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실 국내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이 내는 컨텐츠의 질을 한번 냉정히 살펴보라(나도 해당되겠지만). 독자들은 당연히 외국 저자의 책에 손이 가게 되어 있다. 국내작가 양성? 헛된 구호다, 잘 팔아치울 만한 책보다는 잘 만들어진 책을 내려는 출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좀 신경을 써줘야 한다. 머리 속에 삽 한 자루와 '오뤤지'를 숭앙하는 싸구려 교육열에 열올리지 말고, 책을 통해 국민들의 교양을 함양해서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컨텐츠가 가난한 나라는 머지 않아 빈국으로 전락한다. 국가의 장기적인 '지식 정책'이 아쉽다.

교과서가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요즘의 기현상,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제 출판사들은 교과서를 찍어내야 겨우 수지를 맞출 시기가 된 건가? 정부와 출판계, 작가와 독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금의 '가난함'을 타개할 비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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