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차라리 동전을 던질까?   

2009. 5.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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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동전 던지기와 관련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앞면과 뒷면이 고루 나오지 않고, 예상보다 자주 무리져(덩어리져) 나온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비록 조악하지만) 예측전문가들의 예측을 동전 던지기에 빗댄 글이었다.

그 글에 이어서 오늘은 '주식 투자와 동전 던지기'를 한데 엮은 실험을 소개할까 한다. 실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동전을 던져 주식 매매를 결정하면 수익률이 어떨까?

뜨악한 주제인가?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니, 가치 투자니, 주식 매매를 다루는 유명한 이론이 쟁쟁한데, 고작 동전 던지기로 주식 투자를 해보자는 건가? 하지만 해보기 전에는 모르니 실험으로 동전 던지기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가려보자.

아래의 실험 내용을 보기 전에 머리 속으로 한번 예상해 보자. "동전을 던져 주식 매매를 결정하면 그 수익률은 얼마 정도일까?" 마이너스 20%? 혹은 플러스 5% 정도?  아마도 '동전으로 주식 매매를 결정한다고? 돈 까먹지 않으면 다행히지'라면서 수익률을 상당히 낮게 잡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실험을 진행해 보니, 동전 던지기로 주식 매매를 결정하여 얻은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연평균 수익률이 10%을 넘기도 했다.

그것이 진짜인지 보이기 위해, 지금부터 여러분과 같이 실험을 진행하고자 한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다음과 같은 투자의 규칙과 가정사항을 알아두자.

- 투자 대상은 주가지수(KOSPI)로 한다.
- 최초 보유 주식수는 2만주로 시작한다.
- 주가지수 데이터는 2000.1.1부터 2009.5.4일까지(약 9.3년간)를 사용한다.

-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사고', 뒷면이 나오면 '판다'.
- 매매 가격은 직전 영업일의 주가지수 종가(終價)로 한다.
- 거래량은 하루 100주로 고정한다.

- '주식가치=주가지수*보유주식수' 로 가정한다.
- 주문은 매장 개시와 동시에 내고, 주문 즉시 거래가 체결된다고 가정한다.
- 매매 수수료율은 0.015%
- 매도시 세금은 거래세 0.15%, 농특세 0.15%

보다시피,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사고(Buy), 뒷면이 나오면 파는(Sell) 단순한 투자원칙이다. 동전을 직접 던져서 결정하는 일은 꽤나 고단한 일이라서, Excel의 Randbetween(0,1) 함수를 써서 동전 던지기 효과를 시뮬레이션했다. 이 함수가 무작위하게 결과를 낼까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의 동전도 앞 뒷면의 문양 차이, 밀도 차이 등으로 무게중심이 완벽히 '가운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Excel의 함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가정했다(혹시 무작위성이 증명된 random number 추출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안다면, 알려주면 고맙겠습니다).

서설이 길었는데, 이제부터 같이 실험을 해보자.

[실험 방법]
- 우선 아래의 Excel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열어 보자. 


-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 1'이란 sheet를 열자.
- 그 sheet 맨 밑에 '연평균 수익률' 값이 나온다.
- randbetween()함수를 리프레시 해보자. 아무 '빈 셀'로 이동해서 Del 키를 누르면 그때마다 리프레시 된다. 연평균 수익률 값이 그때마다 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어떨 때는 수익률이 꽤 좋아서 10%를 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기도 한다.
- 그리고 sheet의 상단 오른쪽을 보면 아래와 같은 '부(wealth)의 그래프'도 있으니 참조하자.



연평균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대략 감을 잡았는가? 간혹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타나지만 플러스 수익률이 더 자주 나타남을 느끼지 않았는가? 

진짜 그러한지 판단하기 위해, 직접 리프레시해서 얻은 값을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어서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었다. 모두 250번 리프레시한 결과다. 250번 밖에 리프레시 하지 않아서 매끄럽게 곡선이 그려지지 않았다. 시간과 프로그래밍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플러스 수익률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종형 그래프'가 그려지지 않을까 예상된다(물론 적어도 수만번 시행해야지만...).


보다시피 평균 3.78%의 수익률이 나온다. 은행 이자 정도(세후) 되니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다. 실험을 하기 전에 예상했을지도 모를 형편없는 수익률은 적어도 아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동전 던지기가 투자 자문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2000년 1월 1일부터 동전던지기로 투자한 결과와 실제로 여러분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하면 어떤가? 동전던지기보다 더 나은가, 아니면 더 나쁜가? 개인별로 다르지 싶다.

다음의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해석 1) 동전던지기가 이성적인 투자의사결정보다 나쁘지 않다. 혹은 더 낫다.
(해석 2) 투자자문이나 투자예측의 결과를 믿느니 동전던지기로 투자하는 게 더 낫다.

나는 1번의 해석에 심적으로 동의한다(그런 가설을 가지고 이 실험을 시행했으니까...) 하지만 이 해석이 전적으로 유효하려면 이 글에 실린 실험보다 정밀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실험이 시행돼야 한다.

능력이 안 되는 나는 여기까지 동전던지기의 효과를 제기하는 데 만족하련다. 혹시 여러분 중 통계와 수리에 능하다면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을 주제로 논문을 써도 좋겠지 싶다(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한다면 더 좋겠다  ^^ ).


[추가]
첨부된 Excel 파일에는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 2'라는 sheet도 있다. 매매 여부 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동전던지기로 결정하는 게임인데, 평균적으로 거래량이 많아서 그런지 최고수익률과 최저수익률 사이의 스프레드가 위의 경우(거래량을 100으로 고정시킨 경우)보다 컸다.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을 할 때 수익률을 최대로 높이는 '최적 거래량'은 얼마일까, 란 새로운 의문이 든다. 거래량을 크게 해야 좋을까, 아니면 주가지수 증가율에 연동하여 거래량을 정해야 할까? 이 주제도 연구를 해보면 좋겠지 싶다.

또한, 이 실험은 인덱스 펀드마냥 주가지수 전체에 투자를 했는데, 개별 종목이나 특정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동전 던지기를 해보면 어떨까?

해보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 능력이 안 되니 아쉬울 따름이다. ^^

(*수정사항이 많아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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