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프로젝트, 인력 추가하면 더 나빠져   

2009. 5. 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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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이 날 정도로 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지지부진하고 맥빠지는 프로젝트가 있기 마련이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손해나 끼치지 않고 제발 빨리 끝나주기를 바라는 프로젝트가 있기도 하다. 컨설팅 프로젝트이건, SI 프로젝트이건, 마찬가지다.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프로젝트를 가능한 한 문제 없이 끝내기 위해 프로젝트 매니저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데, 가장 많이 '애용'되는 해결책이 인력을 더 투입하는 방법이다.

원칙대로라면, 지지부진함의 원인을 면밀히 따진 후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의 추가 투입은 고객(클라이언트)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인정을 쉽게 받는, 소위 'show-off 효과'가 크기 때문에 PM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다.

'몇 명 더 투입한다고 해서 나쁠 게 있겠어?'라며 인력의 추가 투입이 적어도 현재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으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결과, 문제를 해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잦았다.

업무의 양이 많아서 프로젝트가 느리게 진행된다면야 인력의 추가 투입이 최고의 전략이다. 사실 프로젝트에서 가장 풀기 쉬운 문제는 업무의 양이 많다는 이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더 많은데, 이럴 경우 인력의 추가 투입은 프로젝트의 공전 속도(진행 속도가 아니다)를 더욱 빠르게 할 뿐이다.

유능한 PM이라면 프로젝트가 단순한 업무 수행이 아니라, 매순간 협상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로 인식해야 한다. 공전되는 대개의 프로젝트는 의견의 충돌, 약속의 파기, 협상의 결렬 등 협상과 합의 과정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PM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 멤버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혀 합의를 이끌어내고 약속이 이행되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규모가 2~3명 정도라면 PM의 관리 부하(load)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멤버가 하나씩 늘 때마다 그 load는 빠르게 증가한다. 결코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이해관계자(클라이언트, 멤버 등)의 규모가 2명이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링크'는 1개다. 다시 말해, PM이 협상과 합의를 주재하고 관리해야 할 '관계'가 오직 하나라는 말이다. 3명이 되면 3개의 링크가 형성된다. 4명이면 6개, 5명이면 10개로 늘어난다. 즉 프로젝트에 N명이 관여하면 N(N-1) / 2 개의 링크가 만들어진다. 이를 메칼프의 법칙이라 부른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짙은 파랑색 곡선이 늘어나는 실제 관리 로드(즉 링크의 수)이고, 분홍색 직선은 선형적으로 관리 로드가 늘어나리라고 잘못 기대하는 경우를 나타낸다.


1명의 인력의 추가로 투입되면 PM의 관리 로드(load)는 1단위 만큼 증가하지 않고 급수적으로 증가함을 이 그래프는 보여준다. 고객에게 쉽게 어필되는 인력의 추가 투입 방법이 오히려 프로젝트를 더 망치는 지름길일지도 모름을 깨우치게 한다.

인력이 1명 더 들어오면 그가 프로젝트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 경험적으로 중간에 프로젝트에 들어온 컨설턴트는 지금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일정의 1/3 내지 1/2 정도를 온전히 프로젝트에 적응하는 데 소요한다.

시작된지 3개월된 프로젝트라면 그에게는 1~1.5개월의 시간이 적응에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대로 일할라치면 어느 새 프로젝트 종료일이 다가오고 만다. 인력의 투입이 오히려 '비(非)경제'를 부추긴다.

지지부진한 프로젝트를 개선하려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법보다 합의와 약속 이행에 이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돌멩이를 제거하는 조치가 우선이다. '링크'의 개수를 줄임으로써 꼭 필요한 링크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든 없든, 돌멩이가 고객이든 프로젝트 멤버이든 방법을 찾아야 할 의무가 PM에게 있다. 이래저래 PM은 참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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