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질을 최대한 '계량'하세요.   

2009. 7. 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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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트에서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이 둘은 화학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순차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우수하거나 더 선호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그 포스트 말미에서 언급했던 의문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바로 "정량적 분석이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분석할까?"입니다. 어제 예로 들었던 '판매관리비'는 우리가 셀 수 있는 '돈'이므로 정성적 분석을 통해 성분과 성질만 잘 규명되면 정량적 분석은 비교적 손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분석 대상에 정량적 요소라고는 눈꼽 만큼도 포함되지 않았다면 정성적 분석이야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그것을 정량화해서 분석하느냐가 곤란한 숙제입니다.

예를 들어 분석의 대상이 "팀장의 리더십"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딱 봐도 정량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분석 대상이군요. 정량적 분석이 손쉽게 이뤄지려면 분석 대상 속에 돈(Money), 시간(Time), 개수(Number), 비율(Ratio) 등 셀 수 있는(countable) 요소가 숨어 있어야 합니다. 헌데, '리더십'에서 그런 것들이 유추됩니까? 아마 금방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해도 정량적 분석을 해내야 하는 것이 문제해결사에게 주어진 운명입니다. 자, 이렇게 또다시 미궁에 빠진 문제해결사를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폭발적 사고를 하십시오!


어제의 포스트에서는 약간의 암시만 줬는데요, 정량적 분석의 성공은 정성적 분석이 얼마나 잘 이뤄졌느냐에 달렸습니다. 특히 정성적 분석에서 '성질'이 잘 도출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질이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강의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성질 자체가 정량적 분석의 구체적인 실행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판매관리비'라는 성분 중 하나인 '급여성 지출'의 성질은 다음과 같다고 어제의 포스트에서 언급했습니다.

'급여성 지출' 성분의 성질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증가율 추이 (그냥 추이와는 다름)
- 총 금액이 아닌, 1인당 급여성 지출액의 추이
- 경쟁사 A사와의 Gap 또는 추이
....

보면 알겠지만, 각 성질들은 곧바로 정량적 분석을 행할 수 있도록 정량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질은 정량적 분석의 단계로 넘어가게 만드는 다리라고 말한 겁니다. 추이를 분석하려면 연도별 값을 구해서 그래프로 그린 다음 증감했는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증감했는지 등을 보면 됩니다.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이 원래 계량적인 거라서 성질도 계량적인 것들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강하게 제기된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로서 자격이 충분합니다.

'팀장의 리더십'이라는 분석 대상을 가지고 정성적 분석부터 시작해 봅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먼저 성분을 규명해야겠군요. 정량적 분석도 어렵지만 이 부분도 어렵습니다. '리더십을 이루는 성분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리더십은 본디 한 덩어리 아닌가?'라는 불만을 잠시 잠재우기 바랍니다. 리더십은 쉽게 말해 리더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정신, 역량, 자세나 태도 등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리더십을 발휘할 대상은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입니다. 그러므로 리더십은 "구성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정신, 역량, 자세나 태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성분을 리더십의 정의와 똑같이 바람직한 정신과 역량, 그리고 자세나 태도라고 말해도 무방하지만 너무나 뭉뚱그려져서 성질을 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이 정의에서 '바람직하다'라는 키워드에 주목합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리더십인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바람직하다는 말은 사회나 조직 혹은 시대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상(像)'을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직원들의 성과를 잘 관리해서 고성과를 창충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탈하게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아니다. 내부관리보다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할 줄 알아야 한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리더가 아니다' 등 리더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여러 요구사항들 중에서 조직(회사)의 비전과 산업환경에 걸맞는 것들을 뽑아내 잘 그룹핑하면 리더십의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조직마다 상이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리더십의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분을 좀더 세분하여 '세부 성분'을 규명하기도 하는데, 이 글은 리더십을 파헤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멈추겠습니다.

'리더십'의 성분
1) 변화 주도
2) 인재 육성
3) 성과 관리
4) 비전 제시

성분이 만들어졌으니 각 성분의 성질을 규명할 차례이군요. '성과 관리'라는 성분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지요. 성과 관리의 성질이 뭘까요?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힌트가 될지 모르겠네요. '성질이란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라는 말이 힌트입니다. 즉, 정량적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질은 계량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과 관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성질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어떤 지표가 '성과 관리'의 성질이 돼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예시를 준비했습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아하, 이런 게 성질이군'이라고 금세 알 겁니다. 

'성과 관리'란 성분의 성질
- 목표와 성과 간의 Gap
- 면담의 빈도(또는 시간)
- 면담의 충실도
- 피드백 리포트의 충실도
- 구성원의 만족도
......

중요도, 만족도, 실행수준, 달성도, 효과, 시급성 등이 비계량적인 성분으로부터 나오는 성질의 유형들입니다. 성분으로부터 성질을 끌어내는 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나 룰은 없습니다. 일종의 예술(art)이지요. 최선의 방법은 성질들을 측정하기만(즉 정량적 분석을 하기만) 하면 팀장이 성과 관리를 잘하느니 못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지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보완해 나가는 겁니다. 다시 말해, 성질들을 모두 합하면 '성과 관리'를 대표하는 값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성질을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지면서 고쳐 나가야 합니다. 성질은 계량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위의 예에서 '목표와 성과 간의 Gap'이나 '면담의 빈도'와 같은 성질은 그 자체가 계량적이므로 쉽게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지만, '면담의 충실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 성질을 위의 '성질 목록'에 올려 두려면 그것을 어떻게 계량화할 것인지가 결정된 이후여야 합니다. 면담의 충실도를 계량화할 방도가 불가능하다면 비록 '성과 관리'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 해도 눈물을 머금고 삭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눈물을 머금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면담의 충실도'와 같이 비계량적인 지표도 계량화할 방법이 거의 항상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평점척도법(rating scale)'이란 마술을 사용하면 됩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이미 여러분이 이곳저곳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국정 지지도 설문 결과가 발표되거나 회사에서 고객만족도를 공개하는데요, 이것들이 척도법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지하느냐?' 혹은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의 대답을 하도록 만듭니다. 결과가 집계되면 '매우 그렇다'를 5점으로, '그렇다'를 4점으로 간주해서 하나의 숫자로 결정화시킵니다. 이것이 평점척도법입니다. '면담의 충실도'도 평점척도법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정량적 분석의 단계에서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한 다음 '매우 충실하다'를 5점으로, '보통'을 3점으로 변환하면 계량화된 결과를 얻습니다. 이 결과를 음미해서 의미를 추출하면 정량적 분석이 완료되는 겁니다.

정성적 분석부터 시작해 정량적 분석의 끝까지 그 흐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정성적 분석] 분석 대상 → 성분 규명→ 성질 규명 → 측정법 없으면 back, 있으면 go → 

[정량적 분석] 데이터 수집 → 분석 → 시각화 → 의미 추출

'다 아는 내용인데 왜 이리 상세하게 설명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런 불만을 제기한다면 여러분은 노련한 문제해결사임이 틀림 없습니다. 이 글은 배테랑 문제해결사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문제해결의 세계로 떠밀려 오거나 자발적으로 입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초 중의 기초를 몰라서 성분과 성질을 혼동하거나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고 한숨만 푹푹 쉬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팀장의 리더십"은 정량화가 불가능한 분석 대상이니까 보고서는 오로지 정성적인 내용(즉 장황한 서술)로만 채워야 옳다고 감을 잡는 문제해결사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한마디로 "정량화(혹은 계량화)하기 힘들다 생각되는 성질도 최대한 계량적인 지표로 만들어서 정량적 분석을 끝까지 완료하라"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목적은 좋은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있는데, 그러려면 먼저 의뢰인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나온 정량화된 결과는 시각화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니까 정말 심각하네'와 같은 반응을 유발하여 조직과 개인의 변화를 발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Blah Blah...' 빡빡하게 글로만 적힌 보고서는 설득을 애초부터 단절시키는, 문제해결의 '죄악'입니다. 이 점을 항상 머리에 새겨두기 바랍니다.

오늘의 글 역시 좀 길어졌군요. 문제해결을 위해 오늘도 정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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