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원인, 어떻게 찾아야 할까?   

2009. 9. 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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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문제의 원인에는 눈에 보이는 원인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근본원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깊숙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연쇄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 하나 이상의 원인들을 확보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중 한 두개는 문제를 야기한 주범일지 모르지만, 다른 것들은 어쩌다가 함께 물려들어온 부차적인 원인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진정한 근본원인'을 찾는 게 문제해결사에게 주어진 숙제인데요, 이를 위해 여러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제안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그는 현상(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완전한 방법이라며 그의 '원인 발견법'을 제시했는데요, 뒤에 언급하겠지만 그의 장담과는 달리 완전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항상 그의 방법이 옳다고(참이라고) 확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밀의 원인 발견법을 소개하는 이유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올바르게 추리함으로써 가설을 용이하게 수립하는 데에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밀의 '원인 발견법'을 적용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이 3가지 가정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1) 동일한 결과를 나타낸다면 동일한 원인 때문이다

(2) 결과가 발생하면 원인이 앞서서 발생했을 것이고, 원인이 발생하면 결과가 발생한다

(3) 두 개 이상의 사례를 서로 비교하여 원인을 발견한다

세번째 가정이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이 말은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을 적어도 두 가지 이상 별도로 분석해서 후보가 되는 원인들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직원들이 나태하다'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다면, A사업부와 B사업부를 '한 묶음'으로 해서 분석할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 분석을 실행하여 별도의 원인 목록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가정은 밀의 원인 발견법을 유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드시 2가지 이상의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는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일치 판단법
이제 밀의 원인 발견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원인들을 알파벳 A,B,C...로 나타내겠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두 개의 사례를 대상으로 각각 분석을 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문제를 야기한 근본원인을 무엇이라고 추정하겠습니까?

첫번째 사례 :  원인 A, C, D, E 발생   →  문제 발생

두번째 사례 :  원인 C, B, F, G 발생   →  문제 발생

두 사업부 모두 C라는 공통적인 원인을 포함하므로 C가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말해, 교집합을 찾는 것이죠. 이를 원인 발견법 중에서 '일치 판단법'이라고 말합니다. 일치 판단법은 두 가지 사례 모두 문제를 발생시킨 상황에 적용됩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예를 들어보죠. 복남이와 길동이가 각각 동일한 시험을 치렀는데 둘 다 '성적 하락'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들은 각각 무엇 때문에 자기 아이의 성적이 떨어졌는지 집요한(?) 탐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원인들을 도출했습니다.

복남이
        1) 시험 전날 과음
        2) 여자친구의 결별 선언
        3) 이 과목에 원래 소실이 없음
        4) 교사의 수업 방식이 따분함
                                       →  성적 하락
길동이
        1) 동아리 활동에 전념
        2) 수업이 재미없음
        3) TV를 늦게까지 봄
        4) 지난 시험을 잘 봐서 방심함
                                       →  성적 하락 

여기서 복남이와 길동이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보다시피,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이 재미없고 따분한 것이 성적이 하락하게 만든 근본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죠. 문제해결사는 이것을 가설로 만들어서 진짜 그런지 아닌지를 실증하여 최종적으로 근본원인임을 확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의 예를 보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나요? 과연 교사의 수업 방식이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사실이 성적을 떨어뜨린 유일한 원인일까요? 길동이가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성적을 하락시킨 원인은 아닐까요? 여자친구가 갑자기 결별을 선언하는 바람에 상심이 컸던 것도 시험을 망친 주범은 아닐까요?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목록에 적힌 원인들을 글자 그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계적으로 비교하지 말고, 원인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꺼낸 다음에 비교해야 합니다. 시험 전날 과음하고 여자친구에게 차인 복남이와,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고 TV를 늦게까지 본 길동이는 모두 '시험공부할 시간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공통적인 사항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적이 하락한 근본원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은 교사의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시험공부할 시간을 내지 않았다는 것, 두 가지입니다. 문제해결사는 이 두 개를 각각 가설로 세워서 증명을 해야 하겠죠.

차이 판단법
밀의 원인 발견법은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일치하는 원인'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개의 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인 도출 결과가 다음과 같다면, 근본원인이 될 만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번째 사례 :  원인 A, C, D, E 발생   →  문제 발생

두번째 사례 :  원인 A, D, E     발생   →  문제 없음

C가 발생할 때만 문제가 발생하므로 C가 근본원인이라 추정되겠지요(추정한다는 말은 아직 가설일 뿐임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원인 발견법을 '차이 판단법'이라고 합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차집합'을 말합니다. 이때 차집합은 문제가 발생한 사례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례를 '빼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십시오. 반대로 빼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차이 판단법은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를 서로 비교할 때 사용합니다.

차이 판단법은 원인을 찾을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이것을 사용할 때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처럼 배가 떨어진 원인을 까마귀로 오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음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제 :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까마귀가 날았다   →  배가 떨어짐
오늘 :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  배가 떨어지지 않음

고로, '까마귀가 날았다'가 배가 떨어진 근본원인?

일치차이 판단법
이 방법은 앞서 설명한 '일치 판단법'과 '차이 판단법'을 동시에 적용한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 사례들이 적어도 3개 이상이 되어야 일치차이 판단법을 쓸 수 있습니다. 다음을 보고 문제의 근본원인을 추정해 보십시오.

첫번째 사례 :  원인   A, C, D, E 발생   →  문제 발생

두번째 사례 :  원인   A, D, E, F  발생   →  문제 발생

세번째 사례 :  원인   B, C, D, E  발생   →  문제 없음

좀 어려운가요? 하나씩 밟아가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첫번째 사례와 두번째 사례는 서로 동일한 상황입니다. 두 사례 모두 문제를 발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일치 판단법을 적용하면 되겠죠. 교집합을 구하면 공통적인 원인인 A, D, E만 남습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세번째 사례와 비교합니다. 세번째 사례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므로 '차이 판단법'을 적용합니다. 위에서 남은 (A, D, E)에서 세번째 사례의 (B, C, D, E) 를 빼면, A만 남습니다. 고로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은 A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상관 판단법
밀의 원인 발견법 중 '상관 판단법'은 좀 특이한 방법입니다. 허나 논리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원인이 나타내는 값이 변할 때 문제의 심각성도 그에 따라 변한다면, 그 원인을 근본원인이라 추정해도 된다는 것이 상관 판단법입니다. 이때는 문제의 심각 수준을 적어도 3단계가 나타나도록 분석 사례를 준비해야 합니다. 

첫번째 사례 :  A1  B1, C3, D3     →  문제 심각 수준 1

두번째 사례 :  A2, B2, C2, D3     →  문제 심각 수준 2

세번째 사례 :  A2, B3, C1, D3     →  문제 심각 수준 3

위의 예에서 알파벳 다음에 적힌 숫자가 '정도'를 나타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1보다 A2가 더 강화된 상태라고 간주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의 근본원인이 될 수 있을까요? 문제의 심각 수준이 높아질 때 동시에 높아지는 원인은 B입니다. 반대로 C의 정도가 줄어들면 문제의 심각 수준이 높아지는군요. 그러므로 B의 강화와 C의 약화가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밀의 원인 발견법이 어디까지나 실증이 아니라 가설을 확보하기 위한 기법이므로, 상관 판단법만으로 B, C를 근본원인이라 확실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B가 늘어난 것과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우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30년 전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이 나빠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저 자동차 대수가 늘었기 때문이니까요. 이런 이치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밀의 원인 발견법 4가지를 알아봤습니다('잉여법'이라는 것도 있는데 아주 자명한 것이라 생략했습니다). 위의 예들처럼 도식을 제시하면 금세 근본원인을 추정할 수 있지만, 문장으로 길게 나열된 원인 목록들을 보면 밀의 원인 발견법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선뜻 생기지 않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원인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간결하게 나타낸 다음 알파벳과 같은 코드를 부여해서 마치 집합의 연산을 하듯이(교집합 혹은 차집합) 밀의 원인 발견법을 적용하면 수월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원인 발견법 중에 하나인 'KT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방법은 밀의 원인 발견법을 좀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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