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먼저인가, 조직이 먼저인가   

2010. 6.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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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을 위해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이와는 달리, 본인이 받는 연봉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혹은 남들에 비해 많다는 이야기는 들을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데요, '내가 남보다 무엇이 못한가'라는 능력의 비교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은 '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합니다. 이것은 진화를 통해 우리 인간의 DNA 속에 깊게 내장된 생존의 본능 때문입니다. 진화적으로 우리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들은 어떨까요?

원숭이들에게 조약돌을 준 다음 오이를 보여주면, 조약돌을 돌려줘야 오이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걸 원숭이들이 금방 눈치챈다고 합니다. 사라 브로스넌(Sarah Brosnan)과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흰목꼬리감는원숭이' 두 마리에게 이런 실험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두 마리 모두에게 조약돌을 건네 받은 대가로 오이를 주었는데요, 그러다가 한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계속 오이를 주면서 불공정한 거래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원숭이에게 있어서 당분이 많은 포도는 오이보다 '비싼' 음식이겠죠. 

오이만 받아 먹던 원숭이는 동료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연봉'으로 보상 받는 것을 화가 나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게임을 중단하고 조약돌뿐만 아니라 평소 좋아하는 먹이인 오이까지 내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인류는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경향은 인류가 수렵채집 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던 시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때문에 직원들의 보상 수준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정성인데요, 내가 남보다 적게 받는지, 혹은 남이 나보다 많이 받는 것인지에 관한 직원들의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해 주는 것이 연봉제 설계의 열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EO와  인사담당자들은 객관적으로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투명하게 평가하려고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다른 직원들의 그것과 구별해 내기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제고시키면 자연히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생각은 바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하지만 조직 관점에서 '좋은' 성과와 개인 관점에서 좋은 성과가 동일해야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개인 관점에서 좋은 능력과 성과라 할지라도 조직 성과와 무관하거나 오히려 조직 성과를 깎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개인보다 조직에 중심을 두는 인사제도가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개미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세일즈맨의 순회문제를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그 문제를 풀려면 수퍼컴퓨터로도 우주의 나이보다 긴 100억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미들은 그걸 아주 근사하게 풀어낸다고 합니다.

개미들이 먹이를 발견하면 그 소식을 둥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알리러 가는데, 개미들은 길을 지날 때마다 페로몬(pheromone)을 분비해서 동료 개미를이 그걸 따라오도록 합니다. 아래에는 먹이까지 이르기 위한 경로가 두 개가 있습니다. 

둥지 --> A 경로 선택 --> 먹이  (총 22만큼의 거리)
둥지 --> B 경로 선택 --> 먹이  (총 12만큼의 거리)

개미들은 초기에 A경로와 B경로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먹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 갈텐데, 그렇게 되면 둥지로 되돌아 갈 때는 B경로를 이용하는 개미의 수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B경로를 이용한 개미들이 먹이에 더 빨리 도착하고, 절약한 시간만큼 많은 숫자의 개미가 그 길을 왕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미가 B경로를 이용하면 자연스레 많은 양의 페로몬이 길 위에 뿌려지게 되겠죠, 그래서, 더욱더 많은 개미들이 그 길을 이용하여 먹이를 운반하게 됩니다. 수퍼컴퓨터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최단경로를 개미들이 발견해 내는 겁니다.

개미 한 마리의 지능은 지능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페로몬을 길 위에 뿌리고 더 많은 페로몬이 묻은 길을 선호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몇 가지 규칙으로 집단이 더 큰 능력을 창출하는 현상을 ‘창발성(Emergence)'이라고 말합니다. 개미가 사람이나 컴퓨터보다 훌륭히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는 그들의 집단 지능이 개미 한 마리의 지능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을 조직보다 우선시하는 제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조직전체의 창발성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조직의 창발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Edward H. Carr)는 "개인의 천재성을 역사의 창조력으로 간주하려는 욕망은 역사의식의 원시적인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의 특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미국식 성과주의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일깨우는 말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과 조직의 창발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성과주의를 정립해야 합니다. 정신 병리학자 윌리엄 콘돈이 인간을 고립된 독립체로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개인이면서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 HiCEO 강의 '경영 속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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