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공정'하게 나누는 방법   

2010. 9.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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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막대 모양의 케잌 앞에 서 있습니다. 이 케잌은 아주 맛있고 두 사람은 매우 배가 고픈 상태입니다. 둘은 반반씩 돈을 내고 이 케잌을 샀기 때문에 공평하게 나눠 먹어야 합니다. 두 사람은 빵칼을 들고서 어떻게 잘라야 둘이 공평하게 나눠 먹을지 고민합니다.

둘 중 한 사람이 "내가 자를게"라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안돼. 네가 똑같이 반으로 자를 거라고 믿을 수 없어. 내가 잘라야 해"라고 반대를 합니다. 서로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빵을 자르는 권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이 케잌은 원형이군요. ^^)


여러분이 이 불쌍한 두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 조언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공평하게 케잌을 나누는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둘 중 한 사람이 케잌을 자른다. 그리고 케잌을 자르지 않은 사람이 두 조각 중 무엇을 먹을지 선택한다"입니다. 이렇게 하면 케잌을 자르는 사람은 최대한 반으로 자르려고 노력하겠죠. 왜냐하면 한쪽을 더 크게 잘라버리면 그것을 상대방이 가져갈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빵칼을 손에 쥐고 있으므로 그렇게 할 충분한 권리가 있습니다. 

케잌 조각을 선택하는 사람은 나눠진 두 조각 중에서 크다고 생각되는 조각을 취할 권리가 있습니다. 케잌은 상대편이 잘랐지만 어떻게 자르든 간에 더 큰 케잌 조각을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가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둘 중 한 사람이 케잌의 중간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이리저리 빵칼을 위치시키면 다른 한 사람이 그걸 보고 있다가 '그래 바로 거기야'라고 소리치는 순간 케잌을 자른다. 그리고 케잌을 자른 사람이 두 조각 중 무엇을 먹을지 선택한다"입니다. 이 방법은 첫번째 방법과 유사합니다. 케잌을 자르라고 '명령'할 권리와 케잌 조각을 선택할 권리를 두 사람이 각각 가졌기 때문에 둘다 만족스러운 방법입니다.

'공정(公正)'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로 공정의 뜻을 정의할 수 있겠지만, 소박한 의미의 공정이란 '한쪽이 권리를 독점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케잌을 자를 권리와 케잌 조각을 선택할 권리를 어느 한편이 모두 소유하지 않고 참여자가 각각 갖는 것, 이것이 최소한의 공정입니다. 위의 첫 번째 방법이 이를 시사합니다.

케잌을 두 조각으로 자른 사람이 "이 조각은 내가 먹고, 저 조각은 네가 먹는 거야"라는 케잌 선택권까지 가지고서 "난 최대한 똑같이 배분했어. 그걸 믿고 넌 받아들여야 해"라고 말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정하다고 봅니까?

소박한 의미의 공정이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케잌을 자르는 두 번째 방법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케잌의 어느 지점을 자를지 합의하지 않은 채 케잌을 자르는 사람이 독단적으로 케잌을 조각 내고 큰 조각을 취한다면 과연 공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혹시 "제3자에게 의뢰하여 케잌을 자르게 하고 두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어느 조각을 먹을지 결정한다"는 세 번째 방법을 제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좋지 않습니다. 제3자가 케잌을 공평하게 자른다는 보장이 있나요? 그는 대충 잘라버리고 도망칠지 모릅니다. 공정은 참여자들이 함께 이뤄나가야 할 과제이지 제3자에게 결정을 위임해도 좋을 가치가 아닙니다. 또한 가위바위보로 케잌을 선택하는 방법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요행과 변칙이 판치는 사회로 전락하는 지름길이겠죠.

권리를 나눠 갖는 것, 사회적 합의를 갖추는 것, 쌍방이 함께 참여하는 것, 변칙과 요행을 철폐하는 것, 이 네 요소가 공정이란 말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공정의 네 가지 필요조건일 겁니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요즘 어느 한쪽이 부르짖는 공정은 과연 함량 100%의 공정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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