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암소'를 쫓아내라   

2011. 1.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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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찰한 어느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그 회사는 부사장 이상만 되면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지급했습니다. 부사장 이상의 임원들에게 운전기사가 모는 차 한 대를 지급하는 게 별것 아닌 듯 하지만, 문제는 그런 부사장들이 회사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60명이 될까 말까한 회사에 부사장 이상의 임원들이 10명이 넘었으니 말입니다. 운전기사의 수도 10명이 넘어서 그들이 사용하는 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회사의 성과가 좋다면야 그러한 호사가 용납되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 회사의 재무 상태는 그저 그런 수준을 넘어서 악화되기 직전이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탓에 순이익은 손익계산서에 나타내기 민망한 수준이었죠.



실무자들이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궁리하던 끝에 운전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의전용' 승용차의 운영 비용이 언급되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그 금액이 작은 조직에서 감당할 만한 비용의 수준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호사스러운 예우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비용 항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자마자 어디선가 "그것은 건드릴 수 없다"라는 반론이 단호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운전기사와 의전 승용차 관련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라고 건의했다가 소위 '높으신 분'들에게 엄청난 꾸지람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머뭇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삭감해야 합니다"라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기에 임원 예우 비용을 삭감하자는 이야기는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결국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비용(예를 들어 소모품비나 여비 등)의 지출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불요불급한 비용을 없애자는 애초의 의지가 뱀 꼬리처럼 초라해지고 말았던 겁니다.

임원 예우 비용과 같이 감히 건드리기 어려운 대상을 '신성한 암소'라고 부릅니다. 인도에서는 길 한 가운데에 드러누운 소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바빠도 자동차나 사람들이 그 소를 건드리지 않고 돌아서가거나 소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고 하죠. 그만큼 인도에서 소는 신성시되는 동물입니다. 특히 암소는 더욱 귀하게 대접받죠.

'신성한 암소'는 조직 내에서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불가침의 영역을 가리킵니다. 누구나 문제인 줄 알면서도 고쳐야 한다고 용기 있게 제안하지 못하는 대상이 여러분의 회사 내에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하리라 짐작됩니다. 위계 때문에, 정리(情理) 때문에, 혹은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어'라고 말하는 오랜 전통 때문에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시되는 그 무엇이 분명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회의 공간은 부족한데 열 명 이상은 족히 들어갈 널찍한 방을 임원 혼자 차지하는, 공간 활용의 비효율이 뻔히 보여도 그걸 지적할 용기를 갖기 어렵겠죠. 제가 만난 어떤 분의 말처럼, 쓰지도 않는 고리짝 같은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느라 죽을 맛이라도 상사가 옛날에 그 시스템을 만들어서 승진했다면 "그 시스템을 폐기하자"고 말하지 못할 겁니다. 상사의 업적을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이죠.

사설 교환기를 생산하는 '미텔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는 재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D 직원들 450명이 모여 3일 동안 강도 높은 워크숍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71페이지에 달하는 '신성한 암소 목록'을 작성하고 그 암소들을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 논의를 진행하며 곧바로 실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스테이크 파티'로 성공적인 워크숍을 자축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경영자와 직원들이 함께 모여 '신성한 암소 몰아내기' 워크숍을 한번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기득권을 내놔야 하는, 꽤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겠죠. 기업이라는 조직의 지향은 개인의 기득권 보호가 아니라 미션이라는 점을 모두가 수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신성한 암소는 인도에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가야할 길에 길게 드러누운 신성한 암소가 있다면 돌아가지 말고 얼른 쫓아버리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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