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길을 택하라   

2011. 2.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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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의 철자가 하나 정도 바뀌어도 여러분은 그것이 어떤 말인지 쉽게 인식합니다. 가령 일부러 어떤 문장 속에 'FOOTBLAL'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써놔도 그것이 'FOOTBALL'이라고 이해할 겁니다. 우리가 단어를 철자 하나하나의 조합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렇다면 'FOOTBALL'의 철자를 뒤죽박죽 섞어서 'LBOFTOAL'이라고 쓰면 어떨까요? 아마 여러분은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겁니다. 철자를 재조합하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그것이 FOOTBALL임을 알아 맞히겠죠.



이렇게 심리학자 S.W. 타일러는 실험참여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서 A그룹에게는 철자 하나만 바꾼 단어들을, B그룹에게는 철자를 마구 뒤섞은 단어들을 여러 개 보여주고 어떤 단어인지 맞히게 했습니다. 당연히 A그룹의 참여자들이 B그룹보다는 빨리 맞혔겠죠.

그런 다음,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들이 푼 단어들이 무엇인지 기억해보라는 질문을 각 그룹의 참여자들에게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A그룹(철자가 하나만 바뀐 단어를 푼)보다 B그룹(철자가 뒤죽박죽인 단어를 푼)의 참여자들이 더 많은 단어들을 기억해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푼 B그룹의 사람들은 뒤죽박죽 섞인 철자를 재조합하여 올바른 단어를 만들기 위해 집중력을 높여야 했겠죠. 타일러는 'LBOFTOAL'로부터 'FOOTBALL'이란 답을 얻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단어가 머리 속에 각인되기 때문에 기억이 오래 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가지 글꼴(폰트)이 있죠. 그 중 어떤 폰트는 멋스럽긴 하지만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하기에는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엽서체', '샘물체'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촌스러울지라도 단정한 글꼴을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이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겠죠.

하지만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자들은 소위 '어렵고 복잡한' 글꼴이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글꼴(예 : Comic Sans Italic, Monotype Corsiva, Haettenschweiler 등)로 된 문장을 읽는 데에 더 많이 집중하기 때문에 기억이 오래가는 효과가 나온 겁니다.

이 두 개의 연구 결과는 '쉽게 배운 지식일수록 쉽게 잊혀진다, 어렵게 배운 지식일수록 오래 기억된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쉬운 부분이나 잘하는 부분만을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어렵고 못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효과적임을 깨닫게 합니다.

저는 '쉬운 내용으로 책을 써야 책이 잘 팔린다'라는 충고를 자주 듣곤 합니다. 사람들이 어려운 내용을 기피하리라는 이유 때문이겠죠.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 범위 내에서 책을 고르는 경향이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쉬운 책들을 여러 권 읽고 공부한다고 해서 실력은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체될 뿐입니다. 쉬운 책은 네비게이션과 같습니다. 목적지를 찾는 데 도움을 주지만 목적지를 스스로 찾는 능력을 키워주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전문성을 향상시키려면 연습에 쏟는 시간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고통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학습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진정한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어렵고 험한 길로 가십시오. 쉽고 평탄한 길을 택한 까닭이 '내가 잘 하고 있구나'란 거짓된 확인을 받기 위해서는 아닐까요? 이는 일종의 자기기만입니다. 자기기만의 껍질을 깨는 계기를 얻는 설 연휴가 되기를 바랍니다. 


(* S.W. Tyler의 철자 연구 : 여기를 클릭)
(* 프린스턴 대학의 글꼴 연구 : 여기를 클릭)
(* 참고 도서 : '베스트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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