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는 우연히 결정된다   

2011. 5.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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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친구와 함께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보기 바랍니다. 이 게임은 동전을 모두 1,000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온 횟수와 뒷면이 나온 횟수 중 무엇이 더 큰가를 가지고 승패를 결정합니다. 여러분은 앞면을 선택하고 친구는 뒷면을 선택했다고 해보죠. 동전을 1,000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온 횟수가 뒷면이 나온 횟수보다 크면 여러분이 이기는 겁니다.

여러분과 친구 중 누가 이길까요? 아마 여러분은 동전을 1,000 번 정도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각각 나올 확률이 50%이니까, 앞면이 대략 500 번 정도 나오리라(뒷면도 500 번 정도) 예상할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친구는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서로 비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전을 1,000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온 횟수(혹은 뒷면이 나온 횟수)가 500 인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대개 500 번보다 조금 크거나 적게 나오는 게 보통이죠. 이를테면 508 대 492,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친구는 이 게임에서 승패가 가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500 대 500,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무니까요. 여기까지는 여러분이 익히 예상하는 바라서 그리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총 1,000번을 모두 던져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지 말고, 동전을 매번 던질 때마다 승자와 패자를 따지기로 게임의 룰을 바꿔볼까요? 다시 말해 동전을 던지고 나서 그동안 앞면이 몇번 나왔는지(그리고 뒷면이 몇번 나왔는지)를 기록해서 '매번 승자와 패자를 새로 결정'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아마 여러분은 앞면을 택한 여러분과 뒷면을 택한 여러분의 친구가 서로 승자와 패자를 골고루 나눠 가지면서 1,000 회까지 갈 거라고 예상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Excel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볼까요?

Excel에서 randbetween() 함수를 사용해서 동전 던지기를 모사해 보겠습니다. 이 함수를 모두 1,000 번 사용한 다음, 앞면이 나온 누적 횟수와 뒷면이 나온 누적 횟수를 계산합니다. 그런 다음, 앞면이 나온 횟수가 더 크면(즉 여러분이 승자이면) 1, 뒷면의 횟수가 더 크면 -1, 두 횟수가 같으면 0 이라고 설정하고 그래프로 나타냅니다.

아래의 그림은 이렇게 해서 나온 그래프 중 하나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가 승자와 패자를 비교적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패턴을 보여 줍니다. 이런 패턴이 전형적인 것 같지만, 시뮬레이션을 계속해 보면 이런 패턴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로 아래의 그래프처럼 초기에는 앞면과 뒷면이 경합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앞면이 앞서는(즉 여러분이 앞서는) 상황이 제법 자주 나타납니다.



반대로 초기에 경합하다가 뒷면이 계속해서 승자가 되는 패턴도 자주 나타납니다(아래 그래프).



더욱 기이한(?) 현상은 앞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승자가 되는 패턴도 가끔 나온다는 것입니다(아래 그래프).



마찬가지로 뒷면(여러분의 친구)이 시종일관 승자인 패턴도 동일한 확률로 나타나죠(아래 그래프).



물론 아래의 그래프처럼 처음에는 앞면이 기선을 제압하다가 나중에 뒷면이 승자가 되는(혹은 그 반대의) 패턴도 나타납니다.




여러분이 Excel을 써서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보면(혹은 수고스럽게 동전 1,000 번 던지기를 수 차례 해보면) 여러 그래프를 보게 될 텐데, 위에서 제시한 패턴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한번 승자이면 계속해서 승자이거나, 한번 패자이면 계속해서 패자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바로 위에 있는 그래프처럼 승자와 패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승자와 패자가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제법 흔하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은 보여줍니다.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동일한 동전 던지기에서조차 이렇게 승자와 패자가 꽤 자주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어떤 사람이 승자가 되고, 또 어떤 사람이 패자가 되는 이유는 초기에 각자가 어떤 초기 조건을 가졌느냐에 따라 우연히 결정되는 것을 아닐까요? 우연하게 처음에 앞면이 많이 나온 덕에 동전을 1,000 번 던지고도 계속해서 승자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누가 승자가 되느냐(혹은 패자가 되느냐)는 개인의 노력도 아주 중요한 결정요소입니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오늘의 패자였던 사람이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우연'은 개인의 노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입니다. 그 사람에게 어떤 환경이 우연하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개인의 노력이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반대로 노력을 좌절시키고 절망케 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연이란 요소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혹은 성공한 기업)의 성공요소를 그 사람이 지닌 역량이나 노력으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본받아 행동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성공에 향한 열망과 희망을 갖는 것이 의미 없음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성공은 어쩌다 처음에 앞면이 많이 나온 '우연'도 크게 작용했음을 고려해야(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패자에 대한 낙인은 승자에 대한 숭상보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데에 우연이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실패한 사람들을 무능력하고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려는 우리의 관성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패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승자가 되지 않는 환경적인 우연이 우리 곁에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승자와 패자는 전적으로 우연히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주 우연하게 결정됩니다. 동의하십니까?

(*참고도서 :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
(*위에서 실행한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보고 싶다면, 아래의 Excel 파일을 다운로드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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