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소설, '다빈치 코드'가 떴던 이유는?
‘사람들이 왜 다빈치 코드와 같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할리우드 영화 식의 스토리 전개에다 깊이가 얕은 기호학 지식을 잘 포장한 것일 뿐인 질 낮은 대중소설이다. 나라도 그런 건 쉽게 쓰겠다.’ 라며 중년의 신사가 거침없는 일갈을 쏟아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인류사와 생물도감 따위의 책들이 놓여져 있던 것으로 보아 아마 그들은 도서출판에 관련해 협의할 사항이 있어서 만난 것 같았다. 중년신사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 고갯짓을 보내며 자신들의 저작이 ‘다빈치 코드’ 따위의 대중소설은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문학적 가치가 월등히 높다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저작 내용을 알 길 없고 문학에도 문외한인 나로서는 과연 그들과 다빈치 코드를 쓴 ‘댄 브라운’ 중에 누가 더 문학적 순수성과 가치에 있어 존숭 받아 마땅한지 알 수 없었다. 아마 그들의 말이 맞을 것이다. 댄 브라운 보다 뛰어난 작가는 과거와 현재에도 있어 왔고 미래에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뿐이지 어딘가에 그들과 같이 세상을 흔들어 놓을 만한 천재가 숨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비평가들이 문학적 수사, 내용의 풍부한 깊이, 작가의 통찰력 등에 있어 다빈치 코드는 100점 만점에 잘 줘봐야 겨우 70점 정도 밖에는 안 된다며 낮은 평가를 내렸을진 몰라도, 어쨋든 독자들은 다빈치 코드에 열광했다. 매년 노벨 문학상 작품들이 발표시기 후에 반짝 베스트 셀러가 됐다가 이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과는 달리 다빈치 코드는 쇄를 거듭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마력과 같은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는 것과 개인이나 기업이 각박한 경쟁 사회에서 이기는 것을 단순하게 비교하기란 무리가 따르는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 자신을 ‘상품’이라고 간주할 때 '다빈치 코드'로부터 뭔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여러분의 고객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관점에서 말이다.
경쟁의 키워드는 차별화이다. 기술적 우수함은 그 다음이다. 경쟁 우위는 무조건 다른 사람이나 기업과 다른 '물'에서 놀고자 하는 데에서 나온다.
15.3센티짜리 볼펜을 만드는 회사를 가정해 보자. 매년 감소하고 있는 그 회사의 볼펜 매출을 혁신적으로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잉크나 볼펜 깍지의 품질을 뛰어난 수준으로 개선하면 될까? 그러나 설령 개선한다고 해도 고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제품의 우수함만을 좇는 것은 바로 이것과 같다. 품질은 분명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고객에게 차별적인 ‘그 어떤 것’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품질의 우위란 자기만족의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고객들은 자기만족에 빠진 개인과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 ‘노벨 문학상’을 타야 1등이 되지는 않는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어야 하고 그 점이 고객을 움직일 수 있을 때 1등이 된다. 장담컨대, 다빈치 코드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책이 가지고 있는 긴박한 서스펜스, 독자를 몰입케 하는 스토리라인, 극적인 반전, 적절히 현학적인 기호학 지식 등의 차별화된 강점이 다빈치 코드를 1등으로 만든 힘이었다.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로봇청소기 ‘룸바’의 개발사인 아이로봇(iRobot)사의 콜린 앵클 CEO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제성이 없거나 실용적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소니의 ‘아이보’나 혼다의 ‘아시모’ 등 세계인의 찬사를 자아 낸 로봇들은 기술적 우위를 선전하기 위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술성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이 글 서두의 중년신사가 베스트셀러를 쓰고 싶다면 이 점을 알아야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문학적 순수성을 지키겠다고 고집한다면 응당 뜨거운 박수와 존경의 찬사를 보낼 일이다. 그의 분야가 문학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자신이 보유한 기술적 우수함과 고결함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며 비장한 모습을 보인다면 행운을 기원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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