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전문용어를 섞어 가며 AI나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은 최신 기술이나 산업 트렌드를 이야기한다고 해보세요. '이 사람은 정말 이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혹은 '뜻은 모르지만 전문용어를 줄줄이 읊는 걸 보니 똑똑한 모양이야'라는 생각이 들까요? 혹시나 여러분은 이 사람으로부터 시대를 앞서가는 세련된 자, 지적 수준이 높은 자라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용어의 사용은 능력이나 지적 능력의 지표가 아닙니다. 자흐 브라운(Zach Brown) 등의 연구자들은 9가지의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습니다. A라는 대학원생은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기업가)과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불안한 상태에 놓이자 A는 PT에서 더 많은 전문용어를 내뱉었다고 해요. 반면에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학부생과 경쟁한다고 할 때는 전문용어를 덜 썼다고 하고요.
브라운은 '전문용어 사용은 자신감이나 능력, 지적 수준이 아니라 불안감의 표시'라고 말합니다. 불안감을 전문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감추려고 하는 것이죠. 만약 여러분이 면접관이 되어 직원을 선발한다면, 적어도 전문용어를 줄줄이 외는 지원자에게 혹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저 그 지원자는 컨트롤하기 힘든 불안함에 빠져 있을 뿐이니까요. 똑똑한 사람은 아닐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미 아시겠지만, 진짜로 능력 있는 사람은 일상용어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줄 압니다. 이런 의미로 오늘을 '전문용어 덜 쓰기의 날'로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논문]
Brown, Z. C., Anicich, E. M., & Galinsky, A. D. (2020). Compensatory conspicuous communication: Low status increases jargon us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61, 27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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