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패치를 붙이겠습니까, 그냥 참겠습니까?
혹시 여러분은 소위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까? 담배를 피운다든지, 아침에 늦잠을 잔다든지, 약속 시간에 항상 조금씩 늦는다든지 등의 나쁜 습관을 줄이려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본 적이 있습니까?
금연을 예로 들어보죠. 담배를 끊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서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됩니다. 니코틴 패치를 팔에 붙이는 약물 요법부터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벌금을 낸다든지 등의 방법까지 각양각색의 조치를 취하죠. 금연에 실패하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반대되는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거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오늘부터 담배를 끊겠어!'라고 선언한 후에 온전히 자기 의지만으로 1~2개월 만에 담배와 결별하기도 합니다. 약물이나 벌칙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그저 물을 많이 마시거나 껌을 씹는 정도로 흡연의 욕구를 견뎌냄으로써 말입니다.
금연 패치에 의존한 사람과 의지력을 발휘한 사람, 이렇게 두 사람이 모두 금연에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여러분은 둘 중 누구에게 더 좋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까? 누구의 금연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요? 아마도 여러분 중 대부분은 의지력만으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겁니다. 금연 패치보다 의지력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어떤 이는 "니코틴 패치로 금연했으면서 뭘!"이라 말하면서 약물을 사용한 이의 금연을 평가절하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두 방법 중에 어떤 것이 더 성공 확률이 높을까요? 금연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 분은 알겠지만, 아무래도 니코틴 패치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연을 성공시킵니다. 의지력이 아무리 높은 사람일지라도 니코틴 중독을 이겨내기란 생리적으로 어려우니까요.
오늘 일기에서 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챘는지요? 사람들은 나쁜 습관을 없애려고 약물이나 벌칙과 같은 외적 강제 수단을 동원할 때보다 의지력을 발휘할 때를 '더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동일한데도 말입니다.
의지력을 '높게 쳐주기'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일할 때 SNS를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나쁜 습관을 없앨 때 차단앱과 같은 강제 수단을 사용하려 하기보다 '일할 때는 절대 SNS에 눈길을 주지 않겠어!'라고 다짐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의지력을 과대평가하는 걸까요? 차단앱을 설치하는 게 나쁜 습관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인데도 말입니다.
'나쁜 습관 버리기'라는 결과에 얻었다면 의지력이 얼마나 발휘됐나를 가지고 결과의 질이나 그 사람의 인성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결과를 얻으려고 동원한 방법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외적 강제 수단을 동원해서 얻어낸 결과도 동일하게 존중해야 합니다.
의지력에 환상을 갖지 마세요. 니코틴 패치, 차단앱 등의 외적 강제 수단을 사용한 사람들도 어찌보면 엄청난 의지력의 소유자입니다. 중간에 제거하지 않고 계속 견뎌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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