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한 노인이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집 안에서만 은거하며 지낸 노인은 행색이 남루했고 어딘가 모르게 기이한 면모를 풍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 사는 10살 짜리 철 모르는 꼬마들은 그런 노인을 놀려대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은 방과후 집으로 가는 길에 노인의 집 앞에서 노인의 이상한 면모에 대해 비웃곤 했습니다. 어느 날 오후, 노인은 밖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못생기고 바보 같은 대머리라고 크게 조롱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노인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는 여느 날처럼 자신을 놀려대는 아이들을 앞마당에서 만났습니다. 노인은 "내일 너희들 중 누구나 여기에 와서 지금처럼 무례한 소리를 질러대면 각자에게 1달러씩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이 제안을 들은 아이들은 다음날에 노인의 집 앞을 찾아와 흥에 겨워 욕설을 마구 질러댔습니다.
노인은 그 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꾹 참고 아이들 모두에게 1달러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이 와서 욕설을 퍼부으면 각자에게 25센트씩을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25센트라는 돈이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한 아이들은 그 다음날에도 노인의 집 앞에 와서 욕지거리를 해댔습니다. 노인은 군말하지 않고 약속대로 25센트를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너희들에게 1센트 줄 테니 내일도 와서 이렇게 해라."라고 말했습니다. "1센트라고?"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노인에게 "됐어요!"라고 말하고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아이들은 노인의 집앞에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노인을 욕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죠.
노인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거워서(?) 하던 행위에 돈으로 보상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을 놀려대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사라지게 만들고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대체했습니다. 돈에 의해 유지되던 외적 동기는 노인이 1센트라는 푼돈을 주겠다고 말하자 이내 사라져 버렸고 아이들은 더 이상 노인을 욕하는 행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노인의 이야기는 어떤 일에 대한 보상이 사람들의 내적 동기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보상이 줄거나 없어지면 흥미가 떨어져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말이 안 되는 속담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살펴보니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운 아이의 미운 짓에 보상을 하면 그 미운 짓을 할 내적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뜻 아닐까요?
"A를 하면 B를 주겠다"라고 말하는 방식의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A보다는 B에 집중해 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일 잘 하면 돈을 주겠다"라는 보상 방식은 직원들에게 일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주는 꼴입니다. 또한 오로지 돈이라는 외적 동기에 의해 일의 즐거움을 확인 받도록 직원들을 조건화합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조성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외면한 채 외적 동기를 강화하는 쉽고 빠른 대증요법을 가함으로써 직원들을 내적 동기가 사라진 '외적 동기의 노예'로 만들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상기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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