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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엔 책 한 권, 왼손엔 똑딱이 하나 든 채 늦은 오후의 공원을 산책했다.
짧아진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직 덜 익은 단풍잎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나무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조금은 쌀쌀한 저녁 바람이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은 마치
도도했던 여자가 여전히 도도하고 가는 팔을 뻗어 내 어깨를 휘감는 듯 소슬했다.
(사진 : 유정식)
책 한 권을 다 읽을 무렵,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밝은 자판기 불빛에 의지해 책의 나머지를 마저 읽고 나서 눈을 들었다.
(사진 : 유정식)
일요일 저녁에 공원에 나와 본 사람은 안다.
이 시간이 공원의 가장 쓸쓸한 시간임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귀가를 멍히 바라보며
공원은 쓸쓸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겠지.
나는 그제서야 공원 여기저기를 걸었다.
오래 앉은 탓에 다리는 조금 휘청거렸다.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억새가 잔잔히 춤추고 있었다.
일요일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사진 :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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