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됐지만 작년 9월에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공병호가 토론을 했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환경주의자(이런 호칭이 적당할지 모르지만)와 신자유주의자가 맞붙어 논쟁을 벌인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사진출처:네이버
그러나 공병호는 토론 후에 자신의 특기인 펜으로 앙갚음을 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내가 만난 문국현'이라는 칼럼을 내고는 지난 번 토론에서 진것이 분했던지, '반기업적 인사'라고 문국현을 공격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 답지 않게 아주 부드러운 문체로 문국현의 사상이 반기업적이고 좌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논하면 공병호의 눈에는 모두 좌파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토론에서는 문국현의 생각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는 학생 같은 태도를 보이다가, 뒤에서 문국현을 까는 행위는 좀 비겁하다. 치사하다. 그것도 장문의 칼럼으로, 동어반복에, 어설픈 신자유주의 이론을 덧대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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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공병호는 걱정하지 말라고 여유를 보인다. 그의 책 '인생경제학'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혹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하지만, 가격 상승은 대체재 등장이나 공급량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원유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메이저 정유사를 중심으로 그동안 채산성 문제 때문에 고려하지 않던 유정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중략)…경제학적으로 고갈이라는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원유 채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유정을 개발해도 채산성이 맞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에만 천착한 경제학 박사의 어이 없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월간조선 10월호에는 공병호의 기고문 이외에 흥미로운 것이 하나 더 있다. 모 교수가 '지구온난화는 재앙이 아니다. 오래된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실렸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온난화를 가져온다는 가설은 틀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난 과학자가 아니라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사람의 주장을 논박할 능력은 없다. 심증적으로 그 주장에 반대하는 마음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이아'가 자체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이제 곧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제임스 러브록(가이아 이론의 주창자)의 경고를 외면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가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물론 중요한 문제이다.) '환경 보호'를 외치면 자동적으로 反시장, 反기업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좌파로 몰아 붙이고, 반대로 신자유주의를 외치면 反환경론자로 낙인 찍어 버리는, Automatical Dichotomy(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다.
좌파가 환경론을 무기로 삼고 우파를 공격하는 이유는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우파(신자유주의자 포함)가 환경론자들을 좌파로 모는 이유도 역시 알 것 같다. 사상적 이해, 권력의 이해, 금전의 이해 등등, 그것은 각자의 이해(利害) 때문이다. 제발 그러지 말자. 환경은 이데올로기의 총포와 갑옷 따위가 아니다. 우리는 생태계를 지배하는 종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아야 할 일원이다.
기업이 환경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이문을 남기는 방법, 그 이득을 환경의 자정능력 회복에 사용하는 방법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한다고 생각되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환경을 둘러싼 공병호식 이데올로기의 거미줄을 걷어내고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함께 할, 창백한 푸른 지구를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어설픈 제3의 길이슈?"라면서 나를 몰아세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관 없지만, 이데올로기 이야기라면 사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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