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이 빅펌(big firm)과 싸워 이기는 방법
(여러 업종의 1인 기업이 있겠지만, 이 글은 1인 기업 컨설팅업을 대상으로 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1인 기업을 경영할 때 가능한 한 경쟁입찰에는 참여하지 말고 수의계약 형태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그 이유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빅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 쌓아 온 관계를 고려해서 섣불리 제안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향후의 사업 전개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고객이라 판단되거나, 상대적으로 경쟁우위가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조금만 어필하면 딸 수 있다고 확신될 경우 등이 그러하다.
1인 기업은 빅펌과의 싸움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일단 빅펌과 경쟁하기로 했다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지만, 내가 경험으로 얻은 방법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물론 one-size-fits-all 방법은 아니다.)
빅펌은 1인기업에 비해 서비스와 인력구성이 다양하다.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1인기업 컨설턴트는 빅펌에 비해 규모면이나 실적면에서 약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빅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공략하고 1인기업의 강점을 강조함으로써 빅펌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처럼 말이다.
빅펌이 빅펌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은 무엇일까? 빅펌들은 보통 여러 가지가 함께 포함된 ‘넓은 범위’로 제안을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승진제도가 문제가 있어 컨설팅을 의뢰했다면, 빅펌들은 승진제도뿐만 아니라 평가제도도 함께 손 봐야 한다는 제안을 해온다.
또한, 빅펌은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서 프로젝트 매니저 이외에 품질관리책임자(Quality Assurance)를 관여시키고, 해당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느리고 있는 임원(보통 파트너라고 함)도 프로젝트 오너라고 해서 프로젝트에 포함시키곤 한다.
그리고 빅펌은 1명의 컨설턴트가 1년간 반드시 몇 시간 정도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기준(이를 Utilization 이라고 함)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명을 프로젝트에 끼워 넣어야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명을 끼워 넣다 보면 프로젝트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외국계 컨설팅펌의 경우, 매출액의 50% 정도를 본사에 송금해야 한다. 여기에다 각종 관리비용을 더하면 외국계 컨설팅펌이 제안하는 수수료 중 약 70% 정도가 오버헤드 비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수수료는 30%에 불과하다. 1억 원짜리 프로젝트라면 7천만 원은 고객 입장에서 보면 꽤나 아까운 돈이다.
특별히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제안할 때 빅펌의 오버헤드 비용이 과다함을 은연 중에 나타내라. 그리고 본인이 제시한 수수료는 거품과 기름기를 쫙 뺀 ‘순수한’ 프로젝트 비용임을 강조하라.
빅펌들은 특이하면서 깊은 수준을 요하는 의뢰건에 대해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그들은 범용적인 과제, 그래서 여러 기업에 거의 비슷한 솔루션을 제시해도 될 만한 과제에는 아주 능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특수한 부분의 해결책을 요구하더라도 어떻게든 범용화된 서비스의 ‘언어’로 이해하려고 한다. 승진 적체 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달라고 하면, 생뚱맞게도 승진제도의 개선을 방안으로 내놓는 식이다.
나도 예전에 빅펌에 근무했던 사람이지만, 현재 빅펌에 근무하고 있는 컨설턴트의 역량에 대해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개중에 뛰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고객의 편에 서서 매번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단지 범용화된 방법론에 따라가는, 심하게 말하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급조된 컨설턴트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컨설턴트가 고객보다도 역량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 것이다.
1인기업 컨설턴트는 특수한 분야에 능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다. 따라서 고객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어필한다면, 콧대 높고 오만한 빅펌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빅펌들은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그 건이 과연 이익이 되는 일인지, 투입할 인력은 있는지, 제안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다른 고객이 의뢰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초기에 고객과 접촉하는 것이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1인기업 컨설턴트는 속도와 즉답성(Responsiveness)을 최대로 높여 그들을 공략해야 한다. 빅펌이 고객과 접촉하기 전에 신속히 고객에게 접근하여 본인이 가진 강점에 관해 강한 인상을 남겨줘야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이 궁금해 하는 해결방안은 어떤 그림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하라. 또는, 능력을 의심하는 고객에게는 검증해보라는 차원에서 예전고객과 만남을 가지거나 전화 통화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빅펌의 약점을 공략하고 1인기업의 강점을 어필했다고 해도, 어떤 고객은 프로젝트 자체의 품질보다는 프로젝트 결과의 ‘공신력’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결과야 어떻든 큰 회사가 했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만일 고객이 이렇게 나온다면, 빅펌과 계약하시라고 쿨하게 말하고 그냥 발을 빼라. 괜히 그들의 생각을 고쳐 보겠다고 하지 마라. 힘만 빼고 상처만 받는다. 이런 고객은 일찌감치 ‘해고하고’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이 마음 편하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빅펌의 약점을 충분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강조하여 말할 필요는 없다. 빅펌이 오버헤드가 커서 수수료에 거품이 많다는 사실, 범용 서비스는 능숙하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사실, 그리고 의사결정이 느려 즉각 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대다수의 고객들은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컨설팅을 받아 온 학습의 결과이다. 그래서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마케팅은 이런 고객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따라서, 빅펌의 약점을 직접적으로 강조하지는 말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빅펌의 약점을 은연 중 고객에게 주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라. 빅펌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인기업 컨설턴트 본인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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