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으면' 누구나 등을 돌립니다   

2024. 7.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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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기업의 CEO는 불쑥 “내가 걔네들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고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설비 마련과 기술 사용 등으로 큰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그는 사업 초기부터 자신과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동종업체보다 많은 보너스를 지급했고 타사에는 없는 여러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직원들도 자기네들이 동종업체 직원들보다 보상이 크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위기가 닥쳤습니다.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인상으로 인해 제품 판매가로 제조원가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졌죠. 회사는 자구책으로 비용절감에 들어갔고 가욋돈 같은 보너스도 줄여야 했습니다. 

CEO는 전체 회의를 통해 회사의 자금 사정을 알렸고 성과급 축소, 기본급 동결, 일부 복리후생 프로그램 중단 등 고통 분담을 호소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이 자기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CEO는 한달 후쯤 그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몇 직원들이 앞장서 노조를 결정해서 사측의 부당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게 아닙니까! CEO는 엄청난 배신감에 사로잡혔다고 하더군요.

노조 결정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경영자에게 불만을 표출하지 말하는 뜻도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말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푸려면' 그것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때를 충분히 상정하고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돈이 들어가는 제도일 때는 더욱 그래야 하죠.

 



‘줬다 뺏기’처럼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요? 돈이든 물건이든 아니면 권리든 누군가에게 한번 주어지고 나면 ‘내것’이라는 소유권이 즉각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비록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로 그것을 줬다고 하더라도 혹은 ‘나에게 굳이 이걸 왜 주지?’라는 의아함이 든다 하더라도 그가 다시 나를 찾아와서 그걸 돌려 달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싹 나빠지는 법입니다. 

돌려 달라는 이유가 머리로는 충분히 납득이 된다 하더라도 속으로는 ‘줬다 뺐는 게 어딨어?’라는 감정이 불쑥 올라와서 표정관리가 어려워지죠. 그리고 ‘이 사람과 다시는 교류하지 말아야겠어.’ 혹은 ‘이 사람을 조심해야겠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라는 다짐을 뇌리에 각인시킵니다.

<킹 메이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주인공 ‘김운범’에게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있습니다. 서창대는 한 가지 꼼수를 고안해 냅니다. 경쟁 후보가 표를 얻을 목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설탕이나 밀가루 등의 물품을 살포하는 것을 목격한 그는 며칠 후에 각 가정을 돌며 그때 줬던 물품을 되돌려 달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입니다. "잘못된 주소로 배달된 것 같습니다!" 경쟁 후보의 이름과 정당명이 적힌 옷을 입고서 말이죠.

주민들은 “줬다 빼앗는 게 어딨냐!”며 분노하고 삿대질하며 경쟁 후보를 욕합니다. 이게 바로 서창대가 의도했던 바죠. 김운범은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겨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원칙을 강조하지만 서창대는 그 반대였습니다. 연거푸 낙선했던 김운범은 서창대가 구사한 '줬다 뺏기' 전략에 힘입어 갈구하던 금뱃지를 달 수 있었죠.

개인들을 상대하든 조직을 운영하든 잘 나간다고 해서 마구 퍼주는 '기분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언젠가 줬던 걸 달라고 해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죠. 백 번 잘해 줘도 ‘한 번 줬다 뺏으면’ 상대는 바로 돌아섭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게 인지상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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