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에 둘러싸여 산다는 공포   

2024. 10. 11. 08:00
반응형

 

언젠가 제 방을 둘러보니 무선 장치가 꽤나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 뿐만 아니라, 휴대용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모두 무선입니다. 무엇보다 와이파이부터 제대로 무선이니까요! 찬찬히 세어보니 무선으로 동작되는 기기 수가 15개 이상이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많아진 거지?' 

이렇게 무선 기기들에 둘러싸인 환경에 살다가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 펄스) 폭탄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순식간에 모든 블루투스 기기는 먹통이 되고 말 겁니다. 물론 유선 전자기기도 EMP 폭탄에 상당수가 무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접점’이 있으니 선만 있으면 뭔가 시도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블루투스 장치들은 물리적 접점 자체가 없기에 수리나 개조가 유선 기기보다 쉽지 않져.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정확합니다.

줄(wire)이 없기에 시각적으로 깔끔한 이점과 선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얻는 대신, 우리는 시스템 붕괴의 취약도를 높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 효율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만약 무선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되고 일상화된다면 좀더 취약한 시스템 조건 하에 놓이겠죠. EMP 폭탄 한 방으로 하루아침에 석기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몇 년 전, KT 서대문 지사의 화재사고로 연희동을 비롯한 일대 지역의 통신이 마비된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물론이고 집전화까지 먹통이 된, 그 몇 시간 동안의 ‘블랙 아웃’으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공포심마저 경험했습니다. TV를 틀어봤지만 인터넷 기반의 IPTV였기에 무용지물이었고, 1970년대에 생산된 아날로그 라디오가 ‘일방향’이나마 내게 세상 소식을 들려주는 유일한 도구였죠. 치밀하게 연결된 사회가 얼마나 취약하고 얼마나 위험한지, 저는 그때 절실하게 경험했습니다.

고도의 네트워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는 운전을 하다가도 체감할 수 있어요. 얼마전에 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 앞에 정차했습니다. 초록 신호등이 켜지고 엑셀레이터를 밟는 순간, 오른쪽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횡단보도에 들어서는 게 아닙니까? 저는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한 청년이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떼지 않은 채 저 멀리에서 ‘주변시’로 언뜻 보았을 초록 신호등만 믿고(그리고 본인 발걸음이 그렇게 느릴지 인식하지 못하고) 길을 건너려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 청년은 내 쪽을 슬쩍 보더니 다시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린 채 아무렇지 않은 듯 길을 건넜습니다. 이미 보행 신호등이 빨갛게 변한지 오래였는데 말이죠. 다행히 반대 차선의 자동차가 청년을 인지해서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대표적 무선 기기잖습니까! 활동 반경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무선의 강점. 그 강점을 누리는 데 따른 ‘비용’은 막대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무선에 둘러싸인 지금이 무척 공포스러워지는군요.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회의 전에 자료를 배포하지 마세요   

2024. 10. 10. 08:00
반응형

 

여러분의 회사에서 진행하는 회의는 얼마나 효율적입니까? 짐작컨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한데요, 제 컨설팅 경험상 '회의 시간이 과도하다'라고 불만을 토로한 직원들을 매번 만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조직은 여러 조치를 취하는데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회의 전에 자료를 배포하여 참석자들 필히 그 자료를 읽고 들어오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회의실에 들어와 그제서야 허겁지겁 자료를 훑어보면 그만큼 소중한 회의 시간을 까먹게 될 뿐만 아니라 아젠다와 관련하여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이유일 겁니다. 언뜻 보면 좋은 방법 같지만, 저는 이것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참석자들이 회의 시간 전에 아젠다와 관련 자료를 숙지하고 읽는 시간은 어디에서 뚝 떨어지는 공짜 시간이 아닙니다. 그걸 읽느라 자기가 맡은 업무를 옆으로 제쳐 놔야 하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일하지 않는 시간’이 되죠. 겉으로 보이는 회의 시간 자체는 줄어들더라도 어디에선가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돼야 합니다. 그러니 회의 시간이 줄어들었다고(즉 효율이 좋아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듯,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죠.

게다가 회의 주최자가 마음대로 참석자를 지정해 놓고서 ‘회의 참석 전에 자료를 숙지하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참석자 입장에서 볼 때는 ‘내 업무와 내 재량에 대한 침범’일 수 있습니다. 

 



제가 그간 회의를 주최해 본 경험을 떠올려 봐도 자료를 다 숙지하고 회의실에 입실한, 정말로 ‘고마운’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자료를 브리핑하는 것으로 매번 회의를 시작하곤 했죠.

회의 전에 자료를 읽고 들어 올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면, 회의실에 들어오고 나서 자료를 읽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것은 아마존이 채택하는 회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의 회의는 침묵으로 시작된다. 참석자들은 발표자로부터 ‘6페이지로 된 내러티브(narrative) 문서’를 받아 그때부터 읽습니다. 발표자가 앞에 나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브리핑하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죠. 

‘문서 읽기 시간’으로 부여된 20분 동안 회의실엔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나는, 약간은 괴이하기까지 한 적막이 이어진다고 해요. 참석자들은 꼼꼼히 문서를 읽으며 궁금한 것을 표시하고 메모합니다. 20분이 지나가면, 그때부터 열띤 토론이 벌어지죠. 참석자들은 발표자(문서 작성자)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발표자는 쏟아지는 질문을 ‘디펜스’하거나 아이디어를 수용합니다. 아마존의 숱한 히트 상품들은 이런 회의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의 주최자는 회의 전에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회의가 열리기 2~3일 전에는 보내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마세요. 참석자들은 “자료 숙지하고 회의에 들어오라고 요구하려면 자료를 일찍 보내줘야 하지 않겠소?”라고 핑계를 대겠지만, 장담컨대 대부분은 아무리 자료를 일찍 보내준들 읽지 않습니다! 

미리 보내줄 시간에 자료(혹은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게 각자의 생산성 측면에서 현명합니다. 그리고 아마존이 그리 하듯이, 회의 시작과 함께 참석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고 그들이 직접 자료를 꼼꼼히 읽게 만드세요. 어때요? 한번 시도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가능하다면 빚을 빨리 갚고 싶습니까?   

2024. 10. 8. 08:00
반응형

 

여러분 가정의 '빚'은 얼마입니까? 아마도 이 질문에 "우리집은 빚이 없다"라고 대답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몇 천만원 혹은 몇 억원 정도는 기본으로 깔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고, '마이너스대출' 류의 신용대출은 '필수 대출상품'으로 사용 중인 분들도 꽤 많을 겁니다. 

금액이 어느 정도이든 어떤 이유로 대출을 했든 간에 여러분은 그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고 싶을 겁니다. 20년 간 분할 상환하기로 대출 계약을 맺었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지는 시기가 되면 가능한 한 목돈을 넣어서 매달 나가는 원리금을 줄이려 할 겁니다. '20년이 아니라 10년 내에는 빚을 갚겠다'는 식의 목표를 세웠을 테니까요. 

하지만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런 다짐은 '비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대출을 갚는 데 넣는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 대출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대출 상환액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대출 갚기를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출을 먼저 갚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죠.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더 선호할까요?

(1) 바로 돈을 받되 100을 받는다.
(2) 3개월 기다렸다가 101을 받는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연 이자율 4%에 해당하는 (2)번을 선택해야겠지만, 80%가 넘는 사람들이 (1)번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받아야 할 빚을 빨리 정산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겠죠.

이번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판단해 보세요. 다음 두 옵션 중에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1) 바로 돈을 갚되 101을 납입한다.
(2) 3개월 기다렸다가 100을 납입한다.

아마 이번에는 (1)번을 택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3개월만 기다리면 102가 아니라 100만 납입해도 되는데 빚을 없애고 싶다는 열망이 훨씬 크기 때문에 1을 기꺼이 더 내려고 합니다. "1 정도는 더 내도 돼. 빚 부담에서 깔끔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말야."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그만큼 빚 갚기라는 '완료되지 않은 목표'는 커다란 정신적 부담을 안기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빚을 갚는 게 유리함에도 빚을 빨리 갚으려는 까닭은 어쩌면 목표를 빨리 달성하려는 욕구 때문일지 모릅니다. '내가 빚 갚기라는 목표를 드디어 완료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려는 심리적 욕구가 '내가 경제적으로 빚을 갚아왔구나'라는 합리성을 앞서는 것이죠.

이해하기 쉽도록 빚 갚기를 소재로 글을 썼는데요, 빚 갚기는 '없애거나 줄여야 하는 목표'를 대표합니다. 이런 식의 목표가 그저 '완료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빨리 완수하려는 오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목표를 완수하는 데 올-인하는 것보다 그 힘을 다른 것에 쏟으면 삶 전체로 볼 때 지금보다 더 플러스이지 않을까, 한번 성찰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는 욕구가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Roberts, A. R., Imas, A., & Fishbach, A. (2023). Can’t wait to pay: The desire for goal closure increases impatience for co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그래도 직원들에게 결정을 위임하고 싶다면?   

2024. 10. 7. 08:00
반응형

 

지난 번에 보내드린 360호 '직원들은 '위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란 글에서 상사가 직원들의 동기를 높이려고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면 직원들로부터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지고 같이 일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나중에 책임을 뒤집어 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래도 모든 의사결정권을 리더 혼자만 독차지해서도 곤란합니다. 직원들이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무르겠습니까? 그들을 미래의 리더로 성장시키려면 의사결정을 연습하는 훈련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위임받는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욕을 얻어 먹는 한 예행연습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여러 의사결정 사안 중에서 어떤 것을 직원에게 위임해야 할까?"

오늘은 이 질문에 답해 보겠습니다.

 


첫째, 해당 사안에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한 직원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여러 사안들 중에는 특정 직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되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혹은 그 직원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직원을 불러서 "자네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니 이 사안을 결정해 보게."라고 위임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그 직원이 해당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그가 '인사 담당'이라는 직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에게 "새해부터 직원들 대상의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할까 하는데 자네가 그걸 주도해 주게."라고 해서는 곤란하죠. 수년간 복리후생 프로그램 설계를 '구체적'으로 경험한 자에게만 이런 위임에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의사결정의 파급효과가 해당 직원의 책임 범위에서 끝나는 것만 위임해야 합니다. 이 말은 의사결정의 결과가 잘못됐을 때 그 파급효과가 그 결정을 내린 직원 내에서 끝나거나 적어도 그 직원이 혼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위임해도 좋다는 뜻입니다. 잘못될 경우에 본인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여야만 직원들은 상사의 의사결정 위임을 (그래도) 기꺼이 수용하지 않겠습니까? 

의사결정의 파급효과가 팀을 벗어나 전사로 확대될 수 있다든지, 제법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든지, 여러 사람들이 뒷수습에 동원돼야 한다든지 등이 기준이겠죠. 하지만 이보다 우선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입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될 경우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사안이라면 해당 직원이 그 일에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지에 상관없이 의사결정을 위임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고객과 관련된 사안에는 무조건 상사 본인만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셋째, 부정적 사안보다 긍정적 사안의 의사결정권을 위임해야 합니다. "어떤 직원을 내보내야 할지 자네가 책임지고 결정하게."라는 부정적 사안보다는 "어떤 직원을 이번에 포상 대상자에 올릴지 자네가 후보를 결정하게."라는 긍정적 사안을 위임 받을 때 직원들은 부담을 덜 가지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에게 불이익이 되는 결정은 상사 본인이 책임져야 하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에게 위임하는 게 좋습니다. '손에 피를 묻히는' 결정은 절대 위임하지 마세요. 만약 이 경고를 무시하고 그대로 위임을 강행한다면 직원들에게서 불공정한 리더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절대 억울해 하지 마세요.

넷째, 해당 직원의 승진이나 역할 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면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머지 않아 리더로 성장한 인재라면 지금보다 확대된 역할을 먼저 경험케 하는 것이 좋은 트레이닝 방법입니다. 또한 그 직원도 상사가 자신에게 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기대하기도 하죠. 의사결정권을 위임받는 것을 일종의 보상이라 여기기도 하고요.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의사결정권 위임을 기꺼이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위의 4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위임이어야 직원들은 해당 위임이 자기 성장의 기회라 인식할 겁니다. 이런 기준없이 "권한을 내려주면 직원들은 좋아하겠지? 난 그냥 그그 결과만 잘 받아보면 돼."라고 기대하는 리더가 있다면 무지하고 무능하며 무도하다는 평가를 웃으며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직원들은 '위임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2024. 10. 4. 08:00
반응형

 

우리는 보통 '의사결정 권한을 직원들에게 적극 위임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어떤 사안에 상사가 결정을 내리기보다 그 일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자네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게. 나는 자네들이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네."라고 말하며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면 자기통제권을 획득한 직원들이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수행하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의사결정권을 위임받아 일을 수행한 직원들은 실제 현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기회를 얻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식의 조언이 여러 리더십 책이 등장하는데요, 정말 그럴까요?직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쌍방에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연구자는 181명의 직원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했습니다. 과거에 상사가 자신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한 경우'가 있는지, 아니면 '의사결정에 조언을 요청한 경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런 질문을 던졌죠.

"나중에 그 상사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의향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의사결정을 위임 받았다'고 회상한 직원들이 상사를 도와줄 마음이 적다고 답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신을 믿고 의사결정을 맡긴 상사와는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니요? 연구자는 비슷한 실험을 몇 번 더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겨준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보기도 했죠. 관계를 끊고 싶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자네를 믿으니까 자네가 결정하게. 난 그 결정을 따르겠네."라는 말은 직원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명될 경우에 자신에게 쏟아질 온갖 비난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자네 결정이 틀렸다고 해도 나는 자네를 탓하지 않겠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가 책임지겠네."라고 말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기 그지없으니 나중에 딴소리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의사결정권한은 상사의 것입니다. 본인이 가진 권한을 직원에게 위임한다고 해서 바로 좋아할 직원들은 별로 없다고 예상해야 합니다. 직원들은 무언가 속셈이 있다고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결정 못하겠으니까 혹은 하기가 귀찮고 성가시니까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가뜩이나 할일도 많은데 말이죠. 직원들은 상사를 보며 속으로 '그런 것도 의사결정하지 못하다니, 능력이 없는 상사구만'이라고 평가할지 모릅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죠. 

결정은 상사가 해야 합니다. 인심을 쓰듯, 본인의 의사결정권한을 위임하지 마세요. 대신, 의사결정에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기꺼이 상사를 도울 겁니다. 위임이 직원들의 일할 동기를 높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님을 알아두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Blunden, H., & Steffel, M. (2023). The downside of decision delegation: When transferring decision responsibility incurs interpersonal cost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6, 104251.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