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할 때는 무조건 만나야 합니다   

2024.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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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반드시 생기죠. 아주 비일비재하게 말입니다. 아무리 혼자서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남에게 신세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자일지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늘 발생하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타인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할까?’, ‘요청을 거절 받을 가능성을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가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거절의 확률을 낮추고 수락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면’으로 부탁하라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대면으로 부탁하기보다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부탁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요? 

연구자들은 대면, 화상 통화, 음성 통화, 영상 메시지, 음성 메시지로 5명의 친구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도록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면 부탁이 다른 채널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수락율이 가장 높았던 것이죠.

 



그런데 실험 참가자들은 화상 통화와 영상 메시지가 대면 부탁 만큼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대면 부탁의 효과를 과소평가했다는 뜻이죠. 대면 요청이 화상 통화나 영상 메시지보다 더 좋은 부탁 수단임을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 실험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그렇다면 부탁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이메일이란 채널은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연구자가 이 의문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참가자들은 5명 중에 3명은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5명 정도만 오케이했습니다. 생각보다 수락율이 굉장히 낮죠. 이메일로 무언가를 부탁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러려니 해야 합니다. 

직접 만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부탁하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거니와 설득의 기본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화상통화도 좋고 영상 메시지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대면해야 한다. 특히 어렵고 복잡하며 상대방의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 요청일 때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이메일 '띡' 보내 놓고 아무런 답신이 없다고 투덜댄다면 그것은 본인 잘못입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죠? 

(덧붙이는 글)
하나의 팁을 더 드린다면, 중요한 사안의 경우 대면을 하거나 전화로 부탁을 하기 전에 요청할 내용을 간단하게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보내 놓는 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입니다. 상대방이 준비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밑도끝도없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들이대면' 안 되겠죠.

*참고논문
Roghanizad, M. M., & Bohns, V. K. (2021). Should I Ask Over Zoom, Phone, Email, or In-Person? Communication Channel and Predicted Versus Actual Complianc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21106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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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 해결'은 가성비가 좋아요   

2024. 4.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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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마리너 1호(Mariner 1)라는 우주선이 있었는데요, 이 우주선은 해와 달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금성을 연구할 목적으로 1962년 무렵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만든 마리너 1호는 발사되자마자 경로를 이탈했고 그게 지구 표면에 떨어질 경우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NASA 관제센터는 어쩔 수 없이 '자동 폭파'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 순간 1,850만 달러가 공중 분해되고 말았습니다(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죠).

당연히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는 위원회가 꾸려졌고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반지름(radius)을 뜻하는 R이라는 기호 위에 '막대기 표시'를 누락한 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었습니다. R 위에 막대기 기호를 표시하면 '평균 반지름(average radius)'이라는 뜻인데, 막대기 표시가 없는 R값이 마리너 1호의 컴퓨터에 입력되는 바람에 궤도 이탈이 발생했던 겁니다. 이것은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문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던 1776년,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독일 용병으로 구성된 적을 공격하려고 델라웨어 강을 건너 부대를 진격시켰습니다. 이 모습을 관찰한 어느 농부가 독일군에게 쪽지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미국 군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독일군 지휘관이었던 요한 랄(Johann Rall)은 왠일인지 그 쪽지를 읽지 않았고, 영어를 잘 아는 부하에게 번역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미군이 온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죠. 결국 워싱턴의 기습을 받은 독일군은 패배하고 말았고 랄은 전사했습니다. 죽은 랄의 호주머니에서 농부가 전달한 메모가 펼쳐지지 않은 채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랄의 작은 실수, 아니 무시는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어이없이 패배하고만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비행기가 원래 가려던 항로에서 0.1도 벗어나면 도착할 시간이 될 쯤에는 원래 목적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처음의 사소한 오차가 누적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비효과'가 발생해 엄청난 문제가 벌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죠. 헌데 이 말은 큰 문제가 되기 전에 해결하면 아주 적은 노력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 옆에서 까불거리는 사소한 문제 하나를 해결해 보세요. 사소한 문제는 물건 정리일 수도, 수치 확인일 수도, 헐렁거리는 문고리를 조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올지 모를 커다란 문제를 막아만 준다면 사소한 문제 해결은 정말로 '가성비 높은' 방법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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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말할 것을 5분으로 줄이세요   

2024. 4.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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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 쉽게 말해 '혼을 낼 때' 몇 분 정도 이야기하시나요? 1시간 정도, 아니면 3~4분 정도로 짧게? 이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너무 오래 말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까 봐 가능하면 짧게 끝내는 편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상대방이 나의 말을 지루해 하거나 짜증내 할 것을 감안하여 말하고 싶은 시간보다 빨리 대화를 끝낸다고 여길 텐데요, 사실 상대방은 그보다 더 빨리 이야기를 끝내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빨리 끝내야겠다고 해서 10분만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방은 속으로 '왜 이렇게 말이 길어?'라고 불만을 가진다는 것이죠.

어느 연구자가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252명의 참가자들을 둘씩 짝지은 다음, 각자가 원하는 만큼 대화를 나누도록 했어요. 연구자는 대화를 마친 참가자들에게 "딱 적절한 시간에 대화를 끝냈다고 보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실제 대화 시간의 50% 정도면 족하다는 통계가 나왔어요. 예를 들어 20분 동안 실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10분만 이야기해도 충분했을 거라고 참가자들이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불편한 대화가 오가는 시간은 50%만 해도 충분하다는 점, 그보다 넘어가면 '주로 들어야 하는 입장'의 사람에게는 반감과 고통을 준다는 점입니다. 스스로를 잘 통제해서 가능한 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게 화자와 청자 모두에게 좋은 대화입니다.

그러면 상대방에서 '싫은 소리'를 해야 할 시간이 과도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언가 시간을 제한할 장치를 자연스럽게 설정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공원 한바퀴 돌며 이야기하자."라고 말이죠. 공원 한바퀴 도는 데 드는 시간으로 대화를 제한하면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 있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요, 상대방은 그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겁니다.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미리 마련한 다음에 상대를 만나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떤 말을 꺼내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핵심을 전달하고, 이유의 근거를 어떻게 제시하고, 앞으로 원하는 바를 어떻게 말할지 등을 '시나리오'로 짜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게 만들 수 있죠.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는데요, "나이와 상관없이 10분 말할 것을 5분으로 줄여라"는 말도 기억해 두면 좋겠네요. 그저 말을 적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말을 경제적으로, 효과적으로 하라는 뜻임을 여러분은 아시겠죠? 

*참고논문
Mastroianni, A. M., Gilbert, D. T., Cooney, G., & Wilson, T. D. (2021). Do conversations end when people want them to?.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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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란 단어를 생각하지 마세요   

2024. 4.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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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페이스북에 '생각'이란 말을 가능한 한 쓰지 말라는 짧은 글을 아래와 같이 올린 적이 있습니다.

'생각하다'라는 표현을 되도록 쓰지 마라. 그 생각이 그리움인지 짐작인지 예측인지 상상인지 판단인지 등을 명확하게 표현하라. 생각이란 말로 뭉뚱그리면 문장이 재미없고 모호하다.

제가 왜 가능한 한 이 단어를 쓰지 말라고 권고했을까요? '생각하다'라는 단어가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이르는, 너무나 광범위한 뜻을 담은 단어입니다.

"나는 그녀를 생각했다."라는 문장을 보세요. 여기서 '생각'은 무슨 뜻일까요? 이 문장만 보고 정확한 의미를 유추할 수 있습니까? 그립다는 의미의 생각일까요, 아니면 그저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그녀의 실체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봤다는 뜻의 생각일까요? 

 



"나는 그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란 문장을 볼까요? 여기서 '생각'은 어떤 뜻입니까? 판단한다는 뜻인지, 옳다고 짐작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를 믿는다는 뜻인지 모호합니다. 물론 앞뒤 문맥이나 정황으로 '생각'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지만, 독자와 청자가 '생각'의 취지를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오해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생각하다'란 말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대충 뽑아봐도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 더 많이 있을 겁니다.)

- 그리워하다
- (과거를) 회상하다
- 상상하다
- 떠올리다
- 판단하다
- 결정하다


- 예측하다
- 구별(구분)하다
- 믿다
- 바라다
- 알아차리다
- 기대하다


- 기억하다
- 간주하다
- 짐작하다(추측하다)
- 유추하다
- 가정하다
- 지지하다


- 각인하다
- 공감하다
- 발상하다
- 눈치채다
- 깨닫다
....


여러분은 일상 대화나 문장에서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퉁쳐서' 사용하지 않나요? 순식간에 일어나는 대화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글을 쓸 때는 '생각하다'란 단어 대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맞는 단어를 써 보세요. 아마 여러분이 그동안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다'란 단어 하나에 때려넣었는지 놀랄 겁니다.

겉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 모든 인지 활동을 '생각'이란 단어로 뭉뚱그리지 마세요. 이것 하나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보다 가독성 높은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글을 쓸 때만큼은 생각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마세요. 즐겁게 한 주를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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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스물 한 권의 책을 번역하고 보니   

2024. 4.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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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지금까지 제 이름이 달린 책을 몇 권이나 냈는지 세어 봤습니다. 31권이나 되더군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말할 수 있는 수죠. 그 중 저서는 11권이고 나머지는 모두 번역서입니다. 이걸 보면 경영 작가가 아니라 경영서 번역가라는 직함이 저에게 더 적합해 보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번역서를 꾸준히 출간하는 저를 보며 혹자는 “영어를 얼마나 잘 하시길래 그렇게 번역을 많이 하세요?”라고 묻곤 합니다. 고백하자면, 제 영어 실력은 보잘것없습니다. 유창한 수준은커녕 일반인들처럼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죠. 즉독즉해 수준은커녕 문장이 좀 길어지면 앞뒤를 오고가며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알아내느라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적절한 단어와 우리말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머리칼을 쥐어뜯을 때도 있죠.

그래도 제가 번역을 잘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조금은’ 자부하는 이유는 영어보다는 ‘국어 작문’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전에 컨설팅을 병행하느라 바빠서 미국에서 유학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자에게 번역 초고를 맡겨 본 적이 있는데, 대체 어떤 단어를 그렇게 번역했는지 몰라서 매번 원문과 대조해야 했습니다. 그에게 배경지식이 없어서인지 전문용어인데도 일상어로 번역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죠(예를 들어 성과(performance)를 ‘연기’라고 번역했죠). 결국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처음부터 다시 번역해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번역을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글에서 번역 스킬을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이미 많은 책들이 나와 있죠) 번역을 잘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만 조언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번역을 3단계로 나눠 진행합니다. 1단계에서 저는 영어 문장을 가능한 한 직역 수준으로 번역합니다. 우리말이라기엔 조금 어색하더라도 그대로 번역함으로써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 초고를 완료하는 데 힘을 집중하죠. 1단계가 끝나면 약 3~7일 정도 번역 작업을 잊어 버리고 휴식을 취합니다.

2단계부터는 어색한 영어식 표현을 자연스러운 우리말처럼 바꾸기 시작합니다. 흔히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말하는데, 바로 이 단계가 창작에 가까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저자의 문장을 완전히 해체한 다음 ‘나라면 이 의미를 어떤 문장으로 쓸까?’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문장을 써내려 가죠. 물론 원래의 의미를 온전히 보전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이렇게 해야 독자들이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처럼 원활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의 성패는 번역가의 ‘국어 실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단계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처음부터 읽어 가면서 ‘아, 이 부분은 독자가 좀 헷갈려 하겠는데?’ 혹은 ‘이 부분을 좀더 보강해 설명해야 좋을 것 같은데?’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흔히 ‘옮긴이 주’라고 표기하는 부분들이 이 단계에서 추가되곤 합니다. 저에겐 익숙한 용어라 해도 독자들은 해당 용어를 모를 수도 있고, 미국의 상황이라 미국인들은 추가 설명 없이도 이해하겠지만 국내 독자들은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가 사례나 일화로 소개되면, 그게 어떤 드라마인지 짧게 설명을 넣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이렇게 추가 정보를 삽입하고 전체적인 ‘퇴고’ 과정을 거침으로써 번역의 최종 원고가 완성됩니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 중 하나가 사진작가인 반면, 가장 만족도가 낮은 직업은 모델이라고 합니다. 사진작가는 모델을 피사체로 대상화하고 모델은 사진작가의 주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 자기 의지를 발현하기는커녕 차단 당하기 때문이죠. 비유하자면, 번역가는 모델과 비슷합니다. 번역의 미덕은 저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저자의 주제, 문장, 논리 구조, 사례와 본인의 생각이 달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가 그냥 쓰고 말지, 다시는 번역 안 할래!”라고 혼자서 소리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만큼 번역은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한 페이지라도 번역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 같네요. 그러니 영어 좀 한다 해서 번역을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되죠. 번역서가 저서보다 세 배나 되는 저의 출간물 리스트를 보다가 번역 이야기 좀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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