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돌아서 온다   

2008. 3. 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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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돌아서 온다



손을 뻗어 바람을 잡았다
바람 뒤에 숨어서
봄이 돌아서 온다


겨우 살아 있는 것들이
얼은 땅 떠밀어
낮은 숨결 틔우듯
접은 날개 펴며
하늘 한번 우러르듯


힘겨운 시간 내다 풀고
섬 너머로 해 올리듯
아이가 섬 사이로 헤엄쳐 오듯
봄이 그렇게 온다


가난한 폐를 열고 
숲이 일어서고
산 것들이 우렁우렁 떠든다


너의 그늘을 흔들고
물가로
언덕 아래로
싱긋 바람이 고인다


나의 지금과 너의 어제 너머로
봄은 돌아서 
가만 돌아서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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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요즘 신입사원들   

2008. 3. 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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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모 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이 있었다. 나는 강사로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에 걸친, 긴 강의를 맡았다. 주제는 '전략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난 무척 지쳐 버렸다. 그렇게 힘든 강의는 정말 오랫만이었다. 강의 시간이 긴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10시간 내내 떠든 적도 있으니 6시간 정도면 준수한 편이니까...

문제는 강의를 듣는 피교육생들의 태도였다. 나는 나 혼자 떠드는 강의는 지양한다. 질문을 던지고 받고 하는 교육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수동적이고 '조용한' 학동들을 만나고 말았다! 대중을 향해 질문을 던지면 썰렁할 정도로 조용했다. 고개를 숙이거나 딴청이었다. 그래서 내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몇 번 있었다.

'짜증나는 사람들이로군.'이란 생각을 속으로 삼키면서 이번엔 직접 한 사람씩 지명해서 질문을 던졌다. 허나 그들은 창피한 듯 웃기만 하고 아무 말 없다. 내가 잡아 먹기라도 하는지 눈을 아래로 깔았다. 내가 던진 질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거늘 왜 대답을 안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진 : 유정식)


어이가 없었던 건, 그들 중 2명이 아예 강의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아예 엎드린 채 일어날 줄 몰랐다. 내 강의가 지루해서 깜박 조는 건 뭐라 안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부터 자기로 맘 먹었다는 건 괘씸한 일이다. 군기가 바짝 들어 있어도 모자랄 신입사원들이다! 옆 사람에게 눈치를 줘서 깨워도 1분을 못 견디고 머리가 책상으로 곤두박질이다.
구제불능을 2명이나 뽑았다니, 그 회사의 채용 실력, 알아 줄 만하다.

그리고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3분의 2 정도가 내 강의 교재를 들여다 보지 않고 다른 교재를 펼쳐 놓고 뭔가를 공부하더라는 것이었다. 진행요원에게 따져 물었다. "지금 애들이 도대체 뭐하는 거요?"  대답인 즉, 내 강의가 끝나고 나서 시험을 본단다. 아니, 무슨 시험을?

"내 강의는 시험 대상이 아닌데, 왜?"라고 물으니, 다른 사람들이 한 교육 내용에 대해 종합평가가 있단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쓰라는 둥, CEO의 금년도 경영방침이 뭔지 쓰라는 둥의 시험을 친다고 하니, 내 강의 따윈 안중에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런 내용으로 시험을 보는 회사도 문제고 그걸 다른 강의 시간에 공부하는 사람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내 강의가 비록 명강의는 아니지만 신입사원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라 자부한다. 내가 신입사원 때 누가 보고서 작성법 같이 진짜 필요한 교육을 시켜주기나 했었나? 내 강의가 뜬구름 잡는 식의 미사여구로 한껏 치장한 CEO의 경영방침을 외우는 것보다 못한가?

이 회사는 내가 2004년부터 주욱 강의를 해 왔다. 그래서 좀 아는데, 이번 신입사원들은 정말 이전 기수보다 특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듯하다. 나날이 학력수준이 높은 신입사원들을 뽑아 왔다는데, 왜 그럴까? 무척 궁금하다.

신입사원들의 '무지막지하게' 수동적인 태도와 회사의 요상한 평가관행에 조금 우울해지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열을 올리느라 쉬어 버린 내 목구멍에 쓴 커피를 부으며 심심한 위로를 했다.

(예전에 올렸던 글... 외압(?)에 의해 내렸다가 다시 올립니다. 읽으셨던 분들은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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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나요?   

2008. 2. 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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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기능을 가진 카메라(DSLR)이 나왔다. 광고를 볼 때마다 그 물건을 갖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다. 소위 '지름신'이 강림하신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 카메라를 갖게 되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멋질거야, 그걸 들고 있는 내모습을 보며 주위 사람들은 얼마나 부러워 할까'... 우리는 이렇게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그리고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택배 아저씨가 벨을 누를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빨리 포장을 뜯고 싶은 마음에 손까지 떨릴 것 같다. 포장을 걷어내고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육중하게 느껴지는 그립감에 또 우리는 얼마나 행복감에 젖는가?

그러나 실제로 물건을 받고 나서 느껴지는 행복감은 우리가 상상 속에서 느꼈던 행복감에 미치지 못한다. 기분 좋기는 하지만, 상상처럼 뛸 듯이 기쁘지는 않다. 조금 심드렁하기까지 하다. 막상 사용해 보니 다른 물건들과 다들 바 없다.

처음에 흠집이라도 날까 애지중지하다가 어느새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결국 무엇을 가짐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하고 금방 휘발돼 버린다. 비단 물건만 그러할까?

"브론스키는 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해온 일(안나 카레니나를 얻은 일)이 이루어졌지만 완전한 행복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이룬 뒤 곧바로 얻는 것이 거대한 산 같은 행복이 아니라 조그만 모래 알갱이만한 행복이었음을 깨달았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

물건 뿐만 아니다. 욕망의 대상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자리(post)이든, 행복은 욕망을 성취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행복 ≠ 욕망의 달성'이다. 행복의 지름길은 오늘의 욕심을 줄이는 데에 있다.

행복 =  1   /  욕심

욕심이 많으면, 즉 많은 걸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빠진다면, 행복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든다. 반대로 욕심을 줄이면, 줄인 만큼 행복으로 돌아온다. 멋진 차를 상상하면 즐겁지만, 멋진 차를 살 수 없는 현실에 부딪치면 우리는 불행을 느낀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멋진 차에 대한 욕심을 줄이거나 버리면 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기쁘고 즐겁고 재미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걸까? 행복은 욕심을 조금씩 덜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불행하지 않은 상태'다. 행복은 욕심을 줄이면 찾아오는 '마음의 평온함' 그 자체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서 전해 오는 말 중에 이런 경구가 있다.
"There are 2 ways to be Rich. Make More or Desire Less"
행복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들 수 있다. 마음 속에 가득한 욕심을 한 스푼씩 덜어내면 되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 네이버 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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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8. 2. 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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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2008.2)에는 12권의 책을 읽었다. 지난 달에는 10권. 그래서 총 22권을 읽었다. 탄력 받으면 책 읽는 것도 빨라지는 것 같다. 서음(書淫)에 빠지지 않을까, 엄살을 부려 본다.^^

추천할 만한 책은, 닥터스 씽킹, 알을 낳는 개, 그룹 지니어스, 죽음의 수용소에서, 호모 파베르의 불행한 진화, 직관의 두 얼굴.......나머지 책은 So So..


악인

 

추리소설이 아니다. 뭐랄까? 베스트셀러극장 같은 느낌

라이벌

 

내 라이벌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어디서 내게 칼을 겨누고 있을까?

닥터스 씽킹

 

사람은 실수하는 동물. 의사도 사람이니 조심하자.

알을 낳는 개

 

학자들의 교묘한 속임수에 속지 말자

가스등 이펙트

 

난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내 식대로 살자.

그룹 지니어스

 

1명의 천재가 십만명을 먹여 살린다굽쇼? 거짓말!

죽음의 수용소에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삶의 의미를 잃지 말자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시간은 희소자원이 아니고 우리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폭군들

 

가장 약한 인간들이 폭군이 되는 건 아닐까?

일의 발견

 

일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호모 파베르의
불행한 진화

 

실수를 보복해봤자 개선은 없다.

직관의 두 얼굴

 

직관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답은 배움의 깊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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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nes는 과연 User Friendly한가?   

2008. 2. 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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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에 곡을 옮기려면 iTune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야 한다. 어제 와이프가 쓸 노트북을 하나 샀는데, 노래를 iPod로 옮기기 위해 iTunes를 깔았다.

와이프는 참 난감해 했다. 노래를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나 역시 iTunes는 생소해서 모든 메뉴를 다 훑어 봐도 뭐가 뭔지 몰랐다.

일반적으로 노래를 옮기는 프로그램은 PC의 파일 목록과 iPod가 가지고 있는 파일 목록이 양쪽에 나와서 Drag & Drop으로 옮길 수 있도록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 동안 헤매다가 '동기화'라는 메뉴가 노래를 옮기고 받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메뉴를 누르자마자 iPod에 원래부터 있던 노래들이 싹 사라져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니,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또 한참 후에야 PC의 My Music폴더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동기화해 버리면 iPod에 있는 곡이 지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맙소사!

내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니 내 탓이긴 하다. 허나 좀 지나고 나니 부아가 치밀었다. 내 잘못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즉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애플의 잘못이다. 사용법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건 아마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 같이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웬만한 어플리케이션 사용법을 비교적 금방 배우는 사람도 헷갈리는데, 만일 내 와이프처럼(일반 사용자를 대표하는)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혼돈스럽고 황망할까?

단언컨데, iTunes는 휴먼 팩터(Human Factor)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진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로 '악명의 전당'에 오를 만하다. 메뉴얼을 숙독하고 훈련 받아야 겨우 사용할 수 있도록 물건을 만들었다면, 그건 사용자의 입장에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명차라고 불리는 BMW에는 iDrive라는 장치가 있다. 이 놈 역시 사용자의 능력은 안중에 없는 물건이다. 사용하려면 수많은 조작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만들어야 '뭔가 있어 보인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개발자의 오만이다. 휴먼 팩터 없이 만들어진 물건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실수를 유발하고 그 때문에 자칫 엄청난 사고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원인도 따지고 들어가면 사용법이 복잡한 계기판 때문이었다.

iTunes가 와이프가 오랜 기간 어렵게 모은 MP3를 다 날려 버리고 말았다. 와이프는 자신이 조작했어도 날렸을 거라면서 나를 위로하지만, 매우 유감인 건 어쩔 수 없다.

* 휴먼 팩터 = 인간을 기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인간에 맞추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인간의 조건들을 의미함. 예를 들어, 인간이 한번에 7개 정도의 정보만 인지할 수 있다는 것도 휴먼 팩터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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