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영어의 전성시대'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 정부'라는 요상한 별칭을 내던지고 차라리 '영어지상주의 정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떠한가?
세계화, 그것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국제적 흐름이라는(난 이에 동의하지 않지만) 주장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영어에 올인하는 교육정책은 분명 심도 깊게 검토해야 할 대상이다. 교육도 하나의 시장이라면 신자유주의자들이 늘 해오는 논리대로 시장의 순리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왜 국가가 나서서 전인교육의 철학을 저버리고 영어라는 하나의 스킬에 몰입하려 하는가?
지난 글(펜대만 굴리는 학자들, 과기부를 폐지하다.)에서 말했듯이, 21세기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이다. 정보사회도, 지식사회도 과학기술의 기반이 없다면 성립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채택된 테마를 한번 보라. 과학기술 없이 이룰 수 있는 게 과연 몇 개나 되는가? 동력의 중심에는 언제나 과학과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홀대 받고 있는 수학과 과학 시간을 더 늘려도 모자를 판에 영어시간을 2배로 편성한다는 것은 신성장 동력 자체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 생각해 보라. 영어 못하는 일본이 경제대국이 된 배경은 노벨상을 다수 배출할 만큼 뛰어난 과학력(力)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만 잘 하는 인력보다, 실력 있는 과학 기술 인재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영어 시간의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과학교육의 확대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한다. 그게 어렵다면, 실험도 없이 이론으로 달달 외는 현재의 절름발이 과학교육을 선진국의 그것처럼 내실화할 방안을 추진하라. 개인적으로 나는 제대로 된 실험 하나 해보지도 않고 공대로 진학했다. 참 우스운 일이지만, 더 우스운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명박어천가를 부르며 영어 몰입 교육에 동참하는 태도는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기관으로서 매우 근시안적인 처사이다. 재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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