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2008. 2. 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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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월25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다. 호불호를 떠나 대통령 취임을 축하해줘야 하는 날에 소금을 뿌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한마디 하련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개념을 처음 내보였던 애덤 스미스가 그의 저서인 "도덕 감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만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계획에 스스로 도취되어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못 참는다. 공공의 이익보다도 자신의 계획을 한치의 오차 없이 완벽히 실행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는 손으로 체스 판 위의 말을 옮기는 것만큼 국민들을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상상한다."

내가 애덤 스미스의 말을 꺼내드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부디 오만한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욕을 먹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와 실패는 정치적 역량보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당선인에게서도 국민을 바라보는 오만한 시선이 느껴진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

취임하기 전 영어몰입 교육, 대운하 사업 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그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것이나 수년간 연구를 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도 차차 바뀔 것이다"라면서 그의 특기대로 '밀어불일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실행을 전제로 공청회를 하겠다는 시도는 오만함의 끝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 취임을 축하한다. 허나 이 시점에서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정치적 이상은 현실보다 우선할 수 없다. 부디 오만한 시선을 걷어내길 바라며, 국민의 공복으로 일하겠다는 당선 소감의 말이 상투적인 허언이 되지 않기를 빈다.

오만은 편견을 낳고, 편견은 대립을 심화시키며, 대립은 억압으로 변질된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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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또 시작이다!   

2008. 2. 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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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경영 이론이 너무나 많아서 컨설턴트인 나조차도 무슨 이론이 업계를 떠돌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너무나 많은 탓인지, 경영 이론들은 서로 모순되는 경우도 많다.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다르게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론이 있다. 기업문화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일치되고 통합된 하나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경영자들은 수많은 경영 이론들이 자기모순에 빠져 '떠들어 대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무척 헷갈린다. 귀가 얇은, 그래서 나름의 경영철학이 없는 경영자는 유행에 휩쓸리기 쉽다. 언제는 속도를 강조하더니만, 이제는 내실을 기하라며 소리친다.

동시에 여러 개의 경영혁신 프로그램들로 직원들을 괴롭히며 경영자가 줏대 없이 여러 경영 이론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때, 직원들은 이렇게 외친다. "엎드려! 또 시작이다! (Bend over! Here it comes again =  BOHICA)

'권한위임(Empowerment)'이 조직성과 향상의 마술지팡이로 취급 받는 모양인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성과 향상의 전부가 아님에도 컨설턴트들은 녹음기처럼 이 말을 떠들고 다닌다.

권한위임은 말은 대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 동기부여가 돼서 더 열심히 일하고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따져보면 권한위임은 직원 입장에서 볼 때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은 말이다. 경영자(CEO)가 자신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바로 "네가 마음껏 해보라.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각오해야 해!"라는 의미다.

권한위임은 CEO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직원들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성과를 못내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내는 방법을 몰라서 못내는 것이다.

권한위임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권한을 위임 받을 생각이 없는 직원에게 권한만 떡 하니 안겨준다면, 그 직원은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릴 뿐이다. 그래서 "엎드려! 또 시작이다!"라고 외치면서 눈 가리고 아웅할 생각만 골몰할지도 모른다.

(조안 시울라의 책 '일의 발견'에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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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도 포트폴리오를 잘 짜자   

2008. 2.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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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하고 나서 어떤 점이 좋으세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들이 많이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스트레스가 적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의아스러운 듯 다음과 같이 반문을 해온다.

      "아니, 사업하시려면 이것저것 굉장히 신경 쓸 게 많은데 스트레스가 적다구요?"

나는 자신있게 이렇게 대답한다.

      "네. 사실 양적으로 보면 스트레스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다릅니다.
       직장 다닐 때 받는 스트레스는 남이 나에게 주는 네가티브(Negative) 스트레스
       이지만, 사업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주는 포지티브
       (positive) 스트레스이니까요. 어떤 스트레스가 좋을 것 같습니까?"


포지티브 스트레스 :   나 → 나
네가티브 스트레스 :   남 → 나


남이 나에게 강제로 부과하는 스트레스처럼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사업이란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한다. 멋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진부한 말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즐기기 싫은데 어떻게 즐기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남이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내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크기를 늘려 보면 어떨까? 네가티브를 줄이는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포지티브를 늘리는 것 아닐까?

남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치면 남이 나에게 스트레스 줄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에게 부과할 스트레스의 양은 커지긴 하겠지만, 스트레스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스트레스의 포트폴리오'다.

현재의 스트레스 포트폴리오를 가만 들여다 보라. 만일 네가티브 쪽이 많다면 당신의 삶은 무척 피곤할 것이다. 어차피 받아야 할 스트레스의 총량이 같다면, 내가 내 스스로에게 부과할 스트레스를 늘이도록 하라. 그게 건강에 좋다.

포지티브 스트레스를 늘리는 방법은 자아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다. 네가티브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만, 포지티브 스트레스는 삶을 살 찌우며 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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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으로 생일 파티를!   

2008. 2.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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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어줍잖게 이제 나도 중년 초입이다. 해서 생일날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1년에 하루 밖에 없는 날이니 가족들과 조촐하게 파티를 할 생각이었다.

헌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더니 아들녀석의 머리에서 열이 펄펄 끓는단다. 이마를 짚어 보니, 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평소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던 녀석이 내 가슴에 안겨서 고양이처럼 앓는 목소리를 한다.

어쩔 수 없이 오늘 파티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는데, 문득 오뎅('어묵'이 옳은 표현이지만...) 생각이 났다. 이른 황사 때문에 뿌옇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라서 그랬던지 뜨끈뜨끈한 오뎅을 집어서 한 입 꿀꺽 하고 싶었다. 점심이 부실해서인지 배도 고팠다.


집 근처에 '명품 오뎅'집이 있다. 다른 곳이랑 차원이 다른 맛이라나? 주인의 자부심이 가게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한꺼번에 오뎅 6000원 어치와 떡볶이 6000원 어치를 사니 주인 아저씨는 기분 좋은 눈치였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약을 먹이니 곧 쌕쌕하며 잠에 빠져 들었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은 듯하다.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배가 꼬르륵댔다. 미안하다, 아들아! 아빠가 너무 배고프단다! 아내와 나는 게 눈 감추듯 오뎅과 떡볶이를 신나게 해치워 버렸다. 먹을 욕심으로 많이 산 떡볶이가 반 정도 남게 됐지만 말이다.

생일날에 오뎅과 떡볶이라... 뭐 나쁘진 않다. 인생이란, 계획된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거늘, 생각지 않던 일 때문에 잘 생긴 케잌을 대신하여 오뎅과 떡볶이로 생일 파티를 벌이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거늘.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S.
잠 자던 아이가 깨고 나서 조금 전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초가 부족하게 들어있어서 졸지에 서른 네살이 됐다. 회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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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떠나는 스케치 여행   

2008. 2. 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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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본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밤새 차를 달려 가보았던 경포대. 부윰하고 무거운 회색하늘 아래 꿈틀거리던 동해바다의 파도. 하얀 포말. 바다의 풍경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배낭 속에 1/2 전지 크기의 스케치북과 잘 깍은 세자루의 4B연필을 넣고 곧장 바다로 달려가 바다의 얼굴을 그리고 싶다. 솜씨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내 그림속에 바다의 냄새를 가득 담아 오고 싶다.



그림 오른편 아래에는 귀에 대면 바람소리가 들리는 소라고동을 그려 넣고, 위편엔 갈매기들의 낮은 날개죽지를 그려 볼까, 멀리 수평선을 향하여 이국으로 떠나는 배의 뒷모습을 그려 볼까, 그리고 바다를 마주보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도 그릴 수 있다면....그렇게 지난 1년 간의 나를 용서받을 수 있다면...



봄이 오면, 먼저 바다에 가보련다. 언제나 나를 용서해주는 그곳에 가서, 바다를 스케치하고 바다와 이야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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