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위의 광고 배너를 한번씩만 클릭해 주시면 글을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마실 수 있으니까요. ^^)



2017년 7월 14일(금) 유정식의 경영일기 


“오늘따라 왜 그렇게 늙어 보여요?”

날 보자마자 H군이 이렇게 말했다. ‘늙어 보인다고?’ 솔직한 건지 거리낌이 없는 건지, 아무튼 H군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나는 “어제 잠을 잘 못자서 그래요.”라고 얼버무렸다.

H군은 책상에 앉으려는 내 등을 향해

“잠을 잘 자야 일도 잘 하죠.”라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조언을 했다.

에잇, 이 사람이!

“알아요. 요즘 번역이 밀려서 그거 하느라 어제 늦게 …… 어라?”

H군은 어느새 사무실 밖으로 나가더니 유리창 밖에서 입모양으로

“고양이 밥 좀 주고 올게요.”라고 하더니 계단을 총총거리며 내려가 버렸다.

뭐야, 도대체.

그러려니 하고 내 책상에 앉아 거울을 보니 정말 오늘따라 더 늙어보이긴 했다. 얼굴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은 좀 부어서 작은 눈이 더 작아져 버렸고, 미간에 있는 주름이 더 깊게 패어 보였다. 게다가, 늦게 잤더니 늦게 일어나게 됐고 사무실에 늦게 나와 일하게 됐다. 결국 일에 투여하는 시간은 많아지지 않았고 피곤함만 가중돼 버렸다. 늙어 보인다는 소리까지 듣고 말이다. ‘야근’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PC를 켠 다음 습관처럼 논문 사이트에 접속했다. 매일 1편 이상은 논문을 읽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실천한 지 이제 10년이 다 돼 간다. 우울해진 기분을 전환시켜 줄 논문은 어디 없나? 하루에 살펴야 할 논문이 대략 50편에서 많게는(밀렸을 때) 100편 이상이 되는데, 그걸 다 읽을 재간은 없다. 일단 제목만 보고 흥미가 당기거나 일과 관련이 있겠다 싶은 논문 몇 개를 클릭하여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고, 지금 읽을 것과 나중에 읽을 것을 구분해서 메모장에 적어 둔다. 나중에 칼럼을 써야 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블로그 글에 쓸 소재를 ‘쟁여 둘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다. 


‘똑똑하게 보이려면 얼굴 표정 두 가지를 조정하면 된다고?’

H군에게 얼굴 표정을 지적 받은 터였기에 클릭해서 몇 줄 읽어보니 ‘잠 부족’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필요할 때 딱 맞는 논문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오늘도 그랬다. 논문을 쓴 션 탈라마스Sean Talamas 박사는 휴식을 충분히 취한 사람은 눈을 크게 뜰 수 있고 얼굴에 잔주름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평가할 때 눈이 게슴츠레하고 찡그린 표정을 하고 있으면 피곤하고 기분이 저하된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인지능력 또한 떨어졌으리라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 표정이 그런 사람이 똑똑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탈라마스는 말한다.


그는 18세부터 33세에 이르는 성인 100명, 5세부터 17세까지의 학생 90명의 사진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얼굴에서 느껴지는 똑똑함의 정도와 매력도의 정도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또한 얼굴 이미지를 가지고 눈꺼풀이 내려온 정도와 입 주변의 주름살을 조작해서 참가자들에게 평가하도록 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


누가 더 똑똑해 보이나요? 출처: 아래의 명기한 논문 (Talamas et al., 2016)



그가 제안하는 ‘똑똑하게 보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눈꺼풀이 얼마나 밑으로 내려와 있느냐와 미세한 주름살이 남들에게 똑똑하게 보이냐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결국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해법이라고 탈라마스는 결론 내린다. 얼굴의 매력과 똑똑해 보이는 것과 ‘정(+)의 상관관계’가 있긴 하지만, 평소에 얼굴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사람도 수면을 충분히 취함으로써 눈을 환하게 뜨고 주름살 적은 ‘팽팽한’ 표정을 보이면 똑똑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다음날 중요한 면접이 있거나 회의가 있다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잠을 뒤척이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자는 것이 상대방에게 똑똑하게 보이는 것이 전술상 좋은 해법이겠다 싶다.


‘야근이 문제로구나.’

이제 밤에 일하는 습관은 버려야겠다. 일하는 시간은 결국 똑같고, H군에게 늙어 보인다는 소리까지 들으니까 말이다. 논문을 다 읽은 나는 마음이 더 울적해져서 책상을 박차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아이스 플랫 화이트 한 잔을 쭉 들이키면 피곤하고 똑똑해 보이지 않는 표정이 좀 나아지겠지? 사무실 문을 나서면서 나는 ‘커피숍에 한번 갔다 오면 1시간이 그냥 흐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왜 어젯밤에 1시간을 더 일했는지 후회가 밀려 들었다. 이래저래 일할 시간은 야근 때문에 오히려 줄어들지 않았는가? 야근은 정말 백해무익이다.


“어디 가요? 같이 가요.”

어느새 고양이 밥을 다 주고 온 H군이 따라 붙었다. 혼자 호젓하게 즐기려던 계획이 무너져 버렸다.



(*참고논문)

Talamas, S. N., Mavor, K. I., Axelsson, J., Sundelin, T., & Perrett, D. I. (2016). Eyelid-openness and mouth curvature influence perceived intelligence beyond attractivenes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145(5), 603.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