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져주는' 전략이 좋다   

2009. 11.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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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A사와 여러분 회사가 새로운 시장(예를 들어 중국시장)에 진입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서로 상대방이 얼마나 '강적'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의 회사가 다시금 시장을 넘보지 못하도록 A사를 완벽하게 '무찌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쟁에서 매번 이기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일부러 몇 번 져 주다가 막판에 힘을 모아서 압승하는 전략입니다. 매번 이기는 전략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이 전략의 문제점은 매번 이기기 힘들다는 데 있고, 매번 이길 때마다 A사의 설욕 의지를 불태우는 부작용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인 몇 번 져 주면서 힘을 비축해 놓고 A사가 방심한 틈을 이용해서 결정적인 펀치를 날리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전략입니다.


A사가 여러분의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이 60%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또한, A사가 강한 회사와 경쟁해서 승리할 확률을 40%라고 간주하고, 약한 회사와 경쟁해서 승리할 확률을 80%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이때 여러분이 경쟁에서 한번 져주면, A사가 여러분의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은 60%에서 어떻게 변할까요?

  한번 진 후, A사가 여러분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 

                   =  (60% * 40%) / (60% * 40% + 40% * 80%)  = 약 43% 

한번 지고나니까, 60%에서 43%로 줄었습니다. 이 공식은 '베이스의 정리(Bayes' Theorem)'에서 나온 것입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의 확률'은 그 일이 벌어지기 전의 확률과는 다르다는 것이 베이스 정리의 의미입니다. 즉, 일부러 한번 진 후의 확률(사후확률)은 그러기 전의 확률(사전확률)과 다르다는 말인데, 자세한 것은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만일 여러분의 회사가 일부러 한번 더 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베이스의 정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두번 진 후, A사가 여러분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

                   =  (43% * 40%) / (43% * 40% + 57% * 80%)  = 약 27% 

43%에서 27%로 떨어지는군요. 즉, A사가 여러분 회사를 '강적'이라고 여길 확률이 27%가 됐다는 겁니다. 만일 한번 더 진다면(총 3번 진다면), 이 확률은 약 16%까지 하락합니다. 이렇게 되면 A사는 득의양양해져서 방심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때가 반격을 가할 시점입니다.

이 방법은 수학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효과가 증명된 전략입니다. '삼국지'를 읽어보면 일부러 져주는 전략이 종종 등장합니다. 이를 삼국지에서는 '교병계(驕兵計)'라고 말합니다. 일부러 패배함으로써 적들을 자기도 모르게 교만하게 만들어 함정에 빠뜨리는 계략입니다. 유비가 육손이라는 위나라 장수에게 대패한 적이 있는데, 그때 육손이 구사한 전략이 바로 교병계였습니다.

교병계는 기업 간의 경쟁 전략 뿐만 아니라, 협상을 할 때도 효과가 있ㄴ느 방법입니다. 흔히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보다 어눌한 사람이 영업을 더 잘한다'는 이야기는 교병계가 효과를 발휘하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손자병법의 손자는 "적이 악착같이 싸울 때 느긋하게 기다리고, 적이 굶주려 있을 때 배불리 먹는 것, 이것이 자기 힘을 절약하는 예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실력을 잘 모를 때, 상대방을 일시에 제압하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이길까 고민하는 것보다 '치명적이지 않는 선'에서 한두 번 일부러 져줌으로써 나중에 큰 승리를 거두는 방법을 궁리해 보면 어떨까요?

* 계산이 틀려서 수정했습니다. ^^
* 참고도서 '삼국지와 게임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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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2009. 11. 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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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11월이 간다
잎을 잃은 나무는
늙은 병정마냥
헐벗은 시절을 지키고 섰다

하늘을 본다
타워크레인으로 반쯤 가려진 하늘은
제 빛을 잃고 제 높이를 잃은 채
구름 아래로 누웠다

길이 흐른다
잿빛 연무 사이로 음향을 잃은 자동차들이
사람조차 잃은 거리를 흐르다가
각기 다른 서식처로 고인다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늙은 병정의 기침처럼 앓는 얼굴이다
찬 바람에 나뒹구는 11월은
타워크레인 끝에 걸린 채로
얕은 어둠에 잠긴다

제 색을 잃고 제 깊이를 잃은 시절이
1밀리씩 흐른다
11월이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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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시(時)   

2009. 11. 2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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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시(時)


어둔 낯빛으로 하늘이 내려 앉고
피곤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목을 꺾는다


검은 다리, 흰 다리, 또는 하나뿐인 다리들이
집으로 향하는 시간


이 시간들이 쌓여 시절이 되고
시절이 상처되어 이 땅에 딱지처럼 앉는다면
멀고 먼 그날, 그시
존재는 드디어 무거운 마침표를 찍는다


모두들 바쁘게 살고
모두들 바쁘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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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성당 동영상   

2009. 11. 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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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여행했던 체코 쿠트나호라의 일명 '해골성당'의 동영상입니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지는 소박한 성당(실은 납골당)입니다.

똑딱이로 찍어서 화질은 좋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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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권력이다?   

2009. 11. 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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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美]에 관한 연구 결과를 트위터 스타일로 짧게 요약해서 올려 봅니다. '아름다움은 능력이다'라는 씁쓸하면서도 부정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300명의 남녀를 인터뷰한 결과, 여자가 매력적이면 남편은 교육을 많이 받고 부자였다. 반면 남자가 매력적이면 아내들의 교육수준은 낮았다"는... 뭘 의미할까요?

"미녀와 대화를 5분간만 나누면 테스토스테론이 30퍼센트 증가한다"는... 그래서 미녀 주변의 남자들은 거들먹거리는 경향이 큰지도...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3521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수술 이후의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졌고 자살률도 세 배 이상 늘었다"는....아름다움이 오히려 삶을 우울하게 만드는 걸까?

"예쁘면 다 착하다" - 기원전 600년 여류시인 사포의 말.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말과 상통하는, 일종의 반어법 표현.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작문 채점을 진행했다. 그 다음엔 사진을 보여 주고 채점했는데, 인물이 예쁠 경우 평균 1.5점 올라가고, 못생긴 사진일 경우 2.7점이 내려갔다"는... 아름다움도 재능이라는 연구자들의 씁쓸한 결론.

"남자들이 얼음물에 손을 넣고 참는 실험에서 예쁜 여자가 연구원일 때 두 배 정도 오래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미인은 천연진통제?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3일동안 입었던 티셔츠를 주고 냄새를 맡게 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티셔츠를 고르라고 했다. 고른 티셔츠는 거의 얼굴이 아름다운 여자들의 것이었다"는... 남자는 코로 여자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걸까?

"인간에 의해 키워진 수컷 침팬지는 암컷 침팬지보다는 벌거벗은 인간 여자의 사진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성적 취향도 어린 시절에 각인되는 듯.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나는 영장류는 인간이 유일하다. 머리카락은 성적 치장의 도구가 되었다"는... 신이 본다면 인간은 참 재미있는 동물.

"캐나다 학자들은 의회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의 매력을 3등급으로 나눴는데, 선거 후에 잘생긴 후보들이 그렇지 않은 후보들보다 3배나 더 많은 표를 얻었음을 밝혔다"는... 정치도 잘생긴 사람이 잘하는 걸까?

"남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3분의 1은 평균보다 5% 많은 돈을 벌고, 여자들의 경우엔 4% 많은 돈을 받는다. 반면, 못생긴 남자들은 평균보다 10% 적은 돈을 받고, 못생긴 여자들은 5% 적은 돈을 번다"는... 아름다운은 일종의 '보너스' 같은 것?

"어린 아이들에게 편안한 목소리를 들려주면 아름다운 사진을 바라보고, 불편한 목소리를 들려주니 못생긴 얼굴의 사진을 바라본다"는... 어릴 때부터 아름다움에 눈을 뜬다는 걸까?

"잠시 사무실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해 보니, 미인들은 평균 3분 20초만에 비서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연락했다. 반면, 평범한 외모의 사람들은 평균 9분을 기다렸다"는... 미인들이 더 자신감이 넘친다는 의미.

"두 사람이 좁은 인도에서 마주칠 때, 얼굴이 잘 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양보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아름다움은 천부적인 권력일까?

"20명의 팝 아티스트들이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평가하게 했다. 놀랍게도 가장 잘 생긴 아티스트가 최고의 뮤지션으로 평가 받았다"는... 비주얼의 시대이므로 음악적 능력도 얼굴에 의해 좌우되는 게 당연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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