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의 절대적인 한계(?)   

2008. 8. 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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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다가 해바라기가 예뻐서 폰카로 찍어 봤습니다.

요즘 폰카는 똑딱이 수준이라던데, 제 폰카 성능은 별로이군요.

요새는 작은 카메라와 작은 렌즈만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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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유명한 물리학자가 별로 없다?   

2008. 8.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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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로 후대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리처드 파인만은 배움의 자세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신선한 일침을 가한다. 그는 모든 걸 처음부터 자신이 스스로 증명하면서 배웠다. 위대한 학자들이 이미 밝혀 놓은 것이라도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을 믿지 말라”고 가르친 대로 그는 의심하면서 배우는 습관을 키웠다.

그는 고대 학자들이 2천년 전에 이미 정립해 놓은 수학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는 데에서 기쁨을 찾았다. “나는 공식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리스인이든 바빌로니아인이든 누군가에 의해 이미 풀렸다는 것은 내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모든 문제는 나의 문제였고 나는 여기에서 재미를 얻어야 했다.”

그는 한때 브라질 물리학연구센터에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학생들에게 강의실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가리키며 빛이 바다에 반사되면 편광효과(偏光 : 빛의 일부만 통과하는 현상)가 발생한다는 걸 설명했다. 학생들은 그걸 보고 아주 재미있어 했지만, 편광이 발생하는 이론과 바닷물 색깔이 푸른 이유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학생들은 그저 모든 것을 그냥 암기할 뿐 그게 어떻게 응용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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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이 즐겨 타던 밴


파인만은 1년 간의 브라질 체류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에는 물리학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많고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하는데 브라질에는 유명한 물리학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놀랍다.”

50여 년 전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2천 년대에 사는 우리나라도 그 당시의 브라질과 똑같기 때문이다. "한국엔 유명한 물리학자가 별로 없다"라고 바꿔 말해도 될 정도다. 배우긴 해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응용할 줄 모른다. 시험을 보기 위해,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그저 외운다. 배우는 것은 책상 머리에서만 머물 뿐 실생활로 이어지지 않는다. 배움은 배움 자체의 의미를 잃은 채 생존의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고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정리하면, 배운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하면서 파고 들어가는 과정이다. 학교나 책에서 습득한 것들이 진짜 그렇게 되는지 스스로 밝히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배운 바가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배움이다.

배움 = 의심 + 응용


그렇다면 왜 우리는 배움의 과정에서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되는 걸까? 아래의 그림을 보라. 두 그래프의 ‘수직상’ 거리는 어떻게 되는지 다음 중 옳은 것을 골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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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그래프는 서로 가깝게 다가간다
(2) 두 그래프는 서로 멀어진다
(3) 두 그래프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모르긴 해도 아마 많은 사람들은 (1)을 택했을 것이다. 정답은 (3)이다. 의심스럽다면 직접 자를 가지고 재 봐도 무방하다. B 그래프는 A 그래프를 아래 방향으로 그대로 수직 이동시킨 것이기 때문에 수직상의 거리는 항상 일정하다. 내가 위에서 ‘수직상’ 거리라고 작은 따옴표로 묶어 강조했음에도 그걸 눈 여겨 보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의 통계학자인 윌리엄 클리블랜드(William Cleveland)는 두 그래프가 근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수평상의 거리는 잘 측정하지만 수직상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우리의 눈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두 그래프가 점점 근접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인간의 심리적인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작에 의해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무언가를 학습할 때 눈에 보이는 대로 믿지 말고 항상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배움 = 의심).

또한, 배움은 반드시 응용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디트리히 되르너(Dietrich Dörner)는 실험 참가자들을 A, B, C 세 팀으로 나눈 다음 그들에게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방법을 교육시켰다. 그는 일부러 A팀과 B팀에게는 상당히 자세하고 정교한 절차를 가르친 반면, C팀에게는 체계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대충 가르쳤다.

당연히 A팀과 B팀은 교육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고 C팀은 교육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되르너가 교육의 결과를 응용해야만 풀 수 있는 과제를 내 주자 세 팀의 실제 성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우리는 보통 어떤 지식을 알고 나면 스스로 ‘똑똑해졌다’고 착각하기 쉽다. 파인만이 실망감을 표했던 브라질 학생들도 아마 그랬을 거다. 하지만 그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해도 현실에서 그걸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커지지는 않는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되르너는 “지식의 ‘습득’은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경험을 대신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반드시 응용을 통해 체득된 지식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배움 = 응용).

배우는 과정에서 의심하고 응용하는 자세를 꾸준히 한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오묘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며 기초를 다질 수 있다. 단순히 외우기만 하면 그건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이론으로 배웠거나 상식으로 아는 것들이 사실 옳지 않다는 걸 깨달음으로써 생활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만일 비행기에 2살 미만의 유아를 데리고 탑승할 때 어른의 무릎에 앉히지 말고 반드시 유아용 좌석에 앉히도록 의무화한다면 많은 부모들은 별 의심 없이 환영 의사를 보일 것이다. 유아용 좌석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걸 상식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유아용 시트가 안전하듯이 비행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러나 실은 유아용 좌석이 유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동차의 유아용 시트도 안전을 더 위협하긴 마찬가지다. 많은 운전자들이 시트의 안전함만 믿고 더 난폭하게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반드시 유아용 좌석에 태워야 한다면 비싼 항공기 요금을 그만큼 더 내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보다 훨씬 위험한 자동차로 여행하는 걸 선택하게 되고,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가 오히려 더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잃게 만든다. '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일견 당연한 듯이 보이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로 응용될 수 있는지 고민하자. 삶의 지혜는 단순하며 자명한 듯 보이는 질문에 답하고, 지식과 현실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통해 체득되는 것임을 기억해 두자. 삶은 늘 배우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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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태워 죽인 에디슨   

2008. 8.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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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발명가로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도 영욕에 눈이 멀어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저지른 적이 있다. 그는 뉴욕시에서 사용할 직류 방식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발명했는데,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그보다 더 우수한 방식인 교류를 개발하고 경쟁사인 웨스팅 하우스가 교류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 공급 사업에 뛰어 들자 악의적인 음해에 나섰다.

교류는 직류 방식보다 더 멀리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전선이 잘 부식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전압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모든 가정에서 쓰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에디슨은 교류의 장점을 무시한 채 자신의 직류 방식을 보호하기 위해 끔찍한 실험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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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에디슨 (사진출처:네이버)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서 산 채로 개와 고양이를 고압의 교류 전기로 태워 죽이는 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함으로써 교류가 직류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거짓으로 홍보하고 다녔다. 또한 그는 교수형을 대신할 사형 집행 도구로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의자’를 손수 발명함으로써 교류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런 악의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웨스팅 하우스가 전력 공급 사업권을 획득했고, 결국 그는 패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단 ‘그렇다’라고 인정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걸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A는 B 때문이다’라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면 그 가설에 어떤 힘이 생긴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진 직후에 자갈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이상 현상을 전부 원자력 발전소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이 설정한 가설이 옳다고 주장한다.

객관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기 보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만 확보함으로써 가설의 완전성을 입증하려 한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가설을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면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기보다 오히려 그 증거를 맹렬히 공격한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을 더 선호한다.”

가설을 입증하려는 성향이 반증하려는 경향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 실험이 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기 바란다. 다음과 같이 카드 네 장이 있다. 실험 진행자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에는 짝수가 있다”라는 규칙을 만족하는지 확인하려면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하는지 물어 본다면, 여러분은 어떤 카드를 선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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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랐는가? 내 짐작이 맞는다면, 당신은 아마 ‘A’나 ‘2’를 집어 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음 뒤에 짝수가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7’을 집어 들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7’을 뒤집어서 반증을 시도하는 사람은 실험 결과 4%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반증에 약하다(고급 독자를 위한 설명 : ‘모음이 있으면 짝수가 있다’는 명제가 참이 되려면 대우(對偶)명제인 ‘홀수가 있으면 자음이 있다’는 명제도 참이 되어야 한다. 완벽한 증명을 하려면 여러분은 ‘A’와 ‘7’을 함께 선택해야 한다).

에디슨 같은 천재가 교류 전기의 우수성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발명한 ‘직류 전기가 우수하다’는 가설에 스스로 매몰되어 오로지 교류의 위험성을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는 과오를 범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발견하거나 정립한 생각에 집착한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근거만 얻으려고 할 뿐,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수용하지 않는다. 자기를 속이기는 제일 쉽다.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는 “지적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자기회의(自己懷疑,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가 가능한가 아닌가에 달렸다”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감추지 말고 떳떳이 밝혀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 세상은 정직한 당신을 기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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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가득한 사진을 보며   

2008. 8. 2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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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만발하니, 이제 곧 가을이 올 모양입니다.

이문세의 '해바라기'란 노래가 자연스레 연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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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기업이 빅펌(big firm)과 싸워 이기는 방법   

2008. 8.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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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업종의 1인 기업이 있겠지만, 이 글은 1인 기업 컨설팅업을 대상으로 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1인 기업을 경영할 때 가능한 한 경쟁입찰에는 참여하지 말고 수의계약 형태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그 이유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빅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 쌓아 온 관계를 고려해서 섣불리 제안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향후의 사업 전개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고객이라 판단되거나, 상대적으로 경쟁우위가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조금만 어필하면 딸 수 있다고 확신될 경우 등이 그러하다.

1인 기업은 빅펌과의 싸움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일단 빅펌과 경쟁하기로 했다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지만, 내가 경험으로 얻은 방법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물론 one-size-fits-all 방법은 아니다.)

빅펌은 1인기업에 비해 서비스와 인력구성이 다양하다.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1인기업 컨설턴트는 빅펌에 비해 규모면이나 실적면에서 약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빅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공략하고 1인기업의 강점을 강조함으로써 빅펌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처럼 말이다.

빅펌이 빅펌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은 무엇일까? 빅펌들은 보통 여러 가지가 함께 포함된 ‘넓은 범위’로 제안을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승진제도가 문제가 있어 컨설팅을 의뢰했다면, 빅펌들은 승진제도뿐만 아니라 평가제도도 함께 손 봐야 한다는 제안을 해온다.

또한, 빅펌은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서 프로젝트 매니저 이외에 품질관리책임자(Quality Assurance)를 관여시키고, 해당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느리고 있는 임원(보통 파트너라고 함)도 프로젝트 오너라고 해서 프로젝트에 포함시키곤 한다.

그리고 빅펌은 1명의 컨설턴트가 1년간 반드시 몇 시간 정도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기준(이를 Utilization 이라고 함)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명을 프로젝트에 끼워 넣어야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명을 끼워 넣다 보면 프로젝트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외국계 컨설팅펌의 경우, 매출액의 50% 정도를 본사에 송금해야 한다. 여기에다 각종 관리비용을 더하면 외국계 컨설팅펌이 제안하는 수수료 중 약 70% 정도가 오버헤드 비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수수료는 30%에 불과하다. 1억 원짜리 프로젝트라면 7천만 원은 고객 입장에서 보면 꽤나 아까운 돈이다.

특별히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제안할 때 빅펌의 오버헤드 비용이 과다함을 은연 중에 나타내라. 그리고 본인이 제시한 수수료는 거품과 기름기를 쫙 뺀 ‘순수한’ 프로젝트 비용임을 강조하라.

빅펌들은 특이하면서 깊은 수준을 요하는 의뢰건에 대해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그들은 범용적인 과제, 그래서 여러 기업에 거의 비슷한 솔루션을 제시해도 될 만한 과제에는 아주 능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특수한 부분의 해결책을 요구하더라도 어떻게든 범용화된 서비스의 ‘언어’로 이해하려고 한다. 승진 적체 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달라고 하면, 생뚱맞게도 승진제도의 개선을 방안으로 내놓는 식이다.

나도 예전에 빅펌에 근무했던 사람이지만, 현재 빅펌에 근무하고 있는 컨설턴트의 역량에 대해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개중에 뛰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고객의 편에 서서 매번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단지 범용화된 방법론에 따라가는, 심하게 말하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급조된 컨설턴트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컨설턴트가 고객보다도 역량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 것이다.

1인기업 컨설턴트는 특수한 분야에 능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다. 따라서 고객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어필한다면, 콧대 높고 오만한 빅펌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빅펌들은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그 건이 과연 이익이 되는 일인지, 투입할 인력은 있는지, 제안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다른 고객이 의뢰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초기에 고객과 접촉하는 것이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1인기업 컨설턴트는 속도와 즉답성(Responsiveness)을 최대로 높여 그들을 공략해야 한다. 빅펌이 고객과 접촉하기 전에 신속히 고객에게 접근하여 본인이 가진 강점에 관해 강한 인상을 남겨줘야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이 궁금해 하는 해결방안은 어떤 그림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하라. 또는, 능력을 의심하는 고객에게는 검증해보라는 차원에서 예전고객과 만남을 가지거나 전화 통화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빅펌의 약점을 공략하고 1인기업의 강점을 어필했다고 해도, 어떤 고객은 프로젝트 자체의 품질보다는 프로젝트 결과의 ‘공신력’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결과야 어떻든 큰 회사가 했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만일 고객이 이렇게 나온다면, 빅펌과 계약하시라고 쿨하게 말하고 그냥 발을 빼라. 괜히 그들의 생각을 고쳐 보겠다고 하지 마라. 힘만 빼고 상처만 받는다. 이런 고객은 일찌감치 ‘해고하고’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이 마음 편하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빅펌의 약점을 충분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강조하여 말할 필요는 없다. 빅펌이 오버헤드가 커서 수수료에 거품이 많다는 사실, 범용 서비스는 능숙하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사실, 그리고 의사결정이 느려 즉각 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대다수의 고객들은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컨설팅을 받아 온 학습의 결과이다. 그래서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마케팅은 이런 고객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따라서, 빅펌의 약점을 직접적으로 강조하지는 말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빅펌의 약점을 은연 중 고객에게 주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라. 빅펌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인기업 컨설턴트 본인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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