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예측력을 믿어야 할까?   

2009. 5. 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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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나리오 플래닝을 주제로 모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2시간의 강의를 끝내고 질문을 받는 시간이 되자 수강생 중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다.

"미네르바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그분이 이렇게 질문을 던진 이유는, 내가 강의 내내 시나리오 플래닝이 성공하려면 미래를 예측하려는 '생각의 관성'에서 탈피해야 하며, 예측을 주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지 말아야 함을 거의 주입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예측은 항상 틀린다'는 말은 진리이며, '그럼에도 예측전문가들은 영원히 밥벌이를 한다'는 사실이 더 진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나는 그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동전을 수십 번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고루 나오리라 짐작하겠지만, 이상하게도 동일한 면이 계속해서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미네르바의 그동안 내놓은 예측이 대략 잘 들어맞은 이유도 동전 던지기와 같다고 봅니다."

미네르바의 예측이 잘 맞은 이유가 동전을 계속 던져 동일만 면이 줄기차게 나오는 현상처럼 우연의 소산에 불과하다 뜻으로 나는 이처럼 대답했다. 에두른 대답이지만, 예측전문가들에게 향한 내 시선(좀 삐딱한)을 정확히 표현하는 비유였다.

나는 예측전문가(경제학자, 애널리스트 등 예측을 주업으로 하는 모든 사람)의 예측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동전을 던져 미래를 예측하는 경우보다 낫지 않음이 여러 연구로 이미 밝혀졌고, 어쩌다 잘 맞히는 전문가들은 다음의 실험처럼 앞면이나 뒷면이 수차례 연달아 나오는 현상과 같은 '행운'의 덕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동전을 1000 번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이 실험은 최초가 아니라 모 수학자의 연구를 조악하나마 재현한 것이다.

직접 동전을 1000 번 던지려면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므로(그리고 팔도 꽤 아프므로), Excel의 'Randbetween()함수'를 써서 동전 던지기를 시뮬레이션 했다. 아래의 그림이 50개씩 묶어서 표현한 결과다.


위의 그림에서 은 앞면을, 는 뒷면을 나타낸다. 이 실험을 하기 전에 머리 속으로 '사고실험'을 해본다면 아마 이 결과보다는 앞면과 뒷면이 고루 나오는 패턴을 떠올렸으리라. 그러나 실제의 결과 패턴을 살펴보면 예상보다 앞면과 뒷면이 많이 무리져(덩어리져) 나타난다.

특히 위의 그림에서 노랗게 칠해진 부분은 무려 14번 연속으로 뒷면이 나왔음을 보여준다. 실험을 다시 해본다면 위의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겠지만 대략 비슷한 패턴을 나타내리라 생각된다.

연속으로 같은 면이 얼마나 나왔는지 일일이 세어보니 다음과 같다(손으로 세느라 약간의 오류가 있을지 모르니 양해 바란다).


같은 면으로 된 덩어리의 크기가 4 이상인 경우가 59번이나 출현했다. 또한 크기가 7 이상인 경우도 10번이나 되었다. 동전을 모두 1000 번 던졌으니 7번 연속으로 줄기차게 한 면이 나오는 경우가 1%나 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예측전문가 그룹에서 1%의 상위집단을 '스타'라 칭한다면 그들의 명성은 같은 면이 7번 계속해서 나오는 우연으로 포장된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급진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믿는다. 예컨데 어떤 전문가가 특정 주식의 등락 예측을 7번 연속 맞히면 족집게로 소문이 나고 부와 명예가 따른다. 비록 그 다음에 이어지는 예측이 틀렸다고 해도 묻혀버리거나 '작은 실수'로 이내 잊혀지기 때문에 족집게라는 명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7번 연속으로 맞힌 최초의 행운 덕택으로 말이다.

생각해 보라. 특정 전문가의 예측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일일이 사후에 검증해 본 일이 있는가?  경제학자 장 필립 부쇼가 수행한 연구에서 애널리스트 2000명의 경기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고 한다(source :'블랙 스완).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려고 전문가들의 예측을 고대하는 우리를 무안하게 만드는 결과다. 그들의 '면책특권'은 여느 국회의원보다도 훨씬 낫다. 여전히 예측전문가로 활동하며 돈을 끌어 모으는 중이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미네르바의 구속에 무척 분개했고, 그의 석방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따라서 나는 이 글로 미네르바 개인을 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나는 이 실험 결과로 미네르바라고 해서 범인(凡人)의 능력을 뛰어 넘는 특별한 예측력과 천리안을 지니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석방된 미네르바가 블로그를 운영하겠다고 하니 경제를 예측하는 글이 조만간 올라오리라. 그가 쏟아낼 예측과 전망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려있다.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그가 과거에 잘 맞혔다고 해서 앞으로도 잘 맞히리란 보장이 없다. 그의 예측력은 연달아 같은 면이 여러 번 출현한 동전의 경우처럼 행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네르바 스스로 자신의 안목과 예측력을 과신하지 말 일이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실망도 크고 비난 받기 쉬운 법이니까.


* Excel 파일을 공개하니, 참고하십시오(분석 sheet가 좀 조악해도 양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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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관심을 뚝 끊고 살아보니...   

2009. 5. 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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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TV와 신문과 담쌓고 지내는 터라 시시콜콜한 시사에 가끔 무감각해진다. 허나 인터넷 뉴스나 타 블로그를 통해 큰 사건들은 대충 꿰고 살아서 화제는 놓치지 않았는데, 요 며칠은 마치 다른 나라에 갔다 온듯이 국내외 세상사를 딱 끊고 살았다. 일부러 자동차 라디오도 켜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소환 사건도, 돼지독감(SI)의 발병도, 크라이슬러 파산 보호 신청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로 줏어 듣긴 했지만 이제야 기사 몇개를 주마간산 격으로 읽고 나니 대충 알듯하다.

딱 3일 정도 세상사에 둔감해지니,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 돌아가는 일쯤이야 아무렴 어때? 늘 똑같이 굴러가는 걸'.... 제법 생경한 느낌이다. 또한 세상 이야기가 그간 내 생활의 안락함을 얼마나 깨뜨렸던가, 몰라도 될 일을 굳이 알아서 얼마나 헛되이 동조하고 공분했던가, 깨닫고 반성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을 두고 친노와 반노가 격돌하는 장면을 방금 동영상으로 봤다. 나는 이내 후회했다. 그들의 화기 충천한 분노 때문에 잠시 평온했던 마음이 어지럽고 아팠다. 지지 여부를 떠나 그러한 상황 자체가 불행하다.

돼지독감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느라 여념이 없으니, 안타깝고 우울했다. 돼지독감으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기아로 매일 세상을 떠난다. 돼지독감보다 기아가 더 무서운 적이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눈을 틔운다는(그렇게 주장하는) TV와 신문과 인터넷이 오히려 우리의 눈을 어둡게 만드니 참 아이러니다.

부질없다 싶다. 세상의 일은 세상의 일로 그냥 놓아두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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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자라는, 이 봄에   

2009. 4. 2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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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정겹고,
봄이 기쁨겹다.
생명이 자라고 하늘은 푸르니
깃발처럼 하루 종일 펄럭이고 싶다.
하루 종일 쑥쑥 자라고 싶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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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고?   

2009. 4. 2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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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단호한데 반해,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사람은 감성적인데 반해, 어떤 사람은 논리에 의존한다. 각 성격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간단한 사실을 자주 망각한 채 잘못된 인생 공식과 편견에 지배를 받는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듣기 싫었던,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말. 이 말을 바꿔 표현하면 '학교 우등생이라고 해서 사회 우등생이 되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옳은 말이다. 공부 잘해서 성공한 자가 공부 못해도 성공한 자보다 통계적으로 훨씬 많으니까.

이런 말을 자주 하던 그는 '내성적인 네가 할 줄 아는 건 공부뿐이겠지. 사회 나가면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성공해.'라며 비아냥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무시하고 넘어갈 말인데, 어린 나는 그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쩌지?'

우리는 성공의 조건에 이런 식의 선입견을 보인다. '외향적이고 단호해야 하며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며 강조한다. 그러나 성격이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가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절대 아니다.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연습하면 조금 바뀔지 모르지만 유효기간이 짧다. 성공하려면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 스타일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살아갈지 깨달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절대 우위의 성격이란 없다. 가위가 보를 이기고, 보가 바위를 이기듯 사람들의 성격은 서로 상보적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성격을 내 성격의 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고, 위인이나 성공한 자들의 성격과 비교해 위축될 일도 아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 받거나 서로 등을 돌리는 경험을 적어도 한번쯤 한다. 갈등은 많은 고통을 야기하는데, '차이'를 나쁘게만 보려는 습성 때문이다. '네가 나에게 맞춰야 한다'와 '나만이 오로지 옳다'라는 독단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재단한다.

사람들 사이의 성격 차이는 당연한 일이다.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 받은 쌍둥이도 환경의 영향으로 성격이 다르게 변한다. 그러므로 이혼 사유로 성격차를 들먹이는 부부는 사실 솔직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끼리 만났으면서 다르다고 헤어지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학교나 직장에서 야기되는 대부분의 갈등과 나쁜 인간관계의 주범은 '나와 너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편협한 마음으로 성격의 상(像)을 미리 재단해 놓은 탓이다. '향수'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처럼 혼자 산골에 박혀 살지 않는 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므로 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잘 관리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사람들 간의 공통점보다 차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가 네 위에 군림한다'는 독선을 버리고 '나와 너의 차이'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능력으로 내 능력을 보완해야 지혜로운 사람이다.

(덧붙이는 말)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명제, 적어도 나에겐 딱 들어맞은 듯하다. 솔직히 그렇다. 그러나, '참'인 예가 하나 존재한다고 해서 이 명제를 참이라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명제 따위는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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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엉성한 한글화는 이제 그만~   

2009. 4. 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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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익스플로러 8.0을 사용 중이다. 7.0보다 확실히 빨라져서 만족스럽다. 간혹 프리즈(freeze)되어 강제 종료해야 하는 불편이 없지 않지만(솔직히 불만스럽지만) 향후에 개선되리라 본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아래의 화면이 불쑥 튀어 나왔다. 보자마자 헛웃음이 비져 나오고 말았다. '이게 무슨 말이야?'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에 다시 연결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글은 한글인데,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다. 이 문장엔 주어가 생략됐는데, 아마 '컴퓨터'가 주어인 듯하다. 이 생략된 주어를 집어 넣어보자.

"이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에 다시 연결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주어를 넣으니 첫째 줄의 내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둘째 줄은 무슨 말인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다시 인터넷에 연결하고 싶어질까? 연결되어 있는데 왜 연결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까?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앞뒤조차 맞지 않는 이 문장은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영문판 IE 8.0을 못 봐서 영어 원문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간 한글화된 여러 소프트웨어에서 어색한 번역 실태를 자주 접한 터라 이 문장 역시 십중팔구 영어를 충실히(?) 직역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아니면 단추 한 번 눌러서 자동번역기를 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단 IE 뿐만 아니라 Windows를 사용할 때도 요상한 한글 메시지를 종종 접하는데, 영문판을 쓰는 게 아예 낫겠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한글로 번역된 도움말은 도움말이라는 제목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잘못된 문장을 모두 나열하자면 두꺼운 책 한 권도 모자르리라.

작은 회사라면 그냥 웃어 넘기겠다. 하지만 전세계 운영체계를 휩쓸다시피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닌가?  한글화에 너무 무성의하다.

아무리 시장 출시가 급급해도 한글화에 좀더 신경 써주기 바란다.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도 한글화 작업은 전문번역가의 손으로 완성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갈하고 품격 높은 한글화, 그게 시장점유율 1위의 강자가 2위그룹 기업에게 보여야 할 진정한 여유가 아닐까?

(추신) 이 문장의 영어 원문을 아시면 댓글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덧붙입니다.(4월 25일)-------------------------------

위의 문장의 영어 원문장을 '랜덤여신'님이 알려 주셨다(감사합니다.)
It appears you are connected to the Internet, but you might want to try to reconnect to the Internet.

예상한 대로 영어 원문을 그대로 직역했음이 드러난다.
이 문장을 옳게 번역하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이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나 잠시 문제가 발생하여 사이트 접속이 원활치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접속을 시도해 보거나, 아래와 같이 조치하십시오.

사용자를 배려하는 한글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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