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와 서열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2010. 2.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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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고객 중 어떤 사람이 저에게 “학력고사에서 300점 넘으셨나요?”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하며 잠깐 멈칫하다가 있는 그대로 “공부를 못해서 못 넘었는데요.” 라고 대꾸했습니다. 그는 “어, 그래요? 의외네요. 전 300점은 넘으신 줄 알았어요.” 라며 보일 듯 말 듯 조소(嘲笑) 섞인 표정을 지었습니다. (학력고사 시절에 300점은 하나의 기준이었음)

그 당시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으나, 몇 번의 술자리에서 장난스레 필자의 ‘어이없는’ 점수를 들먹거릴 때마다 한대 쥐어박고 싶은 걸 애써 참았지요. “그래, 도대체 당신은 몇 점 받았는데?” 라고 받아치니 그는 인비(人秘)라며 능글능글하게 웃었습니다. 참 개운치 않은 인사(人士)였습니다.

둘 중 무엇이 더 맛있을까요? 서열을 매겨 볼까요?


저는 인사평가 제도를 수립하거나 손질해주는 컨설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인사평가는 무엇을 위해 실시하는지에 관해 자괴감에 가까운 의문이 들 때가 간혹 있지요. 그 이유는 바로 누가 누구보다 낫고 점수는 몇 점이다, 라는 식으로 인사평가가 잘못 활용되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인사평가는 평가라는 도구를 통해 부하직원의 장점과 성과를 북돋아 주고 단점과 흠결을 보완하도록 상사가 조언해주고 이끌어주기 위한 공식적인 의사소통 채널입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이 만나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뒤돌아보면서 잘한 점과 못한 점이 무엇인지 판단하여 앞으로 1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것이 인사평가가 가진 본래의 목적이죠.

거시적으로 말하면, 인사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하고 조직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이러한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인사평가는 반드시 ‘육성형 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시행되는 평가제도의 관점은 누가 더 점수가 높고 누가 더 낮은지를 측정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육성형 평가가 아니라, 학력고사식 사정형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거죠. 평가결과가 나오면, 직원들을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보다는, 전 구성원을 1등부터 꼴찌까지 어떻게 서열을 매겨야 하는지에 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역량과 시간을 집중합니다.

보통 직급 단위로 묶어서 해당 직급별로 평가서열을 매기는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상당부분 억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개개인이 수행하는 업무는 서로 다릅니다. 개인별 업무와 목표에 따라 평가받는 지표도 상이합니다. 또한 평가하는 상사도 다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상황에서 나온 평가결과들을 한 통에 집어넣어 서열을 매기려면 그때부터 인사담당자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다른 상황들을 일일이 감안하여 오직 하나의 서열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죠.

동일한 역량과 성과를 보이는 사람은 동일한 서열에 위치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인사담당자는 평가서열을 매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평가 받은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므로 결코 동일한 양과 질의 역량과 성과를 나타낼 수가 없습니다. 평가자의 평가성향이 관대한지 아니면 가혹한지의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개개인의 업무와 평가 받는 지표부터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역량과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수학 과목에서 90점 받은 사람과 B가 영어 과목에서 90점 받은 사람을 같은 등위로 본다면 누가 동의하겠습니까?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금, 은, 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획득하여 종합 6위에 랭크됐습니다. 하지만 종합순위 몇 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동계올림픽 종목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입니다.

쇼트트랙 금메달과 이름도 생소한 바이애슬론 금메달을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올림픽 종합순위는 여론이 만들어 낸 것이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사담당자들은 어쩌면 올림픽 종합순위와 같이 별 의미 없는 서열을 만들려고 애쓰는 건 아닐까요?

1등보다 나은 2등과 3등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To be continued....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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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조급증과 욕심은 금물   

2010. 2. 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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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대규모 화재 진화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세요. 알다시피 대규모 화재는 인구밀집지역, 공업지역, 공원, 평지 등 수천 평방 킬로미터의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는 위력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쓸 수 있는 소방수(水)와 화염 방지제가 충분치 않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까요? 

(이렇게 끓어 오르시나요?)


여러분이 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수천 평방 킬로미터 전역에 걸쳐 소방수와 화염방지제를 골고루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가 매우 적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불길이 점점 번지게 되면 이를 멈추게 할 소방수와 방지제는 이미 바닥이 난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방법 대신에 소방수와 화염방지제의 사용을 현명하게 할당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직접적으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게 될 불길을 잡아야 합니다. 그 불길이 어느 정도 진압되거나 진화가 완료되고 난 후에는 재산의 손실을 위협하는 불길을 잡도록 해야 하겠죠.

그러는 동안, 사람들이 살지 않는 벌판에서 번지는 불은 계속해서 타오르게 나둬야 합니다. 만약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불을 진화한 이후에도 소방수와 화염방지제가 남아 있다면, 벌판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뛰어가야 하겠죠. 이렇게 순차적으로 우선순위를 가지고 화재를 진화하면 제한된 소방수와 화염방지제의 사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예는 여러분의 조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직에는 신경 써야 할 ‘화재’, 즉 이슈가 수십 개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보유한 자원(시간과 예산)은 소방수와 화염방지제와 같이 유한한 것이라서 현명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모든 이슈에 공평하게 자원을 할당하여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가장 효과가 낮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이슈에 관한 경영자의 고민을 덜어줄 순 있겠지만, 완전히 해결되는 이슈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죠. 완전하게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이슈는 나중에 다시 불거지기 마련인데, 그때는 이미 자원을 다 소진해 버린 후라서 이슈 해결이 어려운 상태가 될 겁니다.

화재 진화에 우선순위를 정했던 것처럼 이슈를 해결할 때에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인명을 위협하는 화재를 진압하고 난 후에야 재산 손실을 가져오는 화재를 진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첫 번째 이슈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다음 이슈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벌판의 화재는 그냥 놔두었던 것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이슈는 당분간 미해결로 놔두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완전하게 해결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여 '해결 계획'을 수립하세요. 그렇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조직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Quick Win이 가능합니다. 또한, 여러분 자신에 대한 신뢰도와 가치를 명확하게 입증해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경영자들은 혁신에 조급증이나 욕심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가지 이슈 해결을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이 항상 혁신은 아닙니다. 이슈의 해결 방법들은 모두 구성원들이 떠 안아야 할 짐입니다. 그들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려면 '양생'의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혁신은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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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들고 다니는 사나이   

2010. 2. 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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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10번 던졌더니 이상하게도 10번 모두 6 이 나왔다고 해보죠. 어떤 사람이 11번째 던졌을 때 나오는 숫자를 맞히면 그 숫자에 1만원을 곱한 금액을 당첨금으로 주겠다고 할 때(예를 들어, 4가 나올 것을 맞히면 4만원을 딴다), 여러분은 어떤 숫자를 선택하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6이 아닌 다른 숫자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10번째까지 6이 연달아 나왔는데 11번째까지 6이 나오는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번째에 6이 나온 사건과 11번째에 6이 나올 사건은 확률적으로 ‘독립적인’ 상황입니다.

주사위는 결코 10번째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사람만이 그걸 기억할 뿐이죠. 확률의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1번째 시도에도 6에 걸어야 함이 옳습니다. 6이 나올 확률은 1/6로 다른 숫자의 경우와 동일하면서도 당첨금은 6만원이고 기대값은 1만원(=6만원*1/6)으로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수학 저널리스트인 마틴 가드너가 이러한 '오해'를 비꼬아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나이가 누군가 비행기에 폭탄을 휴대하고 탑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뇌관을 제거한 폭탄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고 합니다. 

보안검색이 심한 비행기에 폭탄을 가지고 타는 승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발생하기 어려운데다가, 폭탄을 가진 승객이 두 명이나 탑승하는 것은 더욱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의 생각이 일리가 있어 보이나요? 잘 생각해 보면,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사나이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하진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사업을 전개하려 하는데, 타사들이 그 사업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해보죠. 신규사업을 시작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타사가 실패를 계속 했으니 이번에는 성공할 거야, 혹은 우리도 역시 그들처럼 실패하고 말 거야' 라고 단순하게 판단하여 신규사업을 전개하거나 접어 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이와 같이 타사의 경험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주사위를 던져 가부를 결정하는 일보다 못합니다. 성공할 건지 실패할 건지의 확률은 신규사업의 컨셉과 전개해 나가는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타사의 경험이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시장과 고객은 변하기 마련이고 타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타사와는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는 '주사위가 10번째의 결과를 기억하지 못하고 11번째의 시도를 시행'하듯 해야 합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물론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한참 블루오션이 화두였을 때 레드오션인 산업으로 진출하면 백전백패할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서브웨이는 햄버거가 가지기 어려운 웰빙 이미지로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을 장악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즐거움이라는 차별적 서비스로 기존 항공사를 앞서 나갑니다.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룰루닷컴은 자비출판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 확률을 기초로 판단했다면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기업들이죠. 기업이든 개인이든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입니다. 다른 기업,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겁게 폭탄 하나씩 들고 다녀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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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다양한 기차들   

2010. 2. 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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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발달한 일본의 기차들은 어느 노선을 달리느냐에 따라 각기 브랜드가 있더군요. 색깔과 모양이 다른 기차들을 타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노선별로 특이한 '브랜드 기차'를 운행하면 어떨까요? 

'부산 행' 기차보다는 '부산갈매기 호'라는 브랜드를 가진 기차가 더 친근하지 않을까요? 철도공사에서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


후쿠오카 하타카역에서 뱃부로 향하는 '소닉(Sonic)' 기차. 차체 색깔이 파랗습니다. 의자 모양이 미키마우스 귀 처럼 생긴 게 특징이죠. 그 모양이 소닉 기차의 로고로 쓰인답니다.


소닉(Sonic) 기차의 화장실 옆에 전시된 곰 인형


뱃부에서 오이타로 향하는 흰색 기차. 날렵하게 생겼습니다.


오이타에서 유후인으로 향하는 2량 짜리 미니 디젤 기차. 귀엽게 생겼습니다. 모든 역에 다 서는 완행 열차죠.


유후인에서 오이타 쪽으로 향하는 빨간색 기차. 1량 짜리라서 더 귀엽습니다.


유후인과 후쿠오카 사이를 운행하는 관광열차, '유후인노모리' 기차입니다. '유후인 숲'이라는 뜻이죠. 차체가 높아서 시야가 넓습니다.


유후인역의 이정표 모습. 유후인은 온천의 도시랍니다.


유휴인 역 플랫폼에 마련된 온천 족욕장. 우리나라의 역에도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후쿠오카에서 하우스텐보스 구간을 운행하는 '하우스텐보스 특급 열차'.


나가사키에서 사세보로 향하는 '시사이드 라이너 호 열차'. 실내가 기차라기보다는 전철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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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과 친구가 되자   

2010. 2. 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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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거두, 하이젠베르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습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란, 양자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순간 운동량을 측정할 수가 없고, 반대로 운동량을 측정하는 순간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는 것으로서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원리입니다.

경영에서도 비슷한 법칙이 존재합니다. 바로 '불확실성의 원리'죠. 기업의 현 상황과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알아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에 적합하도록 전략을 수립했더라도 그것이 한 달 후에 유효할지는 아무도 담보하지 못합니다. 

또한 미래의 환경을 나름대로 감안하여 전략을 세워도 현재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치 않는다면, 말 그대로 ‘근사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지요.

(집 모양이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씩 다르네요)



확언컨대, 현재는 과거보다 불확실하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불확실할 겁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대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하듯, 우리 주변의 무질서함은 예측 가능한 것을 예측 가능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불확실성을 낳고 불확실성은 기업환경의 무질서 정도를 점점 증가시킵니다.

바퀴 두 개짜리 수레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자동차의 복잡한 구조를 떠올려 보면, 복잡함이 불확실성과 무질서함을 나타냄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전자장치 오작동으로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는 이유는 첨단 전자장치로 무장한 자동차의 내부구조 때문이죠.

기업환경의  무질서함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지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르게 각자간의 상호작용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이제까지 별 상관 없는 산업영역에 있던 기업이 갑자기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신생기업이 과거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략으로 새롭게 부상하거나 하는 등의 현상이 나날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은 점점 무질서한 모습이 되어갑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소액결제방식이 신용카드의 아성을 위협한다든지, 소위 지속가능력(Sustainability)을 내세워 기업의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등에 대해 정부와 일반대중이 압박을 가한다든지, 기업으로선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무질서해지고 기업은 할 일이 많아집니다.

누구나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하다못해 내일 아침에 우산을 가져갈 것이냐 말 것이냐 놓고 고민할 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TV를 보거나 신문을 뒤적이지요.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어쩌면 기업이 매일매일 하는 활동의 많은 부분이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의도 때문입니다. 회의를 하거나 보고를 하고 고객을 만나 이야기하고 교육을 받는 등의 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기획부서에서는 앞으로 1주일, 한 달 후, 1년 후 등의 미래에 우리의 실적이 과연 어떻게 될까, 경쟁사들은 어떻게 될까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도 기업이 굳건히 살아남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인사부서에서는 우수인재를 뽑고 육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아마 미래가 불확실하지 않다면 현재 존재하는 인력과 각종 인프라의 3분의 2 정도는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없어도 될 인력’을 불확실성 때문에 보유한다는 말입니다. 엔트로피를 줄이려면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어지러워진 방을 청소하려면 손에 청소기를 들고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무질서함이 커진다 해서 ‘무질서를 감소시킬 사람’을 예전보다 많이 고용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성 증가의 압박도 동시에 커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업은 인력을 덜 고용하는 대신에 현재 근무하는 인력에게 더욱 많은 일을 시키게 되고 과거보다 양질의 성과를 요구하게 될 겁니다. 

우울하게도 이것이 미래학자들이 내다보는 미래의 모습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무질서를 감소시키기 위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고 더 어려운 일을 시키게 될 겁니다. 또한, 인력의 규모가 노조의 교섭력 강화, 인력관리의 비용 증가 등과 같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래에는 전문성을 지닌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까지는 예측을 잘 하는 기업이 성공해왔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예측기법에 기반하여 기획부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곧 쓰레기가 될 엄청난 양의 보고서를 만들지요. 그러나 미래는 예측 가능하리란 가정과 바람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에는 ‘확실히’ 불확실성을 잘 다루는 기업이 산업을 호령하는 시대가 될 겁니다. 미래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대비하고 ‘실행력’을 구축하십시오. 남이 무엇을 하는지 쳐다보지 말고 무궁무진한 기회의 보고인 미래를 연구하기 바랍니다. 불확실성과 친구가 되십시오.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전략이자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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