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숫자배열, 꼭 그래야 하나?   

2010. 3.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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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산기를 매일 쓰는 직업은 아니지만 제법 사용하는 편입니다. 헌데 그럴 때마다 불편함을 느낍니다. 번호를 잘못 누르거나, 10개 밖에 안 되는 단추 중에 '3이 어디 있더라' 하면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쳇말로 상당히 '버벅'대지요. 이상하게 여러 번 사용해도 전자계산기의 숫자 배열은 손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추측컨대, 전화기의 숫자 배열과 반대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알다시피 전자계산기의 숫자들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0부터 9가 배열돼 있습니다. 반대로 전화기나 휴대폰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1부터 0까지의 숫자가 써 있지요.

전자계산기의 숫자 배열


전화기의 숫자 배열


저는 아무래도 전화기(휴대폰 포함)를 많이 쓰는 까닭에 전화기의 숫자 배열이 더 익숙합니다. 전자계산기를 쓸 때마다 숫자를 '찾아 헤매는' 비효율은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매장에 갈 때마다 '전화기 식으로 숫자가 배열된' 계산기를 사려고 해봤지만, 매번 허사였습니다. 가격을 막론하고 죄다 아래에서 위로 숫자가 배열된 계산기 뿐이었죠.

전자계산기의 숫자 배열이 전화기의 그것과 다를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요? 예전부터 전자계산기의 숫자 배열이 의례 그래왔다고 해도, 하나 정도는 전화기와 같이 숫자가 배열된 전자계산기가 있으면 안 될까요?

전자계산기 생산업체의 입장에서는 전화기 식으로 숫자 배열된 계산기를 만들어봤자 별 이득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의례껏 그래왔으니까 바꿔야 할 필요를 아예 못 느끼는지도 모르겠군요. 혹자는 현재처럼 거꾸로 배열된 숫자가 계산에 더 편리하다(동선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군요.

실제로, 계산을 할 때 가장 자주 쓰는 숫자가 0과 1이라서 그것을 소숫점과 가까운 위치에 두기 위해 0과 1을 아래에 배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샤프(Sharp)사에서 이런 숫자 배열을 표준화했다고 하네요. 세무사, 회계사, casher와 같이 계산을 자주 하는 분들에게는 현재의 계산기 숫자 배열이 최적일 겁니다.

그러나, 어쩌다가 계산할 일이 있는 보통 사람들은 전화기와 다른 배열을 갖는 계산기 때문에 불편을 경험합니다. 전화기 버튼에 익숙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계산기가 출시될 만도 한데 여태 출현을 안 하니 의아합니다. 왼손잡이용 제품이 따로 나오는데 말입니다.

전화기와 계산기의 숫자 배열이 달라진 이유와 유래를 따지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이유가 있다 해도, 계산기는 현재의 숫자 배열을 왜 고집해야만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드는군요. 이 글을 쓰는 더 중요한 목적은 여러분이 다니시다가 혹 전화기식으로 숫자 배열된 계산기를 보시면 알려 주십사 하는 요청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 알려주시면 꼭 구입하렵니다. ^^

전화기식 숫자 배열을 가진 전자계산기를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인간공학'이라는 거창한 개념은 차치하더라도, 고객 만족은 이렇게 작은 것부터 세밀히 살피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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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은 어떻게 아이리버를 이겼나?   

2010. 3.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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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플레이어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디지털의 총아였습니다. 적은 용량으로 괜찮은 음질의 음악을 거의 공짜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CD Player를 비롯한 여타 오디오 기기들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지요. 

게다가 깜찍한 디자인과 사이즈, 휴대의 간편성으로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디지털 기기 중 휴대폰 다음으로 많은 보유율을 자랑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황금알을 낳는
MP3
MP3 플레이어 시장의 폭발적 확대의 중심에는 국내의 벤처기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iPod Nano(아이팟 나노)가 전격 출시되면서 국내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는 경쟁력을 급격히 잃었습니다.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선도해 오던 레인콤, 코원 등 국내업체는 2002년의 세계 시장점유율 40%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여 20% 미만(2006년)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다 합해 10%도 안 되는 처지입니다.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위협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애플 때문이죠.

당초 애플과 국내업체는 별도의 MP3 플레이어 시장을 차지하며 서로 공존했습니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MP3 플레이어였지만애플이 HDD(하드디스크)형MP3 플레이어를, 국내업체는 플래시메모리형 MP3 플레이어에 집중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플래시 메모리형인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애플은 자사의 브랜드력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로부터 싼 가격에 플래시메모리를 공급받는 이점을 활용하여 기존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총공세를 펼쳤지요.

그러나 단순히 가격이 낮기 때문에 아이팟이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던 것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아이팟이 지향하는 가치와 여타 MP3업체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매우 달랐습니다.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아이팟이 제공하는 가치의 차별성에 있습니다.

이를 전략 캔버스로 그려보면 확인할 수 있지요.

MP3 플레이어의 전략캔버스


타 업체들은 고가정책을 취하든 저가정책을 취하든 비슷한 패턴의 가치곡선을 나타냈습니다.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차별화된 가치는 나타나지 않았지요. 이와는 달리 아이팟은 다른 패턴의 가치를 가졌습니다.

타업체들은 뛰어난 부가기능을 부각시켰습니다. 음악재생 이외에 보이스 레코딩, 동영상 재생, 게임, 인터넷 접속 등의 부가기능을 결합한 제품에 초점을 맞추었지요. 그래서 MP3 플레이어라기 보다는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나 PDA에 가까운 제품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애플의 아이팟은 기본기능인 음악재생만 충실히 하고 몇 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가기능을 과감히 삭제했지요. 아이팟 셔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조작의 단순성을 업계의 표준 이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Click Wheel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아이팟을 조작하는 것이 얼마나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지 깨달았죠.

애플은 전략적으로 아이팟을 ‘문화 아이콘’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그래서 여타 업체들이 '음악을 듣는 행위의 즐거움‘에 주력하는 동안, 소유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제품으로 MP3 플레이어를 재탄생시켰지요. 비싼 가격 탓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애플 제품을 단돈 199달러에 소유할 수 있는 기쁨, 즉 명품을 소유하게 될 때 느끼는 감동을 고객에게 선사했던 겁니다.

아이팟이 하드웨어 자체로만 존재했다면 수명이 오래 가지 못했을 겁니다. 영리하게도 애플은 아이튠즈(iTunes)라는 폐쇄적이면서 동시에 개방적인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을 결집시켰습니다. 컨텐츠가 생명임을 깨달았던 겁니다. 반면, 레인콤을 비롯한 국내기업들이 온라인 컨텐츠를 확보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타 MP3 플레이어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아이팟이 과연 앞으로도 강자로 남아있을까요?
앞으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팟도 언젠가 다른 무언가에 의해 몰락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죠. 강자는 패자가 되고, 패자가 다시 강자로 떠오르는 게 기업 생태계입니다. 끊임없는 가치혁신과 발전적 파괴가 없이는, 한때의 성공은 다가올 실패의 쓴잔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과거에 쓴 글을 현재의 시각으로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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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도 카메라다   

2010. 3. 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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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모아 올려 봅니다. 포토샵 모바일 버전으로 보정을 하니 아이폰도 꽤 쓸 만해 보입니다. 스쳐지나기 쉬운 피사체를 아이폰으로 담아내기 위해 앞으로 사물을 좀더 다른 각도로 바라봐야겠습니다. 

못 찍었더라도, 보정이 과하더라도 봐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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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0. 3. 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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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작년에 비해선 저조한 독서량이군요. 독서도 봄이 되어야 추진력을 얻는 듯 합니다. 3월엔 분발해야겠습니다. ^^

이번 달에는 좋은 책 2권을 건졌습니다. 3분의 1의 성공이죠. 다음 달엔 성공률을 더 높여볼 요량입니다.



생각의 오류
생각의 오류 : 회의주의적 시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 미신을 신봉한다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등 사람들의 여러 가지 생각의 오류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딸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씌여진, 불평등한 세계에 대한 보고서. 아내가 추천하여 읽은 책입니다. 다국적 기업 네슬레가 이익을 위해 미국과 짜고서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분유를 나눠주려던 칠레의 개혁을 방해하고 대통령을 살해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늦었지만, 아직 안 읽어봤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분량이거든요.

비판적 사고력 연습
비판적 사고력 연습 :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로 쓰인다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꼭 읽어야 책이기도 한데, 번역이 거슬려서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논증의 탄생'이란 책이 훨씬 좋다는 생각입니다.

무한론 교실
무한론 교실 : '무한의 뜻이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수'라는 정도로밖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고 무한의 의미를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읽히죠. 번역이 조금 매끄러웠으면 좋았을 텐데...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을 생각한다 : 요즘 독서계에서 꽤나 유명한 책. 매년 존경할 만한 기업으로 선정되는 삼성의 이면은 어떨까? 과연 월드베스트일까? 이런 의문을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해소해 주면서 삼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중평처럼, 내용이 다소 중복되는 것이 흠결이긴 합니다.

The Psychology of Problem Solving
The Psychology of Problem Solving : 문제해결에 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주제로 한 책인 것 같아서 주문했으나, 내용은 별로 영양가가 없습니다. 본디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은 책을 피해왔는데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로 나타났지요. 단편적인 사례를 제외하곤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즐거운 독서 생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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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도 없이 왜 저를 평가하시나요?   

2010. 3. 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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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제도의 성공에 있어 가장 크게 유념해야 할 부분은 평가지표 자체가 아니라 평가의 운영입니다. 또한, 평가 운영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은 담당하는 주체는 인사부서가 아니라 바로 일선 관리자입니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단순히 부하직원을 감독하는 상위자라기보다는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코치로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평가제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지요.



이것에 반대할 사람이나 기업은 표면적으로는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코치’의 역할을 관리자들에게 설명하면, ‘담당한 업무가 너무 과중하여 부하직원들의 성과와 역량 향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가 아는 것이 뭐가 있다고 코칭을 하나’,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며 고충 같은 것을 들어주면 되는 것이지 뭐가 더 있나’ 라며 다양한 불평을 쏟아냅니다. 여러분도 혹시 그러시는지요?

코칭에 대한 이러한 오해는 제대로 코칭의 개념과 도구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코칭의 개념은 이미 여러 책들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평가제도 운영에 있어 관리자의 코치역할을 도와주는 도구 중 ‘성과면담일지’라는 것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쉽게 말해 성과면담일지는 관리자가 부하직원의 성과 및 역량 향상 과정을 관찰하고 면담하여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도구입니다. 연초에 부하직원이 목표로 설정한 사항을 원활하게 달성해 나가고 있는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실제로 노력하고 있는지, 해당 부하직원에게는 고충이 없는지 등을 다양한 경로(관찰, 직접 면담, 동료 반응 등)를 통해 알아 내는 것이 첫째로 해야 할 일입니다.

(성과면담일지의 포맷)



그 다음에는 해당 부하직원에게 무엇을 도와줬으며 무엇을 조언했는지를 기록하고, 향후에 평가시기에 착안해야 할 사항과 인사상의 조치 등을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성과면담일지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모든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매일매일 기록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적어도 2주일에 한번 정도는 각 부하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기록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평가시기가 됐을 때 부하직원들이 평가결과를 납득하도록 할 수 있지요.

성과면담일지에 적힌 내용이 부하직원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일지에 기록된 내용을 근거로 평가자와 피평가자 양측의 견해의 차를 좁혀갈 수 있습니다.

몇몇 관리자들은 성과면담일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업무가 많아 그런 것까지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관리자의 최우선 임무는 ‘부하직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며 관리자란 호칭은 그래서 붙여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만을 잘 하려면 관리자가 되지 말고 스페셜리스트로 남는 것이 낫겠지요.

평가의 불만은 커뮤니케이션의 상실 때문에 주로 발생합니다. 성과면담일지와 같은 공식적인 툴을 사용하여 평가의 불만을 줄여가도록 하십시오. '술 사주는' 선심은 요즘엔 먹히지 않습니다. "근거도 없이 왜 절 평가하세요?"란 불만이 커지면 제 아무리 좋은 평가지표라도 무용지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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