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원인의 단초를 찾자   

2009. 9. 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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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존 스튜어트 밀이 제안한 '원인 발견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 모르겠네요. '밀의 방법은 원인들이 이미 도출됐다고 가정하고 그 중에서 근본원인을 찾기 위한 기계적인 절차에 불과하지 않나?'라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사실 문제해결사가 문제을 해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문제 속에 숨은 원인들을 끄집어 내는 일이죠. 이 과정만 이뤄지면 밀의 원인 발견법은 그야말로 절차와 '계산'에 불과합니다. 지난 포스팅의 내용에서 봤듯이, 두 가지 이상의 사례를 별도로 분석한 후에 일치 판단법 혹은 차이 판단법 등을 써서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원인을 추정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물론 어떤 분들은 그 자체가 어렵다 느낄지 모르겠군요). 

그럼에도 밀의 원인 발견법을 소개한 이유는 오늘 설명할 KT 분석법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차차 알겠지만, KT 분석법은 밀의 원인 발견법 중에서 '차이 판단법'을 확장하고 심화한 것인데요, 문제의 근본원인에 바짝 다가가는 힌트를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자물쇠를 풀듯이 문제를 풀 수 없을까요?


KT 분석법은 미국의 Think Tank라 할 수 있는 RAND(랜드) 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하던 Kepner와 Tregoe라는 사람이 고안했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케프너-트리고 기법'이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는 'KT 분석법'이라는 말로 쓰겠습니다.

KT 분석법은 다음과 같이 '문제의 4차원'이라고 부르는 4가지 질문을 근간으로 합니다. 

(1) WHAT : 무엇이 발생했는가? 무엇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2) WHERE :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가? 어디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3) WHEN : 언제 문제가 발생했는가? 언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또는
                 언제 문제가 처음 발견됐는가? 언제 문제가 마지막으로 관찰됐는가?

(4) HOW MANY(MUCH) :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가? 얼마나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위의 질문들을 보면, 밀의 원인 발견법 중 '차이 판단법'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발생한 상황과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WHAT, WHERE, WHEN, HOW MANY(MUCH)의 4가지 차원으로 하나씩 따져본 다음에, 그 차이를 가려서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 때 KT 분석법은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원인 발견법입니다.

문제해결사는 KT 분석법의 4가지 질문에 따라 문제의 현상을 관찰해야 하는데요, 관찰 결과를 아래의 표로 정리합니다. 이 표를 우리는 'KT 분석표'라고 부르겠습니다.

   있다 없다  차이 
 WHAT      
 WHERE      
 WHEN      
 HOW MANY(MUCH)      

'있다'에는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없다'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정리하면 됩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상황과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비교해서 무엇이 '있다'와 '없다'를 구별되게 만드는지를 판단하여 '차이'란에 기록합니다. '있다'와 '없다'는 관찰의 결과를 적는 란이므로 작성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은 '차이'란인데요, '있다'와 '없다' 사이의 차이점이 자명하게 구별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이'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알려주는 힌트가 되므로 주의 깊은 사고가 필요합니다.

KT 분석표 작성 순서
1차원씩 차근차근... 

(1) 문제의 현상을 관찰을 통해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2)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있다'란에 기입한다
(3)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없다'란에 기입한다
(4) '있다'와 '없다'를 구별하는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하여 '차이'란에 기입한다

이렇게 개념적으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어려우니 예를 들겠습니다. 아래의 문제 상황을 꼼꼼하게 읽어 보십시오.

의뢰인은 서울 본사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나태한 것 같다며 의심을 품고 있다. 문제해결사는 IT 부서의 도움을 받아 외부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하는 건수를 기준으로 직원들의 나태함을 판단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관찰한 결과, 외부 인터넷 접속 건수가 오후 2시경에 갑작스레 증가하여 5시까지 그 수준이 유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따져보니 지방에 있는 연구부서와 생산부서는 일주일 내내 접속 건수가 일정했으나 관리부서인 A팀과 B팀의 접속 건수는 오후에 피크를 이뤘다. 인터뷰를 해보니, A팀과 B팀 직원들 중 절반 정도는 자기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겠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인터넷이라도 접속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 알고보니 그들은 조직 개편으로 2개월 전에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이다.

의뢰인인 회사의 CEO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1개월 전부터 강력하게 추진 중인데, 여기에 핵심이 되는 인물이 A팀장과 B팀장이다. A팀장은 원래 연구부서에 있다가 관리부서인 A팀으로 얼마 전에 부임했고, B팀장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이 회사에 근무한 사람으로서 CEO의 신임이 두텁다. 프로젝트 회의는 보통 오후에 열리며 한번 모이면 밤 늦게까지 마라톤 회의가 잦은 편이다.

예를 들기 위해 약간은 도식적인 사례를 들었습니다. 게으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터넷 접속 건수를 채택했음을 감안하기 바랍니다. 위의 문제 상황을 KT 분석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있다 없다  차이 
 WHAT  갑자기 증가하는
인터넷 접속 건수
 일상적인
인터넷 접속 건수
수행할 업무가 없음
 WHERE  관리부서(서울)인
A팀과 B팀
 연구부서와
생산부서 (지방에 위치)
 프로젝트 핵심멤버인
두 팀장의 관할 부서
 WHEN
  - 오후 2시~5시
  - 프로젝트 시작부터
    (1개월 전부터)
  - 그 이외의 시간 
  - 프로젝트 시작 전
    (1개월 이전)
팀장들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시간
and
CEO가 프로젝트 추진
 HOW MANY(MUCH) A팀, B팀 직원 중
절반
나머지 직원들  2개월 전에 전보되어 온
직원들

이렇게 정리되면, 여러분은 '차이'란에 적힌 내용을 음미하면서 문제의 근본원인이 추정해야 합니다. 위의 표를 찬찬히 뜯어보기 바랍니다. 무엇이 근본원인인지 눈에 보입니까?

팀장이 프로젝트 참여 때문에 팀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인터넷 접속 건수로 대표되는 직원들의 나태함이 증가된 걸까요?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위의 문제 현상을 보면 A팀과 B팀 직원들 중 절반만 인터넷 접속이 많고 나머지 직원들은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팀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하지만 팀장이 자리를 지키는 시간과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나태함을 나타내는 지표(인터넷 접속 건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팀장의 리더십이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인터뷰에서 불만을 나타낸 직원들이 주로 2개월 전에 전보되어 온 직원들인 점에 주목한다면, 그들에게 전보된 이후에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임무가 아직 부여되지 않았을 거란 의심을 갖게 됩니다. '신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는 1개월 전에 시작했고 전보는 2개월 전에 이뤄졌으니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임무를 부여할 시간이 1개월이나 있었지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경황이 없었다면 1개월의 여유시간은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원인은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에게 제대로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직원들이 A팀과 B팀을 통틀어 절반이나 되니 의뢰인(CEO)의 눈에는 거의 모든 직원이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겠죠.

KT 분석법을 통해 추정한 근본원인은 말 그대로 '추정되는 근본원인'일 뿐입니다.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에게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말은 아직 가설에 불과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이 가설의 옳고 그름을 실증을 통해 증명해야 합니다(실증에 관한 내용은 이미 지난 여러 포스팅에서 설명했습니다).

KT 분석법이 올바르게 문제의 근본원인을 추정하려면 위의 4가지 차원의 질문을 '잘' 던져야 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그대로 '있다'와 '없다'에 기입하면 곤란합니다. 여기서도 파고드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후 2~5시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그것이 일반적인 것인지, 아니면 좀더 특수한 조건(예:팀장의 부재 여부, 고객의 주문전화 증감 여부 등)과 관련된 것인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KT 분석법은 어디까지나 도구이고 가이드일 뿐이므로, 질문을 계속 반복하면서 결과를 수정해 나가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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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인, 어떻게 찾아야 할까?   

2009. 9. 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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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문제의 원인에는 눈에 보이는 원인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근본원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깊숙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연쇄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 하나 이상의 원인들을 확보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중 한 두개는 문제를 야기한 주범일지 모르지만, 다른 것들은 어쩌다가 함께 물려들어온 부차적인 원인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진정한 근본원인'을 찾는 게 문제해결사에게 주어진 숙제인데요, 이를 위해 여러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제안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그는 현상(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완전한 방법이라며 그의 '원인 발견법'을 제시했는데요, 뒤에 언급하겠지만 그의 장담과는 달리 완전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항상 그의 방법이 옳다고(참이라고) 확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밀의 원인 발견법을 소개하는 이유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올바르게 추리함으로써 가설을 용이하게 수립하는 데에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밀의 '원인 발견법'을 적용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이 3가지 가정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1) 동일한 결과를 나타낸다면 동일한 원인 때문이다

(2) 결과가 발생하면 원인이 앞서서 발생했을 것이고, 원인이 발생하면 결과가 발생한다

(3) 두 개 이상의 사례를 서로 비교하여 원인을 발견한다

세번째 가정이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이 말은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을 적어도 두 가지 이상 별도로 분석해서 후보가 되는 원인들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직원들이 나태하다'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다면, A사업부와 B사업부를 '한 묶음'으로 해서 분석할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 분석을 실행하여 별도의 원인 목록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가정은 밀의 원인 발견법을 유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드시 2가지 이상의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는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일치 판단법
이제 밀의 원인 발견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원인들을 알파벳 A,B,C...로 나타내겠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두 개의 사례를 대상으로 각각 분석을 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문제를 야기한 근본원인을 무엇이라고 추정하겠습니까?

첫번째 사례 :  원인 A, C, D, E 발생   →  문제 발생

두번째 사례 :  원인 C, B, F, G 발생   →  문제 발생

두 사업부 모두 C라는 공통적인 원인을 포함하므로 C가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말해, 교집합을 찾는 것이죠. 이를 원인 발견법 중에서 '일치 판단법'이라고 말합니다. 일치 판단법은 두 가지 사례 모두 문제를 발생시킨 상황에 적용됩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예를 들어보죠. 복남이와 길동이가 각각 동일한 시험을 치렀는데 둘 다 '성적 하락'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들은 각각 무엇 때문에 자기 아이의 성적이 떨어졌는지 집요한(?) 탐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원인들을 도출했습니다.

복남이
        1) 시험 전날 과음
        2) 여자친구의 결별 선언
        3) 이 과목에 원래 소실이 없음
        4) 교사의 수업 방식이 따분함
                                       →  성적 하락
길동이
        1) 동아리 활동에 전념
        2) 수업이 재미없음
        3) TV를 늦게까지 봄
        4) 지난 시험을 잘 봐서 방심함
                                       →  성적 하락 

여기서 복남이와 길동이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보다시피,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이 재미없고 따분한 것이 성적이 하락하게 만든 근본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죠. 문제해결사는 이것을 가설로 만들어서 진짜 그런지 아닌지를 실증하여 최종적으로 근본원인임을 확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의 예를 보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나요? 과연 교사의 수업 방식이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사실이 성적을 떨어뜨린 유일한 원인일까요? 길동이가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성적을 하락시킨 원인은 아닐까요? 여자친구가 갑자기 결별을 선언하는 바람에 상심이 컸던 것도 시험을 망친 주범은 아닐까요?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목록에 적힌 원인들을 글자 그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계적으로 비교하지 말고, 원인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꺼낸 다음에 비교해야 합니다. 시험 전날 과음하고 여자친구에게 차인 복남이와,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고 TV를 늦게까지 본 길동이는 모두 '시험공부할 시간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공통적인 사항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적이 하락한 근본원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은 교사의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시험공부할 시간을 내지 않았다는 것, 두 가지입니다. 문제해결사는 이 두 개를 각각 가설로 세워서 증명을 해야 하겠죠.

차이 판단법
밀의 원인 발견법은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일치하는 원인'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개의 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인 도출 결과가 다음과 같다면, 근본원인이 될 만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번째 사례 :  원인 A, C, D, E 발생   →  문제 발생

두번째 사례 :  원인 A, D, E     발생   →  문제 없음

C가 발생할 때만 문제가 발생하므로 C가 근본원인이라 추정되겠지요(추정한다는 말은 아직 가설일 뿐임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원인 발견법을 '차이 판단법'이라고 합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차집합'을 말합니다. 이때 차집합은 문제가 발생한 사례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례를 '빼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십시오. 반대로 빼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차이 판단법은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를 서로 비교할 때 사용합니다.

차이 판단법은 원인을 찾을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이것을 사용할 때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처럼 배가 떨어진 원인을 까마귀로 오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음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제 :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까마귀가 날았다   →  배가 떨어짐
오늘 :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  배가 떨어지지 않음

고로, '까마귀가 날았다'가 배가 떨어진 근본원인?

일치차이 판단법
이 방법은 앞서 설명한 '일치 판단법'과 '차이 판단법'을 동시에 적용한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 사례들이 적어도 3개 이상이 되어야 일치차이 판단법을 쓸 수 있습니다. 다음을 보고 문제의 근본원인을 추정해 보십시오.

첫번째 사례 :  원인   A, C, D, E 발생   →  문제 발생

두번째 사례 :  원인   A, D, E, F  발생   →  문제 발생

세번째 사례 :  원인   B, C, D, E  발생   →  문제 없음

좀 어려운가요? 하나씩 밟아가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첫번째 사례와 두번째 사례는 서로 동일한 상황입니다. 두 사례 모두 문제를 발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일치 판단법을 적용하면 되겠죠. 교집합을 구하면 공통적인 원인인 A, D, E만 남습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세번째 사례와 비교합니다. 세번째 사례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므로 '차이 판단법'을 적용합니다. 위에서 남은 (A, D, E)에서 세번째 사례의 (B, C, D, E) 를 빼면, A만 남습니다. 고로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은 A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상관 판단법
밀의 원인 발견법 중 '상관 판단법'은 좀 특이한 방법입니다. 허나 논리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원인이 나타내는 값이 변할 때 문제의 심각성도 그에 따라 변한다면, 그 원인을 근본원인이라 추정해도 된다는 것이 상관 판단법입니다. 이때는 문제의 심각 수준을 적어도 3단계가 나타나도록 분석 사례를 준비해야 합니다. 

첫번째 사례 :  A1  B1, C3, D3     →  문제 심각 수준 1

두번째 사례 :  A2, B2, C2, D3     →  문제 심각 수준 2

세번째 사례 :  A2, B3, C1, D3     →  문제 심각 수준 3

위의 예에서 알파벳 다음에 적힌 숫자가 '정도'를 나타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1보다 A2가 더 강화된 상태라고 간주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의 근본원인이 될 수 있을까요? 문제의 심각 수준이 높아질 때 동시에 높아지는 원인은 B입니다. 반대로 C의 정도가 줄어들면 문제의 심각 수준이 높아지는군요. 그러므로 B의 강화와 C의 약화가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밀의 원인 발견법이 어디까지나 실증이 아니라 가설을 확보하기 위한 기법이므로, 상관 판단법만으로 B, C를 근본원인이라 확실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B가 늘어난 것과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우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30년 전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이 나빠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저 자동차 대수가 늘었기 때문이니까요. 이런 이치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밀의 원인 발견법 4가지를 알아봤습니다('잉여법'이라는 것도 있는데 아주 자명한 것이라 생략했습니다). 위의 예들처럼 도식을 제시하면 금세 근본원인을 추정할 수 있지만, 문장으로 길게 나열된 원인 목록들을 보면 밀의 원인 발견법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선뜻 생기지 않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원인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간결하게 나타낸 다음 알파벳과 같은 코드를 부여해서 마치 집합의 연산을 하듯이(교집합 혹은 차집합) 밀의 원인 발견법을 적용하면 수월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원인 발견법 중에 하나인 'KT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방법은 밀의 원인 발견법을 좀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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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미스 김'을 찾자   

2009. 9.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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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지만, 문제는 '기대하는 상태와 현 상태와의 갭'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를 발생하도록 만든 것들을 원인(Cause)이라고 부릅니다. 원인은 눈에 보이는 원인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말 그대로 상황을 들여다 보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금세 눈에 띄는 원인을 말합니다.

원인의 2가지 종류
1) 눈에 보이는 원인
2)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눈에 보이지 않은 원인을 들여다 봅시다


예를 들어 최 대리가 바닥에 넘어진 상황을 목격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최 대리가 안전하게 걷는 상태와, 넘어져서 고통을 느끼는 상태 사이의 차이라고 정의되겠죠. 문제해결사의 본능을 타고난 여러분은 그에게 달려가 어떻게 그가 넘어졌는지 살펴볼 겁니다.

여러분은 최 대리가 고통스럽게 엉덩이와 무릎을 연신 문지르는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바로 옆에 바나나 껍질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아하, 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진 거로군!' 라고 쉽게 원인을 지목할 수 있지요. 게다가 바나나 껍질이 누군가에게 밟힌 듯한 모양으로 짓이겨져 있다면 더욱 확실할 겁니다. 이때 바나나 껍질은 눈에 보이는 원인입니다.

여러분이 최 대리에게 바나나 껍질을 흔들며 "바로 이것 때문이야! 좀 보고 다녔어야지"라고 충고할 때 문 뒤에서 옆 부서의 미스 김이 불안하면서도 고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바나나 껍질은 그녀가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 대리와 미스 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사내 커플이죠. 하지만 회사 문화상 사내 커플임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야 안심하고 만날 수 있었죠.

헌데 최 대리가 새로 입사한 미스 정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스 정은 늘씬하고 얼굴도 예뻐서 같은 여자가 봐도 끌릴 외모였죠. 최 대리를 괘씸하게 생각한 미스 김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녀는 "최 대리님, 바나나 좀 드세요." 라고 정수기 근처로 최 대리를 끌어 내는 데 성공했지요. 그와 공적인 이야기를 하는둥마는둥 하다가 그녀는 자신이 먹던 바나나 껍질을 몰래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는 최 대리가 그걸 밟는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여 있는 힘껏 그를 밀고 문 뒤로 숨어버렸던 거죠.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미스 김의 계략은 바로 여러분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입니다. 최 대리는 바나나 껍질을 흔들어대는 문제해결사의 의기양양한(고소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실은 미스 김이...' 라고 할 뻔하다가 급히 입을 닫을 겁니다. 커플인 게 들통나면 안 되니까요. 최 대리는 사라진 미스 김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리겠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여러분은 '그만 일어나고 일 해'라며 핀잔이나 주겠지요. 그래서 미스 김의 귀여운 폭행(?)은 영원히 미결의 사건으로 남습니다.

여러분이 뛰어난 문제해결사라면 최 대리에게 바나나 껍질을 들이대기 전에 바나나 껍질 이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존재하지 않을까 의심을 '자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문제는 '경쟁사의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라는 눈에 보이는 원인 때문이지만, 고객들이 저가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에서 기인했을지 모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Root Cause)을 찾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기를 권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근본원인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이 확실하게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확신이 들어도 그 이면에 미스 김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숨어있지 않은지 계속 의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근본원인  =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방에 작은 화재가 나서 2백만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화염감지기가 고장이 나서 스프링쿨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고 해보죠. 현장에 투입된 문제해결사는 화염감지기 관리를 소홀히 한 매장 매니저에게 일단 호통을 칠 겁니다. 그리고 본사에 보고해서 이 매장의 화염감지기를 새로 설치할 것을 건의하면서 원래의 자리로 물러나겠지요.

그런데 불과 며칠 후에 다른 매장에서 또다시 작은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역시 작동되지 않은 화염감지기 때문에 화재가 초기에 진화되지 못했습니다. 문제해결사는 관리 책임을 물어매장 매니저를 해고할 것을 상부에 보고합니다. 그리고는 전국의 매장에 화염감지기를 일괄적으로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를 올리겠지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문제해결사는 이제 더이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문제 해결 완료!'를 속으로 외칠 겁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문제해결사의 자질을 다시금 생각해야 합니다. 화염감지기를 판매하는 OO사의 CEO가 이 회사 CEO의 친동생이라서 소요되는 물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한다는 사실을 모르면 또다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CEO의 친동생이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품질은 엉망이고 제품을 비싸게 팔아넘긴 관행이 지속됐기 때문에 화염감지기를 새것으로 일괄 교체한다 해도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겠죠.

이처럼 눈에 보이는 원인보다는 근본원인이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탐색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백날 화염감지기를 교체해 봤자 소용이 없듯이, 근본원인을 찾지 못하면 해결책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할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인을 탐색해 들어가야만 근본원인을 발견할 수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것 아냐?' 라고 약간 비꼴지 모르겠군요. 허나 제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원인에 그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중에서도 1차적인 것만 찾은 다음에 곧바로 해결책 마련에 들어가는 경향이 큽니다.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근본원인을 끝까지 탐색해서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을 실증(참 또는 거짓이라 증명)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근본원인일수록 근거를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죠. 주위 사람들이 근거에 대해 공격을 가할 거란 생각에 누구나 인정하는 원인, 즉 눈에 보이는 원인을 근본원인으로 잘못 채택하려는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립니다.

또, 위의 예처럼 CEO 끼리의 유착관계를 겉으로 드러낼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했다가 짤리는 것 아냐?'라는 두려움 때문에 매장 매니저들에게 대대적으로 교육 시키거나, 소방시설을 새것으로 일괄 교체하는 방법은 전시효과 밖에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문제의 뿌리는 터질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해결사의 존재 목적은 문제의 해결이므로 대충 눈에 보이는 원인만을 미봉책이란 이불로 덮어 버리고서 의뢰인을 속이면 안 되겠죠. 문제 해결로 인해서 의뢰인을 기분 나쁘게 할지언정 자신감 있게 문제의 근본원인에 접근하여 캐내기를 바랍니다.

   근본원인을 탐색하는 것은 두려운 일

1) 근거를 대기가 어려울 거란 선입관 때문
2) 근본원인을 밝히면 의뢰인이나 이해관계자를 화 나게 만들 거란 생각 때문

오늘은 근본원인을 탐색함에 있어 문제해결사가 가져야 할 마인드를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찾아 낸 여러 가지 '후보 원인' 중에서 진짜 원인을 찾는 논리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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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9. 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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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엔 모두 8권을 읽었다(8월이라 8권인가?)

지금까지 모두 63권이다. 100권 돌파는 아마도 힘들듯... ^^


Slumdog Millionaire : 우리말로 번역된 걸 지난 달에 읽었는데, 영어 공부도 할겸 영문으로 다시 읽었다. 역시 글이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영어 원문이 어떻게 번역됐는지 생각해 보면서 읽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 칼뱅의 권위주의적 기독교 사상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카스텔리오의 이야기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이 책의 내용에 끄덕이는 건 왜 일까?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앎의 나무 : 인간의 인지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뿌리를 가지는지 철학적으로 서술한 책. 좀 어려운 책이다. 머리가 어지럽다면 이런 책은 권하지 않겠다.

과학적 추론의 이해 : 과학의 추론 방식과 사례를 교과서적으로 서술한 책. 과학이 실험을 통해 어떻게 사실들을 구축해 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된다.

과학의 수사학 : 과학에서의 설득 과정을 수사학적으로 분석한 책. 수사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 책이 아주 어렵게 느껴지리라. 나 또한 어려워서 대충 훑어 봤으니...

믿을 수 없는 생물진화론 : 고생물학적, 분류학적 관점에서 생물의 진화론에 관해 설명한다. 초보자도 금세 진화론의 의미를 깨닫도록 설명이 친절하고 간결하다. 일본책의 특징인가? 일독을 권한다.

괴짜 사회학 : 한 사회학자가 갱단 내부에 들어가 갱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소설처럼 이야기하는 책. 제목만 아니라면, 자전적 소설처럼 느껴지는 게 흠이다. 정리된 이론을 기대한다면 오산. 그저 미국의 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싶다면 이 책을 권해 본다.

과학적 추론의 기초 : 좀 오래된 책이라서 이미지가 없다. 제목 그대로 과학적 추론의 기초에 대해 이야기한다. 허나 기초 치고는 좀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었다. 어려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억지로 정독하는 건 좋은 책읽기 전략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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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 번외 사진들   

2009. 8. 3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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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 중 번외에 해당하는 사진들을 올립니다. 여행 다녀오면 사진 밖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맞습니다. 사진을 보며 그때 그 순간의 느낌을 회상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에 대한 설명을 굳이 달지 않겠습니다. 편안하게 봐 주십시오.

(*클릭하면 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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