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그리는 마음   

2009. 7. 1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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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입니다


바다로 갈 때마다 난 설레인다. 밤새 차를 달려갔던, 다양한 얼굴의 바다들. 부윰하고 무거운 회색하늘 아래 꿈틀거리던 파도와 하얀 포말과 갈매기가 이따금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바다의 풍경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때로는 배낭 속에 1/2 전지 크기의 스케치북과 잘 깍은 세자루의 4B연필을 넣고 곧장 바다로 달려가 바다의 얼굴을 그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솜씨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내 그림 속에 바다의 냄새를 가득 담아 오고싶어 발가락이 간지럽다.

그림 오른편 아래에는 귀에 대면 바람소리가 들리는 소라고동을 그려 넣고, 위편엔 갈매기들의 낮은 날갯죽지를 그려 볼까, 멀리 수평선을 향해 이국으로 떠나는 배의 뒷모습을 그려 볼까? 바다를 마주보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도 그릴 수 있다면....그렇게 지난 날의 나를 용서받을 수 있다면...

머지않아 바다에 가보련다. 언제나 나를 용서해 주는 바다를 스케치하며 바다와 이야기하련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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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도 울고 가는 '좋은 분석'에 대해   

2009. 7.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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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했듯이 실증은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실험'이 실증이라면, 문제해결과정에서는 '분석'이 실증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문제해결사가 어떻게 분석을 진행할까를 고민할 때 과학의 실험 설계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과학에서의 실험 설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A라는 가설이 이미 수립된 상태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과학이라고 말하면 굉장히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는데요, 실험 설계 과정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1) 실험 대상을 선정한다
2) 실험 방법을 정한다
3) 결과 측정 방법을 정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실시했다고 알려진 '물체 낙하 실험'은 근대 과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과학에서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일화이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갈릴레오는 '물체의 무게가 달라도 동일한 속도로 낙하한다'라는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낙하 실험을 통해 실증하려 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신봉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우주에서 정당한 자기 위치를 찾아가기 때문이고, 물체가 하늘로 날아가는 이유는 물체 앞에 있던 공기가 물체 뒤로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주장을 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00파운드 짜리 공이 100큐빗(약 53미터)에서 떨어져 땅에 닿는다면 1파운드 짜리 공은 1큐빗(약 53센티미터)의 거리를 낙하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실험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이론은 그가 죽은 후 2천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중세인들의 사고를 지배했습니다.

갈릴레오가 실제로 낙하 실험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실험 설계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는 게 목적이므로 논란 여부는 무시하겠습니다. 비비아니가 쓴 전기에 나온 갈릴레오의 실험 내용을 실험 설계 과정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1) 실험 대상을 선정한다
알다시피 갈릴레오는 모양이 똑같지만 무게가 다른 금속공 2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조수들이 탑의 꼭대기까지 공을 들고 가느라 낑낑댔다고 비비아니의 전기는 말합니다.

2) 실험 방법을 정한다
동시에 떨어지는지, 아니면 시차를 가지고 떨어지는지 육안으로 관찰하려면 충분히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야 했습니다. 그때는 정밀한 측정 장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피사의 사탑을 선택했죠. 사람들의 관심을 주목시키는 효과도 얻기 위해 피사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개의 금속공을 낙하시키기로 한 것이죠.

3) 결과 측정 방법을 정한다
두 개의 금속공이 정말로 동시에 떨어졌는지를 측정해야 가설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겠죠. 언급했듯이, 측정 도구가 변변치 않았기 때문에 육안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갈릴레오는 군중의 '눈'들이 결과를 측정하는 방법이라 여겼던 게 분명합니다. 실험을 하기 전에 관중들을 끌어모았으니까요. "자, 여러분이 직접 관찰해 보십시오!"

물체 낙하 실험은 간단한 실험이라서 실험 설계 방법도 단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복잡하고 까다로운 실험도 이 3단계 실험 설계 과정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침대는 과학이다'는 가설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이제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분석 설계 과정을 논의하겠습니다. 위의 실험 설계 과정을 차용하면, 분석 설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분석 대상을 선정한다
2) 분석 방법을 정한다
3) 분석 결과에 대한 표현 방법을 정한다

'실험과 분석이 엄연히 다른데 왜 차용을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질지도 모르겠군요. 맞습니다. 실험과 분석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과학의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실험 대상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실험군에게는 뭔가의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에는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양쪽에서 나온 결과가 확연히 다름을 보임으로써 가설을 증명합니다. "조치를 취하니까 이렇게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가설은 참(혹은 거짓)입니다"라고 말입니다.

분석이 실험이 아닌 이유는 분석 대상을 '분석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지 않을 뿐더러 분석군에게 조치를 취하지도 않습니다. 실험처럼 행해지는 분석이 있긴 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자주 벌어지지 않습니다. '급여가 작아 직원들이 불만이 크다'라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분석군에는 급여를 올려주고 대조군은 그대로 유지한 후에 불만의 크기를 비교 조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모험을 감행할 조직은 드뭅니다. 만약 급여가 직원들의 불만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면 이미 올려준 급여를 다시 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겠죠.

따라서 분석은 실험을 통한 가설 실증이라기보다, 관찰과 측정을 통한 실증이라고 말해야 정확합니다. 분석과 실험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 어렵지만, 분석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실증의 과정이므로 과학에서의 실증 과정인 실험과 동일한 위상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 설계 과정을 차용하여 분석 설계 과정을 알아보자는 겁니다.

위의 3번째 단계가 실험 설계 과정과 다르다는 것을 유의하십시오. 측정 방법이 아니라 '표현 방법'입니다. 문제해결의 세계에서는 분석 절차와 방법을 정할 때 측정 방법도 동시에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해결책이 의뢰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최종목적이므로 분석 결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따라서 분석을 설계할 때부터 결과를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표현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분석을 실시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위의 3단계 분석 설계 과정을 자동적으로 머리 속에 떠올려야 합니다. 무엇을(분석 대상) 어떻게(절차/방법) 분석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구상해야 합니다. 여러 형태로 분석을 설계할 수 있겠지요. 다음의 예가 그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분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1) 분석 대상을 선정한다
회사 내에도 여러 단위조직이 있습니다. 이 가설을 어느 조직을 대상으로 검증할지를 선정합니다. 분석 대상의 범위는 문제 정의시에 의뢰인에 의해 이미 정해지지만 경우에 따라서 각 가설에 따라 다르게 지정할 경우도 있습니다.

2) 분석 방법을 정한다
이 가설을 증명하려면 직원들의 '태만함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태만함의 정도는 경우에 따라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되므로 분석하는 방법을 정하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요, 스톱워치를 가지고 직접 체크하는 분석, 업무량 조사서를 작성하게 하는 분석, 직원들이 산출하는 아웃풋의 질과 양을 따져보는 분석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3) 분석 결과에 대한 표현 방법을 정한다
어떤 분석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만일 업무량 조사서를 가지고 하루 동안 어떤 업무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요하는지 분석했다면, 근무시간(8시간)과 대비하여 실제업무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워터폴(waterfall) 차트 형태의 그래프가 무난합니다. 또는 직원별로 유휴율 데이터를 표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즉각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분석 결과를 표현했는지가 관건입니다. 분석을 실시하기 전에 분석결과를 어떻게 표현할지를 미리 구상하기 바랍니다.

위의 '2) 분석 방법을 정한다'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좋은 분석'이 되려면 첫째, 반증가능성을 꼭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좋은 가설이 되려면 가설 그 자체가 반증가능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정적으로 선택된 하나의 분석 방법이 가설의 입증과 반증이 동시에 가능한지의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만일 그 분석 방법이 오로지 가설을 입증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반증하기 위한 또다른 분석 방법을 찾아내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잡담 시간'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으로 직원들의 태만함 여부를 가리겠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이 높은 직원들도 잡담을 어느 정도 하기 마련이고 또 잡담 속에서 업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잡담 시간을 측정하면 오로지 '직원들이 태만하구나'라는 생각만 들게 됩니다. 잡담 그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기 때문입니다. 측정하는 자가 잡담을 부정적인 요소로만 본다면 '잡담을 많이 하더라도 저건 직원들의 태만함과는 무관해'라는 반증으로 생각을 전환하기 어렵겠죠. 그리므로 '잡담 시간 측정'이라는 분석 방법은 폐기되거나 반증가능한 다른 분석 방법으로 보완돼야 합니다.

둘째, 가설을 '한 방에' 입증하는 분석이 좋은 분석입니다. 분석을 했는데 뭔가 미진해서 남들에게 공격 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좋은 분석 방법이 아닙니다. 팀장들과 인터뷰를 해서 직원들의 태만한지를 알아보는 분석 방법을 취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팀장들은 항상 직원들의 동태를 살피고 아웃풋을 점검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태만함을 어느 정도 감지할 겁니다. 하지만 팀장들의 말을 토대로 보고서를 썼다가는 직원들의 원성에 직면합니다. 직원 입장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겠죠. 

이렇게 분석 결과가 공격을 받으면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 나와도 수용되기 어렵습니다. 분석 방법을 택할 때는 '한 방에 하나씩'이라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해당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분석 방법들을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해 본 다음에, 가설을 한방에 실증할 만한 방법 1~2가지를 골라내서 구체적인 분석 절차를 수립하기 바랍니다.

셋째, 동일하게 분석 결과가 재현되어야 좋은 분석입니다. 과학자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면 자신이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실험을 수행했는지 기록해야 합니다. 자신의 연구가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똑같이 실험을 재현해보니까 엉뚱한 결과가 나오거나 아예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의 연구는 의심의 대상이 되거나 급기야 논문 수록이 취소되기까지 합니다(황우석 사태를 떠올려 보세요).

분석은 문제해결의 세계에서 행해지는 실험이므로, 절차에 따라 분석을 반복하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분석할 때마다 오차의 범위를 벗어나는 결과를 얻는 분석 방법이라면 당초에 가설을 증명했더라도 폐기해야 마땅합니다. 예를 들어 '스톱워치를 가지고 직원들의 잡담시간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은 측정하는 사람의 자의적인 해석('아 저건 잡담인가 아닌가')이 크게 반영되므로 비슷한 분석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분석 방법을 최초 선택할 때 머리 속으로 가상의 분석을 해봄으로써 분석 결과가 재현될지를 충분히 따져봐야 하고, 분석을 하고 나서는 한두 차례의 검증을 꼭 거쳐서 이론의 여지를 차단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좋은 분석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3가지입니다.

1) 반증가능성을 지닌다
2) 가설을 한방에 입증한다
3) 동일한 결과를 재현한다

지금까지 과학의 실험 설계 과정을 참고해서 바람직한 분석 설계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자, 봐라. 꼼짝 못하지?'라고 '적확한' 결과를 보이는 실험이 좋은 실험이듯이, 문제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감히 반박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분석이 좋은 분석입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들은 부디 갈릴레오도 울고 갈 분석 방법을 선택해서 의뢰인에게 '꼼짝마!'라고 외치는 희열을 경험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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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숨겨진 문제의 본질을 찾아라   

2009. 7.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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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이는 '분석'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분석이라고 말하면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그려집니까? 어떤 분은 엑셀(excel) 시트를 떠올리고 다른 분은 막대 그래프나 선 그래프를 떠올릴 거라 짐작됩니다. 그것들이 분석의 과정에서 여러분이 손으로 직접 다루는 도구이고 아웃풋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석은 하나의 과정이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분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정량적이거나 정성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인터뷰가 관찰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가설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실증 도구로도 쓰인다고 언급했는데요, 인터뷰만 가지고 완벽하게 증명이 되지 않는 가설들은 분석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서 참 또는 거짓의 꼬리표를 확정적으로 달게 됩니다.

분석에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동원됩니다. 그래프 분석, 통계 분석, 설문 분석 등 매우 다양한 도구들이 가설에 따라 제각각 적용되므로 '분석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이슈 트리 모양의 '가설 목록'에 근거해서 가설별로 참과 거짓 여부를 밝혀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분석 도구를 골라야 합니다.

이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설을 참이라(혹은 거짓이라)가정한 상태에서 분석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가설이 참(혹은 거짓)임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분석이 왜곡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분석 도구를 선택할 때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분석 도구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를 다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에 '무엇을 말씀드릴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 바로 그거야!'란 아이디어가 생겨나더군요. 그것은 바로 2X2 매트릭스입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두 개의 축이 있고 4개의 분면으로 나뉜 모양을 한 2X2 매트릭스는 모양이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뿜는 '공력'은 상상 그 이상임을 많은 분들이 간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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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2 매트릭스는 다음과 같이 3가지의 장점이 있습니다. 

1)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한다
2) 문제의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3)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2X2 매트릭스는 문제의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단순화'라는 말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문제의 '원형'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 단순화시킨 대상을 가지고 구상한 해결책이 효과적일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라는 의심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단순화는 문제해결 과정에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과정입니다.

여러분이 나무를 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먼저 줄기를 그린 다음에 가지를 치고 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들을 그려 나갑니다. 다 완성된 그림과 실제의 나무를 서로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뛰어난 '극사실주의' 화가가 아니라면 여러분의 그림은 실제의 나무를 단순화한 형태일 겁니다.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림을 아주 엉망으로 그리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그림을을 보고 '아, 이 그림은 나무를 그린 것이구요'라고 말할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그림이 실제의 나무는 아니지만 줄기, 가지, 잎사귀 같은 나무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놓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화는 바로 이와 같습니다. 복잡하게 보이는 현상이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특징을 잘 잡아내어 표현하면 어떤 현상을 이야기하는지 누구나 알도록 만드는 것이 단순화입니다. 문제와 현상의 핵심만을 간결하게 표현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 속에 핵심이 담겨있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완벽주의자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순화를 용인하지 않을 것같은 극사실주의 화가나 사진사들조차도 3차원의 나무를 2차원에 투영하는 단순화를 통해 작품을 만듭니다. 논의가 잠시 옆으로 흘렀는데요, 2X2 매트릭스는 관찰이나 분석의 대상에 내재된 핵심을 꺼내어 단순화함으로써 문제해결을 용이하게 만드는 도구 중에 막강한 힘을 지녔습니다.

대상의 본질과 핵심을 훼손하지 않고 단순화가 잘 됐는지 검토하려면 만들어진 2X2 매트릭스가 거꾸로 대상을 잘 설명하는지를 검토하면 됩니다. 그림으로 비유하면, 나무를 그린 그림이 실제의 나무를 충분하게 나타내는지를 살펴보라는 말과 같습니다. 만일 실제의 나무 줄기는 상당히 두꺼운데 그림 속 나무의 줄기는 가늘다면 '이 그림이 저 나무를 그린 게 맞아?'란 의심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2X2 매트릭스가 문제의 현상을 일부만을 설명한다면 '문제의 핵심은 전혀 다루지 못했군'이라는 공격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2X2 매트릭스를 그릴 때 뿐만 아니라,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한 후에는 항상 '검산'을 반드시 해야 함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단순화한 2X2 매트릭스로 본래의 현상을 항상 되짚어 봄으로써 2X2 매트릭스를 갱신해 가야 합니다.

둘째, 2X2 매트릭스는 문제의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줍니다. 핵심요소 2개를 하나는 가로축에, 또 하나를 세로축에 세운 다음 각 사분면의 의미만 살펴보면 '문제가 이런 여러 양상을 보이는구나'라고 보는 사람들이 빨리 이해합니다. 말로 주저리주저리 서술하면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이해가 잘 안 될 뿐더러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2X2 매트릭스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그럴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2X2 매트릭스는 단순화의 효과도 크지만 문제를 '시각화'하는 효과도 뛰어납니다. '시각화'의 개념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에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셋째, 2X2 매트릭스는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매트릭스를 꼼꼼히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문제일 수밖에 없구나'라는 자괴감이 들지만 '현 상황이 이렇게 부정적이니 앞으로 이러 방향으로 가야겠구나'라는 통찰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매트릭스를 보십시오.


위의 매트릭스는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의 현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설명을 위한 것이니 조금 작위적이라 느껴지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현 상황이 3사분면에 위치한다면 '직원들이 팀장의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직원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충분치 않아서 생산성이 낮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의 태만과 불평불만이 극대화되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팀장의 리더십을 끌어올리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업무량을 부여한다면 직원들의 태만함과 불평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겠구나'라고 말입니다. 즉 3사분면에서 1사분면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팀장 리더십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고 생산성을 측정함으로써 직원들의 태만함과 불평불만이 얼마나 감소되는지 그 모습을 2X2 매트릭스로 평가해 볼 수 있겠지요.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고 시각화하며 동시에 문제해결의 통찰력이 큰 2X2 매트릭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쇠는 바로 두 개의 핵심요소, 즉 두개의 축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문제해결사가 다루는 문제의 내용이 다르고 분석의 대상도 매번 바뀌기 때문에 '이것들은 고정적으로 항상 축으로 사용된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축 설정'은 대상의 본질을 얼마나 잘 꿰뚫어 보느냐는 문제해결사의 능력에 달렸지요.

하지만 자주 쓰이는 2X2 매트릭스의 형태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 성장 vs 이익 매트릭스
- 비용 vs 편익 매트릭스
- 중요도 vs 시급도 매트릭스
- 중요도 vs 난이도 매트릭스
- 영향도도 vs 불확실성 매트릭스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쓰는 매트릭스)
- 품질 vs 가격 매트릭스
- 결과 vs 과정 매트릭스
- SWOT 매트릭스 (기회/위협  vs  강점/약점)
- BCG 매트릭스 (시장점유율 vs 시장성장률)

위의 예는 어디까지나 자주 쓰이는 것일 뿐 문제해결 때마다 항상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해결사는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두 개의 축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야 하고, 경험을 통해 만든 2X2 매트릭스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항상 꺼내보고 갱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좋은 2X2 매트릭스를 그리려면, 첫째 두 개의 축이 서로 배타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축을 '장기(長期)'로, 다른 축을 '단기(短期)'로 설정했다면, 이는 좋은 매트릭스가 아닙니다. 서로 '기간'이라는 차원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축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기간'이라는 축에 '단기'와 '장기'로 설정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업무량 vs 생산성' 매트릭스 역시 좋은 매트릭스는 아닙니다. 생산성은 업무량을 업무시간으로 나눈 값이므로 이미 업무량이라는 요소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매트릭스는 '동어반복'의 오류에 빠집니다. 각 축의 내용을 따져보고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없도록, 즉 서로 배타적이 되도록 두 개의 축이 설정됐는지 항상 검토하기 바랍니다.

둘째, 두 개의 축은 비중이 서로 비슷해야 합니다. 이 말은 중요도가 유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객만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어떤 냉장고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문제해결사가 하나의 축을 '가격'으로, 다른 축을 손에 느껴지는 '질감'으로 해서 매트릭스를 그렸다면 어떨까요? 옳은 것고 같고 틀린 것도 같습니다. 문제해결사는 두 개의 축이 고객만족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따져보고 중요도의 크기가 서로 엇비슷하다고 판단 내린 후에야 이 매트릭스를 그릴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질감'에 대해 아무런 니즈가 없다면 이 매트릭스는 제품 개발에 대한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고 말겠지요.

그렇다면, 대상 속에 숨은 수많은 본질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요? 줄기와 가지, 그리고 잎사귀가 나무의 특징을 말해준다면, 그것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직감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는 수많은 대안 중에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나중에 설명할 예정이니 기다려 주십시오(나중에 설명할 것이 엄청 많군요. -_-';)

오늘은 분석 과정에서 자주 쓰이고 또 자주 활용되어야 하는 2X2 매트릭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문제의 대상이 무엇이든 항상 2X2 매트릭스를 활용하려면 습관을 들이십시오. 2X2 매트릭스를 사용해서 '트위터 사용의 어려움'을 설명한 inuit님의 글을 읽어보면, 얼마나 2X2 매트릭스가 유용한지 깨달을 겁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 중입니다. 혹시 문제해결 과정과 기법 중에 '이것을 알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차없이(?) 댓글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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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   

2009. 7.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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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실증의 방법인 '분석'에 대해 다룰까 하다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바로 "연역적인 논증'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쳐 두었던 연역적 논증 또는 연역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글에 걸쳐 설명한 논증의 구조(가설, 관찰, 실증 등), 즉 문제해결의 구조는 '귀납적인' 방법입니다. 이 논증 방법은 관찰과 실증을 통해 개별적인 사실(fact)들을 증명한 다음에 논거(basis)이라는 지렛대를 통해 '비약'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알다시피 귀납적인 논증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사실 1)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사실 2)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
(사실 3) 세익스피어도 죽었다
...
(사실 n) N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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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그들은 '인간'이라는 종(種)에 속한 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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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도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는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이 귀납적 논증입니다. 그렇지만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인 허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아주 오래 전에 태어나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해도), 이 논증은 거짓으로 판명나 버립니다.

부부는 닮는다 / 우린 부부다 / 우린 닮는다 ?


개인의 문제든, 조직의 문제든, 문제해결의 구조는 거의 대부분 귀납적인 논증 구조를 취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반대되는 예(이를 반례(反例)라고 함)가 하나만 발견돼도 논증의 탑이 허물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제해결 구조의 논리적인 완벽성을 기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를 둘러싼 환경이 수학식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귀납적 논증에서 논리적인 결점을 0%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미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무한히 많은 사람들의 '사실들'을 수집하여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죠. 만일 그렇게 한다면 결론을 결코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문제해결의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인 정합성을 기하는 과정은 용인되는 수준에서 끝내고 논거를 사용한 '논리적 비약'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사실 1) 팀장이 CEO가 시킨 중요 프로젝트 때문에 직원관리에 신경을 못쓴다
(사실 2) 갑자기 직원을 많이 뽑았는데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실 3) 경쟁사의 판촉 때문에 고객을 많이 빼앗겨서 일이 줄었다
(사실 4) 손으로 하던 많은 업무들이 IT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수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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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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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위의 사실들은 모두 업무량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만일 업무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 어딘가에서 발견되면 이 귀납적 논증은 성립되지 못하겠죠. 하지만 분석(실증)을 계속 해봐도 항상 업무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이 발견되고 설령 업무량이 늘었다 해도 국지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면, 이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으로는 비록 결점이 존재하나 문제해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논증입니다.

그런데 이 귀납적 논증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연역적 논증'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해진다'라는 논거와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라는 결론은 연역적 관계입니다. 연역적 논증이란, 대전제에 소전제를 대비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추론을 말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연역적 논증을 말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다음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대전제)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인간이면 죽는다)
(소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런 논증을 '삼단논법'이라고도 말합니다.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으로 이어지는 삼단논법의 전개방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두 개의 '참' 명제로부터 새로운 '참'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은 논리학의 대단한 발견입니다.

삼단논법이 옳게 완성되려면, 아래와 같은 논리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A   (C이면, A이다)
결론    :    C --> B   (C이면, B이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삼단논법의 형태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삼단논법의 모양을 띠지만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엉망인 논법들이 많습니다. 아래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 포유류 동물이면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사람은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사람은 포유류 동물이다

언뜻 보면 맞는 것도 같고 틀린 것도 같습니다. 여기에서 '사람'을 '파리'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파리는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다

대번에 이 논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엉터리 논법을 명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B   (C이면, B이다)
결론    :    C --> A   (C이면, A이다)

연역적 논증(추론)을 할 때는 대전제, 소전제, 결론이 논리적인 단절이 없어야 하고 서로 상충되지 않아야 합니다. 위의 대전제와 소전제로부터 'C-->A' 라는 증거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들도 때론 이와 같은 엉터리 삼단논법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연역적인 논증을 할 때 이 점을 꼭 주의하기 바랍니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엉터리 삼단논법'의 형태로 써보겠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결론)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마찬가지로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태만하다'는 것이 '줄어든 업무량'을 증명하지 못하므로 이 논법은 '명확하게' 틀렸습니다. 아래의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전제)  고급인재는 성과가 높다
(소전제)  길동이는 성과가 높다

(결론)     길동이는 고급인재다

길동이의 성과가 높다 해도 그가 고급인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고급인재가 아닌데도 시장환경이 우호적이라서 그가 높은 성과를 나타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길동이를 고급인재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는 오류를 왕왕 범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해결사는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역적 논증에서 대전제는 이미 참이라고 증명된(혹은 거의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한) 명제여야 합니다. 그리고 소전제는 실증을 통해 문제해결사가 참/거짓의 여부를 증명해야 할 명제인데요, 이것은 개별적인 사실(위의 사실1~4)로부터 귀납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만일 참이 아닌 대전제를 설정해 놓거나, 귀납적으로 참이 아닌 소전제를 설정하면,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는 결론을 참이라 말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문제해결의 전체 구조는 귀납적 논증 구조를 가집니다. 그리고 논거와 결론 사이에는 연역적 추론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전제는 논거가 되고, 인터뷰, 관찰, 분석 등의 실증을 통해 귀납적으로 증명되고 요약된 사실이 소전제가 되어 연역적인 추론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문제해결사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논리적 오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귀납적과 연역법을 시의적절하게 적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라는 용어 자체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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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꼭 필요한 초식 몇가지   

2009. 7.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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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 인터뷰 때 지켜야 할 원칙을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3번부터 6번이 오늘 설명할 부분입니다.

인터뷰 원칙
1)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
2)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3)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4) 가설 하나에 '왜'를 세 번 묻는다
5)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6)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문제해결도, 인터뷰도 충분한 연습이 열쇠입니다.


세번째 원칙,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인터뷰 시간을 100으로 본다면 인터뷰어가 말하는 시간은 5% 미만이어야 합니다.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는 95%이상의 시간을 인터뷰이가 이야기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몇몇 어설픈 문제해결사들은 인터뷰이보다 오히려 더 많이 이야기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50% 이상 혼자서 인터뷰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혼자 떠드는'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라고 잘못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이가 "이런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평을 토하면 어설픈 문제해결사들은 100% 말려들고 맙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의 목적을 언급하고 넘어가면 충분한데도,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부터 시작해서 절차와 방법, 기대되는 아웃풋 이미지, 협조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 등등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면 인터뷰이가 만족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잘 이해했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지만, 이런 기대는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인터뷰 시간은 인터뷰이를 위해 마련한 무대입니다. 그를 무대 위에 세워두고 그냥 인터뷰어의 장황한 설명만을 듣도록 놔두면 어떻겠습니까? 겉으로는 잘 이해했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말할 기회를 빼앗겨서 불만이 더 쌓이고 맙니다.

그가 프로젝트에 관해 불평을 던지면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답변을 듣고서 계속 질문을 이어가는 흐름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인터뷰이가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인지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불평불만이더라도 인터뷰이에게 충분하게 발언 시간을 줘야 합니다. '불평 들어주다가 인터뷰 질문을 하나도 못하겠네'라는 생각에 인터뷰이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 '그건 이러저러 해서'라며 변명을 늘어놓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어는 질문을 하고 듣는 사람이지 답변을 하는 사람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기존에 수립한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을 관찰하기 위한 기회로만 인터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다면, 사전에 인터뷰어들을 모두 모아놓고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 과정, 아웃풋 등을 공지하고 협조도 요청하는 설명회 시간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말없이 무턱대고 인터뷰를 시작하면, 위에 언급했듯이 인터뷰어가 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마니까요.

질문도 너무 길면 곤란합니다. 하나의 질문에 10초를 넘기지 마십시오. 가령 하나의 질문을 던질 때마다 질문의 배경부터 시작해서 예상되는 효과나 리스크까지 총망라해서 질문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100분 토론 같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쓰이는 전술이지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지양해야 할 질문 형식입니다. 인터뷰는 상대방을 추궁하고 공격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문장 하나에는 한 가지 내용만 질문하십시오. '이것에 대해 답변해 주시고요, 또 저것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식의 질문은 토론이나 심포지움에나 어울리는 질문 형식입니다. 하나의 질문을 오래 하는 것보다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인터뷰이가 질문과는 다른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일단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터뷰이가 평소에 꼭 하고싶은 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타 질문할 때의 Tip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니, 충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1) 질문을 하는 데에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2) 질문 하나엔 한 가지 주제만 담는다
3) 어떤 경우에도 답변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4)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냐는 식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5) 추궁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6) 질문 후에 인터뷰이가 생각할 시간을 준다
7) 답변이 틀렸다고 생각돼도 절대 교정하지 않는다
8) 답변을 들으면서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는다

네번째 원칙, '가설 하나에 '왜'를 세 번 묻는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충분히 탐색하려면 이 원칙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질문을 받으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표면적인 원인과 이유만을 답변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터뷰는 사실 관계를 밝히는 과정이라서 때때로 인터뷰이가 방어적인 입장에서 답변에 응합니다. 속으로 '이런 답변을 해도 되나?'는 걱정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사고의 한계와 우려를 깨뜨리려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합니다. 저는 가설 하나에 최소한 세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권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왜 그것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왜 그것이 가능/불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이어가야만 가설 속에 내재된 근본원인으로 다가갈 수 있고 해결책의 실마리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연속적으로 '왜'를 세 번 이상 질문해야 합니다.

- 문제해결사 : 업무량이 적다는 말이 오고 가는데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 인터뷰이    : 팀장이 우리에게 일을 별로 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 문제해결사 : 왜 팀장이 일을 주지 않습니까?
- 인터뷰이    : 인력이 갑자기 늘었는데 팀장이 자기 일에 바빠 신경을 안 씁니다.
- 문제해결사 : 왜 팀장이 바쁩니까?
- 인터뷰이    : CEO가 팀장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비밀사항이라 알 길이 없네요.

이런 방식으로 '왜'를 파고 들면 직원들이 태만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팀장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고, CEO가 팀장에게 팀 관리 업무보다 더 중요한 임무를 맡겼기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팀장에게 맡긴 임무가 중차대하다면 팀 관리를 맡을 사람을 새로 영입하고 기존 팀장은 프로젝트에 전념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잠정적인 해결책일 겁니다.

하나의 가설에 너무나 많이 '왜'를 질문하면 인터뷰이의 짜증을 유발할지도 모르니 유의해야 합니다. '왜'를 여러 번 하면 추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서너 번 정도 '왜'를 질문하고서도 더 궁금하다면, 일단 다른 가설로 넘어갔다가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제 생각엔 중요한 것 같아서 좀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라고 질문해야 좋습니다.

다섯번째 원칙,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조직의 규모와 프로젝트(문제해결 과정)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명에서 50명 정도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는데요, 보통 3~4명 인터뷰를 하다보면 모든 인터뷰이들이 동일하게 답변하는 질문(즉 가설)들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인터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똑같은 질문들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인터뷰이 모두가 동일하게 답변하는 질문(가설)은 참/거짓 여부가 일단 증명됐다고 보고, 다른 가설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위주로 뒤에 이어질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새로운 가설을 파악하는 데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짧은 인터뷰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인터뷰에 임하기 전에 이슈 트리 형태로 가설 목록을 꾸며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가설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거짓이라 생각되는 가설은 날려버리고인터뷰이가 새롭게 제기한 가설이 있다면 추가해서 다음 인터뷰이에게 질문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팀장이 CEO가 시키는 중요한 일 때문에 팀원들에게 신경을 못쓴다'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위에서 제시한 '3 Why 질문'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하는 건 의미 없는 행동입니다. 하나의 가설 목록(질문서)을 끝까지 고수하는 건 설문지에서나 통용되는 방법입니다.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켜야 폭넓은 관점에서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섯번째 원칙,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이 원칙은 매우 당연한데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인터뷰 결과가 머리 속에 다 있는데 굳이 기록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문제해결사가 있다면, 그 말은 그가 표면적인 질문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증거입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만한 답변만을 얻었다는 뜻이니까요.

인터뷰 기록의 목적은 단지 문제해결사 본인의 기억을 돕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첫째, 인터뷰 기록을 다른 이와 공유하려면 반드시 문서 형태로 정리된 기록이 필요합니다. 둘째, 이렇게 기록된 문서는 가설 검증의 증거가 됩니다. 셋째,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됩니다. 인터뷰를 하고서도 기록하지 않는 것은 과학자가 실험을 하고서도 실험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실험기록이 없는 연구 결과는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죠.

한 사람의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인터뷰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인터뷰 중간중간에 메모를 하지만 대개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필체로 적혀서 기록으로서는 적절치 못합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인터뷰 기록을 정리하고 가설 목록(이슈 트리)을 업데이트한 후에 다음 인터뷰에 임해야 합니다.

인터뷰 기록 작성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 기록하는 사람(보통 노트북 PC로)을 대동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가 꼭 취조 당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인터뷰 기록이 윗사람에게 보고되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줄까 우려하기도 하죠. 물론 손으로 적거나 PC로 적거나 근거로 남게 되지만, 딸각거리는 키보드 소리는 그런 우려를 확대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킵니다.

인터뷰 장소에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둘만 참여하고 노트북 PC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냥 백지에 인터뷰이의 답변을 키워드 중심으로 적으면 충분합니다. 토씨 하나까지 모두 적겠다는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인터뷰이의 눈을 맞추기도 힘들고 교감을 이끌어 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문제해결 과정에서 관찰의 도구, 가설 실증의 도구로 필수적으로 쓰이는 인터뷰의 원칙 6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이 원칙 이외에 인터뷰어가 준수해야 할 사항이 더 있겠지만, 대부분 지엽적이고 이 원칙들에서 파생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인터뷰 역시 경험이 중요합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바람직한 인터뷰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겠지만, 이 원칙들을 염두에 둔다면 시행착오의 수를 줄이고 문제해결력도 키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실증의 일종인 '분석'의 내용을 다룰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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