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웃으십시오   

2009. 5. 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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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래 전부터 예정된 공적인 일정이 있어서 영결식 모습을 실황으로 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간추린 장면을 TV로 봤다.

화장로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와이프는 내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하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볼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온 국민(아니, 일부를 제외하고)이 이렇게 슬픈데,
조문 서열 1위라는 이 나라 현직 대통령은 즐겁나보다.
사석도 아니고 영결식장에서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나?
그렇게 좋은가?
그렇게 즐거운가?

미소 하나 진 걸 가지고 좀스럽게 뭐라 그런다, 고 나무랄지 모르겠으나,
속마음이야 설사 기쁘고 즐겁더라도 적어도 일국의 대통령이
나라의 비통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면 그렇게 미소를 흘릴 수 있는가?
표정관리력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만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결식에서 저런 표정을 지었다면 어땠을까?
보수 언론과 보수 세력이 벌떼처럼 일어나 '혀로 사람을 죽이는 짓'에 대동단결 했으리라.

난 저 사람을 찍지 않았지만, 잘 해주길 바랐다.
허나 이제 그 의견조차 철회한다.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조차 신뢰가 가지 않는 자가 국가원수로
앉아있는 현실이 아득하고 참담하고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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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2009. 5. 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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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9일) 오래 전부터 예정된 공적인 약속이 있어서
영결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TV로 볼 수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이버 상이지만 향불 하나 피워 올리며 용서를 구합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빕니다.


(후기)
다녀왔습니다.
오늘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갔습니다.
일정이 있던 장소가 공교롭게도 경복궁 근처였습니다.
꽤나 힘든 하루였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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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을 보고 힘을 얻습니다   

2009. 5. 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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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처형네 식구들이 장모님과 함께 우리집에 놀러왔습니다.
이제 3살이 된 조카(nephew-in-law)의 앙증맞은 얼굴이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토라지면서도 은근히 보상을 바라는 눈치가 압권(?)입니다.

예쁘고 착한 얼굴을 보니 아프고 어수선한 마음이 한결 낫습니다.
그 분이 생각날 때마다 치미는 슬픔과 분노를
아이들의 눈에 담긴 희망을 발견하며 위로하고 삭입니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펌'하면 안돼요~~ )

어, 카메라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코딱지가 좀 있어도 전 예쁘답니다~ ㅋ

나 삐쳤으니 한번 날 위로해줘 봐요.

어서요~

앗, 과자다!

그래, 이 맛이야.

야, 배부르게 잘 먹었다!

얼굴에 음식이 묻었어도 전 여전히 예쁘답니다~

아니라굽쇼?

농담으로 받아들이겠어요. 여러분, 부디 힘내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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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가 천식을 예방할까?   

2009. 5. 2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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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불치병 중 3위에 랭크된 병은 놀랍게도 '천식'이다(1위=감기, 2위=암). 천식이란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아주 예민해진 상태로, 때때로 기관지가 좁아져서 숨이 차고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들리면서 기침을 심하게 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병을 말하는데,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출처 : 서울대병원).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그렌'이라 부르는데, 집안의 먼지, 곰팡이, 진드기, 꽃가루, 짐승의 털 등이 알레그렌에 해당된다. 천식을 예방하고 잠재우려면 알레그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천식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해서 뾰족한 치료방법은 없다.

천식 환자의 수는 1970년 이후로 10년마다 약 50%씩 증가해왔다. 1980년 이후로는 더 급증하기 시작해서 매일 14명의 환자가 천식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런 속도로 천식이 확산된다면 2020년에는 10명 중 1명이 천식에 걸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식 환자의 급증 현상은 후진국이 아니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 핀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생활환경이 후진국에 비해 훨씬 청결해서 알레그렌에 노출되는 정도가 적을 텐데도 천식은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특히 어린이)을 괴롭힌다.


선진국에서 천식이 발호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됐다. 첫번째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주택 구조와 과도한 난방이 천식 급증의 원인이라는 설이다. 하지만 '들이마시는 먼지'의 절대량으로 볼 때 옛날과 그리 다를 바 없기 때문에(그때는 온갖 더러운 것들과 어울려(?) 살았다) 이 가설은 힘을 얻지 못한다.

두번째 가설은 '위생 가설'이라 불리는 것으로, 사람들이 폐를 너무나 '곱게' 사용하기 때문에 천식이 쉽게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옛날보다 깨끗한 환경을 영위한 나머지 조금의 불결함에도 쉽사리 천식이 발병한다고 위생 가설은 지적한다. 다시 말해, 먼지가 '부족해서' 천식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소리다. 위생 가설은 천식이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증한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위생 가설이 맞다고 가정하면, 집안과 공기 중의 먼지와 곰팡이 등을 없애준다는 진공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천식의 발병을 조장하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퀘퀘한 먼지 구덩이에서도 견딜 수 있었지만 진공청소기로 말끔히 청소된 집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내다보니 폐가  작은 먼지에도 쉽게 천식에 걸리는 건 아닐까? 깨끗한 집안 공기를 유지함으로서 천식과 아토피 등을 예방해 준다고 광고하는 공기청정기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해 볼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공청소기와 공기청정기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진공청소기가 없으면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 담아야 하는데, 사실 그게 더 많은 먼지를 들이마시도록 하기 때문에 '약해진 폐'는 천식에 걸리기 더 쉽다. 밀폐식 창문이 많아지는 주거시설에서 공기청정기가 없으면 발생한 먼지를 죄다 마셔야 하므로 역시 천식에 노출된다.

천식과 먼지. 그리고 먼지와 공기청정기(혹은 진공청소기). 이 불편한 3각관계를 들여다보면 '붉은 여왕'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엘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계속 뛰라"고 명령한다. 왜냐하면 붉은 여왕의 나라에는 자신이 움직이면 주변의 물건들도 함께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죽을 듯 달려야 주변 물건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천식을 막으려고 진공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윙윙 돌아가지만 그 덕에 폐가 예방력을 잃는다. 약해진 폐가 천식에 걸리지 않도록 진공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더욱 맹렬히 움직여야 한다. 가히 붉은 여왕의 '저주'라 할 만하다. (물론 위생 가설이 옳다는 가정 하에서...)

자동차, 컴퓨터, 정보통신, 미디어, 정밀화학제품, 의약품 등 인간이 탄생시킨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이 저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현재에 봉착한 건강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죽을 듯 달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닌 듯하다. 언젠가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위생 가설은 문명의 이기로부터 서서히 탈피하여 자주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자세가 궁극의 해결책임을 시사한다. 인간 스스로의 '근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삶의 조건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하든, 원치 않든 드디어 '자연으로 돌아갈' (루소는 이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썼지만) 시기가 도래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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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이중적인, 비평의 논리 구조   

2009. 5. 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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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혹은 아마추어 비평가(블로그스피어에서 많이 활동 중인)의 비판 논리를 보라.
TV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또 어떤가?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대개의 비평과 비판은 아래와 같은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잘된 작품(책, 프로그램, 영화, 보고서, 강의 등)도 이런 비평의 논리 구조를 피해가지 못한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영원히 존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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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맞춰 깊게 다루면, 광범위하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한다.
넓고 풍부한 범위를 다루면, 초점이 불분명하다고 불평한다.

최대한 상세하고 자상히 다루면, 간략히 해도 될 걸이라며 투덜댄다.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면, 상세한 절차가 아쉽다고 구시렁댄다.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어렵사리 대안을 제시하면, 문제 제기만 했으면 충분했을 거라 말한다.

양이 많으면, 질에 충실하면 된다고 충고한다.
질에 집중하면, 양이 적어 아쉽단다.

재미를 추구하면, 흥미 위주라서 웃다보면 허무하다고 비판한다.
교훈과 지식을 추구하면, 재미가 없어서 싫다고 불평이다.

단시간에 끝내면, 길게 했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길게 하면, 단시간에 핵심만 아우르라고 또 아우성이다.

쉽게 하면, 수준이 낮다고 투덜댄다.
좀 어려운 말을 할라치면, 머리 아프다고 엄살이다.

전달 위주로 진행하면, 실습은 왜 없냐고 난리다.
실습을 넣으면, 들으면 다 알 텐데 굳이 왜 하냐는 눈치다.

분산시키면, 통합시켜야 효율적이라 주장한다.
통합시키면, 분산시켜야 안정적이라 다시 주장한다.

권위주의를 버리면, 체신머리 없다고 혀를 찬다.
위엄있게 행동할라치면, 위압적이라고 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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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저래서 툴툴.
저러면, 이래서 툴툴.

어쩌라고?
하나만 바라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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