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정확한 의미를 아십니까?   

2009. 7. 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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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어가는 차원에서 문제해결과 관련되지만 그렇다고 핵심은 아닌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핵심이 아니라고 말하면, 이 포스트를 건너뛰고(또는 이 블로그를 닫아 버리고) 넘어갈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 믿습니다. 문제해결사로서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분들은 반드시 이 글을 끝까지 읽으리란 것을. 그렇지 않습니까? 

'모순(contradiction, 矛盾)'이란 말 아시죠?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이렇게 쉬운 걸 설명하다니 진짜 쉬어가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죠? 'contradiction'이란 말은 라틴어의 'contradicere'에서 유래했는데요, 'speak againt' 즉 '반대하다, 대항하다, 욕하다'의 뜻입니다. 글쎄요, 모순의 의미로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모순의 정확한 의미는 영어의 어원보다는 한자어의 유래에서 찾는 게 더 낫겠군요. 알다시피 모순이라는 한자어는 중국 초나라 때의 고사에서 기원합니다.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시장에서 이렇게 구경꾼들에게 외쳤다죠.

"이 창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제 아무리 두껍고 튼튼한 방패라도 여지 없이 뚫어버리는 괴력을 가진 창입니다요. 에~또, 이 방패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세상의 모든 창을 능히 막을 수 있는 방패다, 이겁니다. 자, 애들은 가라. 어른들은 떠나지 말고 부디 남으시오. 무슨 방패든 다 뚫어버리고, 무슨 창이든 다 막아내는 방패를 구경들 하시오."

이를 재미나게 보고 있던 구경꾼이 이렇게 묻습니다. "그러면 이 창으로 이 방패를 뚫을 수 있소?"

상인         :  당근이지요. 헤헤
구경꾼 왈  :  이 방패는 뭐든지 다 막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상인         :  이 아저씨, 당근을 못 먹어보셨나? 당근 당근 또 당근이지요. 헤헤
구경꾼      :  이보쇼, 앞뒤가 안 맞잖소! 에이, 사기꾼 같으니...

창을 뜻하는 모(矛)와 방패를 뜻하는 순(盾)이 더해진 이 단어는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사용되는 일상어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예


모순은 또한 논리학에 쓰이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논리학에서는 모순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그냥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는 정의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모순의 의미는 까다롭습니다. 우리가 모순이라고 말하려면 두 개 이상의 명제로 이루어진 진술(statement)이 있어야 합니다. "이 창은 무슨 방패든 다 뚫는다"라는 하나의 명제만 있을 때는 모순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이 방패는 무슨 창이든 다 막아낸다"라는 또 하나의 명제가 추가되어야 모순인지 아닌지를 규명할 수 있는 거죠.

다행히 모순의 고사에는 두 개의 명제가 존재합니다. 두 개의 명제를 아래처럼 다시 기술하겠습니다.

첫번째 명제 : 이 창은 무슨 방패든 다 뚫는다
두번째 명제 : 이 방패는 그 어떤 창에도 뚫리지 않는다

첫번째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째 명제는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첫번째 명제에서 모든 방패를 다 뚫어버리는 창이 존재한다고 했으므로, 두번째 명제는 명백히 거짓입니다. 이번엔 첫번째 명제가 거짓이라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두번째 명제는 명백히 참이 됩니다. 반대로, 두번째 명제가 참이면 첫번째 명제는 거짓이 되고, 두번째 명제가 거짓이면 첫번째 명제는 참이 됩니다.

자, 이제 모순의 정의가 눈에 들어오는지요? 모순이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모순 = 두 개의 명제 A와 B가 동시에 참일 수도 없고, 동시에 거짓일 수도 없다

문제해결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이건 앞뒤가 안 맞는데? 모순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모순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상에서 쓰는 '말도 안돼'의 의미가 모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고, 동시에 거짓이 될 수도 없는지 검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단어 하나 쓰는데도 일일이 따져야 합니까? 도대체 왜 그래야 하죠?" 또는 "에이 귀찮아서 문제해결사 안 할래"라는 강한 불만이 가슴 속에서 용솟음 친다면 다음의 예를 보며 분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명제 : 사장님이 총애하는 유일한 직원은 A이다
두번째 명제 : 사장님이 총애하는 유일한 직원은 B이다

자, 이 두 개의 명제는 서로 모순일까요, 아닐까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모순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려면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도 없고, 거짓이 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첫번째 명제가 참이라면, 두번째 명제는 거짓이어야 합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우리 회사 직원은 모두 100명이라고 전제하겠습니다.

총애하는 유일한 직원이 A가 맞다고 하면 두번째 명제는 명백히 거짓이 됩니다. 그런데 첫번째 명제가 거짓이라면(총애하는 유일한 직원이 A가 아니다) 두번째 명제가 참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실은 C를 총애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두번째 명제는 거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두번째 명제를 참이라고 가정하면 첫번째 명제는 명백히 거짓이지만, 거짓이라 가정하면 첫번째 명제는 거짓일 수도 있지요.

인터뷰 등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건 앞뒤가 맞지 않아. 그러니 모순이야'라고 말하기 쉽지만 모순의 정의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절대 모순이 아닙니다. 두 명제 사이의 이런 대립적인 관계를 '반대(contrary)'라고 명명합니다. 그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반대 = 두 개의 명제 A와 B가 동시에 참일 수 없지만, 동시에 거짓일 수 있다

위의 반대는 상대적으로 강한 반대입니다. '동시에 참일 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거짓일 수도 없다'고도 말하는 반대도 있는데요, 이를 소극적인 반대라는 의미로 '소반대(subcontrary)'라 부릅니다. 그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명제 : 어떤 직원들은 열심히 일한다
두번째 명제 : 어떤 직원들은 게으르다

이 말도 언뜻 보면 모순처럼 느껴지는 상충되는 의견들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첫번째 명제를 참이라고 가정하면, 두번째 명제는 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반면에 다른 직원들은 동시에 게으름을 피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첫번째 명제를 거짓이라고 가정하면(즉 모든 직원들은 게으르다) 두번째 명제는 거짓이 아니라 명백히 참이 됩니다. 따라서 소반대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소반대 = 두 개의 명제 A와 B가 동시에 참일 수 있지만, 동시에 거짓일 수 없다

자, 이제 모순의 의미와 모순이라고 잘못 알기 쉬운 상황을 이해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모순과 반대, 그리고 소반대의 정의를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문제해결사가 인터뷰를 하거나 자료를 조사할 때 아주 빈번하게 직면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조직에 있으면서도 이 직원이 하는 말과 저 직원이 하는 말이 서로 다릅니다. 사장이 보는 시각과 일반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이 서로 부딪히지요. 

의견이 상충되는 상황을 접할 때 각자의 목소리가 모순인지, 반대인지, 아니면 소반대인지를 가릴 줄 안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명백한 모순이라고 판단되면, 두 개의 명제 중 참인 것 하나를 가려내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좋습니다. 창이 강한지 방패가 강한지 서로 부딪혀보면 모순의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반대'라는 상황이면 두 개의 목소리(명제 혹은 집단)가 동시에 거짓일 수도 있음을 밝혀서 적대적인 마음과 오해를 풀어 화해하는 방향의 해결책이 적절할 겁니다. 그리고 '소반대'의 상황이면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참일 수 있으므로 상충되는 현상으로부터 합의안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모순'이면     →  시시비비를 가리는 '결정적 분석'을 실시한다
'반대'이면     →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방향의 해결책을 구상한다
'소반대'이면  →  합의안을 유도한다

모순을 해소하기 방법으로 '결정적 분석'을 언급했는데요, 간단하게 말해서 창과 방패를 서로 부딪혀 보는 실험처럼 '한방에 모순을 날려버리는' 분석을 의미합니다. 이는 중요한 개념이므로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쉬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나요? 머리가 더 아팠다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허나 문제해결사는 항상 의심해야 합니다. 쉬어가는 코너라고 글쓴이가 얘기해도 "음, 과연 그럴까?"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교훈(?)을 잊지마시고, 다음 글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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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질을 최대한 '계량'하세요.   

2009. 7. 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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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트에서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이 둘은 화학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순차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우수하거나 더 선호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그 포스트 말미에서 언급했던 의문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바로 "정량적 분석이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분석할까?"입니다. 어제 예로 들었던 '판매관리비'는 우리가 셀 수 있는 '돈'이므로 정성적 분석을 통해 성분과 성질만 잘 규명되면 정량적 분석은 비교적 손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분석 대상에 정량적 요소라고는 눈꼽 만큼도 포함되지 않았다면 정성적 분석이야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그것을 정량화해서 분석하느냐가 곤란한 숙제입니다.

예를 들어 분석의 대상이 "팀장의 리더십"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딱 봐도 정량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분석 대상이군요. 정량적 분석이 손쉽게 이뤄지려면 분석 대상 속에 돈(Money), 시간(Time), 개수(Number), 비율(Ratio) 등 셀 수 있는(countable) 요소가 숨어 있어야 합니다. 헌데, '리더십'에서 그런 것들이 유추됩니까? 아마 금방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해도 정량적 분석을 해내야 하는 것이 문제해결사에게 주어진 운명입니다. 자, 이렇게 또다시 미궁에 빠진 문제해결사를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폭발적 사고를 하십시오!


어제의 포스트에서는 약간의 암시만 줬는데요, 정량적 분석의 성공은 정성적 분석이 얼마나 잘 이뤄졌느냐에 달렸습니다. 특히 정성적 분석에서 '성질'이 잘 도출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질이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강의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성질 자체가 정량적 분석의 구체적인 실행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판매관리비'라는 성분 중 하나인 '급여성 지출'의 성질은 다음과 같다고 어제의 포스트에서 언급했습니다.

'급여성 지출' 성분의 성질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증가율 추이 (그냥 추이와는 다름)
- 총 금액이 아닌, 1인당 급여성 지출액의 추이
- 경쟁사 A사와의 Gap 또는 추이
....

보면 알겠지만, 각 성질들은 곧바로 정량적 분석을 행할 수 있도록 정량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질은 정량적 분석의 단계로 넘어가게 만드는 다리라고 말한 겁니다. 추이를 분석하려면 연도별 값을 구해서 그래프로 그린 다음 증감했는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증감했는지 등을 보면 됩니다.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이 원래 계량적인 거라서 성질도 계량적인 것들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강하게 제기된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로서 자격이 충분합니다.

'팀장의 리더십'이라는 분석 대상을 가지고 정성적 분석부터 시작해 봅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먼저 성분을 규명해야겠군요. 정량적 분석도 어렵지만 이 부분도 어렵습니다. '리더십을 이루는 성분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리더십은 본디 한 덩어리 아닌가?'라는 불만을 잠시 잠재우기 바랍니다. 리더십은 쉽게 말해 리더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정신, 역량, 자세나 태도 등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리더십을 발휘할 대상은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입니다. 그러므로 리더십은 "구성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정신, 역량, 자세나 태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성분을 리더십의 정의와 똑같이 바람직한 정신과 역량, 그리고 자세나 태도라고 말해도 무방하지만 너무나 뭉뚱그려져서 성질을 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이 정의에서 '바람직하다'라는 키워드에 주목합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리더십인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바람직하다는 말은 사회나 조직 혹은 시대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상(像)'을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직원들의 성과를 잘 관리해서 고성과를 창충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탈하게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아니다. 내부관리보다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할 줄 알아야 한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리더가 아니다' 등 리더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여러 요구사항들 중에서 조직(회사)의 비전과 산업환경에 걸맞는 것들을 뽑아내 잘 그룹핑하면 리더십의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조직마다 상이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리더십의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분을 좀더 세분하여 '세부 성분'을 규명하기도 하는데, 이 글은 리더십을 파헤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멈추겠습니다.

'리더십'의 성분
1) 변화 주도
2) 인재 육성
3) 성과 관리
4) 비전 제시

성분이 만들어졌으니 각 성분의 성질을 규명할 차례이군요. '성과 관리'라는 성분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지요. 성과 관리의 성질이 뭘까요?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힌트가 될지 모르겠네요. '성질이란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라는 말이 힌트입니다. 즉, 정량적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질은 계량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과 관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성질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어떤 지표가 '성과 관리'의 성질이 돼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예시를 준비했습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아하, 이런 게 성질이군'이라고 금세 알 겁니다. 

'성과 관리'란 성분의 성질
- 목표와 성과 간의 Gap
- 면담의 빈도(또는 시간)
- 면담의 충실도
- 피드백 리포트의 충실도
- 구성원의 만족도
......

중요도, 만족도, 실행수준, 달성도, 효과, 시급성 등이 비계량적인 성분으로부터 나오는 성질의 유형들입니다. 성분으로부터 성질을 끌어내는 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나 룰은 없습니다. 일종의 예술(art)이지요. 최선의 방법은 성질들을 측정하기만(즉 정량적 분석을 하기만) 하면 팀장이 성과 관리를 잘하느니 못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지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보완해 나가는 겁니다. 다시 말해, 성질들을 모두 합하면 '성과 관리'를 대표하는 값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성질을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지면서 고쳐 나가야 합니다. 성질은 계량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위의 예에서 '목표와 성과 간의 Gap'이나 '면담의 빈도'와 같은 성질은 그 자체가 계량적이므로 쉽게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지만, '면담의 충실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 성질을 위의 '성질 목록'에 올려 두려면 그것을 어떻게 계량화할 것인지가 결정된 이후여야 합니다. 면담의 충실도를 계량화할 방도가 불가능하다면 비록 '성과 관리'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 해도 눈물을 머금고 삭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눈물을 머금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면담의 충실도'와 같이 비계량적인 지표도 계량화할 방법이 거의 항상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평점척도법(rating scale)'이란 마술을 사용하면 됩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이미 여러분이 이곳저곳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국정 지지도 설문 결과가 발표되거나 회사에서 고객만족도를 공개하는데요, 이것들이 척도법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지하느냐?' 혹은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의 대답을 하도록 만듭니다. 결과가 집계되면 '매우 그렇다'를 5점으로, '그렇다'를 4점으로 간주해서 하나의 숫자로 결정화시킵니다. 이것이 평점척도법입니다. '면담의 충실도'도 평점척도법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정량적 분석의 단계에서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한 다음 '매우 충실하다'를 5점으로, '보통'을 3점으로 변환하면 계량화된 결과를 얻습니다. 이 결과를 음미해서 의미를 추출하면 정량적 분석이 완료되는 겁니다.

정성적 분석부터 시작해 정량적 분석의 끝까지 그 흐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정성적 분석] 분석 대상 → 성분 규명→ 성질 규명 → 측정법 없으면 back, 있으면 go → 

[정량적 분석] 데이터 수집 → 분석 → 시각화 → 의미 추출

'다 아는 내용인데 왜 이리 상세하게 설명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런 불만을 제기한다면 여러분은 노련한 문제해결사임이 틀림 없습니다. 이 글은 배테랑 문제해결사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문제해결의 세계로 떠밀려 오거나 자발적으로 입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초 중의 기초를 몰라서 성분과 성질을 혼동하거나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고 한숨만 푹푹 쉬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팀장의 리더십"은 정량화가 불가능한 분석 대상이니까 보고서는 오로지 정성적인 내용(즉 장황한 서술)로만 채워야 옳다고 감을 잡는 문제해결사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한마디로 "정량화(혹은 계량화)하기 힘들다 생각되는 성질도 최대한 계량적인 지표로 만들어서 정량적 분석을 끝까지 완료하라"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목적은 좋은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있는데, 그러려면 먼저 의뢰인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나온 정량화된 결과는 시각화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니까 정말 심각하네'와 같은 반응을 유발하여 조직과 개인의 변화를 발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Blah Blah...' 빡빡하게 글로만 적힌 보고서는 설득을 애초부터 단절시키는, 문제해결의 '죄악'입니다. 이 점을 항상 머리에 새겨두기 바랍니다.

오늘의 글 역시 좀 길어졌군요. 문제해결을 위해 오늘도 정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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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를 아십니까?   

2009. 7. 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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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초 '인과분석(Causality Analysis)'에 대하 설명하려 했으나, 그 내용이 좀 방대하여 정리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문제해결 과정의 '분석' 단계로 다시 돌아가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둘을 한 마디로구분해서 표현할 수 있습니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이 '대충 그럴 것 같다' 수준으로만 알 뿐 자세한 정의를 금세 대답하지 못하리라 짐작되는군요.
 
 
"대충 정의"
정성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     --> 숫자가 아니라 말로 설명하는 분석
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   --> 숫자로 측정하고 표현하는 분석
 
 
이런 정도만 알아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문제를 눈 앞에 둔 문제해결사는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이 두 가지 분석이 항상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이란 말은 원래 화학(化學, Chemistry)에서 나온 용어인데요, 화학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아보면 차이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화학에서는 이 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써놓고 보면 그리 어려운 정의가 아니구나 느낄 겁니다. 
 
 
화학에서 말하는
정성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     = 물질의 성분이나 성질을 밝히기 위한 분석
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   = 성분과 성질의 양적 관계를 밝히기 위한 분석
 
 
생전 처음 보는 물질을 눈 앞에 접했을 때 여러분은 그것을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뜨려보기도 합니다. 이런 관찰을 통해 그것의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무취하면 탄성이 약하다는 등의 결과를 얻습니다. 더 나아가 여러분이 물질의 성분을 분석할 방법과 도구를 가졌다면 그것을 이루는 물질이 금속인지, 금속이라면 어떤 금속인지 따위를 밝힐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이 정성적 분석입니다.
 
여러분이 호기심으로 충만하다면 과연 A라는 금속은 얼마나 들어있는지 궁금할 겁니다. 손으로 물체를 깨거나 특수한 용액에 담가서 A라는 금속을 분리시키고 저울에 달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 15그램 들어있구나" 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분석이 바로 정량적 분석입니다.
 
정성적 분석은 물질의 성분이나 성질(질량, 길이 등)에 관한 것이므로 '비수치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기록합니다. 반면 정량적 분석은 양적 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반드시 '수치'로 산출되고 기록됩니다. 위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있는 정의가 '대충 정의'라고 말한 이유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결과를 기록하는 방법으로만 각각을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정성적이든 정량적이든, 난 휴가를 갈 테다.
 
그런데, 우리가 이 두 개의 분석에 대해 가진 편견을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정성적 분석은 수치를 내놓지 못하니까 지양해야 한다", "수치로 명확하게 나오는 정량적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는 식의 편견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보통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정확하고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로 표현되어야 "정말 분석 잘 했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두 개의 분석 방법은 절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화학에서 이 둘은 순차적으로 일어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집니다. 간혹 특별한 경우에는 시간적으로 두 개의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정성적 분석을 수행해서 성분과 성질을 규명하고 그 후에 정량적 분석으로 성분과 성질의 양을 측정합니다.
 
정성적 분석만 한 채 정량적 분석은 하지 않거나, 반대로 정성적 분석을 건너뛰고 정량적 분석만 하는 경우는 화학 연구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개의 분석이 모두 완료돼야 '그 물체(혹은 물질)에 대해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은 가설에 대한 분석(실증)을 행할 때마다 항상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순차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분석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만약 문제가 "이익이 갑자기 급감한다"이고 이에 대해 "판매관리비의 증가가 원인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사는 어떻게 분석을 진행해야 할까요? 
 
[정성적 분석]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성적 분석에 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판매관리비'를 생전 처음 보는 물체라 간주하고 그것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고 어떤 성질을 나타내는지 파악하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정성적 분석은 2개의 세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정성적 분석의 세부 단계
1) 먼저 분석 대상의 '성분(component)'을 밝힌다
2) 각 성분의 '성질(nature, character)'을 밝힌다
 
 
그렇다면 판매관리비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살펴야 하겠지요. 그런데 "판매관리비를 구성하는 요소는 손익계산서만 보면 항목이 다 나와있는데 굳이 어떤 성분인지 따져야 하나?"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군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든 예시이므로 이런 의문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석하려는 관점(viewpoint)에 따라 분석 대상의 성분을 다르게 규명해야 합니다. 판매관리비를성하는 세부 항목이 자명하다 해도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회계감사를 목적으로 구분된 것들이므로 가설을 증명하는 데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문제해결사는 자명하게 보이는 판매관리비 계정들을 새롭게 그룹핑해서 의미 있는 성분들로 가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이 판매관리비를 이루는 성분을 알아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판매관리비
         = 급여성 지출 + 감가상각비 + 수수료 일체 + 유지비 + 광고선전비 + 잡비
 
 
판매관리비는 손익계산서 계정이므로 이렇게 성분을 규명하기가 용이하지만, 분석 대상이 '팀장의 업무'라고 한다면 업무의 성분을 규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팀장의 리더십'이라는 차원 높은 분석 대상이라면 성분을 찾기가 더 난해하겠지요. 그래서 정성적 분석은 문제해결사의 개인적 능력에 달렸습니다. 보통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는데요, 정성적 분석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정량적 분석으로 제아무리 측정을 한다한들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성적 분석이 사실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성분을 규명했으니, 각 성분의 성질을 파악할 단계입니다. 판매관리비 중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의 성질을 규명한다고 가정하면, 그 성질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주의해야 합니다. 성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급여성 지출이 하락한다, 상승한다'라는 식의 답변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치적인 대답은 이후에 이뤄질 정량적 분석의 결과로 나와야 합니다. 
 
정성적 분석에서 말하는 성질은 분석 대상이나 성분이 가질 수 있는 '특성 자체'를 말합니다. 말이 좀 어렵네요. 그렇다면 예를 들어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은 어떤 성질을 가질까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예가 됩니다.
 
'급여성 지출' 성분의 성질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증가율 추이 (그냥 추이와는 다름)
- 총 금액이 아닌, 1인당 급여성 지출액의 추이
- 경쟁사 A사와의 Gap 또는 추이
....
 
 
보다시피 성질이란 급여성 지출이 나타내는 특성 자체를 의미하지, 특성의 측정값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유의하기 바랍니다.
 
[정량적 분석]
정량적 분석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급여성 지출'의 성질 중 '경쟁사 A사와의 Gap'을 선택했다면 관련된 데이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Gap의 크기를 계산하고, 결과를 보기 쉽게 그래프나 표로 그리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런 다음 커피콩에서 커피를 뽑아내듯이 그래프나 표를 찬찬히 음미하면서 의미를 추출해 냅니다. 
 
자, 여기서도 정량적 분석의 세부 단계가 발견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4단계 과정입니다.
 
정량적 분석의 세부 단계
1) 데이터를 수집한다
2) 데이터를 분석한다  (여기서의 분석은 '협의의 분석'을 말함)
3) 결과를 시각화한다
4) 의미를 추출한다
 
 
보다시피 성분과 성질을 파악하는 정성적 분석 과정에 비하면 정량적 분석은 머리를 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손과 발을 많이 쓰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성적 분석에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디어만 잘 떠오르면 짧은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습니다.그러나 정량적 분석은 시간을 투여한 만큼 좋은결과가 산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요합니다. 특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외부 데이터이거나, 내부 데이터라 해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장량적 분석 대부분의 시간을 데이터 수집에 들여야 하겠지요.
 
정량적 분석의 세부 단계들을 각각이 하나씩의 장(章)을 이룰 만큼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뒤로(언젠가 올릴 포스트로) 미루겠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이런 의문이 들지 모르겠네요.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성질'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분석하지?"라고 말입니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건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접고 역시 다음 포스트를 기약할 수밖에 없군요. 이 글이 너무 길어지면 읽기에도 벅찰 뿐더러 저도 이제 다른 일을 하러 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글을 쓰려했는데 길어지고 말았네요.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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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보내버리는 해결책을 찾자   

2009. 7. 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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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모든 분석(실증)을 끝내고 나면 가설 목록에 적힌 가설들 중 어떤 것은 X표가, 어떤 것은 O표가 돼 있을 겁니다. 기각되거나 채택됐다는 의미죠. 이제 여러분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해결책을 구상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가설 목록의 예(또는 이슈 트리)


하지만 그 전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실증이 끝내면 곧바로 해결책 수립에 임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간을 들여서 분석의 결과를 '해석(interpretation)'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문제해결이 시급하다고 해도 생략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단계입니다.

관찰 --> 분석 --> 해석 --> 해결

해석이 올바로지 않으면 기껏 분석을 잘 해놓고서 효과가 적은 해결책을 수립한다든지, 쓸데없이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늘어놓아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다든지, 해결책이 오히려 더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비화된다든지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해석에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 해결책의 품질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설은 목적에 따라 2개의 종류로 구분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가설과 문제의 해결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가설로 나뉘는데요,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인터뷰, 자료 분석, 설문 등의 실증 과정이 끝나고 난 후에 살아남은(즉 참인) 가설들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을 가능한 한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탐색하고 검증하면 "팀장이 CEO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느라 팀 업무를 등한시한다", "임원들이 자기 사업부만을 챙기는 데 연연한다",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바람에 업무가 확 줄었다" 등의 근본원인들과 만날 겁니다. 

이러한 근본원인들은 해결책의 단초를 제공하는 귀중한 결과입니다. 운이 좋다면 각 근본원인을 뒤집어 보면 해결책이 금세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CEO가 지시한 일을 하느라 팀을 등한시한다"라는 게 직원들이 태만하게 된 근본원인 중 하나라면 "팀장이 팀 관리에 전념하게 한다" 또는 "다른 사람을 팀장으로 영입한다" 등의 해결책을 궁리할 수 있겠지요. 물론 근본원인을 뒤집어본다고 해서 항상 해결책을 뚝딱 만들지 못하지만, 적어도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근본원인들(가설 목록에서 살아남은 제일 밑단의 가설들)이 5개라면 일단 5개의 서로 다른 해결책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거나, 임원평가를 도입해서 기강을 확립하고, 고객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하는 잠정적인 해결책이 나오겠지요. 이 단계에서 문제해결사는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잠정적인 해결책을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모두 하려면 얼마나 비용(시간,인력,돈)이 소요될까?" 

하지만 문제해결사가 던져야 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해결책들 중에서 하나만 실행에 옮긴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입니다. 이 말을 바꿔 생각하면,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여러 근본원인들 중에 그것 하나만 해소하면 나머지 근본원인가지 술술 풀리는 것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게 의뢰인이 문제해결사에게 요청한 문제일 때, 다음의 근본원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추측해 보기 바랍니다. 분석 과정을 통해 참임이 증명된 가설들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아래의 내용은 가상이 아니라 제가 실제의 사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1) 팀장이 CEO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느라 팀 업무를 등한시한다
2) 임원들이 회사보다 자기 사업부의 목소리만을 대변한다
3) CEO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나쁘고 매년 하락한다
4)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바람에 업무가 확 줄었다
5) IT시스템이 확충되어 허드렛일이 줄었다
6) 업무량이 늘지 않았는데 매년 일정 규모의 직원을 채용한다
7) '총대 맨 사람'에게 책임을 중하게 묻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무엇인지 감이 잡힙니까? 무엇이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일까요? "전반적으로 이 회사의 기강 체계가 무너졌네"라고 느꼈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자찬해도 좋습니다. 엄연히 규정된 업무가 있는데 임의대로 일을 시키는 CEO, 회사 목표를 등한시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임원들, CEO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 업무분장과 인력 운용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도 관성에 따라 경영하는 태도, 혁신의 의지가 매도 당하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쟁사보다 낙후되는 서비스의 질과 고객의 소리 없는 이탈 등은 회사의 관리시스템의 기반이 붕괴됐음을 알리는 지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붕괴의 중심에는 CEO가 떡 하니 존재합니다. 바로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이 CEO라는 의미입니다. CEO의 리더십이 와르르 무너졌거나 애초부터 지극히 약한 탓에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임원과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으며 '대충주의' 마인드가 고객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리고 결국 직원들이 대체로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나쁜 문화'가 형성되고만 거죠.

해결책을 얼른 던져주고 놀러가고 싶으시죠?


문제의 입장에서 보면 위의 7가지가 모두 근본원인이지만, 근본원인들 중에서도 다시 파고 들어가면 핵심이 되는 근본원인은 하나입니다. 이를 근본원인(Root Cause)과 구분하기 위해서 제 마음대로 '핵심원인(Core Cause)'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제헤결사가 의뢰 받은 문제 하나에 1~2개의 핵심원인이 존재합니다. 해석의 과정은 바로 이 핵심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핵심원인(Core Cause) 
=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
= 핵심해결책(Core Solution)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원인

해석이 올바르게 되면 한방에 모든 표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해결책(Core Solution)'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CEO의 리더십 부재가 핵심원인이므로 CEO의 리더십을 어떤 식으로든 확립하는 것이 핵심해결책의 근간을 이룰 겁니다. CEO를 교체하거나 리더십을 함양하도록 교육시키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고, CEO가 임원들과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도구(조직구조, 제도, 시스템 등)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CEO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또는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도 있겠군요.

그런데 아마 여러분은 의뢰인인 CEO에게 '당신이 바로 문제이니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의 해결책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의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CEO가 회사의 오너라면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이렇게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핵심해결책이 물리적으로 실현 가능하냐의 여부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실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문제해결사의 능력이라고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위의 예를 보고 어쩌면 여러분은 곧바로 'CEO가 근본원인의 핵심이구나'라고 간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이런 예시처럼 쉬우면 좋겠지만 실제 문제해결사가 접하는 문제들은 핵심원인을 꽁꽁 감추는 바람에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인과분석(Causality Analysis)'라는 시각적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혹은 내일) 자세히 하겠습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의 보송보송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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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문제해결사를 구하는 방법   

2009. 7. 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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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잠정적인 원인들을 이슈 트리(issue tree) 형태의 가설 목록으로 만든 후에 관찰과 분석을 통해 가설을 증명(실증)해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계속 논의해왔던 내용이라 이제는 숙지돼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가설들 중에서 옳은지 그른지 실증하기가 어려운 가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A 때문에 B가 발생한다'라는 가설이라고 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A가 과연 B의 원인인지를 알아내기가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물리적으로 원인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문제해결사가 "CEO의 공공연한 비리가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야기했다"라는 말을 인터뷰에서 듣고 이를 가설로 설정했다고 하겠습니다. 문제해결사가 이 가설의 진위 여부를 증명하려고 한다면 'CEO'라는 물리적인 벽에 봉착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공공연하다고는 하지만 CEO의 비리를 캐려면 CEO 자신이나 측근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들이 조사를완강히 거부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의뢰인이 CEO라면 감히 "의뢰인인 바로 당신 때문에 직원들이 근무를 게을리하게 된 건 아닐까요?"라고 말하는 문제해결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요. 문제해결사가 내부직원이라면 해고를, 외부 컨설턴트라면 계약 파기(혹은 Fee지급 거부)라는 불이익을 각오해야 하겠지요. 직원들 사이에서 CEO의 비리를 소리 높여 외치는데, 막상 조사하기가 불가능하니 문제해결사로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을 겁니다.

문제의 바다로 나갑시다


자료와 근거가 부족하여 가설의 진위를 가리지 못하는 경우도 문제해결사가 심심찮게 봉착하는 어려움입니다. 이것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라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의 '저가 마케팅'으로 우리의 고객들이 많이 이탈했다"라는 가설이라고 가정해보죠. 고객 이탈의 원인 중 하나가 경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는 소리인데, 경쟁사가 정말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한다는 증거와 그것이 고객들을 유인한다는 인과관계를 밝혀야 합니다.

문제해결사가 자신만의 조사 채널을 가동하거나 "요원'들을 풀어서 경쟁사의 마케팅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도 경쟁사(혹은 경쟁사로부터 서비스 받은 고객들이)가 비밀을 꽁꽁 감추는 바람에 마케팅 전략의 세부 내용은커녕 신문에 나올 법한 피상적인 데이터만 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할 것 같다'는 정도로 조사를 끝낼 수밖에 없다면 가설 실증은 미궁에 빠지고 맙니다.

이렇게 여러 이유로 가설의 검증이 난항에 봉착한다면 문제해결사는 어떻게 이를 타개해야 할까요?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지만(오히려 논리적인 허점이 존재하지만), 가설을 우회적으로 검증하는 차선의 방법을 적용하면 어떨까요? 서론이 좀 길었지만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 방법의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A 때문에 B가 발생한다
[미궁] A가 B의 원인인지 알기 어렵다

[가정] A가 사실이라면, 반드시 C가 나타나야 한다
[실증] C가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결론] C가 나타나면, A가 B의 원인이다

'어, 이상하네?'라며 눈치 빠른 독자분들은 이 흐름에서 논리적인 문제점을 발견할 겁니다. "C의 원인이 A라고 해서, A가 B의 원인이라고 말하지는 못하잖습니까"라고 말입니다. 아래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설] 비 때문에 옷이 젖었다
[미궁] 비 때문에 옷이 젖었는지 알기 어렵다

[가정] 비가 오면, 반드시 땅이 젖는다
[실증] 땅이 젖었는가 살펴보자. 맞다. 땅이 젖었다

[결론] 땅이 젖었다면, 비 때문에 옷이 젖은 것이다

옷이 젖은 이유가 반드시 비 때문일까요? 일상에서는 '그렇겠지'라고 말하겠지만, 논리적으로는 옳지 않습니다. 옷이 방안에 곱게 놓여있다가 젖었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그 이유를 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방안에 있던 사람이 물을 먹다가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옷이 젖었을 가능성이 더 크겠지요. 따라서 이런 흐름의 가설 실증은 잘못된 결론을 이끌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비가 왔는지, 오지 않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에 차선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비가 오는 동안 다른 일에 몰두해 있어서 비가 오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면, 그리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면, 대체 왜 옷이 젖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이럴 때 땅이 젖었는지를 살펴보고서 옷이 젖은 이유가 바로 비 때문이구나, 라는 결론을 낸다면 '뭐, 그렇겠지'라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옷이 집안이 아니라 마당에 설치한 빨래줄에 걸려 있을 때에만 이런 흐름의 증명은 용인됩니다. 이 말은 위의 박스에서 실증과 결론 사이에 한정된 상황이 전제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 전제(premise)를 만족할 때만 결론이 옳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 예에서의 전제는 '옷이 (지붕이 없는) 마당의 빨래줄에 걸려 있다'입니다.

[가설] 비 때문에 옷이 젓었다
[미궁] 비 때문에 옷이 젖었는지 알기 어렵다

[가정] 비가 오면, 반드시 땅이 젖는다
[실증] 땅이 젖었는가 살펴보자. 맞다. 땅이 젖었다

[전제] 옷은 마당의 빨래줄에 걸려 있다
[결론] 땅이 젖었다면, 비 때문에 옷이 젖은 것이다

이렇게 전제를 여러 개 두면 논리적 허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논리의 결점을 완벽히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비가 오기 전에 누군가가 옷에 물을 끼얹었다면 옷이 젖은 최초의 원인은 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증명하기 어려울 때 문제해결사가 차선책으로 택할 수 있고, 보고 받는 사람을 충분히 납득시키기에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의 성공 포인트는 어떤 전제를 두느냐에 달렸습니다. 실무적으로 전제는 하나보다는 2~3개 정도가 설득력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 그리고, 누구나(혹은 대부분이) 참이라고 여기는 사실이 전제로 채용될 때만 이 방법은 설득력을 얻습니다. 전제 그 자체가 별도의 실증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 문제해결사가 할일도 많아질 뿐더러 문제해결의 흐름도 복잡해서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어렵습니다. 이 점을 기억해 두십시오.

이 방법대로 "경쟁사의 '저가 마케팅'으로 우리 고객들이 많이 이탈했다"라는 가설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노파심이지만 어디까지나 예시이니 실제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내용이 다를 거라는 점을 언급해 둡니다.

[가설] 경쟁사의 저가 마케팅 때문에 우리 고객들이 많이 이탈했다
[미궁] 경쟁사가 정말로 저가 마케팅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가정] 저가 마케팅을 한다면, 보통 부품회사에게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한다
[실증] 부품회사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지 살펴보자. 맞다. 사실이다

[전제 1] 우리 업계의 비용구조는 재료비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제 2] 우리회사는 가격을 내릴 때 재료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전제 3] 경쟁사도 우리와 입장이 같을 것이다 

[결론] 부품회사에게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하고 있으니, 경쟁사의 저가 마케팅은 사실이다

이 예는 경쟁사가 저가 마케팅을 시도하는지 알기 어렵고, 대신에 부품회사의 납품단가 정보는 비교적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를 가정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문제해결사라고 생각하고 문제해결사로부터 이렇게 보고를 받는다면 '아, 정말 그렇군'이라고 동의하겠습니까? 논리를 일일이 따지는 깐깐한 사람이라면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자리를 파할지도 모르겠군요. "재료비를 깎지 않고 운영비용(임금, 광열비 등)을 절감해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입니다.

누차 언급했듯이 이 방법은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목적은 완벽한 논리 체계를 갖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물론 최대한 논리적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해결책을 통해 조직(혹은 개인)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위에서 설명한 방법은 상당히 유용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문제해결 과정에서 미궁에 빠져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최후의 카드로 선택해야 함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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