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란 무엇일까?   

2009. 7. 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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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문제해결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온듯 하여 오늘은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철학이라 말하면 우선 하품부터 나오거나 긴장하기 십상일 텐데요,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이자 어떻게 보면 유일한 역량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관하여 가볍게 설명하고자 함이니 마음 놓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해결사들에게 필요한 사고(思考) 역량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약간씩 답변이 다르겠지만, 대개는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전략적 사고 등이 문제해결사가 지녀야 할 사고방식이라고 답변을 할 겁니다. 그런데 각각이 어떤 의미인지 구별해 달라고 질문을 다시 던지면 우물쭈물하거나 말문이 탁 막히고 맙니다.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비판적 사고가 뭔지 한입 배어 먹어 봅시다.


여러 이견이 있겠지만,  이 4가지 사고방식 중에 가장 근본이 되면서 포괄적인 것은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입니다. 왜 그런지는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라고 말을 하면 '비판'이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인지 우리는 이 말을 약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일상에서 비판은 "타인의 생각, 행동, 작품 등에서 헛점을 발견하여 공격을 가한다" 라는 의미로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남을 헐뜯는다', 즉 '비난한다'란 뜻으로 비판이란 말을 오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판은 그렇게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았습니다. 비판을 뜻하는 영어 단어 critic은 라틴어인 criticus에서 유래했는데요, 본디 '판단할 수 있다(able to make judgements)'라는 뜻이었습니다. 비판(批判)의 한자어 뜻도 "옳고 가름을 가려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타인의 헛점을 공격하거나 비난한다는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모든 이들에게 비판은 장려되고 권장돼야 할 태도입니다. 

비판적 사고란 한마디로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생각의 방법'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려면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근거는 논리적이거나 경험적인 기반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과정 속에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판단을 얻습니다. 동그라미로 보이는 세계를 따지고 들어가니 실제의 세계는 네모라는 통찰을 얻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통찰과 기존 관점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까지 생각이 확대됩니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을 관찰, 분석, 평가, 추리할 때 올바르고 엄정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판단과 해석을 이끌어 내고 대안을 제안하는 과정

비판적 사고의 정의를 들여다 보면 그 안에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전략적 사고가 다 포함됨을 알아차릴 겁니다. 올바르고 엄정한 근거에 기반한다는 말은 바로 논리적 사고를 뜻합니다. 새로운 판단과 해석을 이끌어 낸다는 말은 창조적 사고를, 대안을 구상한다는 말은 전략적 사고를 일컫습니다. 한마디로 비판적 사고는 곧 "문제해결 과정에 적용해야 할 사고방식"입니다. 사물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말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이 판단하는 것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겠다는 말과 같은데, 이 괴리가 바로 문제를 뜻하므로 비판적 사고는 곧 문제해결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의 개념

사물 또는 현상 
      → [논리적 사고] 근거 제시
                → [창조적 사고] 새로운 판단과 해석
                          → [전략적 사고] 대안 제안

비판적 사고의 의미론을 장황하게 설명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제는 비판적 사고를 위해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일지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하니 꼭 새겨 두기 바랍니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반성적인 자세
2) 진리를 추구하는 자세
3) 열린 마음의 자세

첫째, 반성적인 자세란 고정관념을 의도적으로 깨고 뒤집어서 생각하는 버릇을 말합니다. 앞면만 보이는 동전을 뒤집어서 뒷면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목격하면 그것이 무엇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지, 다른 상황에 놓이면 그 당연함이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문제해결사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발굴해야 합니다. 

둘째,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란 '절대적으로 옳은 그 무엇'이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상황(맥락) 하에서 상대적으로 옳은 그 무엇을 의미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누구나 납득 가능하도록 논리적이고 경험적인 근거를 제시해서 옳고 그름을 반드시 가려내야 합니다. '옳을 수도,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결론은 문제해결사가 취해서는 안 될 '비겁함'입니다. 나중에 비난이나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되어 언제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론을 선호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길을 깨끗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열린 마음의 자세란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함을 뜻합니다. 문제를 관찰하고 분석하려면 주관적인 판단을 절대로 배제하지 못합니다. 주관적이란 말을 병적으로 싫어하면서 무조건 객관적이야 함을 주장하는 사람들 있는데요, 문제해결사가 직면할 문제의 세계는 수학으로 딱딱 떨어지는 세계가 아니므로 주관적인 판단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권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은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관점에 사로잡혀서 편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자신의 오류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망할 거라는 둥, 반대로 신이 우리를 구원하러 UFO를 타고 올 거라는 둥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예언을 내뱉습니다. 그런 예언이 틀렸음을 지적하면 이렇게 변명합니다. "너그러운 신이 우리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셨다." 또는 "신도들이 성심을 다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이비 종교에서는 오류가 절대 용납되지 않습니다.

훌륭한 문제해결사라는 누군가가 오류를 지적하면 기쁜 마음으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 해결이 최종목적이지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오류에 빠지더라도 그를 심하게 몰아 세우거나 폭언에 가까운 논평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주관도, 너의 주관도 모두 불완전"하므로 타인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비난하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려면 논리학과 문제해결기법 같은 기술이 전부가 아닙니다. 위의 3가지 자세를 문제해결 과정 내내 견지하고 매번 체크해야 그런 기술을 적용하여 나온 산출물들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트는 도덕적인 이야기가 돼 버렸는데요, 문제해결사를 자칭하는 분들 중 많은 이들이 비판적 사고의 의미를 제대로 모를 뿐더러 비판적 사고를 위한 자세를 자주 망각하는 듯하여 이렇게 따로 강조해 봅니다.

오늘도 비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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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사진을 찍다   

2009. 7. 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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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우주쇼! 일식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동안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

구름에서 나오는 순간, 구름이 적당하게 가려져 있어서
달이 먹은(?) 해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참 경이롭습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처음엔 50mm로 찍었는데, 해가 너무 작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크롭한 것.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CD로 렌즈를 가리고 찍었지요.


*제가 가진 렌즈 중 가장 망원인 200mm로 다시 찍었습니다. 
  가장 절정일 때의 모습입니다.
  구름이 살짝 가려주어서 CD를 사용하지 않아도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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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2009. 7. 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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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트에서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분석'과 과학에서의 '실험'은 모두 '실증'을 위한 활동이므로 개념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과학 실험들은 일반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한 후에 실험군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에는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과학 실험
1) 실험 대상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다
2) 실험군에는 계획된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통제한다
3) 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보이는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
4) 통계적으로 유의한지의 여부를 따져 가설의 증명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과학 실험처럼 분석을 할 수 없을까요? 예를 들어 "직급체계가 너무나 세분되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가설을 분석을 통해 실증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학에서 하듯이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다음에 실험군에는 직급체계를 3단계(이를 테면, 주니어-시니어-매니저)로 단순화해서 운영하고 대조군은 예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면 가설을 실증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3단계로 단순화한 실험군에서는 하나의 결재가 완료되는 평균시간을 따져보니 예전에 비해 30%나 향상된 반면, 대조군은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보죠. 만약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면, "세분된 직급체계가 의사결정 속도를 늦춘다"는 가설이 멋지게 입증됩니다. 이런 결과를 얻으면 실험군 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직급체계를 단순화하자는 전략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력이 솟구치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실험군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느려졌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세분된 직급체계)에는 결재 건에 대한 자기책임이 덜해서 바로바로 윗사람에서 넘겨버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면 그만이었는데, 직급단계가 줄다보니 결재 건의 리스크 부담 때문에 검토하고 또 검토하다가 의사결정이 오히려 느려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실험이 실패했으니 축소된 직급체계를 원래대로 되돌리자" 라고 간단히 말할 사안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확증되지 않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매번 이랬다저랬다를 반복하면 경영시스템이 누더기가 될 뿐더러 구성원의 신뢰와 로열티를 얻지 못합니다.

이렇듯 문제해결 과정의 분석은 과학의 실험처럼 실제의 세계를 마음대로 조치하고 조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만약 과학 실험처럼 여러 가지의 시도가 가능하면 최고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문제해결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직급체계를 줄여서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한 타사의 사례를 실험군으로 설정해서 우리 회사(대조군)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과학의 실험 방법을 들여오는 것이 분석의 효과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의류 회사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의 예시를 읽어보기 바랍니다(상세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상황 : 이 회사는 각 점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반면에 경쟁사들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의류시장 전체의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문제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설 : 문제해결사는 이 회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통일적이지 못해서 내점 고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제해결사는 통일적이지 못하고 난삽한 디스플레이를 개선하면 매출액이 늘어나거나 적어도 더이상 떨어지지 않으리란 새로운 가설을 수립했다.

분석
1) 이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문제해결사는 전국에 흩어진 매장들 중 20개를 골라서 실험군(10개)과 대조군(10개)으로 구분했다. 또한 각각에 포함되는 매장은 서로 규모나 지역이 비슷하도록 적절하게 안배했다.

2) 문제해결사는 실험군에 속한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통일성 있게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에서 VMD(visual merchandise) 전문가를 영입했다. 반면, 대조군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디스플레이 교체 후에 3개월 간 실험군과 대조군의 매출액 증가율을 각각 수집하고 비교했다.

결과 : 실험군이 디스플레이 교체 이후에 25%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대조군의 매출액은 5% 증가에 그쳤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가 통일적이지 못한 것"이 매출액 감소의 원인 중 하나임이 입증됐다.

문제해결사가 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내놓는다면 의뢰인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습니다. 조치를 취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사이의 차이가 크고 명확할수록 분석의 설득력은 커집니다. 아마도 많은 문제해결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가설을 입증하면 논란도 반론도 없으니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설득력을 높이는 데에는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위의 예시에서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려면 전문가에게 지급할 수수료 뿐만 아니라 공사비가 꽤나 많이 지출됩니다. 게다가 공사를 진행하려면 최소한 2주 가까운 시간이 들고 그 기간엔 고객을 맞을 수 없기 때문에 기회비용 또한 만만찮습니다. 만약에 디스플레이를 교체했는데도 매출액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돈과 시간은 공중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위에서 든 사례(직급체계 축소, 매장 디스플레이 개선)들이 문제해결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가설 입증을 위해 분석을 행할 때 과학적인 실험 방법을 적용하려면 다음의 3가지를 떠올리십시오. 이 3가지 요소는 실험 결과가 현재의 상태를 변경시켜야만, 즉 가상이 아니라 실제의 것을 다뤄야만 가설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때 반드시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1) 가역성
2) 비용
3) 윤리

가역성이란 말 그대로 '되돌리기가 가능한가'란 의미입니다. 가역성이 높은 실험이라야 문제해결사는 그것을 분석의 방법으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축소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혹시 그런 조직이 있다면) 실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분석 방법입니다. 허나 실제로 직급체계 변경 실험은 매우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사는 가설 증명을 위해 실험이 아니라 다른 분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비용이란 실험을 하는 데 드는 돈, 시간, 인력 등을 말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일은 비용을 많이 소요하기 때문에 현금이 많지 않은 한 적절하지 못한 분석 방법입니다. 상품의 위치와 순서를 다르게 배치하는 것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대대적으로 공사하는 일보다는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실험으로 적절합니다.

윤리는 실험을 위해 취하는 조치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하느냐의 여부를 뜻합니다. 과학에서 윤리 문제를 야기하는 실험이 종종 회자되는데요, 줄기세포와 인간 배아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감시하지 않아서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팀장에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면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한다고 가정하죠. 

직원들이 업무 외의 사적인 일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서 생산성을 측정하겠다는 것인데요, 상상해봐도 이러한 조치는 직원들의 인권을 압박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야기해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팀장과 팀원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비록 실험일지라도 이러한 방식의 실증은 배제돼야 합니다.

이 3가지 요소를 만족한다면, 즉 가역성이 높고 비용이 낮으며 부정적 기대효과가 적다면, 과학 실험처럼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분석을 실행하는 방법을 채택하기 바랍니다. 조치를 취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 간의 명확한 차이는 가설 입증의 효과 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해결책을 수용하게 만드는 힘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를 해결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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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 마'라고 외치는 '결정적 분석'이란?   

2009. 7. 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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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트에서 의견이 상충되는 현상인 '모순', '반대', '소반대'에 대한 논리적 해석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중 '모순'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려면, 두 개의 명제(혹은 주장) 중에서 참인 것과 거짓인 것을 명확하게 가르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때 필요한 분석이 바로 '결정적 분석(Crucial Analysis)'입니다.

결정적 분석이란 말은 과학에서 말하는 '결정적 실험(Crucial Experiment)'라는 용어에서 제가 따온 것입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행하는 실증이 분석이고 과학에서 행하는 실증은 실험이므로, 결정적 실험이 어떤 의미인지를 안다면 결정적 분석의 방법을 깨달을 수 있을 뿐더러 나아가 모순되는 상황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 분석? 도대체 무슨 말인가?


결정적 실험이란 말은 17세기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상당히 강력한 뉘앙스를 지닌 말인 듯 하지만 그 의미는 생각 외로 단순합니다. 결정적 실험이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꼼짝 마!" 실험을 일컫습니다. 실험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못하도록 일시에 정리해버리는 실험이죠.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세계관에 물든 당시 대중의 사고를 깨뜨리기 위해 갈릴레이가 행했던 물체낙하실험을 가지고 결정적 실험이 뭔지 개념을 잡아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설(대중의 고정관념)과 갈릴레이의 주장(즉 가설)은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
갈릴레이          :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는 동시에 떨어진다

        * '무거운 물체보다 가벼운 물체가 빨리 떨어진다'는 제3의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이 주장은 명백히 거짓임이 이미 증명됐다고 가정함

만일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참이라면, 갈릴레이의 가설은 거짓입니다. 반대로, 갈릴레이가 맞다면 아리스트텔레스는 틀립니다. 그러므로 이 두 개의 가설은 서로 모순입니다. 이 모순을 깨려면 결정적 실험이 행해져야 합니다. 그 실험이 바로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했던 갈릴레이의 물체낙하실험입니다. 직접 100파운드 짜리와 1파운드 짜리 금속공을 피사의 사탑에서 떨어뜨리면 두 개의 명제 중 어느 것이 참인지(반대로 어떤 것이 거짓인지) 가려내고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 실험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습니다.

1단계 :  첫번째 가설(H1)이 맞으면 → A라는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 
            두번째 가설(H2)가 맞으면 → B라는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

2단계 : 측정

3단계 : 측정 결과가 A와 B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판단

4단계 : 만일 A라면, H1이 참이고 H2는 거짓
           만일 B라면, H2가 참이고 H1은 거짓

4단계에 걸쳐 결정적 실험의 구조를 기술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심플합니다. 이 구조에 갈릴레이의 낙하실험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1단계 :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 맞으면
                  → 무거운 물체가 땅에 부딪히는 순간에 가벼운 물체는 낙하 중이다
            갈릴레이의 주장이 맞으면
                  → 두 물체는 땅에 동시에 부딪힌다

2단계 : 측정

3단계 : 측정해보니 무게가 다른 두 물체는 땅에 동시에 부딪혔다

4단계 : 그러므로, 갈릴레이의 주장은 참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거짓

혹여 '결정적 실험은 뭐 별것 아니네'라는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군요. 사실 갈릴레이의 실험은 현대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매우 간단하고 자명합니다. 그 이유는 1단계 때문입니다. 각 가설로부터 결과가 쉽게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설이 옳다고 가정하고 거기서 나올 만한 결과를 논리적으로(그리고 머리 속으로) 예상하는 일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가령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중에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라는 가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가설이 맞다고 가정할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요? '강력한 중력을 지나면 빛이 휘어진다'가 예상되는 결과라고 말하면 가설을 한번 더 반복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것으로 빛이 중력 때문에 휜다는 걸 실험할 수 있습니까? 

가설로부터 예상되는 결과는 '실험가능성(experimentability)'이 커야 의미가 있습니다. '강력한 중력을 지나면 빛이 휘어진다'라는 결과 예상은 실험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실험해야 하는가?'란 의문만 더 가중시킬 뿐입니다. 반면에 갈릴레이의 가설에서 '두 물체는 땅에 동시에 부딪힌다'는 결과 예상은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가능성이 아주 크죠.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가설이 맞다면 '일식일 때 태양 뒤 편에 있는 별은 실제 위치에서 잘못된 곳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라는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이 예상 결과는 실험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이란 영국의 실험물리학자는 실제로 일식이 일어난 1919년에 서아프리카의 프린시페 섬에서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별의 위치가 달라짐을 관측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가설이 옳음을 증명했습니다. 

(* 이 증명은 과학철학자 칼 포퍼에 의해 '반증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옳지 않다'라고 공격 받았습니다. 이 글은 과학철학을 논하는 글이 아니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학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문제해결을 논하는 중임을 잊지 마십시오. 모순되는 상황을 일시에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적 분석'을 과학에서 말하는 '결정적 실험'의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조금은 장황하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자, 문제해결사가 인터뷰를 해보니 다음과 같이 상충되는 두 개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가정해보죠. 혼동을 피하기 위해 다른 의견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첫번째 의견 : 직원들의 업무량은 아주 많다
두번째 의견 : 직원들의 업무량은 많지 않다

예상컨데 첫번째 의견은 부하직원들이, 두번째 의견은 팀장이나 임원들이 제기한 주장인데요, 일일이 따져보지 않아도 두 의견은 서로 모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명백히 참임을 증명하면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거짓이 됩니다. 이런 "꼼짝마" 판단을 얻으려면 결정적 분석을 시행해야 합니다. 

결정적 분석의 단계도 결정적 실험과 거의 동일합니다. 1단계가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도 동일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결정적 분석을 설계하겠습니까? 아마 아래와 같지 않을까요?

1단계 :  업무량이 많으면
                  → 직원들이 퇴근시간을 넘겨 일한다
            업무량이 적으면
                  → 직원들이 정상시간에 퇴근한다

2단계 : 측정

3단계 : 한달 간 측정해보니 평균적으로 밤 9시에 퇴근한다

4단계 : 그러므로, 첫번째 의견은 참이고, 두번째 의견은 거짓.

이 실험은 결정적 실험인가요, 아니면 비결정적 실험인가요? 실험 결과를 누군가에게 제시하면 아마도 "인터넷이나 하면서 빈둥거리면서 밤 9시까지 퇴근하지 않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냐? 직원들의 업무량은 얼마 안된다구!" 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분석 결과에 왈가왈부할 여지를 주었으니 결정적 분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1단계 :  업무량이 많으면
                  → 직원들이 1시간 미만의 여유시간을 가진 채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한다
            업무량이 적으면
                  → 직원들이 1시간 이상의 여유시간을 가지며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한다

2단계 : 측정

3단계 : 한달 간 측정해보니 여유시간이 평균적으로 40분이다

4단계 : 그러므로, 첫번째 의견은 참이고, 두번째 의견은 거짓.

이것은 결정적입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여유시간이 1시간 이상이냐 아니냐가 '업무량의 많음'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분석하기 전에 서로 합의가 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분석은 결정적 분석이 됩니다. 측정된 여유시간은 1시간 이상이거나 1시간 미만, 둘 중 하나이므로 참과 거짓이 분명하게 갈립니다.

그런데, 결정적 실험에서 실험가능성이 높아야 하듯이, 결정적 분석에서는 '분석가능성(Analyzability)'이 역시 높아야 합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가 "여유시간 측정은 분석가능성이 높습니까?" 라는 의문이 제기할지 모르겠군요. 직원들의 동태를 일일이 살피면서 그들이 노는지 일하는지를 판단할 때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40분 나왔다해도 '직원들의 업무량이 아주 많다'는 주장이 명백히 옳다고 선언하기 어렵습니다. 이 예시 역시 분석 결과에 왈가왈부가 여지가 있으므로 결정적 분석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 "도대체 결정적 분석을 어떻게 설계하란 말인가요?" 라는 볼멘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과학과 달리 문제해결 과정이 목표로 하는 문제는 사회 현상이므로 '완벽한 결정적 분석'을 설계하고 실
시하는 일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항상 논란의 여지가 숨어있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결정적 분석의 조건을 갖추는 일입니다. "이런이런 행동들은 업무가 아니라 사적 용뮤라고 보겠다"고 미리 선언하고 사전에 합의를 해두면 측정의 오류를 상당 부분 줄여서 분석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석 결과가 나왔을 때 반론을 차단함으로써 해결책 마련에 힘을 집중할 수 있지요. 반론을 막는 데에 힘을 소진하면 문제해결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진배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순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문제해결사는 다음과 같은 행동강령에 따라 분석을 실시하기 바랍니다.

1. '결정적 분석'의 구조를 구상한다
2. 가설별로 예상되는 결과의 '분석가능성'을 살핀다
3. 분석가능성이 높은 예상 결과를 취한다
4. 완성된 '결정적 분석'의 구조를 사전적으로 혹은 사후적으로 이해관계자에게 이해시킨다

문제해결기법을 논하면서 과학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수천 년 동안 축적된 과학의 방법론을 살피고 차용하면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학 역시 문제해결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과학 이야기를 언급할 텐데요, 그때마다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참에 문제해결기법을 과학적인 기반으로 탄탄하게 익히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읽어주길 바랍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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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자, 기초 환율상식!   

2009. 7.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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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환딜러도 아니고 경제학자도 아니지만, 제가 아는 환율상식을 블로그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환율은 국제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트위터로 하나씩 환율상식을 올렸는데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몇몇 분이 도움이 됐다고 말하더군요. 여기에 종합해서 올려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초보적인 환율상식이므로, 전문가 분들은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환율상식 1 : '원달러 환율'이라고 말하면 = 원/달러 환율 = 즉 1달러당 몇 원이냐는 의미

환율상식 2 : '원엔 환율'이라고 말하면 = 원/100엔 환율 = 100엔당 몇 원이냐는 의미

환율상식 3 : 원달러 환율 상승 = 원화가치 하락, 원달러 환율 하락 = 원화가치 상승

환율상식 4 : 지구 상에서 밤낮으로 끊이지 않는 것은? 하나는 인간의 S*x, 또하나는 외환 거래
      (보충설명) 지구는 한번도 자전을 멈추지 않으니까

환율상식 5 : (일반적으로 대개) 금리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 하락. 즉 원화가치 상승
      (보충설명) 금리가 오르면 외환이 국내에 유입되어 많아지므로

환율상식 6 : (대개) 주가 떨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 즉 원화가치 하락
      (보충설명)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달러로 팔고 나가므로 달러가 부족해지므로

환율상식 7 : 채무국의 상황 나빠지면, 채권국의 화폐가치 하락
      (보충설명) 예를 들어 미국이 우리나라에 달러를 많이 빌려줬는데
                 우리나라의 경기가 나빠졌다면 채무를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커짐.
                 위험의 크기만큼 달러의 가치가 떨어짐

환율상식 8 : 빅맥지수가 낮으면 적정환율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
      (보충설명) 예를 들어 3천원 짜리 빅맥을 3달러에 샀는데, 이제는 2달러면 산다는 의미

환율상식 9 : 엔달러 환율 변화가 원엔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
      (보충설명) 원엔 환율 = '원달러 환율 / 엔달러 환율' 이므로

환율상식 10 :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
      (보충설명) 달러를 많이 찍어내어 적자를 메울려고 하기 때문.
                 달러 통화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달러 가치 하락

환율상식 11 : 외환거래를 안 한다고 환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님
      (보충설명) 20만원이면 사던 수입품을 30만원이나 주고 사야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환율상식 12 : 몇몇 국가의 통화 별명 : 파운드화=케이블, 호주 달러=오지, 
              뉴질랜드 달러=키위, 스위스프랑=스위시, 캐나다 달러=루니, 미국 달러=벅

환율상식이 더 발견(?)되면 계속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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