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학이 아니다   

2009. 3. 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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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도구로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으면 무척 당혹스럽다

"앞으로 우리 회사나 산업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내가 OO에 집을 사려는데, 괜찮을 거 같아? 시나리오 플래닝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당황스럽지만 자주 듣는 질문이긴 하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미래를 예견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미래학(未來學)과 동일시하기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결코 미래학(Futurology)이 아니다.

엘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일반인들은 미래학을 친근하게 받아들였다.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나 '권력 이동'과 같은 책이 나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열광했던가!

미래학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 모델을 제공하는 학문 
(출처 : 두산백과사전)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학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불안하게 생각하는 미래를 확실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행동이나 판단에 기여하기 위한 학문이다.

미래학이 이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작은 요소, 즉 '트렌드'를 발굴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헌 연구, 전문가 인터뷰, 데이터 분석 등의 스킬을 동원해서 미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변하지 않는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낸다. 미래엔 지식노동자들이 대접 받을 거라든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될 거라든지 등이 미래학의 아웃풋들이다.

이와는 달리,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둔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매우 작은 요소(즉, 트렌드)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될 수도 저렇게 될 수도 있는(즉,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관심의 대상이다. 애당초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실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한 기법이 아니다.

대신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우리의 미래가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 수 있음을 제시한다. 미래학자들은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만 상정하지만(실제로 현실화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은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동일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미래학자들의 저작에서처럼 확언하듯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에 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이고 가치다.

정리하면, 미래학은 트렌드에 집중하고,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 집중한다. 따라서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래학과 통하는 면이 있지만 결코 동일한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로 소개되는 피터 슈워츠가 미래학자로 불리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의 예견이 딱 들어맞은 게 아니라, 그가 만든 여러 시나리오들 중에 하나가 적중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를 미래 예측의 대가로 여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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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을 만병통치약이라 믿은 사나이   

2009. 3. 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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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 부부(피에르 퀴리와 마리 퀴리)가 발견한 ‘라듐’은 방사성 원소로서 안전장치 없이 다루면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30년대만 해도 라듐은 강장제나 건강용품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자신이 라듐의 피해자이기도 한 마리 퀴리(보통 퀴리 부인이라 불리는 여성 과학자)는 여러 차례 라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용을 금하라는 조언을 했지만 라듐을 향한 대중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미국의 백만장자인 어븐 바이어스라는 사람은 라듐 발견자의 경고를 듣고도 코웃음을 쳤다.

그는 라듐이 함유된 음료인 ‘라디토어’를 몇 년 동안 1,000병 이상 마셨으며, 그 음료가 젊음을 유지시키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는 51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때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기도 했던 건장한 체격의 그가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사망한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라듐 중독이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는 과연 라듐이 만병통치약임을 ‘알고’ 있었던 걸까?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든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무언가를 믿는다고 해서 아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안다고' 말하려면 당신은 그것을‘증명'해야 한다. 증명이라고 말하면 수학이나 과학과 같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판단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증명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증명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압박을 피하고만 싶다. 하지만 어떤 이론이나 사실을 수학이나 과학으로 밝힐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증명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수학이나 과학의 도구의 사용해 증명 가능한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1 + 1 = 2임을 밝히려면 형이상학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간편한 도구인 수학을 사용해야 한다. 종교나 신화, 혹은 이도 저도 아닌 개똥철학을 먼저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 종교와 형이상학적인 믿음으로 충만한 독자들은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신은 존재한다’와 같은 믿음을 어떻게 수학이나 과학으로 증명하란 말인가? 증명하지 못한다면 신이 존재함을 모른다는 소리인가? 앎에 있어 수학이나 과학이 증명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수학이나 과학으로 모든 걸 증명할 필요도 없다.

옥스포드 소사전(Shorter Oxford Dictionary)에서 믿음을 뜻하는 ‘Belief’는 “제안, 진술, 사실을 ‘권위나 증거를 기반으로’ 진실로 인정하는 정신적 동의나 수용”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에서 보듯이 믿음을 믿음답게 만드는 것은 믿음에 대한 증거가 얼마나 타당하냐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믿는 바를 조리에 맞게 설명하고 이해시킴으로써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만들면 그것이 바로 증명이다. 나와 상대방이 함께 믿음의 상태로 이르도록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증명을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신은 존재한다’와 같은 고차원적인 명제도 충분히 증명 가능하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수동적이며 정적인 행위가 아니다. 무언가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진짜 아는 것도 아니다. 개똥지빠귀라는 새 이름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 이름이 우스꽝스러워서 기억해 뒀다고 해보자. 그러면 과연 그 새를 알고 있는 걸까?

우리는 보통 단지 그 새의 이름만 알 뿐인데도 모든 걸 안다고 자부하곤 한다. 누군가 개똥지빠귀 이야기를 하면 “아, 나 그 새에 대해 알아”라고 참견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과 사물의 본질을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 새가 어떤 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소리로 우는지, 어떻게 새끼를 키우는지 등을 체험과 증명을 통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앎은 적극적이고 동적인 과정이다. 끊임없이 믿고 증명할 수 있어야 당신은 비로소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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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3. 2.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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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에 나는 5권의 책을 읽었다. 1주일의 한 권 꼴이다.
금년엔 많은 책을 읽기보다, 되는대로 읽을 생각이다.
그래도 한달에 5권을 미니멈으로 정해놔야겠다.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 : 행동경제학, 게임이론, 네트워크 이론 등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특이한 책이다. 재미있고 쉬워서 빠르게 읽힌다. 초심자들에게 적절한 책으로서 추천할 만하다.

리스크 : 리스크의 본질을 풀기 위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 수학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려움을 느낄 만한 책이다. 역사서 같은 글이라서 리스크 본질을 깊숙이 다루는 걸 기대했던 독자들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리스크를 다루려는 인간의 역사를 한눈에 통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책이다.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 : 사유재산이 극도로 파편화되어 있으면 자원이 미활용되고 낭비된다는, 소위 '반공유재의 비극'을 다루는 책이다. 저자가 법학자라서 주로 재산권이나 특허 중심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기업 경영에도 수많은 그리드락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리드락의 해결책보다 사례 위주라서 조금 아쉬운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뇌를 이해해야 소비자를 끌어 당길 수 있다!' 뇌신경학과 소비자행동을 접목한 흥미진진한 책. 소위 '신경마케팅'이란 첨단분야를 쉽고 간결하게 소개한다.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으로서, 강추한다.

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 : 전화기 발명 특허를 둘러싼 의혹과 음모를 파헤친 책이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의 최초 발명자가 아닐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승리자의 편집물이란 강한 증거를 보여준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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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오해들   

2009. 2.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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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여기저기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경영의 방향을 수시로 점검하겠다' 라든지,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타개하자'라는 글을 종종 접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나로서는 그와 같은 기사가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이제 예측 관행을 버리고 드디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 회사들이 과연 어떻게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전략을 수립했는지 알아보려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해보면, 하나같이 이런 대답이 들려온다. '금시초문인데' 라든가, '그냥 선언적인 이야기일 뿐이야'고 말이다. CEO 혼자만의 아이디어이거나,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 넣으려고 시나리오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애석한 일이다.

그 중 더욱 애석한 대답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긴축경영과 동의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전략을 별도로 마련하여 대응하는 게 시나리오 플래닝의 본래 의미다. 헌데, 비용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며 계획했던 투자안을 일단 보류부터 하고 난 다음에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는 뜻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을 언급한다.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찬바람을 피하려고 몸을 움추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컨틴전시 플래닝을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컨틴전시 플래닝은 매우 중대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하는 과정이다.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환경변수들이 미래에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를 '그리는' 과정이다. 모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법이라서 언뜻 보면 비슷한 듯 하지만, 사고의 전개가 매우 다르다.

컨틴전시 플래닝은 위급한 상황(이를 와일드 카드라고 한다)이 발생하고 난 후의 처리/대처방안에 무게중심을 두는 과정인데 반해, 시나리오 플래닝은 현재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펼쳐질 여러가지 상황(이를 시나리오라고 한다)을 그려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예컨데,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하는 과정이 컨틴전시 플래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에서는 공장의 화재도 불확실성을 내포한 하나의 변수로 간주될 뿐이다.

삼성전자가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지만, 이 또한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과는 무관하다. 그런 것은 그냥 '단기 롤링 플랜'이라고 이름 지어도 된다. 거창하게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5년 정도의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다른다. 짧게 잡아도 2~3년 후의 미래를 상정한다. 3~6개월의 단기적인 이슈는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에서는 매순간 변하는 주가 그래프에 불과하다.

그처럼 단기적인 이슈에 매몰되면 미국식 성과주의의 폐해인 단기적 마인드의 경영 관행이 해소되지 못하고 고질병으로 고착됨을 주의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발을 휘젓다가 불똥이 초가 삼간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하는데,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남들이 허겁지겁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할 때, 차분하게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에게만 위기는 기회가 된다. 단기적인 위험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정리해 보자.

시나리오 플래닝 ≠ 긴축경영
시나리오 플래닝 ≠ 컨틴전시 플래닝
시나리오 플래닝 ≠ 단기 롤링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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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확실한 방법   

2009. 2. 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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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 '시나리오 플래닝'이 교보문고 북모닝CEO에서 추천됐습니다. 북모닝CEO 사이트에 소개된 글(http://www.bmceo.co.kr/today/boardView.laf?bcode=TODAYBK&seq=339)을 여기에 올려 봅니다. 책을 읽으시거나 선택하시는 데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확실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유정식 | 지형


내일 일을 알 수 있다면
전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바로 우리 주변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뒤늦게 펀드 열풍에 편승했다 반 토막 난 통장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짓는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많은 이들이 한숨을 쉬며 말을 한다. 한 달 후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 수 밖에 없다. 내일의 일기 예보조차도 100% 정확하지는 않다. 신내림 받았다는 영험한 점쟁이도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꿰뚫어보지 못한다. 인간이 신이 되지 않는 이상,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측할 것인가 대비할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래를 대비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대비하는 것의 차이를 오늘 소개하는 책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1만 가구가 모여 사는 어느 도시에서A씨네 집에서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콕 찍는 것이다. 이런 예측이 나오면 나머지 9,999 가구는 화재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그 도시에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1만 가구가 모두 미리 사전에 조치를 하고, 만일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여 화재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후자의 방법이 곧 미래를 대비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증폭되는 불확실성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확실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눈 앞에 맹수가 버티고 선 것보다는 무엇이 있을지 모를 어둠을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불을 밝히고, 우주를 탐험하고, 의학을 발달시키고, 언어와 사회 제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런 과학 기술의 발달은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은 각종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더욱 편리하게 해 주었으며, 이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player)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는 플레이어 각자가 보유한 지식의 크기(knowledge)도 늘려놓았다. 화제가 풍부하고 말도 잘하는 사람들이 방 안에 가득하다고 생각해보라. 이들이 만들어낼 상호작용은 질적, 양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상호작용의 크기가 커지면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가 전세계에 미친 영향을 보라). 이는 곧 불확실성이 증대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불확실성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그렇다고 ‘어차피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니 그냥 현재에만 충실하자’는 생각만으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한참 속도를 내던 자동차가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려고 하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아무리 유연한 조직이라도 변화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도,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불확실성을 대하지도 않는, 불확실성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그것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시나리오란 ‘미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상황 그 자체’를 뜻한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여러 가지 경우로 생각해본 다음, 각각에 맞게 대응전략을 미리 구상하고 연습하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인 것이다.

게다가 시나리오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운다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 매년 각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세우고 사업목표를 직원들에게 ‘선포’하는 행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작년에는 3%성장을 했으니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5% 성장을 이루자’는 말 만으로는 직원들을 변화의 대열에 동참시키기 어렵다. 그보다는 미래의 모습을 눈 앞에 그려주는 생생한 이야기, 즉 시나리오를 들려준다면 구성원들로 하여금 변화의 필요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인식시키고 실행에 동참하게 만들 수 있다. “조직과 구성원들의 변화 동기는 실제와 같은 이야기로부터 발화하는 것이지 내년의 시장성장률이 마이너스 5%라는 숫자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시나리오 플래닝, 어떻게 할까?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은 사실 간단하지 않다. 미디어나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기술’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기법을 훈련하는 데만 1개월,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에는 4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와 업무량이 상당한 작업인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한 사례도 많지 않고, 시나리오 플래닝 교육을 위한 기반도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책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문자 A에서 Z까지, 그리고 소문자 a에서 z까지의 상세한 내용을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각종 예시를 통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론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체질화하라
시나리오 플래닝의 구체적인 방법론 외에 저자가 책을 통해서 강조하는 것은, 시나리오 플래닝은 문화라는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단순히 전략 수립을 위한 여러 가지 기법 중 하나로 생각하고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버린다면 그 효과는 한계가 있다. 기업은 시나리오를 기업의 전략 수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단계로 인식해야 하며, 구성원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조직 시스템의 일부로, 프로세스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토대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나리오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프로젝트 수행 중에는 경영진 및 사내 전문가의 참여를 유도하며,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시나리오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권한다.

미래는 결코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미래를 알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 어떤 미래가 다가와도 당황하지 않도록 충분한 기초 체력과 유연성, 그리고 빠른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글쓴이 : 교보문고[북모닝CEO]편집팀
출처 : 교보문고 북모닝CEO www.bmc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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