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과 권위에 도전하라   

2009. 6. 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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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때로는 잘못된 권위를 형성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집단의 권위에 굴복하도록 만든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옷이 보인다는 여러 신하들의 말에 속아 나체로 거리행차에 나섰듯이, 권위는 종종 우리를 기만하고 심할 경우 몰락시키기도 한다.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고 굴복 당하거나 순응할 때 우리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1979년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DC-8-61편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추락한 원인은 권위에 감히 도전하지 못한 나약함에 있었다.

비행기가 포틀랜드 공항에 접근했을 때 랜딩 기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다. 랜딩 기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기다리면서 공항 근처를 1시간 정도 선회하려고 했는데, 2명의 승무원이 연료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즉각 기장에게 보고해야 할 위급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이없게도 그들은 기장이 무서워서 말을 하지 못했다. 기장은 평소에 자신에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매우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연료가 다 소진되자 모든 엔진은 꺼지고 비행기는 공항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하고 말았다. 기장의 권위와 승무원들의 나약함 때문에 무고한 승객 10명이 죽고 23명이 다치고 말았다.


도전은, 때로는 신념을 옥죄는 권위의식과의 싸움이다. 1854년 8월 영국 런던의 브로드 가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불과 열흘 만에 반경 200 미터 이내에 살던 주민 중 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콜레라는 그 시절에 흔히 있는 전염병으로서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그처럼 국지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경우는 유례 없었다.

사실 콜레라는 공기가 아니라 물에 의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지만, 당시 모든 과학자들은 ‘나쁜 냄새’가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견해(이를 ‘독기론(毒氣論)’이라 한다)를 고집했다. 단 한 사람, 존 스노(John Snow)만은 예외였다.

그는 독기론을 반박하기 위해 나쁜 냄새 때문이 아니라 분뇨로 오염된 물을 먹은 주민들이 콜레라로 사망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모든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어떤 수도 회사(당시 영국의 수도사업은 민영화된 상태였다)로부터 물을 공급받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독기론이 우세하던 시절에 전염병이 우글거리는 곳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것은 자살 행위를 의미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매일 묵묵히 조사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끝내 발병의 진원지가 기저귀를 빤 물이 스며든 마을의 공동우물임을 증명해 냈다.

콜레라 연구에 뛰어 들기 전, 스노는 에테르와 클로로포름을 마취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실용화했다. 저널리스트인 볼프 슈나이더(Wolf Schneider)가 “전신 마취술은 전화나 컴퓨터의 발명보다 뛰어난 문화사적 발전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것은 위대한 업적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수술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킨 사람으로서 스노는 영국 왕족이 인정하는 최고 명의(名醫)로서의 권위를 이미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의 위대성이 빛나는 이유는,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면 ‘내가 그런 것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할 만한 권위의식을 스스로 깨뜨리고 신발에 직접 흙을 묻히며 전염병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세상은 이처럼 자신과 타인의 권위를 깨뜨리는 자에 의해 발전한다.

감히 대들 수 없을 것 같은 안온(安溫)한 모든 권위를 차가운 머리로 의심해 보라. 그리고 도전하라. 최고권력자든, 종교든, 신념체계든 대상이 누구라도 덤벼 이겨라. 이것이 이 땅의 젊은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숙명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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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인 공원에서   

2009. 5. 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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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으니 졸기 딱 좋아서 공원에 갔다.
이글거리고 뜨거운 햇살이 이제 여름임을 실감케 했다.

그렇게 한나절을 나무 그늘 아래서 느릿느릿 놀다가
조그만 피자 가게에서 피자랑 스파케티를 먹고 들어왔다.

나른하고 편안한 일요일,
이렇게 시간은 조금씩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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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웃으십시오   

2009. 5. 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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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래 전부터 예정된 공적인 일정이 있어서 영결식 모습을 실황으로 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간추린 장면을 TV로 봤다.

화장로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와이프는 내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하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볼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온 국민(아니, 일부를 제외하고)이 이렇게 슬픈데,
조문 서열 1위라는 이 나라 현직 대통령은 즐겁나보다.
사석도 아니고 영결식장에서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나?
그렇게 좋은가?
그렇게 즐거운가?

미소 하나 진 걸 가지고 좀스럽게 뭐라 그런다, 고 나무랄지 모르겠으나,
속마음이야 설사 기쁘고 즐겁더라도 적어도 일국의 대통령이
나라의 비통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면 그렇게 미소를 흘릴 수 있는가?
표정관리력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만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결식에서 저런 표정을 지었다면 어땠을까?
보수 언론과 보수 세력이 벌떼처럼 일어나 '혀로 사람을 죽이는 짓'에 대동단결 했으리라.

난 저 사람을 찍지 않았지만, 잘 해주길 바랐다.
허나 이제 그 의견조차 철회한다.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조차 신뢰가 가지 않는 자가 국가원수로
앉아있는 현실이 아득하고 참담하고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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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2009. 5. 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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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9일) 오래 전부터 예정된 공적인 약속이 있어서
영결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TV로 볼 수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이버 상이지만 향불 하나 피워 올리며 용서를 구합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빕니다.


(후기)
다녀왔습니다.
오늘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갔습니다.
일정이 있던 장소가 공교롭게도 경복궁 근처였습니다.
꽤나 힘든 하루였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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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을 보고 힘을 얻습니다   

2009. 5. 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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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처형네 식구들이 장모님과 함께 우리집에 놀러왔습니다.
이제 3살이 된 조카(nephew-in-law)의 앙증맞은 얼굴이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토라지면서도 은근히 보상을 바라는 눈치가 압권(?)입니다.

예쁘고 착한 얼굴을 보니 아프고 어수선한 마음이 한결 낫습니다.
그 분이 생각날 때마다 치미는 슬픔과 분노를
아이들의 눈에 담긴 희망을 발견하며 위로하고 삭입니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펌'하면 안돼요~~ )

어, 카메라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코딱지가 좀 있어도 전 예쁘답니다~ ㅋ

나 삐쳤으니 한번 날 위로해줘 봐요.

어서요~

앗, 과자다!

그래, 이 맛이야.

야, 배부르게 잘 먹었다!

얼굴에 음식이 묻었어도 전 여전히 예쁘답니다~

아니라굽쇼?

농담으로 받아들이겠어요. 여러분, 부디 힘내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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