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8. 7. 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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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10권의 책을 읽었다. 1월부터 7월까지 총 62권을 기록하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도서관에 틀어 박혀 몇 날 며칠 책이나 푸지게 읽고 싶다. 그러면 시원한 도서관에서 피서다운 피서를 보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생각대로 될 수 있다 : 나폴레옹 힐의 고전적인(?) 자기계발서다. 20년 전 쯤 산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책에서 나는 곰팡 냄새와 꾹꾹 눌러 찍은 듯한 활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들게 했다. 내용은.... 글쎄, 요즘에 나오는 책들이 세련되어서 일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엔드루 와일즈의 열정 스토리! 과연 페르마는 증명을 했었을까? 와일즈의 증명이 그토록 난해한 걸 보면, 페르마는 단지 추론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책이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평전 : 다빈치의 생을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써 내려가려 한 평전이다. 나는 그의 르네상스적 통섭관을 책에서 기대했는데, 미술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좀 지루하긴 했다.

스마트 월드 : 제목은 멋지다. 내용도 좋다. 그러나 일반사람이 읽기엔 좀 난해하다. 쑥쑥 읽어내려가기가 어려워서 다시 앞으로 눈알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언어학자가 쓴 책이라 그럴까? 아니면 번역이 잘못된 걸까? 쉽게 이야기해도 될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써 놓은 듯 해서 좀 불만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과학의 법칙을 깊이 알고 싶다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리버보이 : 출판사에서 공짜로 얻은 책이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상을 수상했다는 카피 때문에 해리포터와 같은 어드벤처류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내용은 잔잔하고 철학적이다. 기대와 달라서일까? 내게는 좀 재미가 적었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짧지만 가슴을 울리는 책이다. 파인만과 80년대 초반을 함께 보낸 저자가 파인만에게서 배운 인생의 철학을 잔잔하게 서술한다. 종이책이 절판이라 아쉬웠는데, eBook이 나왔다.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아래의 4권의 책들은 읽었다기보다는 '공부한' 책이다. 시나리오플래닝에 관한 책들인데, 예전에 읽었던 걸 다시 꼼꼼히 연구했다. 이 중에 Learning from the future 란 책은 초보자가 읽기에 좋은 시나리오플래닝 관련 책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The Sixth Sense / Learning from the Future / Scenarios  / The Scenario Planning Han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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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임상옥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기본   

2008. 7.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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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나는 ‘경영유감’이라는 책을 냈다. 경영기법의 본질을 망각하여 혁신을 위한 혁신에만 몰두하지 말고, 경영의 기본을 다시금 되돌아 보자라는 취지로 썼다. 책 제목을 다소 도발적으로 지은 탓인지 몇몇 방송사에서 책 소개를 부탁한다며 출연을 요청받았다.

작가들이 사전에 건네주는 질문들은 거의 비슷했다. 책을 쓴 동기와 무엇에 유감이 있기에 제목이 ‘경영유감’이냐는 질문은 항상 들어 있었다. 그리고 ‘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카피문 때문이었는지 도대체 경영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매번 받았다. 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는 알겠는데, 경영의 기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 질문에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책 소개글에 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호기롭게 주장했던, 명색이 저자라는 사람이 경영의 기본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 버렸으니, 스스로가 민망했다.

책의 각 장을 보면 경쟁, 미래, 조직, 사람이라는 주요 경영요소별로 경영자가 지켜야 할 기본사항들을 요약해 놓았다. 그러나 그것들을 아울러서 한마디의 문장으로 나타내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방송 진행자나 독자들이 머리를 갸웃거릴 만하다. 경영의 기본이란 무엇일까, 나는 한동안 꼼짝없이 고민에 빠져 버렸다.

숱한 명제들이 머리 속을 어지럽히고 있을 때, 서가에 꽂혀있는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가 눈에 들어왔다. 알다시피 ‘상도’는 거상(巨商)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서 드라마로도 방영된 적이 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자주 나오던 대사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바로 ‘돈을 남기는 게 장사가 아니다. 사람을 남기는 게 장사다.’ 란 말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순진하면서도 뜬구름 잡는 말인 것 같지만, 순간 나는 그 말이야 말로 경영의 기본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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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사람을 남긴다’는 말을 곱씹어 보면 시대를 앞서 간 자의 혜안이 느껴진다. 첫째 눈앞에 보이는 이윤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에 집중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임을 알려준다. 매일 매일의 주가 등락에 돈을 거는 데이트레이더가 워렌 버핏 같은 투자의 귀재는커녕 결국 ‘개미’로 남을 수밖에 없듯이, 비전조차 없이 되는대로 눈앞의 이득을 좇는 유행을 경계하란 뜻이다.

소위 ‘먹튀’ 작전을 구사하고자 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단기적 영리에 온갖 역량을 쏟는 것은 기업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다. 가끔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디 좋은 사업 아이템 하나 없냐? 한탕 크게 해서 회사 매각하면 정말이지 대박일 텐데 말이야.’ 그만 꿈 깨시라. 운이 좋아 한탕 크게 벌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망할 것이다. 한탕의 유혹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고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철저히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적어도 남을 속여 돈을 벌지 말라는 윤리경영의 핵심을 ‘상도’는 이야기한다. ‘경영유감’에서 나는 동의도 없이 부가서비스 요금을 부과한 모 통신사를 비판했다. 겉으로는 윤리경영을 내세우면서도, 고객이 속아 넘어가 줄 것을 기대하는 마케팅 전술과 ‘싫으면 사지 말라’며 당당하기까지 한 오만불손한 태도는 이미 여러 기업들의 비뚤어진 표상이다.

나는 거대한 독과점 기업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富)의 양극화 현상처럼 기업의 양극화도 ‘경쟁의 효율화’라는 탈을 쓰고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자동차, 가전, 건설, 방송 등 여러 산업영역에서 독과점이 완성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알다시피 독과점의 가장 큰 폐해는 기업의 전횡이다. 모 자동차업체의 경우, 노사분규로 인한 영업손실을 자동차 가격의 5% 인상과 협력업체로부터 공급 받는 부품가격의 4% 인하로 충당하려는 방침을 버젓이 드러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처사다.

셋째, 좋은 인재들이 경영의 핵심이라는 뜻을 '상도'는 시사한다. 이는 위대한 경영자 잭 웰치의 ‘인재에 집중하라’는 경영철학과 기저를 같이 한다. CEO 인터뷰 기사에 큰따옴표로 인용돼 매번 나오는 문구는 인재관리가 핵심이라는 말이다. 인재관리에 힘을 쏟는 CEO만 인터뷰에 모시는 것일까? 그러나 진정으로 인재관리를 최대 관심사로 여겨 실천에 옮기는 CEO는 미안한 말이지만 극히 적다.

생산 및 판매실적이 어떤지 월단위, 주단위로 회의를 열어 점검하는 CEO는 많아도, 인재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그 깨끗한 손에 땀을 내는 CEO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인재관리는 인사팀의 몫이라며 인사팀장을 닦달한다. 닦달하는 것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인재관리가 최대관심사라며 목을 세우는 것이다.

방송진행자의 질문 때문에 경영의 기본이란 무엇인지 한참 고민했다. 그 결과로 ‘사람을 남기는 게 장사다.’ 라는 정의(定義), 영원히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경영의 정의(正意)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말을 벽에 붙여 놓고 경영의 기본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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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4. 시나리오 도출
Step 3에서 파악된 핵심환경요인은 앞으로의 미래상을 변화시키는 주요 동인(Driver)라 할 수 있다. 이 핵심변화요인들이 바로 시나리오의 재료가 될 수 있는 후보이다. 시나리오를 도출하기 전에, 파악된 핵심변화요인별로 몇 가지 전략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각 변화동인별 발생가능성은 어떠하며 불확실한 요소는 무엇인가? 둘째, 각 변화동인이 상호간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셋째, 의사결정요소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변화동인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어떤 변화동인이 미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시나리오플래닝 전 단계 중에 가장 중요하고 상상력을 백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다. 각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한 근거와 논리적인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브레인들의 한 곳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 4가지 질문을 통해 미래 시나리오의 골격을 하나씩 짜맞추어 나갈 수 있다. 각 질문의 답을 통해 그림 2와 같은 매트릭스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각 핵심변화요인들이 앞으로의 미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수준(영향도)을 가로축에, 핵심변화요인들의 불확실한 정도를 세로축에 놓으면 그림과 같이 2X2 매트릭스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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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도는 해당 핵심변화요인이 미래를 어느 정도 뒤바꿔 놓을 것인가에 대한 정성적인 척도이므로 이해하기도 쉬울 뿐더러 오해의 소지도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개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확실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이 무엇인지 맞춰보라.
 
1) 내일 비가 올 확률은 90%이다
2) 내일 우리 팀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은 50%이다
3) 우리가 인연이 될 확률은 바늘 하나가 떨어져 사방 1cm 의 종이 위로 떨어져 꽂힐 확률이다.

자, 이 세 개의 문장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시나리오플래닝을 강의할 때 항상 이 문제를 재미 삼아 던져보곤 하는데, 3)번을 지적하는 사람이 70% 정도로 제일 많다. 1)번을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간혹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내놓는 예보는 믿을 수가 없다는 이유로 1)번이 가장 불확실하다고 강변하는 사람이 몇몇 있기는 했다.

이 문제의 답은 바로 2)번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할 확률과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동일할 때, 즉 각각이 50%의 확률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불확실하다. 동전을 던질 때 어떤 면이 나오리라 예상할 수 없는 이유는 각 경우의 확률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3)번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확률이 작다는 것을 이기기 어렵다는 승률로 간주하여 가장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불확실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불확실성을 ‘불안하다’ 혹은 ‘부정적이다’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핵심변화요인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성장’이라고 가정하자. 만약 이 요인을 동아일보와 같은 신문사가 접했다면 그 추세가 자사의 신문판매뿐만 아니라 광고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판단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불확실성의 의미를 잘못 쓴 예가 되겠다. 불확실한 상황은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0원을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0원을 잃는다고 하자. 각 면이 나올 확률은 동일하므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돈을 딸 확률이 50%나 되므로 부정적인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성장’의 불확실성을 따져보려면, 성장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률만 판단하면 된다. 만약 성장할 확률이 50%보다 커지거나 작아지면 50%일 때보다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불확실성을 ‘무모한 수준’ 혹은 ‘위험수용(Risk Taking) 수준’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국민의 소비를 위축시켜 이제 막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증세(增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면, 위험한 줄을 뻔히 알면서도 강행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증세 정책 강화’라는 핵심변화요인을 불확실성이 높은 요인이라 간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정부의 증세 강화가 실제로 발생할 지의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정부의 행동이 얼마나 용감무쌍(?)한 것인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다시 그림 2로 돌아가 보자. 우선 매트릭스의 좌상단 또는 좌하단에 핵심변화요인이 매핑된다면(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적다) 파급효과가 미미한 것이므로 불확실성이 어느 수준이건 간에 시나리오 도출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반면, 매트릭스의 우하단에 위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Trend)’라고 부를 수 있다. 미래의 파급효과가 크고 동시에 불확실성이 낮아 발생할 확률도 크기 때문이다.

즉, 트렌드에 해당하는 핵심변화요인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항상 등장하므로 미래를 기술하는 밑바탕이 된다. 매트릭스의 우상단에 속하는 핵심변화요인이 바로 시나리오의 골격이 된다. 불확실성이 높다는 말은 발생할지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반반이라는 뜻이므로 여기서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만약 이 부분에 3개의 핵심변화요인이 매핑됐다면, 2 X 2 X 2 = 8개의 시나리오가 이론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

A신문사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른 핵심변화요인을 여러 개 도출했지만 영향도-불확실성 매트릭스의 우상단에 속한 핵심변화요인은 ‘독자들의 디지털 정보 선호 여부’와 ‘타신문사의 인터넷화’로 결정됐다. 이 경우, 그림 3과 같이 2 X 2 = 4개의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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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시나리오가 다양한 미래를 그려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목적은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 전체를 파악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핵심이슈)에 관한 답을 구하는 데 있어 가장 의미 있는 미래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에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2개 내지 3개 정도의 핵심변화요인을 가지고 4개에서 8개 정도의 시나리오를 도출해도 핵심이슈에 대해 충분히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시나리오가 도출됐다면 각 시나리오별 특징을 포괄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그림 3에서처럼 부여해야 한다. 명칭을 붙이는 이유는 조직 구성원에게 시나리오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키고 특정 시나리오가 실제로 진행될 때 대응전략에 따라 일사 분란하게 행동하기 위해서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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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의 하늘   

2008. 7.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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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우중충한 하루.

뜨거운 여름 태양이 갑자기 그립다.

그 아래 서면 이내 다시 비가 그리워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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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감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2008. 7. 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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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재배치, 스핀 오프 등을 통한 인력의 감축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이다.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직원들과 솔직한 대화를 기반으로 천천히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수를 두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인력 감축을 시도하는 여러 기업들이 지극히 단기적인(혹은 재무적인) 관점에 의해 다운사이징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하지 못한 더 큰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 감축, 함부로 남용되어서도 안 되지만, 하기로 했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인력 감축을 실행할 때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범하게 되는 실수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래에 필요한 스킬을 고려하지 않고 인력을 감축한다
많은 기업들은 과거의 성과 기록과 구성원들이 가진 역량과 스킬의 현재 수준을 근거로 인력감축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전략의 변화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역량과 스킬이 요구되면, 현재의 직무에서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던 직원일지라도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즉 ‘현재 역량’을 바탕으로 실시되는 평가제도의 결과를 가지고 인력감축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몇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인력감축의 결과, 한물간 역량과 스킬을 보유한 인력만 조직에 남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미래에 필요하게 될 역량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해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래 역량’을 보유한 직원들이 주로 해고되는 이유는, ‘현재 역량’을 기준으로 실시되는 평가제도 하에서는 낮은 평가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낮은 평가점수를 받은 직원들은 곧바로 인력감축의 표적이 되는데, 미래역량과 잠재력을 지닌 직원들이 대다수 포함되곤 한다. 나중에 가서 그들이 지닌 스킬이 미래의 사업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그들을 해고해 버린 후다.

최근에 채용되어 아직 경력이 짧은 인력들은 미래에 절실하게 필요할지 모를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력의 짧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떠나달라는 통보를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이 든 직원들은 나중에 조직의 특정 분야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될지 모르는 ‘경험의 깊이에서 우러난 능력’를 가지고 있다 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조기퇴직을 강요 받거나 오히려 권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회사를 나가기로 결정 내림과 동시에 그들이 가진 경험과 능력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핵심인력은 결국 경쟁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돼 나중에 상당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조직 전체에 걸쳐 일괄적으로 인력 감축을 실행한다
많은 기업들이 인력감축을 실행함에 있어, ‘모든 부문에 걸쳐 일괄적으로 15% 씩 감축하라’ 는 말처럼 똑같은 크기로 인력규모를 줄이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현재 적은 수의 직원을 가지고도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자들에게는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왜냐하면 일 잘하는 부하직원을 내보내도록 강요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력이 남아도는 부문의 관리자들은 일이 별로 없거나 중복되어 있는 분야의 인력을 줄임으로써 인력감축의 목표를 쉽게 달성하면서도 대부분의 필요한 인력들을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업계획과 사업전략 수행에 필요한 인력(인력규모 측면과 인적역량 측면 모두)을 확보할 수 없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

기대했던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인력감축의 대부분은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다. 그러나, 인력을 20%만큼 감축한다고 해서 반드시 운영비용의 20%가 절감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인력을 줄이라는 요구를 받으면 많은 관리자들은 보통 낮은 직급이거나 급여수준이 적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력감축을 실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비용 절감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저직급 직원들을 20% 줄여봤자 인건비는 10%도 절감되지 않는다. 반대로, 고직급인 관리자 인력들의 경우 조금만 감축해도 인건비 절감 수준은 20%보다 높아질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자리는 있으나 실제 사람은 없는 자리를 없애면서 인력감축의 목표를 채웠다고 말하는 관리자도 있다. 이럴 경우, 실제로 감축된 인력은 없으므로 절감된 비용은 없는 것이다. 어떤 관리자들은 앞에서는 기존의 인력을 해고하여 인력감축 목표를 맞추고 뒤로는 임시직원(계약직)들을 채용하여 기존인력이 해오던 일을 맡기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그런 임시직원들은 보통 해고된 인력들이 받던 급여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어떤 경우에는, 미래에 필요한 스킬을 가진 인력이 회사를 나갔다가 나중에 전략적 필요에 의해 재입사하기도 하는데, 끌어오기 위해 경쟁사보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하므로 그가 받게 될 급여는 전에 받았던 급여보다 높은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비용절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업무를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인력 감축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업무의 범위와 양은 재조정되지 않고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 예전보다 적은 인력을 가지고 똑같은 일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하도록 강요 받게 된다. 일하는 방법이 바뀌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인력이 늘어나게 되어 예전보다 오히려 많은 인력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인력을 감축한 관리자들은 단시일 내에 인력의 규모를 다시 증가시키려는 노력을 알게 모르게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인력 감축이 장기적인 인력계획의 틀 안에서 실행되어야 현실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략적 인력계획은 사업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규모와 인적역량을 정의한 것이어야 한다. 전략적 인력계획의 틀 안에서 인력 감축이 실행되어야 오랜 기간이 흘러도 그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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