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평등이 능사는 아니다   

2008. 12. 5. 09:21
반응형

캐롤 쉬블리는 짧은꼬리원숭이의 여러 집단에서 서열이 높은 원숭이들만을 따로 모아 집단을 구성해 인위적으로 서열을 조작한 실험을 수행했다. 의례 원숭이들끼리 치열한 서열 쟁탈전이 벌어졌는데, 예전에 높은 서열을 점하던 원숭이들은 서열 추락의 수모를 당해야 했다. 새로운 권력자가 출현하면서 서열 다툼은 일단락되었는데, 쉬블리가 관찰하고자 한 것은 서열의 재편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원숭이들이 생리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서열이 낮아진 원숭이들을 검진했는데, 그들에게서 동맥경화증, 복부비만, 고혈압 등의 이상 증세가 퍼져 있음을 발견했다. 실험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모든 원숭이에게 똑같은 먹이를 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질병은 사회적 지위의 하락 때문에 발생한 것이 명백했다.

서열이 낮은 원숭이는 서열이 높은 원숭이로부터 언제 공격당할지 불안에 떨기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더 많이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나 과다 분비 상태가 장시간 계속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우울증에 빠지며 질병인자를 활성화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서열이 낮아진 원숭이들에게서 질병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실험이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는 위계 체계를 보유한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서열이 낮은 말단 사원일수록 스트레스가 많아서 덜 건강하다는 뜻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서열 체계는 구성원들의 공식적이거나 암묵적인 합의 하에 형성되고 누구에게나 당연시되므로 말단 사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스트레스를 더 받을 일은 아니다. 게다가 자신과 처지가 같은 동기들이 있으니 위안이 된다. 쉽게 말해 ‘그러려니’한다.

이 실험의 핵심 메시지는 원래부터 서열이 낮을 때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서열이 변동될 때 문제가 야기된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권력을 가진 경영자가 하루아침에 임원을 말단 사원으로 내리고, 대리를 부장으로 올리는 조치를 취하면 아마 서열이 낮아진 원숭이들의 고통을 인간들도 겪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의 위계 체계가 이처럼 마구 뒤섞이는 일은 없다. 그래서 기업 조직은 원숭이 사회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갑작스레 서열이 뒤바뀌는 현상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면서 기업 혁신의 도구로 찬양 받는 무언가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성과주의 제도들이다. 성과주의의 핵심논리는 동일한 직급과 연차라 할지라도 역량과 업적에 따라 연봉을 차별적으로 지급해야 성과를 창출하려는 직원들의 동기를 고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 잘하면 그만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기회의 평등’ 논리는 기업들로 하여금 성과주의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강권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저기서 자주 발견된다. 남들보다 덜 받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더 받는 사람은 보상이 보잘것없다며 투덜댄다. 업무를 소홀히 하며 목표 달성에만 매달리고, 협조 요청을 무시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등의 문제가 성과주의의 효과를 압도해 버린다. 그 이유는 성과주의 제도가 기존 서열 체계를 흔들어대면서 동일 직급에 동일 연차면 동일한 보상을 받았던 평등한 조직을 불평등한 상태로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이치로 가와치는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구성원 간의 신뢰가 미약하며 적대감이 강화된다고 말한다. 소득의 절대적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그 상대적인 차이가 크면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성과를 높이려면 신뢰와 건강이 생명인데, 성과주의가 오히려 그것들을 파괴해 성과를 저하시킬 수도 있으니 아이러니다.

기회의 평등을 외친다고 해서 많이 받는 사람과 덜 받는 사람 사이의 불평등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결과의 평등을 강조하는 것만큼 기회의 평등을 무조건 추구하는 것도 큰 부작용과 해악을 야기한다. 보상의 차등폭 확대를 작금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도깨비방망이로 여기는 기업을 종종 목격한다. 이럴 때일수록 불평등을 완화하여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위기 탈출의 진정한 해법이다.

(본 칼럼은 광주일보 2008년 12월 5일자에 실렸습니다.)

반응형

  
,

'시나리오 플래닝의 모든 것' 블로그 개설!   

2008. 12. 3. 10:50
반응형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 기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거나, 알아도 그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이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예측의 도구로 오해하고 있지요.

인퓨처컨설팅은 이러한 니즈에 부합하고 동시에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각종 도구, 관련 논문, 적용 사례 등을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블로그 주소는 www.scenarioplanning.kr 입니다('co'가 없음을 유의하세요)

아직은 내용이 덜 채워져 있지만 차차 '빵빵한' 내용으로 가득 찰 것을 약속 드립니다. 아울러,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책이 빠르면 이 달 중(늦으면 내년 1월 중)에 서점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방법론과 노하우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한 책이니, 여러분의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그 책이 출간되면 이 블로그는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소통의 장이 될 겁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교육이나 컨설팅에 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블로그 상단의 메뉴를 클릭하시거나 아래의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인퓨처컨설팅 대표 유정식
- office : 02-6007-2340
- email : jsyu@infuture.co.kr


반응형

  
,

2008년 11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8. 12. 2. 08:44
반응형

2008년 11월, 나는 5권의 책을 읽었다.
탈고하느라 그것에만 신경을 썼더니, 5권 밖에 읽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86권인데, 목표인 100권까지 14권이나 남았다.

12월에 그만큼 읽을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
1년에 100권 읽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음을 절감한다.

불완전성 : 천재 수학자 괴델의 평전인데, 철학자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난해했다. 잘 읽혀지지 않아서 잡았다 놓은 적이 많았다. 결국 3분의 2정도 읽고 그만 뒀다. 이번에도 괴델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괴델, 에셔, 바흐' 완독도 실패했는데... 내겐 괴델이 너무 어렵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건강하지 못하고, 살인율이 높으며, 소비 지출이 많다는 사실을 연구한 책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중언부언되는 게 옥의 티지만, 우리 시대의 불평등이 얼마나 사회적 폐악의 주범이 되고 있는지 깨닫는 데 도움이 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푸앵카레의 추측 : 우주는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을까란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밀가루 반죽으로 주물럭 대는 위상수학에 그토록 심오한 함의가 숨어있을지 몰랐다. 좀 어려운 책이지만, 지적 충만감을 일으키는 책이다. 일반인들이 이런 과학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나쁜 유전자 : 악한 본성이 인간의 유전자에 내재돼 있음을 자신의 개인사를 곁들여서 재미있게 서술하는 책이다. 악한 인간들이 성공하는 이유,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휘어잡는 힘...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했다. 왜 우린 그런 인간들의 종 노릇을 해야 하는 걸까? 이 세상 사이코 패스들이여, 이 책을 읽어라.

오래된 미래 :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피폐해진 마을 공동체가 차츰 회복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지속가능한 인간의 생활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은 왜 이리 빠르게 살면서 서로를 해악하지 못해 안달일까? 근본적인 의문부호들이 내내 가슴을 맴돌았다.


반응형

  
,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인력계획을?   

2008. 11. 28. 09:11
반응형

HR전략과 HR제도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정렬(Align)되어 있어야 한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면 그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고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가 평가와 보상, 인력 배치 등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전과 전략에 부합되는 인력의 규모, 인력의 역량을 고려하여 인력계획을 수립할 경우에 사업전략과 사업계획이 반드시 분석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사담당자는 회사의 사업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전략 수립과정에도 일부분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회사의 비전과 전략이란 것이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비전과 전략이 있기나 한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회사가 과연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인력계획의 기준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인사담당부서가 전략담당부서가 해야 할 회사의 비전 및 전략 수립을 대신할 수도 없다.(인사부서가 전략 수립을 나름대로 진행하는 회사를 본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임원들 간의 정치적인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전, 전략, 사업계획들이 불분명하거나 최악의 경우 전혀 없는 경우일지라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해 봄으로써 인력을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지,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의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인력계획 수립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인력을 운용하는 것이 좋은가에 관한 시사점은 시나리오별로 다를 것이다. 인력계획을 세우려면 어떤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할 것인지를 판단하여 그에 맞게 채용, 이동 및 재배치, 인력 퇴출 등의 활용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 때, 현실로 일어날 시나리오를 잘못 선택한다면 나중에 인력운용 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시나리오에만 적합한 인력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여러 개의 시나리오에 공통적으로 적합한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먼저,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인력에 관하여 어떤 점을 요구하는지를 찾아낸다. 그런 다음, 공통적인 부분을 파악하여 인력계획의 밑거름을 그리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모 사업부문의 영업망 확대 가능성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했고 영업인력에 관한 인력계획의 시사점을 시나리오별로 파악했다고 가정하자.(표 1) '소극적 확대 시나리오'를 분석해보니 40명, '적극적 확대 시나리오'에서는 70명, '장미빛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100명의 신규영업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 과연 인력계획은 어떤 시나리오에 맞춰 짜야 할 것인가?

 

[표 1] 시나리오별 요구인력 예시

시나리오

요구되는 신규영업인력

소극적 확대 시나리오

40

적극적 확대 시나리오

70

장미빛 시나리오

100



보통 이럴 경우, 가장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를 택해 그에 맞는 인력계획을 수립하려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각 시나리오는 특성상 동일한 정도의 발생확률, 즉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속단이나 예단은 금물이다. '적극적 확대 시나리오'가 가장 일어날 확률이 크다고 해서 70명을 뽑았다가 나중에 '소극적 확대 시나리오'가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30명은 자연스레 잉여인력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인력을 기준으로, 즉 '소극적 확대 시나리오'에 맞춰 인력계획을 수립한다. 즉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하더라도 적어도 40명의 신규영업인력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40명을 채용할 것인지를 인력계획으로 수립하면 된다. 그런데 사업이 잘 되어 '적극적 확대 시나리오'와 '장미빛 시나리오'로 미래가 바뀌었다면 40명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기회손실'의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그러므로 40명보다 많은 인력을 채용해야 할 상황에 대비하여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마련해야 한다. 즉, 30명이나 60명을 더 뽑아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든 항상 필요한 40명의 인력은 정규직(혹은 상근계약직)으로 뽑아 놓고 그 이외의 30명 혹은 60명은 계약직을 뽑아 활용한다는 식의 계획을 세운다. 물론 필요할 때마다 즉각 계약직으로 뽑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만일 특수한 역량을 요구한다면 사람 뽑기가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전에 어느 곳에서 인력을 충당할 것인지도 컨틴전시 플랜에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인력을 중심으로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자마자 뒤늦게 정확히 필요한 만큼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허둥지둥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더 나을 것이다.


각 시나리오가 인력에 관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특정 상황을 가정하여 질문을(이를 'What-If 질문'이라고 한다) 던져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가 중국시장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려면 어떤 인력이 얼마만큼 필요할 것인가'와 같은 식의 What-If 질문을 통해 시사점을 찾아낸다.

 

[표 2]

What-If 질문 예시

이 시나리오에 적합한 전략을 실행하려면

어떤 스킬이 요구될 것인가?

그 스킬을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시장에 존재하는가?

그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들의 연봉수준은 어느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가?

어디에서 그들을 찾아야 하는가?

 

이렇듯 시나리오를 사용해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사업전략이 불분명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유용하다. 요약하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몇 개를 도출하여 그것을 근거로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단, 인력계획을 완성하기 전에 경영자나 타부서 관리자들과 시나리오의 적합성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응형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는 찻집에서   

2008. 11. 28. 09:09
반응형
찻집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중이다.
스피커로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저음이 매력적인 Diana Krall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듣자니, 한달 정도 남은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옛날에는 12월 중순이나 돼야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트리가 켜졌는데,
요즘은 11월초부터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시작되기 때문일까?

암튼 그녀의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의자에 몸을 깊게 묻게 된다.
노래 가사처럼 크리스마스가 내 곁에 와 있는 느낌이다.

저작권 때문에 노래를 올리기 어려워 가사만 올려본다.

Christmas time is here

Christmas time is here,
Happiness and cheer,
Fun for all that children call their favorite time of year.

Snowflakes in the air,
Carols everywhere,
Olden times and ancient rhymes and love and dreams to share.

Sleigh bells in the air;
Beauty everywhere;
Yuletide by the fireside
And joyful memories there.

Christmas time is here;
Families drwing near;
Oh that we could always see such siprit through the year.

반응형

'유정식의 서재 > [단상] 주저리 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책이 미네르바 추천도서에?  (2) 2009.01.14
희망의 크리스마스이길...  (0) 2008.12.24
책 한권, 탈고하다  (0) 2008.11.21
작곡하다  (0) 2008.11.20
이별을 바라보다  (1) 2008.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