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늘 짧다   

2008. 9. 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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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터지는 소리에 창 밖으로 달려나가 부랴부랴 찍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을 말해주기 전에
금새 달아나 버림을,

그래서 빨리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할 것임을,
나는 삼각대를 접으며 생각해 본다.





(사진 :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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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는 광고, 절대 하지 마라   

2008. 9. 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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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정식)


이제 첫발을 내딛는 1인기업 컨설턴트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을까를 매일매일 고심할 것이다. 여기저기 인맥을 통해서 자신이 새로 시작한 사업을 설명하거나 다른 이에게 홍보도 부탁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1인기업 컨설턴트는 브랜드를 알리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돈을 들여 광고 좀 하는 것이 어떨까?’ 란 생각에 다다르기도 한다. 누구나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올릴 수 있는 매체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신문, 잡지, 인터넷 포털 등 돈만 좀 쓸 수 있다면 광고 올릴 곳이 없어서 광고를 못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신문사, 특히 경제신문사에서 소위 ‘무슨무슨 경영대상’ 이라는 상을 만들어 놓고서 찬조금을 내면 기업탐방기사 형식으로 신문에 게재해 주겠다며 접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통 300만원 정도를 내면 A4용지로 2분의 1 정도의 기사에 대표자 사진을 올려 주겠다고 말하는데, 신문이 발행되면 회사 홍보가 엄청나게 될 것이라며 유혹하기 일쑤다.

신문사가 언제부터 ‘상(償)’ 가지고 장난쳤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언론의 본분이나 제대로 지켜주기 바란다. 창업한지 6개월도 안된 업체에게 ‘컨설팅 대상’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안 된다.

몇 년 전인가 나도 비슷한 꾐에 속아 아까운 돈을 날린 적이 있었다. 어디서 알았는지 모 경영관련 잡지사 기자가 “선생님의 명성을 익히 들었다. 만나 뵙고 컨설턴트로서 기업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관해 인터뷰를 좀 했으면 한다.” 라고 전화를 해 왔다. 그러면서 자기네 잡지가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를 은근히 내세우며 나의 응낙을 재촉했다.

그 때 난 명성이랄 것은 전혀 없는 신출내기 1인기업 컨설턴트에 불과했다. 그러니 내 주제로는 “예끼, 이 사람아, 난 아직 햇병아리 컨설턴트야. 다른 유명한 분이나 찾아보게나.” 라고 대꾸해주며 전화를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때는 내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런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야, 이것 봐라. 내가 활동 좀 하니까 꽤 알려졌나 봐.” 라는 그야말로 제 주제도 모른 채 한껏 거만을 떨고 싶은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러니 “그럽시다. 만납시다.” 라고 할 수밖에.

진짜로 나는 세상 무서운 것 모르는 철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순수하게 인터뷰인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자가 와서 이것저것 묻고 사진도 펑펑 찍어대는 분위기에 한껏 고조되어, 있는 생각 없는 생각 다 끄집어 내어 답변을 하던 내 모습, 지금 떠올려도 얼굴이 확확 달아오른다.

“찬조금조로 우리 잡지 50부만 구입해 주십시오. 청구서는 곧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기자가 인터뷰를 끝내고 자기를 뜨기 전에 내던진 이 말 한마디를 듣고 나서야, 내가 속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통수를 둔기로 세게 맞은 듯, 기자가 가고 난 뒤에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다 먹고 난 후에 바퀴벌레를 씹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보름 뒤에 받은 문제의 잡지에는 내 기사가 다른 특집기사에 밀려 귀퉁이에 외로이 게재되어 있었다. 달랑 한 페이지로 말이다. 사진은 왜 그렇게 못생기게 나왔는지, 자다가 일어난 표정의 얼굴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50권의 잡지더미 사이에 삐죽 나온 청구서. 화가 치민 나는 50권이나 되는 잡지를 모두 쓰레기통에 처넣고야 말았다.

나는 평상시 광고의 효과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TV에서, 신문에서, 지하철에서, 하다못해 화장실 안에서까지 광고가 넘쳐나는 요즘, 누가 하루 동안 본 광고를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제 광고는 죽었다.’ 라며 호기 있게 떠들고 다닌 나였기에, 분노가 더 극에 달했다.

그 뒤로도, H경제신문사, D신문사, F신문사 등에서 기획기사를 써주겠다는 전화가 종종 왔다. 당연히 ‘No!’ 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내가 단호하게 대답하는 것에 약간은 놀란 듯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봐, 당신들이 선전 안 해줘도 대단히, 무척이나 잘 되니까 걱정 안 해주면 안되겠니?” 이렇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말이다.

1인기업 컨설턴트를 하고 있거나 꿈꾸고 있는 당신은 광고 따위는 절대로 하지 말기를 바란다. 컨설턴트는 물건 파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파는 사람이다. 자신의 전문성은 광고를 통해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은 이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라는 기사를 보고, “야,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한번 연락해서 컨설팅을 맡겨 볼까?”, 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을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1인기업 컨설턴트 지망생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구태여 1인기업하느라 애쓸 생각 말고 어디 안정적인 직장이나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몇십만 원이 됐든, 몇백만 원이 됐든 광고에는 절대 지출하지 말라. 그럴 돈 있으면 본인의 전문성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사서 만나는 고객들에게 한 권씩 선물로 주거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교육 프로그램을 한두 번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도록 본인의 외모관리에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명색이 컨설팅한다는 사람이 광고와 같이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단순한 방법에 의존하면 쓰겠는가? 머리를 굴리면 광고가 아니래도 더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광고의 효과를 얻으면서도 돈 한 푼 안 드는 방법을 하나 알려 준다면, 어디라도 좋으니 잡지 같은 매체에 자신의 칼럼을 지속적으로 연재하라. 1인기업 컨설턴트로 출사표를 던졌다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숨겨왔던 본인의 전문성을 글을 통해 유감 없이 나타내보라. 본인의 글을 어디에선가 보게 될 고객이 당신의 전문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낯 간지러운 광고보다는 고객들이 정말 궁금해하고 답답해 하는 문제에 대하여 본인의 생각을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써 내려간 글을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여라. 그러면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머지 않아 따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한 개 두 개 쌓인 글을 묶어서 근사한 책으로도 낼 수 있으니 본인의 이력관리상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내가 아는 모 컨설턴트가 컨설팅 업체를 차리면서 돈을 내고 모 경제지에 PR기사를 올렸다.

OOO 컨설팅을 주력 사업으로 해 온 'OOO사’는 OOO 대표 체제로 조직 개편 후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으로부터 높은 만족 도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현장 중심의 '노력형 CEO'로 정평이 나있는 OOO 대표는 "OOO사는 업계 최고의 컨설팅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적용함으로 써 고객의 미래지향적 가치창조를 위한 장기적인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후략)

창업한지 1개월도 안 된 회사다. 피식, 웃음만 나온다. 돈 드는 광고는 절대로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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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있는 홈페이지는 이제 그만!   

2008. 9. 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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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홈페이지가 항상 살아있도록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매우 중요하다. 게시판이니 자료실이니 처음에 만들어만 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서 1년이 넘도록 추가되는 글이나 자료가 없다면, 그 홈페이지는 죽어있는 거나 다름없다.

여러 기업의 홈페이지를 접속해 보면(특히 컨설팅사 홈페이지), 거의 업데이트되지 않고 처음에 만들어진 그 모습 그대로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겨우 브로셔(Broacher) 역할 밖에는 못하는 기업 홈페이지가 인터넷 공간에 널려 있다.

게시판을 클릭해 보면 ‘홈페이지를 오픈합니다.’라는 글만 달랑 올라가 있거나, 스팸성 글들이 요란하게 도배되어 있기도 하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관리를 해볼 요량이었는지 하루 이틀 사이에 집중적으로 글을 올리다가 몇 년째 그대로 손을 놓아버린 게시판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모 경제신문을 보니 인터넷에 등록되어 있는 사이트 중 약 30 ~ 40% 정도는 ‘죽은 사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신문기사에서는 이런 죽은 사이트들을 ‘정보시체’라는 섬뜩한 말로 표현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화려한 그래픽으로 치장해 만든 홈페이지가 정보시체가 되어 인터넷 공간을 떠돌고 있다면, 회사의 홍보는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 홍보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오히려 회사의 이미지나 깎아먹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한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클릭해 봤는데, 업데이트가 전혀 안되고 있거나 자기자랑만 요란하게 할 뿐 읽어 볼 내용이 별로 없다면 ‘이 회사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관리할 시간조차 없을 거야.’라며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고객은 아무도 없다. ‘뭐야, 이건! 이런 걸 홈페이지라고 가지고 있냐’며 브라우저를 꺼 버리거나 다른 사이트로 도망쳐 버린다. 잠재적인 고객을 잃고 마는 순간이다.

홈페이지를 제대로 관리할 여력이 없다면 차라리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 남들 보는 눈이 있어 그럴싸하게 구축한답시고 게시판도 넣고 자료실도 넣고 하는 것은 사치이고 낭비다. 적어도 매주 한 번 이상 새로운 글로 업데이트할 능력이 안되면, 순수하게 브로셔 기능으로만 쓰이도록 홈페이지를 간단하게 구성하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달았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알리고 동시에 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고객과 묵언의 약속을 한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시판 운영에도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이 당연하다. 무엇을 알려야 하나,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럴 자신 없으면 게시판 같은 건 없애는 게 낫다.

처음에는 의욕에 차 게시판을 열심히 관리하다가 어느 순간 방치해버려 몇 년이 지나도록 그대로인 홈페이지가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홈페이지 운영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홈페이지 관리가 영업의 성패에 관련이 없는 것 같거나, 글을 올려도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거나 하면, 열심히 홈페이지를 관리할 동기가 상실되기 때문인 듯 하다. 한마디로 ‘시시해지는’ 것이다. 때마침 일이 바빠지기라도 하면 그걸 핑계로 홈페이지 관리를 등한시하기 쉽다.

그러나 잠재적 고객들의 확보를 위해서 홈페이지 관리를 중단하거나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잠재적 고객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느닷없이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그들을 유인할 만한 ‘꺼리’가 없는 황량한 홈페이지는 그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긴커녕 나쁜 인상만 심어줄 수 있다.

만일 고객이 본인에게 제안요청을 했다고 하자. 아마 모르긴 해도 고객은 제안요청 후에 반드시 홈페이지를 방문해 볼 것이다. 제안할 회사가 어떤 곳인지, 컨설턴트 역량은 어떤지 기초적인 정보를 알기 위해서다. 썰렁한 게시판, 몇 년은 족히 묵은 글들을 바라보는 고객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 사람은 프로구나.’ 라고 느끼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홈페이지를 항상 살아있게 만들려면 뉴스레터를 적절히 활용하라. 글을 올려 놨는데 아무도 읽어보는 사람이 없다며 실망하지 말고 그걸 뉴스레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라.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는 유명사이트가 아닌 한, ‘내 쪽’에서 알리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좋은 글이라면 조회수가 오를 것이고 제 발로 방문하는 고객도 차차 늘 것이다. 운이 좋으면, 어쩌다 찾아 온 고객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야 홈페이지를 계속해서 관리할 힘이 생기는 법이다.

홈페이지를 1인기업 본인이 얼마나 ‘잘 났는지’ 광고하고 뽐내려는 도구라고 오산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현란하게 꾸밀 수 있는지 콘테스트 하는 공간은 더더욱 아니다.

홈페이지는 고객과 소통하는 창(窓)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블로그로 홈페이지를 대신하고 있다. 블로그로 바꾸고 나니 더 많은 방문객을 맞게 되어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고객에게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고객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운영해야 할 것을 1인기업 여러분에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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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포기할 권리가 있다   

2008. 9.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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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조언을 구한다며 꺼낸 이야기는 진정한 포기란 용기이고 자기기만으로부터의 자유임을 깨닫게 했다. 그녀의 남편은 미국에서 수년 째 박사 후 과정(Post-Doc.)으로 실험실에 머물러 있다. 남들은 길어야 1 ~ 3년이면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교수나 연구원으로 임용되곤 하는데, 그가 여전히 그곳에 머무는 이유는 그가 설정한 목표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연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논문 여러 개를 충분히 쓰고도 남을 연구 결과를 폐기하면서까지 스스로를 독려하는 이유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얻어야 논문을 쓸 수 있다고 고집스럽게 믿기 때문인 듯하다.

(사진 : 유정식)


그의 집념은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 좀 더 높은 목표로 다가가려는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수년 째 가족들과 떨어져서 그 같은 생활을 지속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연구에 매달리는 모습을 과연 아름다운 눈으로만 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그가 과학계를 뒤집어 놓을 연구 성과를 원한다면, 적절한 수준의 논문으로 대학 교수나 기업체 연구원에 임용된 다음에 해도 충분하지 아닐까? 혹시 그는 스스로 ‘결코 포기하지 말자’는 검은 안대를 쓴 채 자신을 기만하는 건 아닐까? 그가 학자로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론 목표 자체를 포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이 세운 목표는 그 자체로 숭고하기 때문에 목표를 포기하라는 말이 어불성설로 들릴지 모르겠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원리를 발견하려는 목표를 포기해 버렸다면 어찌 됐겠는가? 다른 누군가가 후에 발견했겠지만 과학의 발전은 그만큼 지체됐을 것이다. 목표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라면 인류의 번영을 이끈 수많은 업적이 과연 이룩됐겠는가?

그런데 목표를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 목표가 나의 눈을 멀게 하고 삶을 구속한다면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한다. 자신이 쏟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으려면, ‘양질’의 노력이어야 한다.

당신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흰 종이 위에 그 목표를 써 보라. 그런 다음,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방법을 나열해 본다. 정리가 되면 한참 동안 그것을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욕망, 능력과 처지, 주변 사람들의 바람 등을 냉정하게 질문에 답해 보라. 능력보다는 욕망이 앞서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인 목표에 인생을 올-인하고 있는가?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변 사람의 기대 때문에 그 길을 걷고 있는가? 정말 그 길 밖에는 없는가?

다음의 표가 당신이 포기할 때를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세운 목표가 무엇이든 다음의 질문을 던지면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1.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가?

2. 그것 밖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가?

3. 포기해서는 안돼라는 말이 인사치레처럼 느껴지는가?

4. 타인의 기대나 강요 때문에 세운 목표인가?

5. 남들 보기에 근사할 거라 생각되는 목표인가?

6. 실패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멈추는 경우가 잦은가?

7. 능력에 한계를 느껴 자주 좌절을 느끼는가?

8. 달성하고 싶은데, 마음만 그럴 뿐 몸이 따라 주지 않는가?

9. 포기할 경우 남들이 조롱할까 두려운가?

10.주변사람(가족 등)의 희생이 필요한가?

11.달성할 때 얻게 될 이익보다 지금껏 쏟은 노력이 더 큰가?


위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개수가 4개 이하이면, 목표 자체를 포기하지 말고 잘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라. 5 ~ 7개이면 진지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하라. 만일 8개 이상이면, 당신은 반드시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당신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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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역사, 과학을 통해 경영을 해석하다   

2008. 9. 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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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발췌합니다.)

딱 1년 만이다. 기자이자 시인인 고두현씨가 ‘시 읽는 CEO’(21세기북스)에 이어 ‘옛시 읽는 CEO’를 냈다. 가을, 특히 9월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CEO에게도 한걸음 뒤로 나와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때. 전작 ‘시 읽는 CEO’는 시를 통해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깨우치고 창의적 생각과 굳건한 실천력을 쌓게 했던 새로운 개념의 자기계발서로 호평을 받았었다.

이번에는 옛 어른들의 시에서 골랐다. 은유와 상징, 함축과 교훈이 가득한 옛 시는 바쁜 일상에 오랜만의 여유와 여백을 공급한다. 옛 시 32수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네 번의 호흡에 나누어 담았고, 곳곳에 수묵화와 원문을 함께 넣어 시각적인 여유도 함께 실었다. 늘 들어왔던 잔소리, 판에 박힌 교훈들도 옛 어르신들의 입을 통하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 감동이 마음 깊이 박힌다. 몰아쳐서 읽기보다 한수 한수 음미하면서 읽으면 문장 깊이 녹아 있는 새로운 경영정신을 깨닫게 된다.

경제경영서와 다른 분야와의 퓨전은 예전에도 있었다. ‘옛 시 읽는 CEO’가 시와 경영을 접목한 경영서이지만 시집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정진홍 교수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1, 2’(21세기북스)는 인문서 같은 경영서이다. 3년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인문학 조찬강의 ‘메디치21’을 진행하고 있는 정 교수는 “인문학이야말로 통찰의 힘을 길러주며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분명한 방향을 잡아준다”고 말한다. 인문 철학적 소양이야말로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경영할 수 있는 근간이 됨을 주장하며,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방대한 지식과 사고를 풀어놓고 있는데 이것만 다 챙겨보더라도 상당한 상식을 습득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면에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 지음, 위즈덤하우스)는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또 다른 경영 이야기이다. 과학의 원리 속에서 경영의 원칙을 찾아내는 대중서로 수학,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의 네트워크 과학이 어떻게 경영학과 접목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를 쉽게 설명한다.

늘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 빠르게 바뀌는 비즈니스 세계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항상 존재해 왔다. 옛 사람들의 시나 문장, 역사의 현장, 자연과학적 원리 속에서 뽑아내는 경영학의 원리나 자기개발의 힘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강력하고도 오랜 메시지를 선사한다. 어제와 다른 나는 시 속에서도, 인문학, 자연과학 속에서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이윤과 매출을 좇아 자칫 척박해지기 쉬운 경영학에 시와 인문, 과학 등이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김병희 예스24 도서1팀장
출처 : 세계일보 2008년 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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