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잘하려면 '글'을 잘 쓰세요   

2024. 11.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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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많은 조직들이 2024년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인사평가와 승진 결정일 겁니다. 빠른 조직은 벌써 평가 데이터를 수집 중일 테고 대부분은 12월말이나 내년 1월 중에 평가를 진행하겠죠.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은 '평가의 객관성'을 제일 먼저 언급하는데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객관적인 평가는 지나친 이상 혹은 환상입니다. 성과가 숫자로 딱딱 결산되는 직무가 아닌 이상, 여러분이 하는 업무는 수치로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고, 평가자의 주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납득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평가자가 내린 결과를 피평가자(직원)이 얼마나 납득하고 수용하느냐가 평가제도의 지향점이 되어야 합니다. 평가자의 주관이 담긴 평가결과라 해도 직원이 '맞아. 내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해. 팀장님이 잘 보신 거야.'라고 납득하는 게 중요하지, 직원의 성과가 89점이냐 95점이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평가 결과를 잘 납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오늘은 평가 결과를 직원들에게 피드백하는 '포맷' 측면만 말씀을 드릴게요. 보통 피드백 포맷은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점수'나 '등급'처럼 수치로 평가 결과를 정리하는 방법이고요, 나머지 하나는 수치를 배제하고 마치 에세이처럼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성과나 역량, 태도, 행동 등에 관해 자기 의견을 '내러티브'하게 서술하는 방법입니다. 간단히 말해, '수치 피드백'과 '내러티브 피드백'이 있죠.

 



평가의 납득 가능성을 높이려면 둘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해야 할까요? 답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다행히 최근에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주리 대학교의 김준용 교수가 에밀리 지텍(Emily Zitek)과 함께 한 연구가 바로 그것인데요, 두 사람은 1,600여명을 대상으로 가상 조건 하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피평가자의 입장이 되어 가상의 상사로부터 평가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1그룹은 수치 피드백을 받았고, 2그룹은 내러티브 피드백을, 3그룹은 둘을 섞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내러티브 피드백을 받은 2그룹이 평가의 공정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고, 수치 피드백을 받은 1그룹이 그 공정성을 가장 낮게 평가했습니다.  내러티브 피드백을 받은 참가자들은 피드백 내용을 가장 잘 이해했고 상사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업무 전체를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균형있게 제시되었다고도 평했죠.

내러티브 피드백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었어요. 2그룹 참가자들은 성과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많은 영감과 동기를 얻었다고도 답했습니다. 반면, 수치로만 피드백 받은 참가자들은 상사가 자신들의 단점과 부정적인 측면만 꼬집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해요. 강점은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것 같다고도 답했습니다. 그러니 개선하려는 의지와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었죠.

납득 가능성 측면에서 내러티브 피드백이 수치 피드백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은 여러분이 평가 결과를 피드백 받는 직원의 입장이라면 당연한 것입니다. 수치나 등급만 나타나 있는 결과표를 보고 무슨 '감동'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이거, 상사가 나를 제대로 평가한 것 맞아?'라는 의심만 들겠죠.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평가 계량화'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조직의 지적능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평가의 납득성, 공정성, 직원들의 성과 개선 동기, 상사와 직원들 간의 신뢰를 높이고자 한다면, 아니 적어도 지금보다 나쁘게 만들지 않으려면 상사가 진정으로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 향상에 애를 쓰고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건조하고 딱딱한 수치 뒤에 숨지 말고, 직원 하나하나에 관해 열심히 글을 쓰세요. 그게 평가자로서 상사에게 꼭 필요한 의무입니다. 만약 이 의무가 매우 버겁다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평가자란 위치에서 내려오면 되니까요.


*참고논문
Kim, J., Zitek, E. M., & Stroup, C. M. (2024). The power of words: Employee responses to numerical vs. narrative performance feedback.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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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남들과 차별화하세요   

2024. 11.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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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이 제 책 <시나리오 플래닝>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거나 설명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나 산업이 어떻게 될지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알 수 있나?”, “제가 OO에 집을 사려는데, 괜찮을 거 같나요? 시나리오 플래닝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미래를 예견하기 위한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미래학(未來學)과 동일시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결코 미래학(Futurology)이 아닙니다. 엘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일반인들이 미래학을 친근하게 받아들였지요.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나 <권력 이동>과 같은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래학에 열광했습니다.

미래학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 모델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학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죠. 우리가 막연하게 불안하게 생각하는 미래를 확실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행동이나 판단에 기여하기 위한 학문이 바로 미래학입니다.

 



미래학이 이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작은 요인에 집중합니다. 즉 ‘트렌드’를 발굴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문헌 연구, 전문가 인터뷰, 데이터 분석 등의 스킬을 동원해서 미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변하지 않는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예를 들어, 지식노동자들이 대접 받을 거라든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될 거라든지 등이 미래학의 아웃풋이었죠.

이와 달리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무엇인가'에 관심을 둡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매우 작은 요인인 트렌드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될 수도 저렇게 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큰 요인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관심 대상입니다.

애당초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실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한 기법이 아닙니다. 대신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우리의 미래가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 수 있음을 제시하죠. 미래학자들은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만 제시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동일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미래학자들은 확실하게 “이렇게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언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에 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이고 가치이니까요. 

정리하면, 미래학은 트렌드에 집중하고,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 집중합니다. 트렌드는 많은 기업이나 사람들이 대략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기 수립하는 전략이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죠. 전혀 차별적이지 않으니 경쟁우위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트렌드가 아니라 불확실한 요소에 집중할 때 남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궁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가장 큰 효용입니다.

제 책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그 방법과 예시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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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재를 '전투'에 소모시키지 마세요   

2024. 1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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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 대전 때 영국과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적용했던 인력 양성의 방식을 살펴 보면 특이한 패턴 하나가 눈에 띕니다. 그들은 뛰어난 조종 실력을 보이는 조종사, 적기를 여러 대 격추시켰다든지 눈부신 전공을 세운 조종사들을 후방으로 빼곤 했어요. 왜냐고요? 바로 후배 조종사들을 가르치는 교관을 맡게 하려고 그런 것이었죠. 그래야 후배들에게 그가 가진 뛰어난 실력과 가치 있는 노하우를 전수시킬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전쟁이 한창이라서 당장 베테랑 조종사를 전투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겠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고 믿었습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가장 잘 통하는 상황이랄까요? 이렇게 해서 영국과 미국 연합군은 베테랑 조종사들을 전투에서 잃는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들의 가르침을 통해 우수 조종사를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과 완전히 반대로 한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진주만 공습 후 미국과 맞짱을 뜬 일본이었습니다. 그들은 실력이 떨어지고 실전 경험이 적은 조종사에게 교관 역할을 맡겼어요. 베테랑 조종사들을 전투에 계속 투입했고요. 이래서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요?

실력 없는 선생들로부터 우수한 조종사들이 배출되겠습니까? 평균적으로 실력이 크게 향상되기 어려울 뿐더러 실제 전투 상황과는 다른 내용으로 교육을 받게 되겠죠? 더 큰 문제는 베테랑 조종사들을 전투에 계속 밀어 넣다보니 그들이 전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투 때마다 말 그대로 ‘녹아내려’ 버렸던 것이고, 그에 따라 그들이 지녔던 ‘암묵지’ 역시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베테랑 조종사 대다수를 잃은 일본군은 1944년 6월 19일에 벌어진 필리핀 해전에서 미국 전투기로부터 말 그대로 ‘칠면조 사냥’을 당하고 맙니다. 2개월도 안 되는 교육을 받은 조종사들이 복잡한 편대 전술을 얼마나 많이 익혔겠습니까?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기본적인 스킬도 부족했으니까 말 다했죠. 일본군은 어떻게든 있는 조종사, 없는 비행기를 다 끌어 모아서 필리핀 해역에서 미국과 일전을 벌입니다. 

수백 대의 전투기를 준비했기 때문에 미군을 압도하리라 기대하면서 기쁨의 눈물까지 흘렸지만, 미숙한 조종사들이 모는 ‘제로센’ 전투기는 미군 조종사들의 손쉬운 먹이감이었습니다. 왜 ‘칠면조 사냥’이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아시다시피 칠면조는 몸이 둔해서 위협을 해도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새인데, 제로센이 딱 그랬던 것이죠. 일본군은 베테랑 조종사를 전장에 소모시킨 벌을 필리핀 해전에서 제대로 받았습니다. 결국 일본은 오키나와 쪽으로 퇴각하면서 그들이 ‘절대 국방선’이라 설정했던 전선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재 육성에 있어 리더의 장기적인 안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수인재를 ‘전투’에 계속 내보내면 당장은 성과가 잘 나고 돈도 잘 벌리겠죠, 하지만 황금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 있으니 우수인재가 번-아웃되도록 활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마리의 ‘황금 거위’가 태어나려면 우수인재를 인력 양성에 활용하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 꼭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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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출세에 좀 겸허해 지시기를.   

2024. 11.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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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이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와서 하는 말을 듣거나 그들이 쓴 책을 보면,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여러분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이렇게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저는 그 말을 10~20% 가량만 귀담아 듣고 나머지는 흘려 보냅니다. 그들 성공의 대부분은 사실 운에 의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물론 성공한 사람들의 땀과 노력은 박수와 칭송을 받을 만합니다. 저는 그들의 신고(辛苦)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과 재능, 노력이 성공의 대부분을 견인했다는 식의 논리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력과 재능이 없는데도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꾸짖는 듯한 스탠스에는 더더욱 동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성공한 이유의 대부분은 운이었을 테니까요.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성공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 싶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맙게도 저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가끔 나타나곤 합니다. 그들이 저에게 “어떻게 해야 저도 선생님처럼 경력을 쌓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을 때마다 저는 좀 곤혹스럽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분명 저도 노력은 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없거나 부족한 재능이 한줌 가량 있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제가 이렇게 밥은 좀 얻어 먹으며 다닐 수 있는 까닭은 대부분 운입니다.

 


우선 저는 극악 난이도의 학력고사를 치른 탓에 보기좋게 떨어질 줄 알았지만 2지망을 잘 써서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첫 직장은 IMF 직전에 부도를 맞고 타사에 인수되었지만, 그 덕에 저는 대학 때 동경했던 컨설턴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인수 합병 과정을 겪은 상사들이 컨설팅 회사로 이직했고 공중에 붕뜬 저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죠.

며칠 전 <시나리오 플래닝> 개정판을 낸다는 소식을 구독자 여러분께 드렸는데요, 제가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로 (조금은) 알려져 있고 그간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이유 역시 우연이었습니다. 그 운은 남들이 손사레치던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를 엉겹결에 받아서 수행했던 것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왜 저에게 그 일이 주어졌냐고요? 동료 컨설턴트들이 다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을 때 저는 프로젝트를 막 끝내고 쉬고 있던 차였거든요. 정말 운이 좋았죠?

외국계 컨설팅사를 나와 혈혈단신으로 인퓨처컨설팅이란 회사를 시작했을 때 마침 컨설팅 시장이 활황이라서 자리잡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모 온라인 잡지에 글을 기고한 것을 계기로 책 저자로 데뷔할 수 있었고, “너 이거 한 번 강의해 볼래.”라는 누군가의 대타로 강의를 맡게 됐다가 지금은 기업 강사로 ‘약’을 팔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일일이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소소한 운들이 엎어지고 포기하려는 저를 일으켜 세웠으니, 누군가가 저에게 성공의 비결을 혹시라도 묻는다면 당황하며 ‘어버버~’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글쎄요. 하다보니 이렇게 됐죠.”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공의 대부분은 운에서 비롯된 것이니 소위 '출세'했다고 으스대거나 고개를 빳빳이 들어서는 안 됩니다. 남들을 업신여기거나 탄압해서도 안 됩니다. 특히, 학력고사나 수능시험 잘 봐서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들이 고작 사법고시 잘 치른 행운을 권력 유지하는 데 평생 써먹는 일은 이제는 없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말합니다. 본인의 출세에 좀 겸허해 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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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미래를 예측하지 마세요   

2024. 11. 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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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마다 CEO의 신년 경영방침이 발표되면 경영기획 부서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느라 매우 분주하게 돌아갑니다. 이때 그들은 ‘작년까지 이렇게 되어왔으니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라고 말하거나 ‘반드시 이 목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한다’는 행정편의적 사고를 가동합니다. 예측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렇게 목표가 정해지죠. 미래의 모습을 다각도로 그려보고 대책을 강구하는 전략적 사고는 전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과거의 패턴이 인간의 판단력을 지배하기 때문에 수많은 예측과 예측을 기반으로 한 계획이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데요, 이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실험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에이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UN 가맹국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묻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부터 100까지의 숫자가 적힌 룰렛 게임을 먼저 한 후에 정답을 말하도록 했죠. 

 


그 결과, 참가자가 룰렛 게임에서 10을 찍으면 평균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25%로, 65를 찍으면 45%로 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실험은 아프리카 국가 비율과 전혀 관련이 없는 룰렛 게임의 결과가 답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줍니다. 심리학에선 이런 현상을 ‘닻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르죠. 요컨대, 룰렛 게임의 결과가 닻이 되어서 답변이 멀리 달아나지 못하도록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예측도 이와 동일한 오류를 범하게 합니다. 과거의 추세가 강력하고 무거운 닻이 되어 그 범위 내에서만 미래를 추측하고 사고하도록 만들죠. 예를 들어, 예측 모델이 내년 매출액을 금년보다 10% 성장할 거라 전망한다고 해보세요. 전사 목표와 부문별 목표를 정하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내년도 시장이 몇 가지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여 오히려 마이너스 2% 성장을 기록하리라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근거를 자세히 들어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설 겁니다. 성과 축소처럼 민감한 사안도 없으니까요. 그의 의견이 신빙성이 있다면 10% 성장이 마이너스 2% 성장으로 수정될까요? 아마 그러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예측 모델이 10%를 가리키는데 어찌 그것을 무시하고 마이너스 2%로 고칠 수 있을까요? 그의 의견이 상당히 타당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면서 10% 성장을 7% 정도로 끌어내리는 것에 만족합니다. 더 이상 이견이 없으면 내년에 잘해보자며 구호를 외치고 회의를 마무리하는 게 전형적인 광경이죠.


예측을 과신하지 마세요. 아니, 예측하지 마세요.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미래를 관측하세요. 여러 가지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케이스별로 대비책을 미리 만들어 두세요. 이것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여러분 개인이나 조직에서 수용하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인드입니다. 제 책 <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시대의 성공 전략>이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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