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물에서 놀아야 성공한다   

2009. 4.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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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전략 수립의 새로운 대안으로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헌데, 시나리오플래닝을 설명하러 다닐 때마다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다른 기업은 시나리오플래닝을 하고 있느냐란 질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외국의 로열더치쉘,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같은 회사가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대답하면, "에이 우리나라 동종사는 안 하고 있나보네요" 라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는다. 쫑긋 세웠던 귀를 내리고, "다른 회사에서 안 하는 걸 왜 합니까, 모르모트도 아니고, 검증 안 된 것을 했다가 손해 보면 책임질 테요" 란 반응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 수립방법을 도입하여 실행하는 것도 일종의 투자일 텐데, 그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입게 되는 리스크를 생각하면 다른 회사에 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생리이기 이전에 인간심리가 원래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조직에 도입하고자 할 경우 기업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벤치마킹을 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고서에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부족하면, 그 아이디어가 좋고 나쁜지는 차치하고, 믿을 수 없다, 근거가 뭐냐며 보고서 작성자를 향해 공격할 채비를 한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무덤 속으로 묻히는 순간이다.

벤치마킹은 회귀적 사고와 쌍둥이다. 회귀적 사고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추세가 미래에도 비슷하게 전개될 거라 판단하는 사고방식인데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벤치마킹도 마찬가지다. 사업영역도 같고 게다가 같은 국가에 있으니까 그 회사가 하고 있는 A사업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벤치마킹적 사고방식인데, 고객, 제품, 인력 등 양사의 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절대 같을 수 있으며, 타기업과 우리회사의 구조 또한  동일하지 않다. 저 회사에서 잘 된다고 하니 우리도 잘 될 거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으며, 남들 하는 걸 흉내 내서 무슨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 벤치마킹은 본래 남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경영기법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방하고 뒤쫓아 가는 것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특히 업계 2, 3위 기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벤치마킹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그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벤치마킹의 덫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이트 맥주를 뒤돌아 보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맥주는 OB맥주가 강력한 업계 1위였다. 하이트의 전신인 크라운 맥주는 OB맥주의 그늘에 가려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이트가 100% 천연 암반수라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례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과 비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만약 그때 하이트 내부의 벤치마킹적 사고에 단단히 물이 든 누군가가 뒷다리를 잡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랬으면, OB맥주는 2005년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을 것이고 하이트는 근근이 버티고 있거나 최악에는 외국 업체에 합병됐을지도 모른다.

벤치마킹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벤치마킹을 하지 말라. 하더라도 참고만 하거나 아예 반대로 가라. 백전백승의 전략은 경쟁자와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다. 같은 물에서 놀아봐야 싸우느라 힘만 들고 돌아오는 몫도 탐탁치 않다. 온라인보험도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는 엄청난 벤치마킹적 사고의 후폭풍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어떤가? 다른 물에서 놀기로 작정한 이후에, 전통적인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어 놓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했다.

의사결정에는 검증이 필요하므로 벤치마킹은 필수적이라고 항변한다면, 좋은 사례가 있다. 정수기 필터업체인 브리타(Brita)사는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타당성을 알아봐야 했다. 대개의 기업들은 동종기업 사례를 수집하고 시장조사를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등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법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한 약국에 자사의 정수기로 걸러낸 차를 판매하는 작은 공간을 설치하고서, 지나가는 여성 소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과 3일 만에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브리타사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성공하려면, 늘 다른 물에서 놀자. 좋은 전략이란, 다른 물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중국의 최대기업인 하이얼의 장뤼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기수는 말을 달릴 때 옆을 돌아보지 않는다.”  훌륭한 기업 혹은 성공한 개인이 되려면 남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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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을까?   

2009. 4. 1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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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 무리했더니 어깨가 찌를 듯 아팠다. 몸을 피곤하게 다루기만 하면 당장에 아파오는 걸 보니, 무리하지 말라는 내 몸의 경고처럼 여겨진다. 몸도 달랠 겸 공원을 산책했다. 좀 쌀쌀했지만 피곤한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오히려 시원했다. 이제 곧 더워질테니 소슬한 바람이 좋았다.

개나리와 목련이 지고 벚꽃이 지니 이제 철쭉꽃이 핑크색 꽃잎을 여기저기 터뜨린다. 공원에서 자라는 철쭉은 '겹철쭉'이라고 하는 종인데, 수많은 꽃들이 수북하고 탐스럽게 피어서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핑크빛으로 흠뻑 물들인다.


공원 모퉁이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의 포즈가 내 눈에 들어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분은 울타리를 넘어 철쭉꽃 아래에 자리를 잡더니 70년대 영화나 달력에서 봤음직한 자세를 취했다. 두 팔은 땅을 짚고 오른 다리는 접고 왼 다리는 뒤로 쭉 뺀 자세로 앉은 그 아주머니는 젊었을 적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였을 얼굴 표정이었다.

그 과감하고 농염한(?)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앉아서 찍다가 일어서서는 꽃송이 하나를 손에 쥐고는 향기를 맡는 포즈를 취했다. 향기를 맡으랴, 시선을 카메라로 향하랴 약간 애매해진 모양으로 사진을 찍는 그녀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꽃들이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면 사람들은 예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꽃향기에 취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또한 꽃들의 일원인 듯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나직한 시선을 던진다. '어때? 꽃하고 같이 있으니까 나도 예쁘지?'라며 그 시선은 말한다. '꽃 옆에 있으면 내 얼굴이 못생겨 보여서 싫어'라며 꽃을 멀리 돌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미인이 아니니 그럴 만도 한데...

잘난 얼굴도 못난 얼굴도 꽃 앞에서는 모두 꽃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 모두 잠깐이지만 스스로를 꽃으로 상상하는 착각에 빠진다. 이 즐겁고도 착한 착각은 외양의 미추나 빈부, 혹은 생의 애락을 차별하지 않는다. 꽃 앞에서는 누구나 꽃이다. 꽃이 인간에게 주는 효용이고 지금껏 인간들의 곁에서 수만년을 함께 살 수 있던 이유리라.

개나리와 목련이 지고나면 철쭉을 피우고 철쭉이 지고나면 붉은 장미를 피운다, 그러니 늘 꽃다울 수 있는 이 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고맙다. 이 봄을 자칫 놓쳐도 다음의 봄을 기다릴 수 있도록 계절이 순환하니, 또한 고맙다.

생각해 보니, 생을 뜰 때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도 꽃이 아닌가? 슬플 것 같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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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지기 전에   

2009. 4.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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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꽃으로 시작되어 꽃으로 진다.
그 꽃들이 지기 전에
품 낮은 사진으로 남겨둔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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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뱅이를 대통령으로 만든 링컨   

2009. 4. 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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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때 링컨 대통령은 호주가(好酒家)인 그랜트 장군을 북군 총사령관에 임명하였다. 당시의 전세가 북군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그랜트 장군의 단점은 총사령관직 수행에 상당한 결격사유임이 분명했다. 당연히 참모들은 링컨의 결정을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링컨은 “장군이 좋아하는 술이 어떤 술인지 알면 다른 장군들에게도 한 병씩 보낼 텐데.”라며 태연해 하며 임명을 강행했다. 개인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느 장군과 달리 항상 올바른 작전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 그랜트의 강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장군이 되기 전 그랜트는 30대 후반의 나이로 다 쓰러져가는 가게의 점원으로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한때 군인으로 복무하다 알코올 중독증 때문에 불명예 제대를 당하고, 부동산 투자에 손을 댔다가 망해 버려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죽 가게의 점원 노릇에 만족해야 했다.

어쩔 수없이 하게 된 일이니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몰랐으며 또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절망한 그랜트는 매일을 술에 빠져 살았다. 그랬던 그가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준장으로 복귀했는데 2년도 안되어 육군 중장으로 승진한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는 나중에 미국의 18대 대통령이 된다.
 
그랜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은 링컨이 개인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여느 장군과 달리 항상 올바른 작전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 강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만, 만일 링컨이 장군의 약점인 술버릇을 더 크게 보는 ‘부정적 사고’를 했다면 미국의 역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긍정적인 시각과 사고는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랜트 장군의 임명으로 전세가 극적으로 역전돼 북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다.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만, 만일 링컨이 장군의 술버릇을 문제 삼았더라면 미국의 역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정적 사고는 강점보다 약점이 크게 보이도록 만들기 때문에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기회도 놓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구두 제조회사가 아프리카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세일즈맨 두 명을 파견했다고 해보자. 첫 번째 세일즈맨은 “아무도 구두를 신지 않기 때문에 구두가 안 팔릴 것이다.”라고 보고했고, 두 번째 세일즈맨은 “아무도 구두를 신지 않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구두를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다.”라고 보고했다고 하자.

누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일까? 첫 번째 세일즈맨처럼 부정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판매 성과를 올릴 수는 없으며 개인적 발전 기대할 수 없다. 역사와 문화는 긍정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이룩되어 왔다.

이처럼 긍정적 사고란, 강점이 약점보다 항상 크다고 인식하는 사고방식이다. 링컨처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 올려 최대의 성과를 일궈낸다.

긍정적 사고 :  always    강점 > 약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였던 척 노블락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빠졌다. 명문구단인 만큼 경기 중에 자그마한 실수를 저질러도 팬과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노블락은 의기소침해졌고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 본 감독은 그에게 “자네 모습 그대로 뛰어주길 바라네.”라고 말했다. 의미 없는 반성은 할수록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감독의 메시지였다. 그 말에 힘입어 노블락은 본래의 컨디션과 플레이를 회복했고 팀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만일 감독이 “자네는 도대체 무슨 실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나?”라고 노블락의 약점을 비웃었다면 노블락 개인의 몰락은 물론이요, 그로 하여금 팀의 우승을 이끌도록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약점보다 강점이 항상 더 크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사고는 성공적인 자아를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고방식이다. “나는 이런 문제 때문에 못할 수밖에 없어.”라는 패배감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려면 의식적으로 자신의 강점이 약점보다 항상 크다고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은 끊임없이 남과 다른 가치와 남보다 뛰어난 강점을 모색하는 길 위에서 획득된다. 그 길로 이끄는 손은 바로 긍정적 사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전의 올렸던 글을 보충해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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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럭비공이다   

2009. 4. 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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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아마도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문제라서 그 모든 케이스를 다 대비해야 할 것만 같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시나리오들을 세워 놓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꼬리표 붙이듯이 달아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다. 어떤 회사가 수천 가지의 시나리오를 세워 놓았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에서 권장하는 시나리오의 개수는 겨우(?) 4개 정도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과연 그 정도 개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냐며 반문한다.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불확실하고 중대한 변화동인(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핵심변화동인이라 한다)을 2개 찾아낸다는 말과 같다. 뭐라고, 겨우 2개? 미래 환경 변화를 이끄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은데 고작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시나리오를 세운다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또 한번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신다.

나는 그럴 때마다 미래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요인(즉 핵심변화동인)은 2개 내외이고 나머지 요인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거나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2개의 핵심변화동인을 가지고 4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해도 충분한(또는 효율적인) 이유를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하자. 축구공이나 야구공같은 '구(球)'를 머리 속에 그려보며 사고실험을 해보자. 구는 어느 방향으로 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다. 그래서 평평하고 매끄러운 바닥에 바운드되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 가능하다. '완벽한 구'라면 튈 때 그리는 궤적은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것이다. 여기서 완벽한 구의 궤적이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낸다.

그런데 어떤 이유(예를 들어 거인이 밟고 지나가서) 때문인지 공의 어느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왔다고 해보자. 평평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구와는 다르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될 것이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톡 튀어나온 공이 바운드되며 그리는 궤적은 구보다는 복잡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라서 결코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만약 실험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궤적의 집합은 일정한 공간을 모두 지나갈 것이다. 이는 톡 튀어나온 부분, 즉 불확실한 변화동인이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한 크기의 미래 환경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원래 튀어나온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에 또 하나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 생겼다고 하자. 럭비공의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바운드되는 럭비공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럭비공은 아까보다 더욱 예상 못하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실험 횟수를 조금만 반복해도 궤적의 집합이 금세 공간의 대부분을 채울 것이다.

그렇다면, 톡 튀어나온 부분이 3개라면 어떨까? 아마도 이런 모양의 공이 있다면 럭비공보다 더 불규칙한 궤적을 나타낼 거라 짐작된다. 그러나 톡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만큼은 아니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3개로 만들어 봤자 2개일 때의 궤적과 큰 차이가 없다.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궤적의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핵심변화동인이 3개이면 모두 8개(2의 3제곱)의 시나리오 조합이 만들어지는데, 기억하기엔 너무 많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혼란만 야기한다. 그러므로 미래 환경의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하려면 2개의 핵심변화동인과 4개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하다. 사실 4개의 시나리오도 많다고 하여 2~3개로 더욱 압축하기도 한다.

사례를 들어보자.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요인들을 생각해 보자. 많은 이들이 기업들(특히 다국적 거대기업)의 탐욕, 헤지펀드의 농간, 일부 CEO와 스포츠 스타의 천문학적인 수입, 신자유주의 광풍 등 여러 가지의 이유를 갖다대지만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수퍼 자본주의'는 결국 '신기술'의 출현과 확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향유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기에 벌어진 무기경쟁의 부산물이다. 따지고 보면 '냉전'이 요즘의 슈퍼 자본주의를 낳은 것이다(로버트 라이시의 견해).

이처럼 환경 변화를 이끄는 중대한 요인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2개 정도다. 럭비공으로도 우리는 그 공을 잡으려는 친구를 충분히 골려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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